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645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5.26 08:25
조회
226
추천
7
글자
11쪽

미제 사건 전담팀 (1)

DUMMY

지지부진했던 미제 사건 특별 수사는 결국 미제 사건 전담팀이 꾸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아저씨가 돌아오실 때까지 백구를 지욱이에게 맡겨 두었다. 일주일이면 돌아온다던 아저씨는 열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통화는 가지만 받지 않는 전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내가 곧 연락 할게.]


짧은 문자 하나로 아저씨와는 더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골치 아파 죽겠네. 결국 전담팀이 만들어졌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성훈은 홍삼 스틱 하나를 쭉 빨아먹으며 볼멘 소리를 했다.


"근데 왜 하필 우리 팀이야?"


"그러게요. 반장님이 지난 번 특진으로 재미를 좀 보셨나봐요."


"난 왜 끼우냐고. 난 우리팀이 있는데."


전담팀이 꾸려지며 성훈은 희민 선배와 내가 있는 1팀으로 옮겨왔다.


아무리 전담팀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증거를 다시 확인하고, 그때의 증인들을 다시 찾아가고, 자료들을 찾는 것.


그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재혁아. 요즘은 귀신들 안와?"


"전담팀 꾸려지면 아무래도 집에 가기가 힘들 것 같아서 양해를 구해놨어요. 며칠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찾아 왔었는데 술 한잔 딱 마시고 가겠다고 하셔서. 그 분이 전해주신다고 했거든요."


"술?"


"네. 음주운전 하다 혼자 전봇대에 부딪혀서 전복된 사고인데. 죽어서도 정신 못차린 케이스죠."


며칠 전, 자신이 다음 번호라며 찾아 온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남자는 다른 건 바라지 않고 좋은 술 딱 한 잔만 마시고 가고 싶다고 했다.


음주로 죽었으면서 술이 넘어가냐는 내 말에 그거라도 먹어야 먼 길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나. 솔직히 이런 귀신의 말까지 들어줘야 하나, 소금이나 뿌릴까 고민하다 결국 집에 있던

고급 양주 한 잔을 따라 주었다. 다행히도 남자는 딱 한 잔 받고는 정말 말 없이 길을 떠났다.


그리고 한 달 정도는 귀신들이 찾아오지 않게 이야기를 해주고 갔다. 본업이 우선이니까.


"뭐부터 봐야하나."


희민 선배는 쌓여 있는 서류들을 다시 훑었다.


"최근의 사건부터 짚어보죠."


"최근이라고 해봐야 10년 전 사건인데. 우리한테 넘어온건 장기 미제들 뿐이야."


희민 선배가 들고 있는 서류 하나를 받아 들었다.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갓 결혼한 부부가 여행 중 납치를 당한 사건이었다. 이때, 여자는 길가에 버려지고 남자는 어디론가 끌려간 후 그를 찾지 못했다.

여자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현지 친구의 도움으로 일본에 남아 남자를 찾아 다녔다. 그러다 한 달이 되던 날, 남자는 여자가 버려졌던 길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처음 한국 경찰들은 여자을 의심했다. 신혼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자 보험이 지나치게 많이 가입되어 있었고 남자가 발견된 후 여자는 한국으로 돌아와 며칠 뒤 보험금을 수령했다.


누가봐도 여자가 범인이었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발견된 남자는 배 곳곳에 칼로 찔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자를 체포할 수 없었던 첫번째 이유는 버려진 여자를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 했다는 것. 여자 역시 처음 발견 된 손이 발이 묶인 채 길에 버려졌다. 후에 증언에서 소리를 지르고 반항하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남자들에게 폭행 당해 기절했다고 했다.


오사카 중심지를 벗어나 조금 외진 도로였다. 지나가던 행인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던 일본인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여자는 친구와 함께 남자를 찾아다녔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던 것. 구조된 여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경미한 부상이어서 이튿날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친구는 경찰서도 함께 동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를 수상하게 여긴 당시의 형사가 수사를 했지만 여자가 범인이라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근데 설마 신혼 여행 첫날에 여자가 남자를 죽였을까."


"모르죠 뭐. 일본에 공조 요청을 했었는데 거기서도 딱히 증거도 없어서 흐지부지 끝난 사건이었어요."


"그럼 지금 그 여자는 어디 살고 있을까?"


우리는 신혼부부 납치 살인 사건에 대해 다시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나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제 사건들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기도 했고 뭔가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드는 사건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 해야돼."


"그때 당시 수사를 도와줬던 일본 경찰 쪽하고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일본부터 시작해야하나?"


우리는 결국 죽은 남자의 부모님들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을 다시 들추어 부모님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남자를 죽인 범인을 잡아 억울함을 풀어주는게 경찰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럼 너랑 성훈이랑 다녀와. 나랑 아리는 여자쪽 좀 파볼게."


"네 알겠습니다."


나와 성훈이는 대답과 동시에 소지품을 챙겨 서를 나왔다.


성훈이 정리해 온 메모들 사이에 남자 부모님이 거주하는 곳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먼데?"


"하루만에 안되겠는데요. 지금 바로 출발해서 거기서 하루 자고 내일 올라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겠지?"


남자의 부모님들이 거주하는 곳은 지방이였다. 관광지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우리는 가는 동안 미리 남자의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어머님은 "경찰입니다. 저희가 그 사건을 다시 조사중입니다." 라는 말을 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했다.


수사가 종료되고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진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니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차로 가는 시간은 넉넉잡아 3시간. 나와 성훈은 번갈아 가며 운전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아직도 맘에 안들어요. 갑자기 미제 사건은 왜 파라고."


"위에서 내려온 걸 뭐 어떻게 해. 까라면 까야지."


"자기들도 발로 뛰어봐야 알아요."


성훈은 운전을 하면서도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저씨가 연락이 안돼."


"그 9층 아저씨요? 실종 신고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문자가 왔어서 일단은 기다려 보려고. 이번에 출장 다녀와서도 통화 안되면 아들이라도 찾아 보려고."


#


"안녕하세요. 저는 강재혁 형사입니다."


"저는 김성훈 입니다."


조그만한 식당 안으로 들어가 노부부에게 인사를 했다. 노부부는 우리를 기다린 듯 손님도 받지 않고 가게에 앉아 있었다.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 하셨다.


"이리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정민석씨 부모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우리 민석이 사건을 재수사 하는 겁니까."


아버님은 어머님과 다르게 침착했다.


나는 현재 미제 사건 전담팀이 생겨 민석의 사건도 재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부인 되시는 분이 강유정씨죠?"


"네. 나쁜년. 틀림 없어. 우리 아들을 죽인 건 그년이예요."


강유정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어머니는 흥분했다.


"어머님 흥분을 가라 앉히시고요.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나요?"


"우리 아들이 일본으로 잠시 여행을 갔을 때 만났다고 했어요. 그때 거기가 어디라고 했지 여보?"


"오다... 오다 뭐라고 했는데."


"오다이바요?"


맞아요, 라며 어머니가 손을 마주쳤다.


민석은 면접을 본 회사에 최종 합격했고 첫 출근이 열흘이 남은 상황에서 4박 5일로 일본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군대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 복학했고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다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쉽게 여행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한 민석은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유정과 만났다.


"그럼 강유정씨는 일본에 살고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퇴근하기 전 유정이도 혼자 오다이바를 찾았다가 아들과 만났다고 들었어요. 둘 사이의 이야기는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


그리고 돌아온 한국에서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다.


민석의 부모님은 강유정을 처음 봤을 때 참한 며느리 데려왔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건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였다고 했다.


"예물을 너무 과하게 요구 했어요. 처음에는 예단 예물 없이 하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다이아반지부터 명품 가방까지 리스트를 가져다 주더라고. 집도 몇 평 이상 해줘야 하고 차도 한 대 새로 필요하다고 하고."


"그래서 다 해주셨어요?"


"못했죠. 다이아 반지랑 가방 좋은 거 하나 해주기로 하고 마무리가 됐어요. 대신 집은 원하는 평수로 해주기로 했고."


"예단비는 그럼 그만큼 받으셨고요?"


"아니. 예단비를 보내긴 했어. 처음에 천만원을 받았는데 예단비를 받으면 보통 절반 정도는 다시 보내주거든요. 700만원을 돌려보냈는데 사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급전이 필요해서 죄송하지만 남은 금액도 돌려주실 수 있겠냐. 대신 결혼식 때 식비를 본인들이 부담을 하겠다 뭐 이런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모두 돌려 드렸죠."


그리고는 결혼식 때도 식비는 각자 축의금 들어온 걸로 지불했고 이런 이야기들 이외에도 잡음이 많았다고 했다.


"민석이가 우리한테 미안해 했지. 그래도 아들이 좋다는데 뭔들 못해줄까. 일 시작한지도 3년정도 밖에 안됐는데 모아 놓은 돈도 없었을테고. 그런데 민석이가 결혼 일주일 전부터 계속 엄마, 다시 생각할까. 하면서 자꾸 고민된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고요?"


"네. 그냥 그렇게만 말했어요. 결혼 전에 마음이 그렇잖아요. 싱숭생숭하고. 이게 맞나 싶고. 그런 마음인줄로만 알았죠. 그래서 따끔하게 혼냈었어요. 약속이 우습냐고요. 이미 청첩장 다 돌렸고 손님들은 널 축하해주러 시간내서 오는 건데 철없는 소리 말라고요. 그때 아들 이야기를 더 들어줬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됩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아들은 신혼여행을 떠나자마자 죽었으니 어머니는 그 후 계속 죄스러웠다고 했다.


처음 아들이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급히 일본으로 가려고 했지만 강유정이 극구 말렸다고 했다. 혹시나 부모님도 위험할 수 있으니 자신이 최선을 다해 찾아보겠다고.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꼭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 딱 한달 후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그리고 강유정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연락처를 바꾸고는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집으로 찾아가봤지만 신혼집을 팔고 이미 이사를 간 상태였고 찾을 길이 없었다.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만 경찰을 통해 들었다.

왜 아들이 그 낯선 땅에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거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강유정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듣지 못해 아직도 답답해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2 24.05.30 76 0 -
공지 죄송합니다 +1 24.05.24 133 0 -
공지 제목 변경 예정 24.05.07 44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4.04.17 744 0 -
49 미제 사건 전담팀 (4) 24.05.29 176 7 11쪽
48 미제 사건 전담팀 (3) +1 24.05.28 193 7 11쪽
47 미제 사건 전담팀 (2) +1 24.05.27 205 9 11쪽
» 미제 사건 전담팀 (1) +2 24.05.26 227 7 11쪽
45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5) +2 24.05.25 248 10 11쪽
44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4) +2 24.05.22 274 9 12쪽
43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3) +1 24.05.21 261 8 11쪽
42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2) +1 24.05.20 284 8 11쪽
41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1) +1 24.05.17 333 10 11쪽
40 악령이 된 생령 (6) +1 24.05.16 356 10 12쪽
39 악령이 된 생령 (5) +2 24.05.15 375 10 11쪽
38 악령이 된 생령 (4) 24.05.14 374 9 11쪽
37 악령이 된 생령 (3) +2 24.05.13 401 10 11쪽
36 악령이 된 생령 (2) 24.05.12 406 9 11쪽
35 악령이 된 생령 (1) 24.05.11 431 10 12쪽
34 학원강사 연쇄살인 사건 24.05.10 497 10 14쪽
33 슈퍼 스타의 억울함 (2) +2 24.05.09 511 13 14쪽
32 슈퍼 스타의 억울함 (1) 24.05.08 577 12 12쪽
31 자격 없는 원귀 (5) +4 24.05.07 607 16 11쪽
30 자격 없는 원귀 (4) +3 24.05.06 621 14 11쪽
29 자격 없는 원귀 (3) 24.05.03 648 13 11쪽
28 자격 없는 원귀 (2) 24.05.02 637 14 11쪽
27 자격 없는 원귀 (1) +1 24.05.01 670 13 12쪽
26 삼겹살, 그리고 삶 24.04.30 679 14 11쪽
25 택시 기사님의 증언 (4) +1 24.04.29 684 16 11쪽
24 택시 기사님의 증언 (3) 24.04.26 682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