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게 아닌데
후회 막심하다.
도대체 왜 나는 그녀를 잡지 못한 것일까.
그녀와 함께 걸었던 이 거리를 홀로 걸으면서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췄다.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했던 말들 하나하나가.
무엇 때문에 그녀가 내 곁에서 떠나간 걸까.
무엇 때문에 그녀가 그러한 말들을 한 걸까.
정작 나는 그런 그녀를 이해할 마음조차 없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오히려 더욱 당당하고 기세 좋게 화를 내고 말았다.
이게 아닌데...
이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음에도.. 나는..
"......"
그럼에도 저 하늘은 노을로 가득하다.
미안하다.
본 마음 속에는 이 말 한마디로 마치 저 하늘의 노을 만큼 가득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게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이미 떠나가 버린 인연이야..'
그렇게 생각하고서 나는 얼굴에 미소를 억지로 그었다. 이미 떠나가 버렸다.
이제 내가 다시 잡을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인연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더 이상은...
얼굴을 가리던 두 손을 치운 채
미소를 머금고..
두 눈가에 눈물을 가득 흘린 채
홀로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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