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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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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51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4.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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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택시 기사님의 증언 (2)

DUMMY

"손에 사마귀가 있었어요?"

"사마귀도 있었고. 그 엄지 손가락."


기사님은 편의점 안을 노려보았다.


"엄지 손가락이요?"

"얼굴을 정확히 보진 않았지만 손은 제가 본게 정확합니다. 저 사람 확실해요."


엄지 손가락이 뭐 어떻다는 거야.


"엄지 손가락만 보고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 엄지 손가락이 아주 작아요. 그러니까 꼭 손가락이 절단된 것처럼 엄지 손가락 그러니까."

"기사님.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후. 그러니까 일반인들보다 손톱이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선천적인건지 후천적인건지는 모르지만 특이했거든요. 그리고 목소리. 확실해요."

"두번째 기사님은요?"


첫번째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 두번째 기사님도 알바생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듯 했다.


"저는 목이 조이는 순간부터 패닉상태였어서.. 그런데 맞는 것 같기도 허네유."

"그런데 cctv를 보고 예상한 키와 달라요. 178 정도라고 예상했는데 170 겨우 될까 말까 하던데 아까 그 알바생. 그리고 저 알바생은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게 모두 찍혀 있기도 했고."

"내 말이 맞다니까요. 확실해요."


흠. 아무 증거도 없이 범인이라도 단정할 수도 없고. 그런데 저렇게 단호하게 범인이라고 하니. 처음 정은이 사건때도 그랬다. 아무 증거가 남아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정은이의 증언이 범인을 잡은거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피해자가 범인을 지목하고 있다. 분명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도.


"알겠어요 기사님. 제가 조사해 보도록 할게요."

"같이 데려갈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네?"


첫번째 기사님은 씩씩 거리며 벽쪽으로 숨어 버렸다.


"하. 어쩌지. 기사님 엄청 화나신거 같은데."

"저도 같은 심정이긴 해유. 저는 불에 타기까지 했는데. 그 억울함은 아무도 모르지유."


두번째 기사님의 말에 괜히 숙연해졌다. 하지만 귀신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해를 가하면 분명 큰 일을 당할게 뻔하다. 이곳에서 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려면 저 사람이 범인이라는 걸 확인해야했다.


"기사님. 우선 첫번째 기사님 좀 말려주세요. 저는 저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 확인해볼게요."

"알겠어유. 몸 조심하세유."


두번째 기사님도 앞선 기사님을 따라 벽으로 슥 스며들었다.

나는 곧장 서로 차를 몰았다. 저 사람이 범인이라는 가정하에 모든 cctv를 다시 뒤져야 한다. 아마도 그 건물의 누군가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거의 배제되었을 것이다.

cctv를 처음부터 다시 뒤졌다. 편의점 알바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듯 했다. 생김새로 보면 20대 중반. 아마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 전이거나 취업 준비 중 잠시 알바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사건 당일부터 앞으로 돌리며 cctv를 확인했다. 그 사람이 출근하는 시간과 퇴근하는 시간대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3시간 가까이를 돌려보다 2주 전 영상이 나올 때였다.


"편의점 알바 같은데."


건물로 들어가는 편의점 알바 손에는 중형 크기의 하얀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퇴근하는 장면에서는 그 종이 가방이 들려 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라면 출근할 때 무언가를 들고가 버렸거나 그 곳에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용의자라면.


"뚫어져라 본다고 뭐가 나와요?"


성훈은 내 뒤에 와 있었다.

짜증스러운 마음을 얼굴에 가득 담아 뒤를 돌아보았다.


"보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것보다."

"알아내면 공유는 합시다."

"알아서 할테니 신경끄고 저리가."


성훈은 한 쪽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안그래도 컴퓨터 화면만 보느라 눈이 뚫릴거 같은데 왜 또 시비야 저새끼는.

나는 방금 화면은 캡쳐해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앞에서부터 다시 차근차근 영상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났던 날.

분명 알바생은 퇴근을 했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체격에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편의점으로 들어간 후 나오는 장면이 담겨있지 않았다.


"편의점으로 들어갔는데 나오는 장면이 없어."


나는 그 영상 또한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의심을 하고 바라보니 조금씩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다.


"뭐야. 뭐 알아낸거야?"


서로 돌아온 희민 선배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저기 선배."


나는 주위의 눈을 살피다 선배를 데리고 휴게실로 갔다.


"왜왜. 뭐. 뭐 알아냈어?"

"그 기사님이 말씀하시길..."


그때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성훈이 들어왔다. 나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기사님? 뭐 목격자라도 발견됐어요?"

"그런거 아니야."

"선배. 공유 하기로 했잖아요."

"제대로 정리되면 이야기 할게."

"지금 얘기해주세요. 우리팀 몇날 며칠 고생한거 아시잖아요."

"나도 고생중이야. 정리되면 바로 이야기 할테니 걱정마."


쳇. 이라며 성훈은 들으라는 듯 소리를 내었다.


"이번 건 가로채서 또다시 특진 노리려는 거죠?"

"야 너. 말은 똑바로해. 가로채긴 뭘 가로채. 그리고 이미 특진했는데 뭘 또 바로 특진이 될까. 출세하고 싶은 니 욕망은 알겠다만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말고 니 할일 해."

"뒤로 빠져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 얹는거 형 주특기 아니에요?"

"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성훈의 멱살을 잡아챘다. 놀란 희민 선배가 내 손을 잡아 떼어내고 성훈과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애냐? 니네 애야? 왜 못잡아 먹어서들 안달이야."

"저 선배한테 물어봐요. 내가 왜 자기를 싫어하는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나한테 물어보라고?


"내가 뭐 잘못한거 있냐? 말을 해줘야 내가 사과를 하든 반박을 하든 할거 아니야. 사람 앞에 대놓고 비아냥거리지 말고 바로 말해."

"와 그걸 잊었다고?"

"뭐냐고 그러니까."

"됐습니다 됐어."


성훈은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버렸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 도대체 뭐지. 딱히 같이 수사를 나간 적도 없는데.


"진짜 늬들 왜그러냐."

"나도 몰라요. 아오."

"하던 얘기나 해봐. 기사님이 뭐."

"아니에요. 좀 더 조사하고 말해드릴게요."


더 이야기 하고 싶은 상황이 아니었다. 편의점 알바가 범인이라는 확신도 서지 않았으니까.

나는 곧장 휴게실을 나와 편의점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멀리서 알바생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편의점 맞은편 카페에서는 편의점이 정면으로 보였다.

하지만 알바생의 눈에 띄면 곤란할 것 같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알바생을 관찰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오가는 손님들에게도 꽤 친절한 것 같았다.


"여기 계셨네."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기사님들이 서 있었다.


"엇. 화는 좀 가라 앉으셨어요?"


다행히 두번째 기사님 덕에 첫번째 기사님의 화는 많이 누그러 든 것 같았다.


"아니 김씨가 산 사람한테 해코지하면 사지가 찢겨서 지옥을 간다나 뭐라나 자꾸 겁을 주잖아. 딸도 있는 양반이 그러면 되겠냐고."


헉. 사지가 뭐?


"그래서 형사님 믿어보기로 한거죠. 휴. 잠깐 딸애 보고 왔는데 마음이 영 좋지 않아요. 범인을 얼른 잡아야 우리 딸도 두 다리 쭉 뻗고 잘거 같아."

"그날 저녁에 따님하고 식사 하시기로 했었죠?"

"네. 마지막 식사를 못한거지."

"최대한 빨리 잡도록 할게요. 이상한 상황도 포착했구요."


두 귀신은 나란히 내 옆에 앉았다.


"뭐라도 드실래요?"

"소주 아니면 안먹어."

"나도유."


두 기사님은 눈에서 불이라도 나올 기세로 편의점 알바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 기사님. 혹시 뭐 좀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뭐유. 저 놈 잡는거면 뭐라도 해야지유."

"저 알바가 사건 2주전에 큰 종이가방을 들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걸 다시 들고 나오는 장면이 없거든요. 혹시 편의점 어딘가에 있는건 아닐까 하고."

"음. 가서 그게 있는지 없는지 보고 오라는 말이지유?"

"네."


두번째 기사님은 바로 카페 창문을 지나쳐 편의점으로 스르르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님이 다시 돌아왔다.


"하얀색 조금 큰 종이가방 맞아유? 앞에는 영어로 금색으로 막 휘갈겨 써있는?"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하얀색 큰 종이가방은 맞아요. 있었어요?"

"편의점 안쪽에 창고 있는곳에 있었어유. 가방이 들어있고. 아! 그러고보니! 그 가방 그때 범인이 들고 있던 거랑 비슷하던데."

"맞네 저새끼. 아오 조막만한 새끼가."

"기사님 워워. 흠 역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유.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데. 뭐라도 해야지유. 아 그리고유. 이게 도움이 될까 싶은데 그 뒤창고쪽에 문이 하나 더 있었슈. 나가는 문인지 창고 문인지는 모르겠지만유."


문이 하나 더 있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종이가방에 그때 당시 입었던 옷들을 챙겨와 창고에 두고 나중에 뒷문을 통해 들어가 갈아입고 나왔다? 대충 말이 되긴 하는데. 그렇게 허술할까.

아니지. 멋모르는 초범이면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경찰들이 수사중인데 그걸 거기에 그대로 둔다고?

뭐야 저놈.


"두 분은 집으로 가 계실래요?"

"우리 이제 필요없어?"

"이제는 제가 수사를 해야할 것 같아서요. 두 분 계속 여기 계시면서 저 알바 보는것도 괴로우실거고. 아니면 어디 구경이라도 다녀오세요. 그리고 저녁에 제가 들어갈 때 삼겹살에 소주 사갈게요."

"캬. 뭘 아는 양반이구만. 그럼 나랑 김씨는 어디 좀 허대다가 들어갈게요. 고생해요."

"형사님 미안하지만 고추도 꼭 사와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어서도 식성은 바뀌지 않는구나.

두 기사님들이 자리를 뜨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걸 희민 선배에게 이야기를 해서 나와 희민 선배가 저 놈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성훈에게 이야기해 1팀에서 잡도록 도와줄 것인지.

김성훈 하는 짓거리 보면 뒷통수 제대로 쳐주고 싶지만 아까 성훈이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나를 싫어 하는 이유를 내가 알고 있다는 말.

고민하던 나는 김성훈의 번호를 눌렀다.


- 왜요.

- 하. 진짜 이런 놈한테 말을 해줘야해?

- 왜.. 왜요. 뭐 알아냈어요?

- 지금 첫번째 용의자가 발견됐던 건물 맞은편 카페로 와. 눈치채면 안되니까 다른 사람은 데려오지 말고 조용히.

- 갑자기 오라가라예요?

- 그럼 범인 그냥 내가 잡는다.

- 금방 갈게요.


어차피 깨갱할거면서 투덜거리기는.

생각해보면 김성훈과 내 사이가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었다. 희민 선배, 나, 김성훈. 셋은 처음에 한 팀으로 움직였었다. 나를 꽤 따르던 놈이었던 것 같은데.

혹시 지난 번 조폭 검거 사건때 일 때문에 그런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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