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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중감 님의 서재입니다.

검성 드래곤이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중감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9.21 06: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3,604
추천수 :
1,880
글자수 :
483,632

작성
22.05.13 10:04
조회
1,761
추천
35
글자
9쪽

퍼시 드래이그

DUMMY

뚜벅 뚜벅


레긴의 뒤로 알비니르가 정갈하게 꾸며진 넓은 집 안을 걸었다. 장식이나 걸려있는 그림들도 그다지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 분위기만 보더라도 레긴과 사용인들이 나름 신경 써서 조성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알비니르님?”


잘 따라오던 알비니르가 한 그림 앞에서 멈춰 서자 레긴은 의아한 듯 그 그림을 보았다.


“아아 알비니르님의 할아버지이자 전대 영주님이셨던 퍼시 드래이그님이십니다.”


“이 분이?”


“네. 책임감이 무척 강하신 분이셨죠.”


“.......”


그 그림에 그려진 인물 또한 붉은 머리에 붉은 동공, 붉은 수염을 가지고 있었고 상당히 엄격해 보이는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분이 지금의 영주님을 데려오셨을 때엔 저의 아버지께서 얼마나 놀랐는지.......당시 수습이었던 저도 덩달아 그럴 정도였으니까요.”


레긴은 잠시 서서 그때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후사가 걱정이던 퍼시 드래이그는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록 부인이 있었고 금슬도 주변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각별했건만 좀처럼 아이가 들어서질 않았던 것이다.


부인께서 후계를 낳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집을 나가버리셨을 때엔 일주일 간 식음을 전폐하실 정도였으니.


하지만 어느 비 오던 날 밤. 퍼시 드래이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똑 빼닮은 젊은이를 데려와 자신의 방계이고 양자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영주님의 눈빛에 슬픔이 가시질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아버지께서 이야기하시기는 했지만....... 아직 어린 알비니르님께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레긴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치고 천천히 알비니르가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레긴.”


“예. 알비니르님.”


“내 어머니가 궁금한가요?”


“그건.......솔직히 그렇습니다.”


전대에 이어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등장한 후계. 당연히 궁금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레긴.”


“네?”


“저도 아직 어머니 얼굴을 뵌 적이 없거든요.”


“아.......”


그 말에 레긴은 마음속 어딘가가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차마 말을 못한 거겠지. 어머니를 모르면서도 저리 착하고 의젓한 태도라니.’


필시 말 못할 사정이 있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귀족들에게 핏줄과 태생에 관한 소문은 어떤 곳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으니 차라리 불명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은 경우도 있기에.


‘크흑! 알비니르님! 이 늙은이만 믿으십시오. 이 레긴은 지금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알비니르님 편입니다.’


사실은 진짜로 본 적이 없을 뿐이지만 속을 모르는 알비니르에게는 알 길이 없었다. 그의 눈에는 열 살 남짓도 안 되는 귀여운 아이가 슬픔을 딛고 의젓하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안쓰러운 모습이었던 것이다.


“자 이만 가시지요. 영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레긴과 알비니르는 다시 걷기 시작해 윗층에 존재하는 영주의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똑똑


“영주님. 레긴입니다.”


“음. 무슨 일이지?”


“알비니르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쿠당탕!


“?”


그 순간 집무실 안쪽에서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들리자 레긴은 의문을 품었다.


덜컥!


“알비!”


“오랜만입니다. 아...!”


와락!


고흐는 헐레벌떡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힘껏 안아 올리고는 알비의 부드럽고 통통한 볼을 얼굴에 마구 비볐다.


“자..잠깐! 아빠!”


“이 얼마만의 만남이냐. 아가야!”


“호칭 좀! 레긴도 있는데!”


“.......”


하지만 정작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레긴은 믿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눈을 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누구지? 이 팔불출 자식 바보는?’


영주인 고흐 드래이그는 일은 확실히 하는 사람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표현하지는 않았었다. 어떤 때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냉정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다.


“.......”


그럼 지금 자신이 보고 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식에게 들러붙어 볼을 비비는 이 바보는 누구인가. 붉은 머리, 붉은 눈에 방금 영주집무실에서 나왔으니 분명 영주님인 건 확실한데 도저히 이미지 매칭이 되질 않는다.


“그만! 이만하면 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아직 모자라다! 며칠이나 이 귀여운 모습을 못 봤단 말이다!”


“에잇!”


“아.......”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알비니르는 몸을 기묘하게 움직이더니 억지로 그 품에서 벗어났다. 고흐가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알비니르는 익숙한 듯 그것에 신경 쓰지는 않았다.


“영주님.......”


“아 레긴.”


품에 알비니르가 없자 고흐는 그제야 레긴이 알던 영주님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이전처럼 냉혈한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수고했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맡지. 다른 일을 하러 가게.”


“.......알겠습니다.”


레긴은 본래 영주님이 이전처럼 냉담하게 알비니르님께 대응한다면 옆에 서서 막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걸 보니 오히려 주도권은 알비니르님께 있는 것 같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만.”


덜컥


휘익!


레긴이 문을 닫고 나가자 고흐가 그 틈을 노리고 다시 아들을 안으려 했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알비니르는 팔을 부드럽게 휘둘러 그걸 흘려버렸다.


철퍽!


덕분에 고흐는 체면도 잊고 바닥에 엎어져야만 했다.


“그쯤 해두세요. 아빠. 애정도 과하면 독입니다.”


“끄응! 그 무공이란 거 묘하구나. 깃털처럼 잡을 수가 없어.”


고흐는 바닥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알비니르가 폴리모프에 성공한 날. 고흐는 바로 이 영지로 데려오려 했다. 그러면 쭉 같이 지낼 수 있을 테고 매일 같이 사랑스러운 자식을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인간이 된 알비니르는 살짝 당황한 모양새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미형인 외모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열 살이 채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된 것이 가장 컸던 것이다.


그래서 이 몸에 적응할 약간의 시간을 달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몇 달 정도를 미뤄주었다.


“지금 제 수준은 이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넌 드래곤인데도?”


“신체적 능력이나 마법이라면 몰라도 무(武)에 있어서는 비교상대가 아닙니다.”


알비니르는 처음 인간이 되어서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항상 자신의 단전에서 든든하게 버티던 엄청난 양의 내공이 없다는 것을. 심지어 어린아이가 된 자신의 신체의 소재는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의 그것뿐이었고 단련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은 날것이었다. 구십여 년에 가깝게 쌓아왔던 노력이 사라졌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몇 달의 시간 동안 다시 천천히 쌓아올리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전성기의 일 할 정도는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있는 드래곤하트를 이용하지 않고 다시 아랫배에 쌓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아?”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역시 체계가 너무 달라요. 잘못 건드렸다가는 되레 둘 다 망가질 확률이 더 클 정도로. 어차피 이 세계는 공기 중에 기가 풍부해서인 것도 있구요.”


종족이 드래곤이라는 것만으로 주어진 불공평함의 상징, 드래곤하트 안에는 확실히 엄청난 힘이 있었다. 그게 내공이라 한다면 이전 삶에서 내공괴물로 불렸던 자신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었을 테니.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과 이 세계의 마나활용법은 너무 그 체계가 이질적이고 달랐다. 심장을 중심으로 마나의 원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중원에서는 없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알비니르는 생각했다. 그러면 역할을 나눠서 수련하는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마법은 드래곤하트에, 무공은 단전에 분담한다는 간단한 해결법을 채택한 것이다.


“것보다 아빠는 이쪽에 너무 약해요. 평생 무기 한 번 안 잡아본 사람처럼.”


“안 잡아봤는데?”


“에?”


고흐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누굴 없애려면 브레스 한 방이면 되는데 굳이?”


“.......그러네요.”


“그치?”


알비니르는 얼처구니 없었지만 납득은 했다. 아직 이 세계를 다 안다고는 못하지만 드래곤의 신체 스펙이면 웬만한 적은 굳이 검 같은 걸 들 필요가 없이 그냥 입김 한 번만으로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잘 왔다. 알비.”


“감사합니다.”


“네 방을 내가 미리 준비해 두었단다. 직접 보여줄.......”


“그전에 아빠.”


“응?”


고흐는 안내하려는 자신을 진지한 눈으로 잡아끄는 알비를 보았다.


“일단 그 할아버지라는 분과의 관계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요.”


“.......역시 눈치 챘니?”


“일단 그 퍼시 드래이그라는 사람이 드래곤이 아닌 건 확실히요.”


작가의말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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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드래곤 피어 +2 22.05.26 1,034 24 10쪽
20 역시 살아있었군 +2 22.05.25 980 21 10쪽
19 고블린 킹 +2 22.05.24 989 20 9쪽
18 작전 실행 +2 22.05.24 1,009 22 10쪽
17 정찰 +2 22.05.23 1,046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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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발디와 멘테 +2 22.05.20 1,135 30 9쪽
14 소면 +3 22.05.19 1,199 35 10쪽
13 멘테 +3 22.05.18 1,206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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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레드혼 +2 22.05.16 1,325 34 9쪽
10 광장 +2 22.05.16 1,414 33 9쪽
9 조건 +3 22.05.14 1,486 37 10쪽
8 드워프 마법사 이발디 +2 22.05.14 1,535 36 9쪽
7 기사단장 펠리우스 +2 22.05.13 1,648 35 9쪽
» 퍼시 드래이그 +2 22.05.13 1,762 35 9쪽
5 알비니르 드래이그 +2 22.05.12 1,880 44 10쪽
4 폴리모프 마법 +2 22.05.12 2,030 51 10쪽
3 레드드래곤 고흐 +2 22.05.11 2,305 55 10쪽
2 검성 깨어나다 +2 22.05.11 2,373 54 9쪽
1 프롤로그 +2 22.05.11 2,598 5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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