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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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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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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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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택시 기사님의 증언 (3)

DUMMY

잠시 후 마스크를 쓴 김성훈이 내 옆에 앉았다. 나는 그가 오는 줄도 몰라 깜짝 놀랐다.


"아 깜짝이야. 마스크는 왜 쓰냐?"

"눈치 못채게 오라며요."

"일단 이것 좀 봐."


나는 아까 서에서 받아 둔 영상과 사진을 김성훈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왜요. 혹시 저 알바 의심합니까? 저 알바는 이미 제외됐는데."

"왜?"

"당연히 키도 그렇고. 그리고 cctv상에서는 저 알바가 범인으로 지목될만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건 저 건물 사람들 모두 그렇죠. 저 건물에서 나왔다고 해서 저 건물 사람이 범인일거라는 1차원적인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니까 반대로 1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저 건물의 사람 중 누군가가 범인일 수도 있는 거잖아."

"그건."

"이 알바가 가지고 들어간 종이가방 보이지? 이게 지금 저 편의점 안에 있어."

"확인 했어요?"


순간 움찔했다. 확인을 하기는 했지. 내가 한게 아니라서 그렇지만.


"음.. 음.. 경찰 촉?"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하려고 여기까지 오라고 했어요?"

"들어봐 일단. 아무튼 저 안에 아마 그때 들고 있던 가방이 있을거야."

"선배. 지금 소설써요? 어떤 미친 범죄자가 경찰이 들락날락 거리는 곳에 증거를 놔둬요."

"그게 함정일 수도 있잖아. 어눌한 말투, 맞지 않는 키, 만약 알리바이까지 준비했다면 더더욱 의심을 받지 않을 수도 있으니 증거를 오히려 가까이 두고 있었을지도."


성훈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선배 진짜 많이 변했네요."

"뭐가."

"이런 일에 나설 사람 아니잖아요."

"왜 또 시비야. 희민 선배랑 둘이 그냥 작업 하려다가 하도 공유하라고 난리쳐서 불렀더니."

"계속 얘기 해요."


하. 갑자기 하기 싫어지네.


"야. 너 왜 날 그렇게 싫어하냐? 초반에 한 팀일때는 사이 괜찮았잖아."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모르니까 묻지. 대놓고 무시한것도 그렇고 선배라고 부르기나 하지 선배 취급이나 했냐?"

"선배 때문에 내가!"


순간 김성훈의 목에 핏대가 섰다.


"나 때문에 니가 뭐."

"진짜 기억 안나요? 조폭 칼부림때?"

"나 도망간거 말하냐?"

"도망간거야 무서우니까 그럴 수 있어. 솔직히 형사로써는 이해 못하지만 그냥 형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돼. 근데 그때 선배 저 칼 맞고 쓰러졌는데 멀리 숨어서 보고만 있었죠?"


맞네.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다른 경찰들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네. 바로 가서 도와줬어야 했는데 그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어.


"그래서구나. 다른 인력이 오길 기다리고 있.."

"됐어요. 이제와서 말해봐야. 후. 제가 그때 선배랑 희민 선배 얼마나 좋아하고 따랐는지 아세요? 그런데 칼 맞아 피흘리는 후배 모르는 척을 해요?"

"싫어할만했네. 무슨 변명을 하겠어. 겁쟁이에 비겁한 놈이었어 그때. 늦었지만 사과할게."


맞지. 이제와서 무슨 변명을 해. 그때 사실 경찰을 때려치웠어야 하는데. 그때 칼은 성훈이 맞고 범인 제압은 희민 선배가 했지만 한 팀이라는 이유로 공은 셋에게 돌아왔으니.


"뭐 이제와서 사과예요? 됐어요."

"그래도. 미안해. 그때 바로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내가 무심했어. 핑계는 아니지만 그때는 칼이 너무 무서웠거든. 쓰러져 있는 너를 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한심했고. 이제는 안그래. 혹시나 니가 칼 맞을 일 있으면 내가 대신 맞아줄게."

"아..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거는 그렇다 치고. 그 후에 저 병원에 있을 때 희민 선배는 매일 왔는데 선배는 한 번 오고 안왔잖아요."


병문안 말하는 건가. 설마 칼 맞아 쓰러진거 모른 척 한 것보다 병원에 한 번 온게 서운해서 지금까지 그런거였어?


"차라리 그때 화를 내지 그랬냐. 그러면 내가 바로 빌었을텐데. 그리고 염치가 없어서 못갔어. 너무 미안했거든."

"그때 선배가 사과하긴 했어요. 내가 안풀린거지. 답답한 병원에서 혼자 쭈구리고 있는데 좀 와주지 그랬어요. 그리고 퇴원하니까 팀이 나눠져있고. 아휴 지난 얘기는 됐고. 빨리 더 얘기 해봐요."


그렇게 쏘아대던 성훈이지만 낯간지러운 얘기엔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때 성훈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을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긴, 죽을 뻔한 상황에서 선배라는 사람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니 원망하고도 남겠지. 그리고 병문안도 한 번밖에 안갔으니.


"지난 일에 대한 건 차차 갚도록 할게. 야 그래도 그냥 형한테 화 한번 내고 말지 계속 그런 식으로 괴롭히냐?"

"뭐.. 뭐.. 형은 무슨. 빨리 담 얘기나 하라고요."


성훈은 병문안 얘기는 하지 말껄 그랬나 후회하는 얼굴이었다.


"날 믿고 저기 편의점 수색해봐. 그리고 저 알바생 DNA 검사도 해보고."

"너무 뜬금없지 않아요? 갑자기 편의점 알바를 용의자로 지목하란 거예요?"

"그러니까 날 믿고라고 했잖아. 딱히 믿음이 없긴 하겠다만."

"형이 직접하지 그랬어요."

"형? 아니, 니가 공유 하라며. 니 수사 가로채지 말라 그래놓고. 그럼 내가 희민 선배랑 해?"


성훈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응. 이리로 와. 응 챙겨서. 빨리.


전화를 끊은 성훈은 헛기침을 했다.


"일단 믿어보기로 하죠. 만약에 물맥이는거면 저 가만 안있어요."

"범인 잡는데 물맥이는 형사가 어디 있냐?"

"근데 선배는 어떻게 알았어요?"

"응? 아.. 그.."


귀신이 알려줬어.


"cctv보다가 영 이상하더라고. 아무리 외형적으로 범인과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건 어떻게든 바꿀 수 있는거니까. 굽이 높은 걸 신는다는가.."


굽? 깔창?


"어? 깔창! 야! 요즘 남자들도 깔창 많이 깔잖아. 혹시 그거 아닐까? cctv에 보면 걸음걸이도 어딘가 어색하고."


성훈은 내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건 저 알바가 범인이라고 확정 됐을때 가능한거죠. 아직 모르잖아요. 솔직히 믿어도 되나 싶지만 단호하게 말씀하시니 조사는 해볼게요."


그 후 나와 성훈의 사이에서는 더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어색하게 편의점 안만 들여다 볼 뿐이었다. 그 사이 나는 희민 선배에게도 연락했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카페 안으로 조형사가 들어왔다. 1팀인 조형사는 아까 성훈의 전화를 받고 온 듯 했다.


"너만 왔어?"

"아니요. 이형사랑 같이 왔어요."

"가보자 그럼. 여기 계실거예요? 같이 가시죠."


성훈은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희민 선배도 오기로 했잖아. 먼저 가봐."

"편의점으로 바로 오라고 해요. 가요."


나는 성훈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그때,


"어..어.. 성훈 선배. 저 편의점 알바 나가는데요?"


나와 성훈은 동시에 편의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편의점 조끼를 입은 알바가 우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씨 눈치 챘어. 야 빨리 뛰어. 선배 혹시 모르니까 희민 선배랑 편의점 안 좀 봐주세.."


말도 다 못마치고 성훈이 뛰어나갔다. 언제부터 눈치챈거야. 이쪽은 구석이라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아무래도 어제 오늘 형사들이 다녀갔으니 나름 주변을 경계했을 것 같다.

나는 급히 카페를 나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까 기사님들이 말해준 창고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흰 종이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벌써 빼돌린거야?"


쌓여 있는 캔 음료들을 비집고 들어가 구석을 확인하자 종이가방이 보였다. 그때 희민 선배도 동시에 도착했다.


"강재혁 안에 있어?"

"선배 여기요!"


나는 팔을 뻗어 종이 가방을 낚아 챘다.


"아까 돌아가신 기사님들이 범인이라고 지목했어요. 여기 편의점 알바."

"여기 알바? 완전 예상 못했는데?"

"인상착의가 완전 달라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아무튼 지금 갑자기 도망가서 1팀에서 잡으러 갔어요."

"근데 넌 왜 나한테 바로 연락 안하고 김성훈 불렀냐?"

"빚진 거 갚으려고. 우선 이 가방부터 봐야겠는데."


희민 선배는 계속 궁시렁 거리면서도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꼈다. 그리고 종이가방 안에 들어 있는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찾던 빨간 운동화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모자와 마스크, 그때 입었던 옷까지 들어 있었다.


"왜 이걸 놓쳤지?"


#


취조실 안에서 성훈과 알바생이 마주 앉아 있다. 불안한 듯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알바에게 성훈이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빨리 말해! 어차피 증거 다 나왔고 곧 DNA 검사 결과 나와. 발뺌 해봐야 아무 소용 없어. 다시 묻는다 이름."


알바생은 성훈의 소리에 목을 바짝 집어 넣으며 대답했다.


"장현민."

"나이."

"25살 입니다."

"주소."

"주소는..."


성훈이 서류 뭉치를 탁 치자 현민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소를 천천히 이야기 했다.


"두 명의 택시 기사를 죽인 이유가 뭐야."

"......"

"이유가 뭐냐고!"


그런데 그때 주눅들어 있던 현민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는 성훈을 쏘아 보았다.


"연습."

"뭐?"

"살인 연습했다고."

"누구를 죽이려고?"

"호적상 내 부."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다고? 유리창 너머로 취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와 희민 선배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왜."

"말하면 뭐 정상참작이라도 되나?"


그러자 성훈이 노트북을 닫았다.


"될거라고 생각하냐? 뭐 연습? 너 때문에 딸과의 식사 약속에 끝내 가지 못한 한 아버지가 죽었어. 너 때문에 시신도 제대로 거두지 못한 한 아버지가 죽었어. 그런데 뭐? 정상참작?"

"그 사람들이 정상적인 아버지일거라 어떻게 장담해? 아닐 수도 있잖아?"

"너야말로 왜 그 사람들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해?"

"내 부는 그랬으니까. 자식을 그저 자기 분풀이로만 생각했으니까."

"그러면 네 아버지께 화를 내야지 왜 엄한 사람을 죽이냐고. 연습? 너는 네 아버지가 무서웠던거지? 그러니 연습이라는 핑계로 니 분풀이를 하고 있었던거고."

"모르면서 지껄이지마. 낳았다고 다 부모는 아니야. 날 버린 그 여자도 내 모가 아니고, 나를 죽기 직전까지 때리는 그 인간도 내 부가 아니야."


현민은 거의 울부짖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억울하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후. 진짜 꼴통새끼네. 내 말 뜻을 이해 못하냐?"

"너야 말로 꼴통 새끼 아니야?"


처음 주눅들었던 모습과는 달리 한마디도 지지 않는 현민의 모습에 성훈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듯 했다. 보다못한 희민 선배가 잠시 취조실 안으로 들어갔다.

성훈과 몇마디 주고 받고는 성훈을 취조실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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