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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은퇴한 킬러는 지킬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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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17:17
최근연재일 :
2023.05.18 18: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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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41,382

작성
23.05.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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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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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5)

DUMMY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5)



야심한 밤.

부패 경찰 한스는 늦은 시간에 찾아온 사내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데이먼. 자네가 직접 이곳까지 행차할 줄이야. 아주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군.”

“내가 어디 큰 조직의 수장도 아니고. 위대하신 경찰님을 만나려면 이 정도 수고는 들여줘야지.”


비아냥 섞인 말을 뱉은 데이먼은 테이블에 검은색 가방 하나를 쿵 내려놓았다.

한스가 열어 보니 안에는 지폐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오호?”

“잡설은 각설하고. 그 빌어먹을 킬러가 눈치를 챘어. 집안을 완전히 부수고 뒤졌는데도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저런. 유감이로군.”


한스가 진심으로 안 됐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데이먼은 서서히 올라오는 분노를 잠재우고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 반쪽을 가리켰다.


“이 화상을 입은 지가 벌써 10년째야. 그런데 아직도 잘 때마다 흉터가 지끈거린다고!”


한스는 지루한 듯 하품을 하며 허공을 응시했다.

이를 빠득 간 데이먼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지그시.

한스의 시선이 데이먼의 품을 향했다.


데이먼은 품속에 있는 물건들을 만지작거렸다.

그 물건 중에는 분명 총도 존재했다.


‘당장이라도 저걸 쏴 죽여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안 된다.

주변에 경찰들이 포진해있을뿐더러, 현재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그들과도 단번에 멀어져 버린다.


‘아직 정보통으로서도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데이먼은 썩은 미소를 지으며 총 대신 값비싼 장물들을 꺼냈다.

한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호선이 그려졌다.


“자네는 알고 있잖아.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을 사망으로 위장시킨 장본인 아냐?”

“뭐, 우리는 돈만 보고 움직이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에 신분을 하나 새로 만들어주긴 했는데.”


데이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알고 있는 거지?”


한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도시 쪽으로 간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위치는 그놈이 숨겨서 말이야.”

“허, 젠장할. 헛발질했군.”


데이먼이 가방 고리를 잡자 한스가 가방을 누르며 제지했다.


“하지만 아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해.”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데이먼은 어디 한 번 들어보겠다는 표정으로 한스를 응시했다.


“제이크. 그 킬러의 뒤를 봐주는 놈이지. 그 녀석을 털면 정보가 꽤나 쏠쏠하게 나올 거야.”

“미쳤군. 그 녀석 인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야?”


제이크를 위해 싸워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적대한다는 건 이곳 일대의 모든 조직과 척을 진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킬러를 사냥하기도 전에 말라죽을 확률이 높았다.


“이런, 오해가 있군. 굳이 서로 피를 볼 필요는 없잖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이크는 총포사의 주인이지만, 추적자이기도 하다.”


추적자.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대개 종이로 남기는 습관이 있다.


“하필 총기 상점이라는 게 좀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종이 하나 정도야 슬쩍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그쪽으로 유능한 친구가 몇 있지 않아?”

“뭐, 그렇지. 이번 정보는 훨씬 낫군. 그런데······.”


데이먼은 테이블에 올려놓은 장물의 절반을 다시 품속에 넣었다.


“이걸 다 줄 정도의 가치는 아닌 것 같네.”


한스가 피식 조소를 흘렸다.


“그래, 뭐. 한창 아껴야 할 상황이지? 이해해. 그가 진짜 그들의 위치를 종이로 남겨놨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조심히 들어가라고.”


건물에서 나오자 데이먼은 유지했던 미소를 풀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일만 끝나면 저것들도 깡그리 죽여버려야겠어.’


건물 앞에서 검은색 차 한 대가 데이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뒷자리에 타자 앞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오셨습니까.”

“그래. 우리의 목적지가 정해졌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당장 애들을 시켜서······!”

“총포사다.”


데이먼의 말에 운전기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거, 거기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저희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고······.”

“전면전을 할 생각은 없다. 단지 나와 몇몇 조직원들의 복수에 조직 전체를 말아먹을 수는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운전기사가 물었다.

데이먼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저 종이 몇 장만 훔쳐 오면 돼. 제이크가 추적자라는 사실을 입수했거든.”

“추적자라면······ 거의 확실하겠군요.”

“그래. 지금이면 이미 폐점했을 시간이니 시작하자고.”

“예! 애들한테 지금 문자 돌리겠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데이먼은 창밖을 바라봤다.


빛 한 점 없는 캄캄한 밤.

거리를 감싼 건물의 창문도 하나같이 모두 검은색이었다.


‘개자식. 가족이라도, 하다못해 아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항상 인질을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뤘던 데이먼에게 그 킬러는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데이먼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쭈글쭈글한 흉터 사이에 멀어버린 하얀색 눈이 초점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었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데이먼의 인상이 팍 찌그러졌다.


‘반드시 죽여주마. 지옥 끝까지 따라가 네놈의 양쪽 눈을 도려낼 테다!’



***



“짜잔! 바로 이곳이야! 너희 둘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장소지. 앞에 물도 흐르고, 나쁘지 않지?”


제이크가 상아색 석조 건물을 가리켰다.

앞에는 작은 하천이 있었고, 길가에는 가로수가 열을 맞춰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 외지지도, 번화하지도 않은 곳.


“적당하군.”

“와······. 되게 좋아 보인다. 여기가 진짜 저희가 살 곳이라고요?”


뜻밖의 호들갑에 남자가 고개를 돌려 소녀를 쳐다봤다.


“시설이나 넓이는 그 호텔이 더 뛰어났을 텐데.”

“에이, 거기는 약간 지나가는 느낌이고요. 솔직히 잘 때 빼고는 항상 밖에만 돌아다녀서 실감도 잘 안 났어요.”


제이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주일간의 도시 여행은 나름 즐거웠나 보네. 귀찮은 건 다 끝내놨어. 그건 그렇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 예정이야? 설마 그동안처럼 계속 좀비 상태로 지낼 건 아니지?”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5년하고도 8개월. 휴식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오······. 그러면 설마 다시 그 일을······?”


제이크의 눈에 남자의 따가운 시선이 포착됐다.


“하하, 장난이라고. 그러면 뭘 할 생각인데?”

“일단은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걸 가르칠 생각이야. 격투나 칼 쓰는 법 같은 거. 사격도 될 수 있으면 알려주고.”

“어? 너 후계자 키울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도 가을부터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남자의 말에 옆에서 소녀가 고개를 주억였다.

잠시 말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던 제이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러니까 학교에 다니기 위해 싸움을 배운다는 거지?”

“학교에서 호신술은 필수지. 사회를 배우고 인맥을 형성하는 데에는 유용하다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시비가 걸려오고 일대 다수의 전투가 난무하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니.”

“학교가?”

“그래, 학교.”


제이크는 이마를 짚었다.


“학교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아, 혹시 네가 얘한테 싸움 배우려고 잘못된 지식 같은 거 주입한 거냐?”

“네, 네? 제가요? 물론 배우고 싶은 건 맞긴 한데······.”


소녀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소녀는 학교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호텔에서 대화를 나눴을 때 남자가 그런 곳이라고 하니 생각만큼 유쾌한 곳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제이크에게 말했다.


“내가 직접 겪었던 일이다. 그래도 7학년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았었으니까. 그리고 넌 이 나라의 학교는 다녀본 적 없지 않나.”


제이크는 다시 한번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남자의 성격을 생각하면 거짓말이 아닐 거라는 게 더 열받았다.


‘비교적 평범한 삶은 개뿔. 아니, 잠깐만. 진짜로 그런가? 이 나라의 학교는 그렇게 험악하다고?’


어쨌든 유일하게 이곳의 학교를 경험한 건 남자뿐이었다.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래라.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자기 몸 지킬 줄 알아서 나쁜 건 없으니까. 아무튼 난 간다. 가구들은 알아서 배치하긴 했는데 음식은 아무것도 없거든? 그건 알아서 둘이 채워놓고.”

“그러지.”

“후, 예상보다 너무 늦어져 버렸군. 지금 출발하면 새벽이 되어야 겨우 도착하겠어.”

“정 그러면 하루 자고 가는 건?”


남자의 제안에 제이크가 소녀를 힐긋 쳐다봤다.

처음 봤을 때보다 살이 보기 좋게 오른 소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미세하게 내젓고 있었다.


“하하, 이거 무서워서 오늘은 혼자 자야 할 것 같네.”

“······무슨 뜻이지?”

“아무것도 아냐. 그럼 난 간다. 나중에 보자고!”


제이크는 길가에 주차한 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을 보니 냉큼 집에 들어가려는 남자를 소녀가 붙잡고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저 녀석이 소녀의 절반만 닮았으면 참 좋았으련만.”


물론 그랬다면 진즉 남자는 죽었을 것이다.

감정을 죽이는 대가로 남자는 살아남았으니까.


소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액셀을 밟았다.


부르릉.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4시간이 흘렀다.


야심한 밤.

제이크는 문득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곧 도착이긴 한데······.’


이대로 차를 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사고를 강하게 지배했다.

그리고 제이크는 오래전부터 감이 꽤 좋은 편이었다.


‘젠장, 귀찮은데. 그렇다고 그냥 가기는 좀 찜찜하고.’


아직 도보로 1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지만, 그는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총포사까지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처음 보는 차들이······ 많군.’


기이한 의심에 서서히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입구가 아닌 반대편으로 돌아 주거 건물에 들어섰다.

지하로 내려가니 낡은 철문이 있었고, 제이크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철컥.


권총을 장전하고 숨소리를 죽인다.

이 공간은 제이크만이 알고 이용하는 일종의 비밀 통로.


곧 등장한 계단을 오르며 제이크는 위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겁도 없이 내 총포사를 털어?’


조심스레 천장을 열고 머리를 빼꼼 내미니 시커먼 형체의 무언가가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제이크는 바닥에서 빠져나온 뒤, 총구를 형체의 머리에 겨냥하며 입을 열었다.


“사는 게 어지간히 귀찮나 봐?”


그리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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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9) 23.05.18 10 0 10쪽
8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8) 23.05.17 10 0 10쪽
7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7) 23.05.16 14 0 11쪽
6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6) 23.05.15 17 0 10쪽
»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5) 23.05.14 18 0 11쪽
4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4) +1 23.05.13 23 1 11쪽
3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3) 23.05.12 26 1 10쪽
2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2) 23.05.11 29 1 11쪽
1 Chapter 1.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1) +1 23.05.10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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