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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690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4.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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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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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2쪽

택시 기사님의 증언 (1)

DUMMY

아저씨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호식이와 앵무를 보냈던 그 마음을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만약 이 강아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그때는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세요. 지금이 중요하잖아요. 백구도 저보다 아저씨를 더 따르는 것 같은데."

"하지만..."


머뭇거리던 아저씨 다리 사이로 조그마한 백구가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을 안아달라는 듯 아저씨에게 몸을 비볐다.

아저씨는 못내 백구를 안아 들었다.


"정말 내가 키워도 괜찮겠나?"

"당연하죠! 제가 키우면 결국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외로울 거에요."

"백구가 와서 그런지 어젯밤에는 꿈에 호식이가 보이지 않더라고. 내가 재혁씨와 밥을 먹은 것도, 그 인연으로 백구를 내게 데려와준 것도 다 호식이와 앵무가 혼자 있는 나를 위해 보내준게 아닌가 싶어."


맞아요 아저씨. 호식이와 앵무가 보냈어요.


"그래요? 아저씨 말대로라면 먼저간 친구들이 아저씨에게 새로운 인연을 선물해 준거네요. 제게도 그렇고요. 하하. 아참 이름은 정하셨어요?"


아저씨는 백구의 이름을 이야기 하자 머리를 긁적였다.


"호식이와 앵무 글자 하나씩 따서 호무 라고 하려다가 너무 이상해서. 백두라고 지을까 하는데."

"백구, 백두. 좋은데요? 혹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백두를 내게 보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걸."

"그럼 전 아저씨만 믿겠습니다. 감사해요. 씻고 바로 서로 들어가봐야해서 이만 내려갈게요."

"아침도 먹지 않고?"

"씻고 나와서 대충 뭐라도 집어 먹어야죠."

"몸 상해. 잘 챙겨먹고 다녀."

"그럴게요. 백두야. 주인 아저씨하고 잘 살아. 형이 자주 놀러 올게."


나는 백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백두라는 이름이 꽤 잘 어울렸다.

아저씨와 백두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내 눈 앞에 불에 타 죽은 모습의 귀신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욱. 뭐야. 누구야."

"아이고. 내가 미리 말해줄걸 그랬구만."


호식이는 불에 탄 귀신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냈다. 귀신을 등지고 물을 마신 후 천천히 심호흡을 하자 구역질이 멈추었다. 살인 현장을 자주 봤지만 생각보다 더 처참한 모습이었다.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괜찮다네."


호식이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낯선 남자 두 명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놀랬잖아. 이게 무슨 일이야. 당신들은 또 누굽니까? 아, 혹시 다음 번호 귀신?"

"아닐세. 다음 번호는 내가 직접 가서 양해를 구하고 왔네. 이 두 분의 일이 급박해 보여서 말이지."

"그러니까 이 두분이 누구..."


라고 말하며 앉아 있는 귀신을 보니 한 명이 택시 기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혹시..


"혹시.. 이번에 저수지에서 발견된..."

"맞네. 자네 오기를 기다렸지. 어제 자네가 저수지를 떠나는 것까지 보고 다시 올라갔거든. 그러다 저수지를 찾아온 이이를 만났다네. 그리고 아까 자네가 놀란 저 분은 다음 번호에게 양해를 구하러 간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됐지 뭔가."

"그럼 불에 탄 택시 기사님?"

"자네가 오기 전에 모습을 변할 수 있단 걸 알려줬어야 하는데."


두 남자 귀신은 일어나 차례차례 내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십니까."


뭐야. 두 피해자가 전부 우리집에 와 있다니.


"놀랄 것 없네. 아저씨가 자네 덕에 삶의 희망을 얻었지 않나. 나도 가기 전에 자네에게 뭐라도 하고 싶었네. 저수지 잡귀들에게 짖어 주는거야 별거 아닌 일이었고."

"은혜갚는 개와 앵무새야? 어제 현장 가도 보이지 않던데. 기사님들 찾아줘서 고마워."

"내가 아니라도 자네는 찾았을 걸세. 아무튼 나는 이제 앵무와 가려고 하네. 위에서 주인양반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백구가 우리 대신에 이제 주인 양반을 지켜줄테니까."

"좀 더 있다가지."

"아닐세. 아저씨 한 번 더 만나고 갈걸세. 그동안 고마웠네. 그럼 사건이 잘 해결되길 바라겠네."

"잘 있어. 잘있어."


호식이와 앵무는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갔다.


"고마워.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랄게 호식아 앵무야."


호식이는 잘 있게 라고 말하지 않았다. 멋지게 왈 하고 짖어 주었다. 두 사람이 나간 길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죄송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두 기사님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


"어제 저수지에 갔는데 첫번째 기사님이 안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아까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는 범인 찾으러 다녔죠."

"저도 괜찮아유. 그 몰골을 보면 누구라도 그랬을테니까. 그래도 이렇게 멀쩡히 보일 수 있어 다행이지유."

"기사님들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시는 거예요?"

"마스크도 쓰고 모자도 쓰고. 저는 뒤에서 목이 졸려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손은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

"저항하다 놈이 쓴 모자를 벗기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죠. 그리고 조이는 목을 풀려고 그 놈 손을 밀어내다 봤거든요."

"특징적인게 있었나요?"

"손에 사마귀가 만져졌어요. 두번째 손가락. 그리고 딱 표현할 수 없지만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에 사마귀라.


"두번째 기사님은요?"

"저는 손이고 뭐고 정신이 없어서. 보시다시피 제가 왜소해유. 힘도 없고. 속수무책으로 당한거지유."

"두 분 사건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첫번째 사건.

기사님은 일찌감치 퇴근을 할 생각이었다. 그날따라 몸도 좋지 않았고 뭔가 기분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그런데 마지막으로 택시를 잡은 사람이 범인이었다. 태울까 그냥 갈까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더 태우고 퇴근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탄 사람은 주소를 알려주며 저수지로 가달라고 했다. 이상한 낌새에 왜 저수지를 가시냐 웃으며 물었더니 그 곳에서 옛 연인과 조용히 만나기로 했다며 외진 곳으로 가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가는 도중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연인을 그곳에서 만나는 이유, 헤어진 이유에 대해 술술 읊었다나.

목적지는 가까워지고 자신의 사정을 덤덤히 이야기하는 모습에 경계심이 풀렸다고 했다. 저수지에 도착해보니 아직 연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오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라는 말을 한 후 지갑을 찾는 척 가방을 열었다. 혹시 지갑을 꺼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민망할까봐 기사님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느닷없이 끈 같은 걸로 기사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기사님은 처음에 허우적 거리다 범인의 모자가 벗겨지자 머리카락을 잡았다고. 하지만 몸을 뒤로 젖히고 있는 힘껏 당기는 힘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했다.

의식이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고 눈을 떴을 때는 죽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돈이랑 지갑을 모두 가져갔군요."

"네. 바로 범인의 뒤를 쫓아 보려고 했는데 제가 귀신으로 눈을 뜬게 한 참 뒤었나봐요. 바로 혼이 나오는 건 아니었던거죠."


두번째 기사님.

기사님 역시 늦은 시간이라 마지막 손님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첫번째 기사님의 증언과 달리 쾌활하고 밝은 톤으로 범인은 택시에 올라탔다고 했다. 목적지는 저수지.

늦은 밤 저수지로 가 달라는 말을 듣고 얼마 전 일어난 택시 기사 살인 사건 때문에 꺼려졌지만 이미 탄 승객에게 승차거부를 할 수는 없었다. 기사님은 만약을 대비해 핸드폰으로 바로 경찰에 연락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고.


"경찰에게 연락이 되는 동안 이미 범행은 일어났을텐데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슈. 그걸 범인이 눈치채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으니까유."


범인은 이미 기사님의 행동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갑자기 핸드폰을 좀 빌려줄 수 없나는 거유.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저수지에서 아버지를 만나기로 했는데 전화를 안가져왔다잖유. 뭐 어쩌것슈. 빌려줬어유."


그때가 이미 저수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고 했다.


"얼른 내려주고 돌아가야지 했는데 갑자기 확. 그 뒤는 여그 이 기사님이랑 비슷허유. 근데 나한테는 왜 불을 지른겨. 그냥 온전히라도 냅두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그랬겠죠. 흠. 더 특이한 사항은 없어요?"

"걸음걸이가 이상했슈. 이상하다기 보다는 좀 불편하다고 해야허나."

"저도 cctv보면서 그 생각 했었어요. 다리가 불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걸음걸이가 이상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아파서 그런게 아니라면 옷이 불편했다거나 신발이 불편했다거나?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조사해서 꼭 잡도록 할게요."

"저도 따라다녀도 되겠습니까? 감이라는게 있잖아요. 혹시 스쳐 지나가도 이놈이다 싶은 놈이 있을지도."

"지도유."


두 사람의 제안에 조금 난감했다. 혼자 돌아 다닐때야 함께 가는 건 상관 없다지만 희민 선배와 함께라거나 서에 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제가 혼자 다닐 때는 상관 없지만..."

"차에만 있을게요. 뒷좌석에서 조용히."


그게 더 무서운데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두 기사님의 억울함이야 당연히 알지만 함께 다녀도 괜찮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수사에 도움이 된다면야. 나는 희민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다른 건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야 붙어 있는 시간이 줄어들테니까.

나는 두 기사님들과 함께 처음 범인이 나왔던 건물로 들어갔다. 천천히 아랫층부터 훑어볼 생각이었다. 사실, 이 건물에 범인이 있을 확률은 아주 적을거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범인의 동선을 따라가봐야 윤곽이 잡힐 것 같았다. 나는 음료수라도 마실 겸 1층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음료수를 계산하고는 아르바이트 생에게 경찰임을 밝혔다. 알바생은 어제 경찰들이 다녀갔다고 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놓친게 있을까 싶어서요. 이 건물에서 나온것만 찍혀 있어서. 혹시 이런 사람 모르십니까."

"글쎄요."

"저녁즈음 이 건물에서 나온걸로 확인되었어요."

"그럼 저녁 아르바이트에게 물어보시는게..."


경찰과의 대화가 불편한지 말을 아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첫번째 기사님이 뭔가에 이끌리듯 그 알바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옆에 바짝 붙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이상한 낌새를 느낄까 싶어 말을 돌렸다.


"그렇군요. 그럼 저녁에 다시 와야겠습니다."


알바생은 네 하고는 계산대로 눈을 돌렸다. 갑자기 첫번째 기사님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는게 느껴졌다. 왜 저러지. 여기서 부를수도 없고.

그때 두번째 기사님이 가까스로 첫번째 기사님을 끌로 편의점을 나왔다. 나는 편의점을 나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두 귀신을 데리고 갔다.


"왜 그러십니까. 이러시면 곤..."

"저놈입니다. 저놈이 확실합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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