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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오브덕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의 몸은 꽃을 피우기에 적합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오브덕
작품등록일 :
2023.04.02 23:26
최근연재일 :
2023.04.10 01:29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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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3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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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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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해바라기

DUMMY

1층에 내려온 솔피의 눈에 보였던 건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시아와 그녀를 둘러싸고서 부러진 목각을 계단을 향해 겨누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솔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체 다친 왼 다리를 절뚝이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오른 어깨에 흐르는 피를 왼쪽 손으로 쥐어막고서 내려오는 그녀의 상태는 단어 그대로 만신창이었다. 시아는 그러한 그녀를, 빨간 머플러로 반쯤 가린 얼굴 사이로 비치는 그녀의 두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용케 살았네. 할아버지는 어디다가 버리고 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고려장 해드렸다. 왜?"


숨에 차 헉헉대지만 앞에 둔 상대에게 적대감을 여과없이 내비치는 말투와 그 내용은, 솔피의 앞에 있는 시아의 귀에 들어가며 그녀의 심기를 건들기에 충분했다.


"말을 참 싸가지 없게 한다, 그지?"


"싸가지고 자시고. 날 죽일라고 별 짓을 다 하던데 내가 아이고, 하면서 곱게 죽어드릴까?"


그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1층을 채웠다. 시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씩 하고 웃어보였다.


"다쳐서 골골대는 주제에 객기는."


그녀는 솔피가 마음에 들었다. 비록 눈치는 조금 떨어져보이고 말투가 그녀의 심기를 조금 건드린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눈에 비치는 강직함과 시원시원한 성격, 그녀 자신보다는 덜하더라도 신체적 강함을 갖춘 솔피가 앞으로의 생존에 있을 조력자로써 딱이겠다는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내 표정으로 드러났다.


"야, 왜 실실 웃냐?"


당연히, 솔피는 그런 시아의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네 꼬라지가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이런 시비조의 말도, 표현이 서투른 그녀에게는 칭찬에 속하는 말이었다.


"허."


물론, 이번에도 역시 솔피는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녀는 시아의 말이 자신을 향한 일종의 도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표정을 본다면 누구나 알아차릴 것이다.


"그래, 용케 살아남으셨는데 죽이는 건 좀 아니겠지. 딱히 너랑 마찰 빚을 일은 만들고 싶진 않아. 오히려 널 좀 알고 싶다. 그러니까, 너 우리 좀 도와."


시아는 화나보이는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아까보다 한 층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꺼져."


시아는 그런 솔피의 반응을 보고는 한 번 더 피식하곤 웃었다. 그녀에게부터 돌아온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흥미롭다는 듯이 말이다.


"너, 혼자 이 난장판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못할 게 어딨냐?"


"4층에서 쥐어터져놓고?"


시아의 말에, 솔피는 잠시 잊고 있던 어깨의 고통이 돌아온 듯 어깨를 꾹 감싸쥐었다. 시아의 말이 맞았다. 솔피, 그녀가 아무리 강한다 한들 인외의 존재들에게서 싸워 이겨나갈 정도의 초인은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이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로 시아를 바라봤다.


"대피소 밖은 지옥이다. 아무리 우리가 강하다고 한들 밖에서 버틸 수 있는 장비도, 능력도 없어. 그러니까, 우린 이 곳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그러려면 이 건물에 있는 괴물들을 싹 치워야해. 그리고, 넌 그럴 능력이 있어보이고."


아까보다 침착해진 솔피의 태도를 확인한 시아는, 본격적으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준비라니, 뭐 여기서 나가기라도 하려고?"


"당연하지."


시아는 솔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를 반쯤 가리고 있는 머플러를 입이 드러나도록 아래로 죽 당겼다.


"우린, 웰링턴 가를 벗어난다."


비장한 말투로 뱉은 그녀의 말에 그녀 주위의 몇몇이 동조하며 나섰다. 솔피는 그들을 보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결정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 구조대를 기다릴 수도···”


“기다리는 건 겁쟁이들이나 하는거랬어요!”


순간, 그녀의 말을 끊고 어린 꼬마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양손을 허리춤에 대고, 자신만만한 자세로 자기보다 큰 어른들 사이에 꼿꼿이 서 있는 남자아이의 말이었다.


“...너 말이야, 지금 누나들이 말하고 있는데 끼어···”


“누나였어요?”


“너보다 어리겠니?”


“나랑 키두 비슷하면서 나이만 많다고 누나래.”


또랑또랑한 놀림투의 말이 솔피의 귀에 여과없이 박히며,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한마디만 더 하면···”


이번에는, 시아의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됐어, 재민아. 지금은 이 누나랑 할 말이 있으니까, 재민이는 나중에 말하자.”


꼬마는 입을 죽 빼밀고 투덜거리며 어른들 사이로 쏙 들어갔다. 솔피는 그런 꼬마를 보며 넘칠뻔한 분노를 속으로 삭혔다.


“그래,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지.”


시아는 투덜대는 솔피를 앞에 두고 말을 계속했다.


“근데, 나는 여기를 누구보다 잘 알거든. 이 거리가 얼마나 썩어빠진 곳인지 말이야.”


시아는 아까보다 정적인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장담하건대, 구조대는 안 와. 절대로. 너가 정치계 거물의 딸래미 정도가 아닌 이상은,”


“그럼 내가 그 딸래미면, 온다 이거야?”


“와도 너만 데리고 가겠지.”


“나쁘지 않네.”


솔피는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 해내야 해. 그래서 너 같이 깡 있는 애가 필요한거고. 보니까 힘도 좀 쓰는 것 같던데, 어때? 너, 살고 싶지 않아?”


“살고싶지 않냐라..”


시아의 말이 끝난 몇 초 동안, 솔피는 고개를 폭 숙인 체 생각했다. 과연 저 여자의 말만 듣고서 이들과 함께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혹시 모를 구조대를 기다려볼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죽치고 기다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쿨해서 좋네.”


시아는 솔피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솔피는 그 손을 자신의 손으로 꾹 잡았다. 그들의 지옥같은 동행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고난을 감수하리라 다짐하며, 밖으로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솔피는 빠졌던 다리에 흰 붕대를 칭칭 감고서 1층에서 일손을 도왔다. 학교의 문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기도, 화장실에서 물을 담아놓는 일과 이제는 쓰이지 않는 조명의 전선을 끊어 따로 담아두기도 했다.


일행 중에는 빼어난 기술자 한 명이 있었으니, 솔피를 그닥 반기자 않았던, 머리숱이 거의 없는 아저씨가 그 기술자였다.


솔피는 그를 마땅히 여기지 않았지만, 시아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의 빼어난 손재주를 보고서 그를 믿을만한 사람이라 여겨 신뢰하고 있었다. 특히 꼬마는 그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를 귀찮게하기 일쑤였다.


“재민아, 아저씨는 지금 일하고 있는거에요. 저기 가서 놀아, 저기서.”


“싫으면요?”


기술자는 성격이 다소 거친 편이었지만, 아이에게까지 버럭대는 무뢰한은 아니었기에, 마지못해 꼬마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주었다. 둘에게 모두 감정이 좋지 않은 솔피는 둘이 어울려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유 모를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그들이 학교를 하나의 초소로 개조해나가던 도중, 양호실에 누워 쓰러져있던 가비가 일어났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보인 낯선 풍경에 여러 번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 양호실의 미닫이문을 힘껏 열어젖히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 덕에 양호실 문을 손보고 있던 기술자는 닫히는 문 틈에 손가락을 찡겨 그 고통에 바닥을 굴렀지만,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가비에게 그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1층의 복도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분별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기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정확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멀뚱거리며 양호실 문 앞에 서 있는 가비와, 그녀의 뒤에서 엄지와 검지를 쥐고 바닥을 뒹굴고 있던 기술자를 본 사람들은, 드디어 쓰러져있던 사람이 깨어났다며 2층에 있는 시아를 불렀다.


2층의 복도에서 깨진 유리조각을 치우고 있던 시아는 가비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총총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시아는 멍하니 서 있는 가비에게, 아직 안정을 취하는 편이 좋다는 말과 함께 다시 양호실 안으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 원래 누워있던 간이 침대에 몸을 눕혀주었다.


그녀의 옆에는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할아버지가 붕대로 싸매진 입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가비는 그 할아버지에게서도 짙은 보라색을 보았지만, 딱히 그에게서 공포를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동정심을 느꼈다면 모를까.


가비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1층에서 서성거리던 솔피 역시 양호실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물론 복도의 반 정도 와서 다친 무릎을 감싸 쥐고 아파하긴 했지만, 더 다치는 일 없이 양호실에 들어왔다.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솔피를 본 가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솔피를 멀뚱히 쳐다봤다. 물론, 그녀를 쳐다보는건 가비 옆의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살기 가득찬 눈을 하고 있었다는 점 정도였지만.


솔피는 가비의 옆에 있는 의자에 몸을 턱 하고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할아버지의 눈에다 베개의 커버를 벗겨 톡 던져 가려놓고서 깨어난 가비와 대화했다.


“되게 오래 주무시네요. 언니, 지금 이틀 동안 그렇게 자고 있었어요. 알아요?”


솔피의 말을 들은 가비는 이틀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이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녀의 말에 답변했다.


“에... 지, 진짜로..?”


“네. 저 노인네가 저렇게 됐을 때가 이틀 전이니까, 확실하죠.”


가비의 옆에서 들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솔피에게 화를 내는 듯 목소리를 더욱 키웠지만 솔피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비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거기, 좀 조용히 해줘요. 지금 우리 말하고 있잖아요. 네?”


놀리는 투의 말투는 붕대에 꽁꽁 묶인 그의 화를 더욱 돋웠지만 뭐, 지금의 상태로 그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몸은 좀 괜찮아요? 팔이 좀 심하게 찢어져있던데.”


솔피는 할아버지에게 하던 말투와는 정반대의 따뜻한 말투로 가비를 대했다. 가비는 그런 솔피의 마음을 아는지, 아까보다 경계가 한층 누그러진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아, 네. 덕분에 지금은 괜찮은 것 같네요,.”


“그럼 다행이구요. 근데 언니, 배 안고파요? 아무것도 안먹고 누워만 있었는데.”


가비는 말 대신 꼬르륵거리는 배로 대답했다. 꽤 큰 소리에 가비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지만 솔피는 신경쓰지 않는 듯 밝은 표정으로 음식을 가져오겠다 말하고 양호실 밖으로 나섰다.


솔피가 나가고 환자 둘만이 남아있는 양호실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고요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했다. 가비는 지금 이 상황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혼자 곰곰히 생각만 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물론, 할아버지의 침묵은 자의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상황파악이 끝난 가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깨끗이 닦은 듯 보이는 약 선반들과 그 위에 올라가있는 여러 비상약들이 있었고, 창문에는 임시로 설치해놓은 듯한 창살이 달려있었다.


그 옆에는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딱히 더러워 보이지 않는 붕대더미들이 나무 선반에 정갈히 정리되어 있었다. 선반 아래에는 그 붕대로 칭칭 감아둔 할아버지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가비는 뻘쭘한 표정으로 짧은 목인사를 건냈지만, 할아버지는 목에 고정된 막대기 탓에 인사를 받아주지 못했다. 뭐, 그는 애초에 인사할 기분이 아닌 것 같았다.


가비는 옆 환자와의 뻘쭘한 대면을 마치고 아직 다 회복되지 못한 몸을 침대에 눕히고 눈을 폭 감았다. 이불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거슬리긴 했지만, 노곤한 몸에서 오는 피로보다야 덜했기에 가비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꼭 덮고 잠을 취했다.


그러나 그 잠은 길지 못했다. 솔피가 한 손으로 받치고 들고 있던 밥 선반이 양호실의 문 앞에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댔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가비는 잠에서 깨 멍한 표정으로 양호실의 문 쪽을 빤히 바라봤다. 이윽고, 조용히 미닫이 문이 열리며, 솔피가 어딘가 하나씩 뭉개져있는 즉석 식품들을 담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그.. 밥, 왔어요.”


아까보다 더욱 경직된 표정과 말투로 쭈뼛쭈뼛 서 있는 솔피였다. 그녀는 가비의 눈치를 보며 반 쯤 뭉개진 빵을 손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 어정쩡한 모습에 가비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는 마요.”


솔피는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로 가비에게 밥을 전달해주고는 양호실의 문을 조심스레 닫고 나갔다.


가비는 분홍색 색감으로 둘러싸여진 솔피를 바라보며 그녀가 전해준 빵을 잡아 한 입 베어 물었다.


한편, 양호실 바깥에선 학교의 개조가 이어지고 있었다. 창문마다 창살을 달아두고, 문을 걸어 잠궈두었고, 쓰이지 않고 있던 교실들은 개조되어 작업장 같은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중심에는 시아, 그녀가 있었다.


솔피는 이 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하나의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도시가 난장판이 된지 불과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별 소동없이 단체를 구성한 이들을 신기하게 여기고 있었다.


사실, 솔피를 제외한 이들은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웰링턴 가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 구역마다의 교류가 잘 없어 각각의 구역이 하나의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자연스레 끈끈한 연합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데, 아가씨.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거요? 난 우리 마을에서 아가씨랑 저 아가씨 같은 사람을 본 기억이 전혀 없소이다.”


말투가 특이한, 마초적인 두 갈래의 콧수염을 기른 우락부락한 체형의 남자가 일손을 돕고 있던 솔피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냥 표지판 따라서 온건데요?”


“그럼, 자네는 원래 어디에 살았는가?”


“웰링턴 가 보일링 구에 살았죠.”


솔피의 말을 들은 남자는 그녀의 말이 이상하다는 리액션을 취하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는 웰링턴 가 스팀 구라네.”


남자의 말을 들은 솔피는, 벙찐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네?”


남자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도우 도넛에서부터 약 4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 가까운 대피소를 두고 이 대피소에 온 것이었다.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왔다 했수다. 이웃 구역 사람이었구만.”


남자는 호탕하게 웃고는 수리하던 문의 경첩에 나사를 마저 박았다. 이 남자의 이름은 부람, 스팀 구에서 알아주는 문 수리공이었다. 물론, 보일링 구의 가비와 솔피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솔피는 부람의 옆에서 고장난 문들의 수리를 거들었다. 물론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뭐, 고장난 경첩을 손으로 뜯어 새 걸로 갈아끼울 정도의 그에게는 애초에 다른 일손이 필요 없어보였다.


솔피와 부람이 교실의 문을 뜯어내고 있을 때, 시아는 누군가와 함께 건물의 4층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가 항상 매고 다니는 빨간 머플러로 얼굴의 아래를 가린 채, 항상 입고 다니는 비행사 점퍼에 넣어둔 주머니칼을 꺼내들었다.


임시로 만들어둔 3층과 4층 사이를 잇는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올라선 4층은, 이전과는 달리 수십 개의 해바라기들이 창가로 들어오는 빛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시아는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따라오던 이를 잠시 멈춰 세우고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6학년 3반의 교실의 바로 앞에 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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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해바라기 23.04.10 14 0 16쪽
5 05. 대나무 23.04.03 18 0 20쪽
4 04. 로벨리아 23.04.02 17 0 9쪽
3 03. 미스틸테인 23.04.02 18 0 12쪽
2 02. 물망초 23.04.02 13 0 16쪽
1 01. 흑장미 23.04.02 3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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