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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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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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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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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요. (5)

DUMMY

#


"대박이야. 대박! 음원차트 1위야."


너튜브의 조회 수는 2주 만에 80만회를 넘어섰다. 남들이 보기엔 작은 수치일수도 있지만 개설된 지 2주 밖에 안 된 것 치고는 꽤나 높은 조회 수였다.


그리고 구독자 역시 5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처음 동영상이 올라간 뒤 음원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한 기획사의 도움을 받았다. 데뷔 제안까지 받은 지욱이었지만 결국 거절하고 음원에 대해서만 도움을 받기로 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0만 명은 그냥 넘겠는데?"


나는 쑥스러워 하는 지욱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지욱이 온 그 날. 지아가 남긴 곡을 듣고 지욱은 망설였다. 누나가 남긴 마지막 곡을 혹시나 자기가 망쳐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지욱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지욱의 목소리는 생각 이상이었다. 왜 이런 사람이 진작 가수가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


지욱이 다녀간 후 지아와 효월은 빠르게 작사를 완성했고 아름다운 곡이 만들어졌다.


그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아리 친구의 도움으로 지욱은 녹음할 곳을 찾았고 녹음 장면을 그대로 녹화했다. 연습하는 장면부터, 그가 노래하고, 노래가 끝난 뒤


곡에 대한 설명까지. 약 20분짜리의 동영상이 만들어 졌다.


"그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네. h& 에서 또 연락 왔어요."


"왜? 정식 계약 하고 싶대? 데뷔하라고? 전에 거절했던 거 아니야?"


"맞아요. 저는 연예인 할 그릇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왜 계속 연락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니. 그 얼굴에, 그 목소리에. 나라면 벌써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장중현이 떠올랐다. 연예인, 스타라는 게 잘 나갈 때는 최고의 대우를 받지만 조금만 잘못해도 일반인 보다 더 큰 질책을 받으니까.


악플도 견뎌야 하고, 사생활조차 반납해야 될 수도 있으니 지욱의 고민이 이해가 되었다.


"저는 평범하게 살고 싶거든요. 엄마와 여행도 다니고.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를 때 차라리 여행 너튜브를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긴 했었어요. 하긴, 너튜브도 평범한 삶은 아니긴 하죠.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지금 현재 자리를 잡고 있는 여행 너튜브들도 많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기엔 아무래도 위험하기도 하고요."


그때 옆에 있던 지아가 "해! 해!" 라며 지욱의 주위를 맴돌았다.


"누나가 하라는데."


지욱은 누나를 볼 수 없지만 여기 있다는 걸 믿고 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욱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누나, 누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아가 고개를 끄덕인 걸 나는 그대로 지욱에게 알려 주었다.


"누나 노래 덕에 조회 수가 오른 건데 나 혼자하면 가능할까?"


"여행 가서 버스킹을 하면 되잖아. 그럼 일반 여행 너튜브들 하고는 조금 다른 컨셉이고."


"버스킹을 하라 이거야? 음. 그건 또 괜찮은데?"


지욱의 미간에 있던 작은 주름들이 하나 둘 펴져갔다. 분명, 둘 사이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깰 수 없는 벽이 존재하지만 그 벽까지 허무는 듯 했다.


"한 번 계획을 짜봐야겠다. 어때요 재혁 형님?"


"나도 괜찮은 생각인 거 같아. 너튜브도 연예인이랑 다를 건 없지만 연예인 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자유로우니까."


지욱이는 당장 계획서를 만들어보겠다며 거실에 놓아둔 자신의 노트북 앞으로 가 앉았다.


노래가 만들어 지는 동안 지욱이는 우리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밥도 같이 먹고, 내가 출근하는 동안에는 혼자 집에서 놀기도 했다.


하도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폐 끼치지 말라며 어머니 손에 서너 번 끌려가기도 했었다. 희민 선배와 성훈 이와도 꽤 가까워졌다.


지욱이를 한 번 쳐다보고는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효월의 서른 번째 소설이 연재된 날이었다.


"진짜 더 안 쓰실 거예요?"


효월은 50화 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했다.


30화까지 조회 수가 처참하기도 했고 지아와 작사를 하면서 작사에 대한 재미가 더 커진 것도 있었다.


"네. 이제 미련이 없어요. 웹소설 판이 원래 살아남기 힘들거든요. 더군다나 저는 죽어서 더 쓸 수도 없고. 그래도 지아씨 덕에 작사가로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제 글이 노래를 완성했다는 게 감격스럽고요."


효월의 말은 진심인 듯 보였다. 그의 얼굴은 내내 밝았다.


그때 지아가 내게 다가왔다.


지아는 이제 길을 떠날 참이었다. 소원이었던 음악을 효월과 함께 완성했고, 동생의 목소리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제는 더 바라는 게 없어 떠나겠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지욱이가 많이 서운해 할 텐데."


"늘 제가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우리 지욱이 힘들 때 한 번씩 어깨 좀 두드려 주실 수 있을까요. 워낙 긍정적인 아이라 그 정도에도 다시 살아날거니까."


"그건 걱정 마세요."


지아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효월 역시 지아와 함께 떠나겠다고 했다.


"효월님은 아직 연재가.."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미련 없어요. 그 공지에 연중 한다는 걸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한 두 분은 꾸준히 봐주셨잖아요. 그리고 멀리 여행 간다는 말과 함께요."


그리고는 효월과 지아는 손을 잡았다.


"함께 가니 더 좋네요."


"역시... 두 분 사귄 거 맞죠?"


"죽은 사람들이 사귀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길동무 하는 거지."


"아니 근데 왜 부끄러워 하냐고."


손은 잡고 있지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두 사람. 살아 있었다면 분명 더 큰 사람이 되었을 사람들.


버스킹 여행 너튜브를 위해 열심히 검색 중이던 지욱이 옆에 앉았다.


"지욱아."


이름을 부르자 마우스를 놓고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누나. 이제 간대."


지욱이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애써 웃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요? 누나 어디 있어요?"


나는 지욱의 뒤를 손으로 가리켰다.


지욱은 다시 몸을 틀어 내 손 끝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았다.


"누나, 잘 가고. 다음 생애는 꼭 내 동생으로 태어나. 알았지? 가는 길 험하면 다시 돌아와도 돼."


지아는 손을 뻗어 지욱의 머리를 쓰다듬듯 손을 움직였다. 혹시나 지욱이에게 해가 될까 닿지 않게.


"건강 잘 챙기라고 해주세요."


"건강 잘 챙기래. 그리고 누나 효월님이랑 손잡고 가."


"네? 뭐야. 매형이랑 같이 가는 거야?"


매형이라는 말에 효월은 헛기침을 하고 지아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지욱이 눈에는 안 보이는데.


"다행이네. 혼자 외롭게 안가서. 누나. 조심히 가고. 가끔 꿈에는 놀러와."


지욱이는 지아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다. 효월은 지아의 손을 조심스레 잡고는 나와 지욱에게 인사했다.


"감사했습니다. 재혁씨 앞날에 꽃길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지아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두 사람은 천천히 현관을 빠져 나갔다. 지욱에게는 한참 뒤에야 그들이 떠났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지욱이는 본가로 돌아갔다. 아마도 오늘은 누나의 흔적이 있는 본가에서 누나를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남들에게는 없는 재능을 가진 두 남녀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그들이 곧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귀신도 믿지 않던 내가 귀신을 보는 눈을 가졌으니 그들의 환생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


"우와, 그럼 미국 가시는 거예요?"


"응. 허허."


경비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아저씨와 나는 웃고 있었다.


지아와 효월의 일로 정신없던 사이 아저씨의 두 자녀가 다녀갔다.


"허허. 애들이 그동안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잘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고생도 많았고."


"아저씨는 그럼 사모님도, 애들도 다 용서가 되는 거예요? 연락도 딱 끊고 살았다면 서요."


"용서랄 것도 없지. 이해해. 이해해야지.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오히려 고마운 걸."


아저씨의 큰아들은 곧 미국에서 결혼을 한다고 했다. 아저씨가 꼭 와주었으면 좋겠다며 티켓과 경비등도 전하고 갔다고.


"경사네요. 가서 축하해 드려야 하는데. 미국은 넘 멀다."


"마음이라도 고맙지."


"언제 미국으로 가세요?"


"다음주에. 일주일 정도 딸네 집에 있기로 했어."


"사모님은요?"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다.


사모님은 두 자녀와는 따로 떨어져 살고 있다고 했다. 그 말 뿐 다른 근황은 말해주지 않았고 아저씨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 했다.


재혼해서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럼 더 잘된 일이지. 그건 그렇고. 내가 미국 다녀오는 동안 백구 좀 봐줄 수 있을까?"


"당연하죠. 아저씨 없어서 우는 거 아닌가 몰라."


"잘 있어 줄 걸세."


아저씨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백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아저씨는 미국으로 떠났다.


#


"이 놈의 세상은 나쁜 놈들이 없으면 돌아가질 않는 건가. 끊이지가 않아 아주."


책상위에 잔뜩 쌓여진 서류들을 보니 아침부터 희민 선배가 툴툴거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늘부터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들어갔다.


쌓여진 서류들을 먼저 확인하는 게 첫 번째 임무였다.


"아니, 우리가 이걸 보고 범인을 바로 잡을 수 있었으면 장기 미제라는 것도 없었겠지."


툴툴 거리기는 성훈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씩 이런 명령이 내려오면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범죄에 대응하며 장기 미제 사건들을 재검토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미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물론 경찰의 임무이긴 하다만은, 인력 보충이라도 좀 해주던가."


"싫으면 집에 가."


"그럴ㄲ...?"


희민 선배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직서 내고."


반장은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희민 선배 옆에 서서 속삭였다.


"아닙니다."


"이렇게 안일하니까 미제 사건이 생기는 거야. 미제 사건이라는 게 범인이 똑똑해서 생긴 줄 알아? 방심해서 포인트를 놓쳐서 생기는 거야."


"맞습니다. 아, 잠시 화장실 좀."


희민 선배는 반장을 피해 슬금슬금 몸을 움직였다.


"다들 당분간 집에 못가는 거야. 알지."


반장의 으름장에 다들 고개를 숙이고는 인상을 썼다. 그나저나 백구를 집에 혼자 두면 안 되는데.


나는 그날 저녁 잠시 집으로 가 결국 백구를 서로 데려오고 말았다.


"야. 경찰서에 개를 왜 데려와!"


희민 선배는 말과 다르게 백구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비볐다.


"그럼 어떻게 해. 아저씨도 없고. 혼자 며칠 집에 둘 수도 없잖아요. 반장님이 뭐라고 하면 선배가 커버 쳐요."


"내가 왜!"


"형이 하는 거죠 그런 건. 아.. 근데 이걸 언제 다 봐요. 서류만 들여다본다고 범인이 잡히는 것도 아닌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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