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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41,703
추천수 :
1,870
글자수 :
481,525

작성
22.05.14 14:55
조회
1,213
추천
57
글자
12쪽

2. 튜토리얼 (2)

DUMMY

“자, 이제부터 이쪽의 생도가 본 교관을 대신하여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모두들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실은 만석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레니게이드에 탑승하기 위해 기초를 갈고 닦는 생도들이었다.

그 수많은 시선들이 내게로 집중된다.


특히,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럴만도 하지, 이건 원작에도 없는 이벤트니까.


“자신 있나, 생도?”


꽈아악.

내 어깨를 짓누르는 악력이 상당하다.

교관의 의도들이 참 뻔하다. 생도에 대한 기선제압과 동시에, 나를 가르쳐야 할 학생이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게 딱 보인다.


도대체 왜?

잘생긴 얼굴 정도야 한 번 보러 올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뇨, 자신 없는데 말이죠.”


설정집을 줄줄 꿰고 있다고 해도, 막상 강단 위에 서니 심장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물론 이게 뒤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때문인지, 앞에서 느껴지는 시선인지 구분은 가지 않았다.


“흥, 막상 강단에 서니 자신감이 사라지나?”

“······뭐, 긴장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 당연히 긴장이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데 성격이 이럴까?

분명 튜토리얼에선 이 정도까지 오만방자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차피 별 분량도 없는 엑스트라여서 부각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호기심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곧장 곁눈질로 교관의 목에 걸려있는 명찰을 확인했다.


제임스 호라이던 교관.

······호라이던? 그 호라이던?


“생도는 본 교관에게 거짓말을 쳤으니까. 레니게이드에 대한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고, 그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감히 본 교관을 변명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강의를 진행할 수 없다. 그렇지?”


호라이던 교관은 조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이 태도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저 교관은 내가 강의를 망쳐 페널티를 받길 원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후, 그럼 어디부터 진행하면 될까요?”

“호오, 강의를 진행하겠나? 거짓은 거짓을 낳는 법이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되는 법이라지만, 본인이 무고를 증명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군. 그럼 자네가 방해한 부분부터 진행해봐.”


아무리 봐도 분풀이와 기선제압 쪽이 맞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방해한 부분부터’라니, 보통은 강의 중에 밖을 안 보는 게 맞지 않나?

내가 안하무인하게 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주 고맙게도 양심의 가책을 줄여주네?


“후우······.”


길게 숨을 내뱉었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남의 분풀이에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정신 차리자.

이런 갑작스러운 이벤트는 사절이지만, 몇 가지 정보만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이미 손에 넣었으니, 한 번 가보자고.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앞서 압연장갑과 알루미늄 합금 장갑에 대해 설명하셨었죠? 거기에 조금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양해 바라겠습니다.”

“그 말인 즉, 본 교관의 설명이 부족했단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교관님의 설명은 매우 훌륭했습니다만, 제 견해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흥, 고작 1학년짜리 생도의 견해라니. ······그래, 한 번 말해보도록.”


대놓고 무시하네? 뭐, 하지만 이해는 한다.

그만큼 콧대가 높은 분이시니까.

조금 열 받았다만, 지금은 침착해야하는 상황이다.


“우선 최초의 레니게이드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죠. 다들 아시겠지만 원래 레니게이드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 해체업자가 사용하던 웨어러블 장비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때는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한 장갑이 주가 되었던 시기였죠.”


내가 말을 시작하자 호라이던 교관의 코웃음이 멈추었다.

1학년짜리 생도가 레니게이드의 역사를 읊기 시작해서 놀랐나?

설정집에 써있는 건데, 당연히 알고 있지.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반인은 헌터들처럼 신체능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보조장치에 의존하여 움직여야 하니, 가벼운 부품이 필요했으니까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은 표정이 되었다가, 곧 다시 미소를 짓는다.

결국 자신이 하는 말을 답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알기 쉬운 사람이다.


“이후 웨어러블의 시대를 지나, 5m 내외의 전고와 조종석을 갖추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최초의 레니게이드인 ‘섀퍼’ 타입입니다.”


몇몇 생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부분이다.


“물론 이 때도 알루미늄 합금 재질의 장갑을 사용했죠. 섀퍼는 해체작업만을 위한 기체, 결국 전투에 투입되지 않았으니까요. 뭐, 유압식 실린더의 관절에 대한 이슈는 계속해서 있었습니다만.”

“잠깐, 본 교관의 강의내용과 별 다를 게 없는 이야기 아닌가? 결국 하중 문제 때문에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에이, 아직 안 끝났습니다. 잘 들어보십쇼. 아직 레니게이드의 역사에 대한 부분입니다. 덧붙이기나 반박은 시작도 안했어요.”


호라이던 교관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자신의 강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선량한 생도를 매장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당연히 조금만 자극해도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을 거다.


아니 당초에, 그 시간이면 강의가 끝날 시간이지 않나?

다른 강의는 모두 끝났는데, 본인이 애들을 붙잡고 안 놔주고 있던 거잖아? 좀, 괘씸하네?


“자, 계속 할게요? 이제 그것들에 조종석이 생기고 동력원이 가스터빈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로인해 하중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이 됩니다. 이때부터 출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며, 레니게이드는 병기로써 전선에 투입됩니다.”

“압연장갑의 시대지. 흥, 이제야 내가 설명하던 부분이 나오는군. 장갑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가스터빈의 출력이 떨어지게 되고 유압식 실린더의 고질적인 하중 문제가 대두되어······.”

“그, 교관님? 지금은 제 강의시간이 아니었습니까?”

“큼, 크흠. 무례하군. 생도는.”


호라이던 교관은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허나 투덜거림에서 그쳤을 뿐, 그 이상의 제재는 없었다.

본인께서 이쪽을 강사로 직접 일임하였으니, 결국 자신의 모든 행동들이 자충수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교관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출력과 효율의 문제로 새로운 동력원을 개발하게 되었죠. 바로 마나 리액터입니다. 괴수의 체내에서 나온 코어를 가공하여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그렇지. 마나 리액터가 대세가 되어가는 거지. 하중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다보니 이 부분을 빠트린 것 같군.”

“역시. 데몰리션 리액터를 개발한 호라이던 사(社)의 연구소장이신 제임스 호라이던 교관님께서 왜 이 얘기를 안하나 싶었습니다.”

“하하하, ······하! 연구소장 직은 예전에 내려놨네. 지금은 이렇게 아카데미에서 자네를 포함한 생도들을 가리치고 있는 것에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을 뿐이지. 생도는 이런 실정에 대해 잘 알고 있군? 무례를 용서하고 페널티는 없던 것으로 해줄테니······.”


자신을 알아보자마자 확실하게 누그러진 태도. 이 반응을 보니 확실해진다.

하기사,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호라이던 교관은 리액터계의 권위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성과를 거둔 사람이다.

나르시즘에 빠졌어도 납득이 간다만, 지금 이 얘기를 꺼낸 건 그저 그를 찬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 권위적인 교관을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한 함정에 불과하다.

웃을 수 있을 때 웃어두는 게 좋을 거다.


“최초로 상용화된 마나 리액터, 데몰리션은 가스터빈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요소에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만, 안정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거치며 출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유압 실린더형 관절을 움직일만한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이 단점으로 대두되고 있죠. 그래서 그 단점을 캐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모터식 관절입니다.”


이 이야기에 호라이던 교관의 표정이 다시금 굳어졌다.

이것이 설정집에서 묘사되고 있는 데몰리션 리액터의 약점이자, 호라이던의 치부에 관한 첫 문장이었다.


강의는 이제 끝이다. 이제부터는 싸울 시간이다.


“하하, 하······. 그래서 생도가 하고자하는 말이 뭐지? 그런 약점은 차차 개선을 통해 고쳐나갈 수 있는······.”

“세계 헌터 협회(Universal Hunter Association, UHA)에서 지정한 제식 프레임은 아직도 ‘유니버셜 프레임 타입 B’로 유압식 실린더형 관절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걸 차치하더라도 프레임 자체의 무게가 상당합니다. 데몰리션 리액터로는 도저히 구동할 수 없는 구조죠.”

“그래서 우리는 모터식 관절을 개발─!”

“우리?”

“허업······!”


제 입으로 치부를 내뱉어 버린 것을 깨닫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호라이던 사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교묘하게 분리시켜 다른 회사인 것 마냥 꾸밉니다. 이후 UHA의 정식 규격이 아닌, 미국만의 독자적인 규격을 지닌 프레임을 개발하게 되죠.”

“아니, 아니!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 일과는!”

“그 프레임은 다시금 6m 내외의 크기로 돌아옵니다. 다만 훨씬 가벼운 재질의 프레임에 알루미늄 합금 장갑을 사용하고, 원거리 대응이 가능한 무장을 채택하죠. 당연한 수순입니다. 근거리에서는 괴수의 공격을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사양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호라이던 교관의 턱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이미 시뻘겋게 물들어서 다른 생도들과 눈조차도 마주치지 못했다.

권위주의적인 이를 떨어뜨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그의 치부를 끄집어내어 만 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다.

사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이렇게 크게 키운 사람은 다름아닌 호라이던 교관, 본인이었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었으니까.


당신은 몰랐겠지? 내가 설정집을 달달 외우고 있는 매니아 중의 매니아라는 걸.

······나도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만.

조금 자괴감이 든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것은 형편없는 결함품, 도저히 써먹지도 못하는 쓰레기. 수 많은 헌터들을 사지로 내몰은 걸어다니는 관. 하지만, 미국이 그 결함품을 계속해서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죠.”

“시, 시끄러워! 생도 주제에, 감히! 무슨 헛소리를······.”


호라이던 교관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강단으로 걸어나왔다.

자신의 권위를 앞세워 나를 저지하려 했지만, 멈추지 않는다.

당연하지, 이게 당신의 치부인데.


“일반적인 레니게이드들은 모듈교체나 펌웨어 개선을 고려했을 때, 늦어도 2년 단위로 리비전 되는 게 정상인데, 이 따위 결함품을 6년이나 굴려먹고 앞으로도 더 굴려 먹을 생각이시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뒷돈을 먹인 겁니까, 제임스 호라이던 교관.”


내가 말한 이야기는 레니게이드의 역사나 구조에 관한 설정이 아니다.

이 파트가 수록된 부분은 후일담 파트 중에서도 ‘미국이 멸망하게 된 이유’를 다루는 파트였다.

작중에선 이 군납비리가 밝혀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큰 규모의 전투에서 대패하게 된다.


설정집을 읽은 사람은 그때부터 ‘호라이던’을 찾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나도 명찰을 보기 전까지 이 인간이 호라이던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작중에선 일러스트 자체도 실루엣만 나왔고 이름도 ‘교관’이라 적혀있었다.

심지어 강의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된 엑스트라로 취급되었으니까.


[멸망 요소, ‘제임스 호라이던’을 억제하는데 성공합니다. 보상으로 ‘업적 상점’이 해금됩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업적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업적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강단으로 올라오던 호라이던 교관은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나는 교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강의실을 벗어났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특정 조건에 도달하여 ‘멸망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예정보다 빠르게 튜토리얼에 진입합니다.]


······죽음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으니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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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 문티켓
    작성일
    22.05.14 14:59
    No. 1

    재밌게 읽었어요~
    선작, 추천하고 갑니다ㅎㅎ
    건승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CHB님
    작성일
    22.05.18 10:02
    No. 2

    뭔가 넘 허망하게 교수가 포기하는데 좀더 구질구질하게 깝죽대거나 연구원출신 교수가 주인공 강의한방에 바로 리타이어 되다니 주인공 띄워주기용 사이다 장면인듯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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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7. 후보생 실습 (2) +2 22.06.01 537 30 13쪽
23 7. 후보생 실습 (1) +3 22.05.31 596 28 13쪽
22 6. 이지수 (2) +3 22.05.30 618 32 13쪽
21 6. 이지수 (1) +2 22.05.29 685 33 13쪽
20 5. 호라이던 (2) +1 22.05.28 690 30 13쪽
19 5. 호라이던 (1) +2 22.05.27 686 31 13쪽
18 4. 신병기 개발부서 (5) 22.05.26 716 38 13쪽
17 4. 신병기 개발부서 (4) 22.05.25 748 35 13쪽
16 4. 신병기 개발부서 (3) +4 22.05.24 797 40 13쪽
15 4. 신병기 개발부서 (2) +2 22.05.23 849 42 13쪽
14 4. 신병기 개발부서 (1) +3 22.05.22 952 41 13쪽
13 3. 한가람 (3) +1 22.05.21 1,028 44 13쪽
12 3. 한가람 (2) +2 22.05.20 1,075 45 13쪽
11 3. 한가람 (1) +2 22.05.19 1,089 50 13쪽
10 2. 튜토리얼 (6) +3 22.05.18 1,105 56 12쪽
9 2. 튜토리얼 (5) +3 22.05.17 1,070 52 12쪽
8 2. 튜토리얼 (4) +1 22.05.16 1,101 58 12쪽
7 2. 튜토리얼 (3) +3 22.05.15 1,136 55 12쪽
» 2. 튜토리얼 (2) +2 22.05.14 1,214 57 12쪽
5 2. 튜토리얼 (1) +1 22.05.13 1,288 55 12쪽
4 1. 모브 캐릭터 (3) +2 22.05.12 1,340 55 12쪽
3 1. 모브 캐릭터 (2) +1 22.05.11 1,496 55 12쪽
2 1. 모브 캐릭터 (1) +1 22.05.11 1,724 66 12쪽
1 0. 무장전선: 레니게이드 +2 22.05.11 2,118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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