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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 님의 서재입니다.

천지창조 다음에는 이세계 타이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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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ivora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7
최근연재일 :
2023.06.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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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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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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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아나이스의 일탈(2)

DUMMY

마지막 가게의 간판 불이 꺼지고, 메인 거리까지도 오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 늦은 밤.

불 꺼진 커다란 건물 안에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지 말고 우리도 바다로 한번 나가봐요.

언제까지고 이 답답한 건물 안에서 던져주는 먹이에 만족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


“알지....

하지만 바깥은 이미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야.

이미 이런 삶에 적응해 버린 몸으로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겠어.”


“아이들을 생각해야죠.

우리는 끝자락이나마 세상을 경험했잖아요.

이 아이들마저 세상이란 어둡고 컴컴한 네모난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는 없어요.”


“다 우리 가족을 위해 함께 상의해 내린 결정이었어.”


“그래요. 당신을 탓하려는 게 아니에요.

매일 우리를 위해 숱한 수모를 견디고 있는 당신을 존경해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사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요.

내 생각이 틀렸어요.

그저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충분한 먹이가 있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으면 그로 족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뭐가 문제인 거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안전을 약속받았잖아.

잠시의 수모를 견딘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

이전 같은 삶을 고집했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에 남아있었을까? 과연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수 있었겠어?”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삶을 후회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내린 결정에 묶여 삶의 목표를 잃게 하지 말아요.”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

강의 대부분은 이무기들의 구역이 되어버렸고 남은 작은 줄기를 두고 여러 생명들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어.

동굴같이 인기 있는 장소는 전부 거대한 루 카르콜이 자리 잡고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더군.

남아있던 마지막 우물이 폐쇄된 게 벌써 200년 전이야.”


“200년 전에, 그때 해야 했었던 도전.

지금 해봐요.”



너커들은 공격력이 적은 방어형 신체를 가졌다.

주위에 동화되어 기척을 죽이고 오랜 시간 끈기 있게 매복해 방심한 먹잇감을 사냥한다.

방어력을 위해 두껍게 자라는 비늘은 건조해지면 도리어 스스로의 속살을 찢어놓았다.

물속에서 촉촉하게 젖어있을 때, 비늘은 무한한 탄력으로 그들을 상처입히는 모든 공격을 빗겨내 주었다.


200년 전.

계속되는 개발로 많은 생명이 살 곳을 잃었다.

남아있는 강과 동굴은 몰려드는 몬스터와 마수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어쩔 수 없이 민가로 떠밀린 많은 생명이 마족 군사들에게 살해당했다.


너커들도 태어나고 자란 강에서 밀려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방황했다.

많은 수가 지방 영지 우물 속에 자리 잡았다.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그들 대다수가 종적을 감췄다.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강가와 달리 우물에 접근하는 건 영지민들뿐이었다.

마을 여인을 한입에 삼키고 그길로 왕성 지하감옥에 수감되었다.


살기 위해 그랬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지하감옥에 갇혀 스스로 상처입히며 죽어가느냐.

바다로 가서 새롭게 적응하느냐.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른 대안을 찾으려 쩔쩔맸다.


그래서 다소 굴욕적인 그 제안을 덥석 수긍하고 따라나섰다.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들을 먹이고 보호할 수 있다는데 만족한 것은 잠깐이었다.

제 몸집 반의반 토막만 한 인간들이 휘두르는 주먹 따위야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었다.

자식들이 자라나 덩치가 커지자, 그의 선택은 자식들의 앞날까지 바꿔놓았다.


비극적인 인생의 시작이었다.

다른 마을에 규모가 큰 오락장이 들어설 때마다 하나둘씩 자식을 떠나보냈다.




“그래 한번 고민해 보지. 오늘은 이만 잡시다.

내일도 하루가 길 것 같군.”






______________



“정말 하루 종일 그러고 있을 거예요?”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베타를 향해 예원이 눈을 흘겼다.


“너희처럼 몸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하는 애들이 이상한 거야.

내가 보통이지.”


“예원님께서는 마력을 자유롭게 사용하시지 않습니까.

어째서 서클을 형성하시지 못하는 걸까요.”


“서클 같은 거 없이도 이능을 사용하는데 문제없잖아요. 왜 계속 고집이세요.”


“자존심 상해.

내가 꼭 9 서클까지 달성하고 만다. 진짜.”


“서클 하나부터 일단 만들고 나서 말씀하세요.”


베타가 깔깔 웃으며 약한 바람을 일으켜 예원의 앞머리를 넘겼다.


“저는 아직도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그저 의미 없는 장난처럼 보입니다.”


알파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런 주제에 재능충이라 벌써 5 써클을 넘겼다고 한다.


마족은 마력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몬스터의 피부는 대개 단단한 갑피로 싸여있어 상처를 입히는 것이 힘들었다.

경험을 통해 본능적인 전투 감각으로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타격 순간 말단에 마력을 집중시켜 신체를 보호하고 충돌 시 발생한 마력의 반발력을 이용해 몬스터의 갑피 안쪽 부드러운 장기를 진탕 시켰다.

격산타우랄까.


몬스터 사냥 이외에는 전투가 드문 탓에 격이 높아질수록 창, 칼을 내려놓고 체술만 단련한다.

속부터 파괴해 상대를 쓰러트리는 싸움 방식이 당연시됐다.


마법은 보통 외부 공격이 주를 이뤘다.

폭발을 일으키고 화염을 쏘거나 얼음 미사일을 날렸다.

알파가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전격 계열 공격은 쓸만하지 않겠어?”


“자칫하면 동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위험한 공격 같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몬스터는 벼락을 맞아도 지면으로 전격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럼, 냉각계열은? 몸을 얼려버리는 거지.”


“모두가 냉기 저항력을 한계까지 높여놔서 별로 소용없을 거예요.

같은 이유로 화염 저항력도 높을걸요.”


허구한 날 눈보라가 치고 우박이 쏟아졌다가 화산이 폭발하기를 반복하더니 쓸데없이 몬스터들이 강화됐다.


아나이스는 약속대로 마나의 활용법과 서클을 생성하고 운용하는 법을 전수했다.

구술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상위서클부터는 두툼한 이론 서적을 몇백 권이나 적어주고 갔다.


베타도 5 서클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한다.

둘을 중심으로 마법 이론학과, 실용 마법 학과를 개설하고 알파가 직접 교단에 섰다.


“아나이스는 드래곤들을 모두 모았을까?

그 오만한 족속들이 동족의 수장 앞에서는 기합이 바짝 들어 아양을 떤다지 뭐야.”


예원이 그녀를 배웅하던 날을 떠올렸다.





“앞으로 계획 같은 건 있으세요?”


“이왕 태어난 이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지.

이세계 드래곤 로드가 되어보겠다.”


예원의 물음에 아나이스가 선선히 답했다.

예원이 부탁하지 않아도 드래곤들에게 마법을 전수하고 인간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인간들을 싫어하시면서 폴리모프 해서 인간 세상에 나오는 건 왜 그런 거예요?”


“삶이 너무 기니까.

그 긴긴 시간을 하나의 인격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때때로 수인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펜리르의 수장이 되어 산과 들을 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이종족과 가족을 이루기도 하며 그렇게 다른 인격으로 사는 거지.”


“카이로스의 드래곤들은 1~200년 만에 레어에 틀어박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어요.

그들이 모습을 감춘 이유도 그런 건가요?”


“모른다.

내가 살던 세계의 드래곤들은 500년간 해츨링 시기를 거치지.

부모와 동족의 비호 아래 미성숙한 영과 육을 단련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낸다.

때가 되어 탈피를 마친 이후에야 비로소 성체가 되고 공식적인 바깥 활동은 그때부터 시작한다.

이곳의 드래곤은 성체로 탄생했기에 그 과정이 없을 터 어떤 식으로 영을 성숙시키겠나.

그 불완전성이 자기 파괴적인 행위로 이어졌을지도 모르지.

삶의 의욕을 잃은 드래곤은 몇천 년을 동면하기도 하거든.”


“아.... 제가 니트족을 탄생시켜 버렸다는 이야기군요.”


“그들에게 용언 마법을 알려주면 폴리모프해서 세상에 나가 사고를 치고 다닐지 모르니 한동안 내가 해츨링을 돌보는 마음으로 잘 가르쳐 보겠다.”


“제가 먼저 부탁드리고 싶었던 일이에요.”


“내 제안을 받아들여 준 것에 대한 답례이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제가 갚을 기회가 생긴다면 갚게 해주세요.”


잠시 말을 멈춘 예원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끔 만나러 가도 되나요?”


한달 여를 왕성에서 다 같이 지냈다.

이전에 예원이 쓰던 방은 여전히 비워둔 채 알파, 베타와 같은 층에 짐을 풀었다.

아나이스에게는 복도 끝 쪽으로 해가 가장 잘 드는 화려한 방을 내주었다.

그녀의 취향을 고려해 내부 집기들을 모두 황금으로 바꿔주고 장식품마다 반짝이는 보석을 가득 그려줬더니 예원을 향한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대의 방문이라면 내 언제나 기꺼운 마음으로 환영하겠네.”


아나이스가 처음으로 오직 호의만을 품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마법이 없는 다른 세상에서 왔기 때문에 서클이 생기지 않는 걸까?”


아나이스도 예원을 가르치는 것은 포기했다.

마지막쯤에는 똥멍청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가르쳐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이가 없었단다.

신마저도 한 수 접어주는 지고의 존재가 예원 덕에 두 번이나 좌절을 경험했다.


“저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던데 예원님의 그릇은 너무 커서 회전 가속도가 잘 붙지 않는 거 아닐까요?


“그보다는 예원님의 몸에서 서클이라는 낯선 시스템을 거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세혈관 하나하나까지 통하는 촘촘한 마력 신경망을 가지고 있는 몸에 다소 일방적인 순환 줄기를 새롭게 도입하는 작업이니까요.”


청운이 단아한 미소로 말을 건넸다.


“언제 왔어?

청운은 성과 좀 있었어?”


“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물에게는 내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겠지요?

저는 전신의 혈맥을 따라 기운을 순환하고 이후 단전에 갈무리합니다.

서클이라는 신기한 마력 운용방식은 탐이 납니다만, 단전의 기운을 다스리며 한편으로 심장의 서클을 회전시킨다는 것은 제게는 무리일듯 합니다.”


“나도 파이어볼 날리고 싶어.”


“예원님께서도 불꽃 소환 가능하십니다.”


“그치. 불꽃 소.환.이지.

텔레포트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저희 소환하는 거랑 똑같지 않아요? 한번 해보세요.”


철없던 시절에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나 사물을 소환할 수는 있지만 정작 스스로의 몸을 이동시킬 수 없었다.

한번은 몸을 이동할 수 없다면 땅을 움직여버리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예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영역 지정하고 당겼다.


행성이 회전했다!!!!


낮과밤이 바뀌고, 기온이 바뀌고, 땅 위의 생물들이 비명을 질렀다.

황급히 제자리로 돌려놨다.


“큰일 난다고···.

얼음 화살 쏘는 쉬운 거라도 해보고 싶다!”


“그건 정말로 가능하실 듯합니다. 그것도 안 되는 건가요?”


“화살을 만들 수는 있지.

활줄에 걸어서 당겨 쏴야 하니까 문제지.

날아가지 않는 얼음 화살이라니 고드름이랑 뭐가 달라....”






______________



“다르지 아주 많이 달라.”


드래곤은 본디 나르시스트 적인 자기애에 빠져 모든 생물을 혐오한다.

하지만 동족의 신체만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평가하는 편인데 이 세계에서 만난 드래곤들은 뭔가 달랐다.

전투에 효율적인 형태냐 하면 답하기 애매해지지만 일단 보기 좋게 잘빠졌다.

어느 한 곳 미학적인 관점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아나이스가 흐뭇한 얼굴로 자신 주위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드래곤들을 내려다보았다.

출중한 외모가 눈을 씻겨주는듯 하다.


“아나이스님 이렇게 하면 되나요?”


타는듯한 붉은빛이 강렬한 드래곤 하나가 양팔을 허리에 올린채 어깨를 한껏 당겨 앞으로 모으고, 다리 한쪽을 앞으로 쭉 뻗는다.

꼿꼿이 세운 꼬리가 도발적이다.


“조오오아!!”


“저는요? 아나이스님 저도 잘하고 있나요?”


에메랄드같이 영롱한 비늘이 아름다운 드래곤이 뒤돌아 상체만 이쪽으로 돌리고 반쯤 굽힌 한쪽 팔을 내밀며 부드럽게 웃었다.

싱그러움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다.


“손가락을 쭉 뻗지 말고 살짝 오므려 봐. 이리와~ 하는 거처럼. 옳지 잘한다!”


아나이스의 인형 놀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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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기다리던 만남 +2 23.06.14 3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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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전설의 레전드 +2 23.06.12 37 3 13쪽
44 43화. 새로운 사실 +2 23.06.11 36 4 13쪽
43 42화. 위기의 사제단 +3 23.06.10 38 3 12쪽
42 40화. 출동 민간경비대 +4 23.06.09 39 4 12쪽
41 40화. 침략 +6 23.06.08 43 5 13쪽
40 39화. 워프게이트 +3 23.06.07 39 4 12쪽
39 38화. 또다른 사용법 +3 23.06.06 51 4 12쪽
38 37화. 마력 신경망 +2 23.06.05 44 4 12쪽
» 36화. 아나이스의 일탈(2) +4 23.06.04 53 4 12쪽
36 35화. 아나이스의 일탈(1) 23.06.03 46 3 12쪽
35 34화. 네가 왜 거기서나와 +2 23.06.02 47 4 12쪽
34 33화. 포경 금지 23.06.01 49 2 13쪽
33 32화. 크라켄의 공격 +2 23.05.31 50 3 12쪽
32 31화. 1,000년의 피땀눈물 +2 23.05.30 47 4 12쪽
31 30화. 드래곤? +4 23.05.29 51 4 12쪽
30 29화. 보레아스대륙 +2 23.05.28 54 3 12쪽
29 28화. 동상이몽 +2 23.05.27 52 3 12쪽
28 27화. 그녀의 이중생활(3) 23.05.26 58 2 13쪽
27 26화. 그녀의 이중생활(2) 23.05.25 63 3 12쪽
26 25화. 그녀의 이중생활(1) +2 23.05.24 73 3 12쪽
25 24화. wish, want, hope +4 23.05.23 8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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