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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은퇴한 킬러는 지킬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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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17:17
최근연재일 :
2023.05.18 18: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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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4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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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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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8)

DUMMY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8)



“들어가야 합니다.”


조직원의 말에 리키는 침음을 흘렸다.


한곳에 모인 인원은 리키를 포함하여 총 열.

모두 최정예였다.


분명 단 하나를 잡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수였지만, 상대가 킬러라는 게 문제였다.


“시간을 끄는 건 좋지 않습니다. 리키 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킬러는 전투 시 실시간으로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가장 완벽한 답안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모든 건 킬러의 계획이었다는 말은 단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지금도 초 단위로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을 터.


“3번 출구에 폭탄 설치는 끝났나.”

“예. 그리고 현관을 제외한 나머지 통로에도 밟으면 터지는 지뢰들을 놓았습니다.”


리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직원들에게 일렀다.


“잘했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라. 상대는 1만 명을 살해한 이 시대 최악의 킬러다. 집에 들어선 순간 살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우리는 지금 악마를 잡으러 가고 있다.


수많은 동료가 그 킬러에 의해 목숨을 유린당했다.

수많은 계획이 그 킬러에 의해 무산되었다.


“생포할 생각은 버려라. 킬러가 행동 불능 상태에 빠졌어도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 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들어가자.”


그들은 사주경계 하며 천천히 현관 너머로 발을 내디다.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집.

그런 주제에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쓸데없는 사각과 코너가 많았고, 방도 다양했다.


그들은 그들만의 신호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 인원을 7대3으로 나눈다. 세 명은 현관을 지키고, 나머지 일곱은 함께 방을 탐색한다.


- ······몸에 폭탄을 두르고 킬러와 같이 죽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 지금까지 그러다 혼자 죽은 사람만 스물이 넘는다. 킬러는 항상 너희보다 빠르니 주의하도록.


리키는 소총으로 전방을 예의주시하며 천천히 화장실로 나아갔다.


두 명이 리키를 중심으로 좌우를 경계했고, 나머지 네 명이 그 두 명을 사이에 두고 뒤쪽을 경계했다.


- 정지. 그들의 시체가 있다.


미끼로 던진 말단 두 명.

둘은 좁은 화장실에 포개진 채 끔찍하게 죽어 있었다.


- 무기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시체를 보고 어떤 흉기에 죽었는지 파악하는 데 능한 조직원이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숙였다.


그리고.


쾅!


갑자기 화장실 문이 닫혔다.


“이런 미친······!”


재빨리 문을 열려고 해봤으나 어째서인지 요지부동.

사전에 미리 손을 써둔 듯했다.


“크으, 크케켁······!”


안쪽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

날카로운 게 부드러운 걸 연거푸 뚫고 들어가는 소리와 발버둥에 옷 스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비켜라!”


리키는 조직원들을 물린 후 도움닫기를 통해 화장실 문에 강한 발차기를 날렸다.


콰지직!


문이 통째로 날아가며 화장실 내벽에 부딪친다.


“맙소사······.”


조직원 중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리키 또한 같은 심정이었다.


소파의 재료로 추정되는 천을 길게 찢어 조직원의 목을 기형적으로 조르고 있었다.


손목조차 들어가기 힘들 정도의 틈.


눈과 귀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흘렀고, 온몸의 자상에서 흘러나온 피와 합쳐져 차가워진 말단들의 시체를 데웠다.


“이미 죽었다. 킬러는 보이지 않아.”

“말도 안 됩니다. 여긴 밀실인데······. 아, 혹시!”


조직원이 변기를 딛고 서 천장을 누르자 천장이 위로 들렸다.


“여깁니다! 킬러는 여기로─”


푸슉.


머리를 꿰뚫린 시체가 변기 위에서 쓰러진다.

조직원은 공중에 매달린 시체를 한 번 건들며 말단들 위로 굴러떨어졌다.


이를 빠득 간 리키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킬러는 위에 있다!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투두두두두!


도합 여덟 개의 소총이 천장을 부쉈다.

총격을 버티지 못한 천장이 내려앉는다.


위로 좁은 공간이 드러났으나 여전히 킬러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역시 소총이 좋긴 좋아.”


어느새 화장실에서 나온 남자가 죽은 조직원의 소총을 들고 그들을 향해 연사했다.


투두두두!


“크억!”

“으아악!”


하나 같이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 즉사한 적은 세 명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좁은 곳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지. 방향 전환이 어렵거든. 명중률도 낮고.”


남자는 총알이 떨어진 소총을 던지며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팔다리를 꿰뚫려 쓰러진 이들에게 총알을 한 방씩 먹여주니 남은 적은 두 명뿐이었다.


‘그중 하나는······ 리키였나.’


오래전 데이먼 조직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남자를 노리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 먼 곳에 숨어있던 말단 한 명을 눈치챘었는데 전투 의지도 없이 벌벌 떨고 있을 뿐이라 그냥 돌아갔었다.


‘그런데 아직도 조직에 속해 있었군.’


그 겁쟁이가 다른 조직원들을 이끌고 있는 걸 보니 꽤 신기했다.


“죽어어어어!”


조직원이 고함을 지르며 코너에서 튀어나오자 남자의 발이 소총을 위로 걷어찼다.


순간 손에서 총을 놓친 조직원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투쾅!


턱이 함몰된 채 쓰러지는 조직원의 멱살을 잡고 연달아 주먹을 내지른다.


쾅! 콰직!


주먹 세 방에 조직원이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남자는 조직원을 엄폐로 삼고 코너를 돌았다.

그곳에 리키는 없었다.


남자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혹시 아까─’


투두두두!


남자가 몸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총알들이 무방비한 조직원의 등을 두드렸다.


“조직원 간의 불화가 심했나 보군. 무방비 상태의 동료를 그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들다니.”

“닥쳐! 넌 이제 끝났어!”


그렇게 말하며 리키가 소총을 겨냥했지만, 헛방아쇠만 당기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남은 총알 개수를 파악하는 건 기본이다. 혹시 데이먼이 알려주지 않은 건가?”

“으아아아아!”


소총을 내던진 리키가 기합을 지르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3미터도 안 되는 지근거리.

권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리키가 도달하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의외로 침착함을 유지하긴 하는군.’


흥분하여 달려드는 사람만큼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지만, 리키에게선 좀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내지르는 리키의 주먹을 낚아채자 빠르게 뿌리치려 한다.


“······큭!”


하지만 남자의 악력은 일백을 아득히 초월한다.

이대로 몇 초만 있으면 손목을 으스러뜨리는 것도 일은 아니었다.


리키가 단도를 쥔 채 반대쪽 손을 내지르자 챙 소리를 내며 남자의 단도에 부딪혀 날아간다.


동시에 허공으로 도약한 리키가 자신을 붙든 팔을 매개로 발차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잡은 손을 놓자 힘없이 바닥에 추락할 뿐이었다.


남자는 다시 일어서려는 리키의 사지에 총알을 한 개씩 박았다.


“크헉!”


리키의 입에서 피가 울컥 흘렀다.


“끝났군.”


남자는 즐비한 시체 가운데 리키의 손을 지그시 밟았다.


“끄으으······!”


리키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눈을 부라렸지만, 사지에 총알이 박힌 상태에서는 꿈틀거리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긴 시간 동안 놀고 있지 않은 건 킬러도 마찬가지라는 건가?


“······이럴 거면 은퇴는 왜 한 거냐.”


리키의 물음에 남자가 허리를 숙여 리키를 내려다봤다.


“살인의 기분이, 이제는 그리 나쁘지 않았거든.”

“그게 무슨······.”

“만약 네가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면 이해했을 거다.”


이것은 마약이었다.

생이 꺼져가는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느낌.


단단히 비틀리고 만 것이다.


“······죽었군.”


나름 봐줄 만한 실력을 지닌 자였다.


힘도, 기술도, 속도도.

이 자와 싸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었다.


‘제이크는 좀 아슬아슬하고. 위대한 늑대들 정도가 엇비슷하겠지.’


시체를 쭉 둘러본 남자는 뒤처리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어차피 이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쪽 세계와 끈이 닿은 경우가 많았다.


남자는 차 안에서 눈을 감고 얼굴 위쪽을 한 손으로 덮었다.


‘6년 가까이를 쉬었는데도 여전히 그대로군. 아니,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어.’


호흡도 가빠지지 않았고 식은땀조차 나지 않았다.


실수 한 번에 목숨이 날아가는 위태로운 외줄 타기.


과거 남자의 일상이었으나 그래도 마지막 조직원 정도의 수준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전투를 보여주진 못했었다.


‘총포사는 닫았겠지.’


조직원들의 총과 총알을 입수하긴 했지만, 남자의 소음 권총과는 구경이 달랐다.


굳이 시선을 끌고 싶지는 않았기에 총알을 미리 보충해두고 싶었다.


방금처럼 예상치 못한 전투가 발발할 수도 있으니.


그러나 총포사에 도착한 남자는 심란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완전히 무너진 건물에 재가 되어 사라진 자재들.


‘그걸 사용했군.’


비밀 통로를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면 일단 제이크는 살아있는 게 분명했다.


그 육중한 철문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여는 게 불가능하니까.


남자는 안으로 들어가 총포사 내부를 살폈다.

거지가 기어들어 갔는지 총알 하나 빼놓지 않고 싹 털어간 상태였다.


‘그 상자는 수거한 건가?’


웬만한 저격총에도 조금 우그러지고 말 정도의 강도이니 폭발에 휘말렸을 리는 없다.


하지만 상자를 수거할 정도의 여유라면······ 남자에게 연락을 넣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남자는 위험을 직감했다.


‘거주지가 노출됐다.’


남자는 재빨리 차를 타고 도시를 향해 질주했다.

빠르게 달리면 3시간 안팎으로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똑똑한 아이이니 문을 열지는 않겠지.

그 문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정말로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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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9) 23.05.18 10 0 10쪽
»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8) 23.05.17 11 0 10쪽
7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7) 23.05.16 15 0 11쪽
6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6) 23.05.15 17 0 10쪽
5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5) 23.05.14 19 0 11쪽
4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4) +1 23.05.13 23 1 11쪽
3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3) 23.05.12 26 1 10쪽
2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2) 23.05.11 29 1 11쪽
1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1) +1 23.05.10 6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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