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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언

빛 위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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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언
작품등록일 :
2019.04.30 20:49
최근연재일 :
2019.05.10 20: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968
추천수 :
3
글자수 :
155,545

작성
19.05.10 18:10
조회
27
추천
0
글자
7쪽

입학식1

DUMMY

거기엔 익숙한 비트리오 본관이 있었다.

본관 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줄 알았는데 보스는 구석구석까지 정밀하게 구현된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여기 이 제4관 여기가 아마 네가 공부하게 될 건물일 거다. 그리고 여기. 제3관 여기에 비칼비 교수가 있지.”

“비칼비 교수?”

“우리 조직원이지. 그런데 학교 측에서 정보 유출로 비칼비를 의심하기 시작해서 더는 그를 통해서는 정보를 빼 오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의심이 풀리기 전까지는 네가 그 일을 해야 해. 그러니 그가 모아주는 정보들을 너는 유출하기만 하면 돼.”

“어떤 방법으로? 검문검색이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칼비 녀석은 교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수재라고. 그 녀석은 비트리오의 보안을 그냥 통과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군. 그놈에게 가면 잘 알려줄 거다. 보호자로 슈토 녀석을 데려간다지? 이왕이면 그놈 말고 간부 중 하나를 데려가지 그래.”

“미쳤다고 내가 간부를?”

“그리 나올 줄 알았다. 슈토. 리샤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고 목숨을 내놔야 할 것이니 털끝 하나 다치는 일 없게 해야 한다. 난 별로 네놈이 맘에 안 들긴 한다만. 네 녀석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지?”

“제대로 보좌하겠습니다.”


보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이 나가고 보스가 껄껄거리며 다시 웃다 바로 정색했다.


“슈토 녀석. 감시 제대로 하라고 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녀석이니.”

“안 그래도 늘 사람을 붙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필 골라도 저놈을 골라서 골치 아프다니까.”

“지금이라도 제거하심이....... 이제 저 녀석에게서 정보는 빼낼 만큼 빼내지 않았습니까?”

“리샤가 폭주하고 말을 안 들으면 곤란해. 훗날 적당한 때를 보고 네가 알아서 처리해.”

“예.”


룬은 가늘고 긴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보스실을 나오니 간부 중에 ‘진’이라 불리는 이가 저만치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슈토와 친분이 있는 것 같았는데 다른 이들이 있을 때는 내색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두 사람을 보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다가왔다.


“비트리오로 간다지?”

“네.”

“제대로 이 꼬마 곁을 지켜야 할 거야.”

“네.”


그는 의례적인 말을 건네고 지나쳐 가다 슈토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을 흘렸다.


“조심해. 룬이 널 노리고 있어.”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 다시 제 갈 길 가버렸다.

그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슈토의 눈빛이 잠깐이지만 날카롭게 변했다가 천장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의식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날 오후에 리샤가 원하는 대로 바로 모든 조직 안의 사람들에게 스피아가 특별관리 대상이고 그녀를 다치게 하는 자가 있으면 엄벌을 내리겠다는 공표가 내려왔다.

그 소식에 스피아가 안도하는 것 같았지만 혼자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온종일 울기만 했다.


“이제 친해졌는데. 친구가 생겼는데. 가면 나는 어떻게 해.”

“누가 너랑 친구래!”

“그렇게 말해도 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거 다 알아! 히잉. 나 어떡해~”

“시끄러워. 그만 울어.”


좀처럼 오열을 멈추지 않는 스피아에 적잖이 당황한 리샤는 그녀를 달랠만한 것을 찾아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자신이 대충 던져놓은 옷뿐이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라곤 엄마가 준 목걸이뿐이라 한숨 나왔다.


“어쩔 수 없잖아. 널 데려갈 수도 없고.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어리광부리지 마!”


리샤의 단호함에 눈물을 훔치면서도 좀처럼 진정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피곤해. 네 방으로 돌아가. 난 내일 갈 준비해야 하니.”


다시 울먹이는 스피아를 방에서 밀어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밖에서 스피아가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등지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가 스피아가 간 것 같아지자 방을 나서서 폐품실로 달려가 몇 가지 간단한 폐도구들을 가지고 와서 분해하기 시작하더니 꼬박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스피아가 우는 모습을 보기 싫어 일찍 떠나기로 했다.

스피아의 사물함에 밤새 만든 호신용 전기 충격기와 슈토와 영상 찍어 저장한 별 펜던트를 넣어놓고 ‘펜던트는 돌아오면 돌려줘.’라는 쪽지를 남기고 조용히 본부를 나섰다.

간부들의 배웅을 받으며 비트리오행 우주선에 탑승해서 점점 멀어지는 클로비츠 행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언제 다시 발을 디디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피아에게 아무 일 없기만을 바랐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비트리오는 여전히 관광객으로 붐볐다.

택시에서 내리자 리샤의 얼굴을 알아본 벨봇 하나가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네며 카트 형태로 변했다.

관광객들은 오늘이 입학식이 있는 날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벨봇이 안내하는 아이와 슈토를 신기하고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슈토가 입학생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지 저마다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들을 건네 왔다.


“어머 축하해요. 인물도 잘생겼는데 머리도 좋은가 봐요.”

“멋지다~ 비트리오 학생이라니~”

“축하해요~”


사람들의 축하행렬이 이어지거나 말거나 무뚝뚝한 표정의 두 사람은 아무 반응 없이 그냥 벨봇에 몸을 맡겼다.

본관에선 3이라는 숫자를 달고 있는 책임봇이 두 사람을 강당으로 안내했다.

시험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강당으로 안내되어 가보니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등 뒤에 부리부리한 부엉이의 눈이 그려진 똑같은 노란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범상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리샤와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나 보이는 사람들뿐이었는데 학생의 평균 나이 38.2세라고 하니 말 다 했다.

이 학교는 학생으로서 배움의 기간은 10년이라고 정해져 있었지만, 그 조항이 유명무실할 정도로 장기간 학교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저 사람들은 좀 다른 옷을 입었는데?”

“저분들은 교수님들이야.”


들어오던 학생이 씩 웃으며 답해주고 지나갔다.

교수들은 똑같이 부엉이 눈이 그려진 노란 가운을 입고 있긴 했지만, 노란 가운 끝자락과 소매가 짙은 남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달랐다.

이 학교의 교수라는 타이틀은 졸업생에겐 모두 주어졌다.

다만 학교에 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남은 이들로 이 학교의 모든 설비를 이용하기 위해 후배 양성을 병행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학생 수는 총인원이 200여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교수진은 100여 명에 달해 신입생들은 간혹 교수와 1:1로 수업이 가능하기도 했다.

어쨌든 대략 300여 명의 사람이 강당에 모여야 정상이었지만 참석하는 이는 교수, 학생 포함 200여 명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나머지는 자기 일이 바빠 연구실에서 나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신입생 자리를 안내받아 가는데 멀리서 벌떡 일어나 손을 마구 흔드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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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소환 명령 19.05.10 30 0 8쪽
46 태풍 전야 19.05.10 31 0 8쪽
45 레이리스 19.05.10 31 0 8쪽
44 이상한 교수 19.05.10 30 0 8쪽
43 엄마의 목걸이 19.05.10 28 0 9쪽
42 다시 가시돋힌 19.05.10 28 0 7쪽
41 입학식 2 19.05.10 31 0 8쪽
» 입학식1 19.05.10 28 0 7쪽
39 기쁘지만은 않은 합격 소식 19.05.10 30 0 7쪽
38 아이들의 괴롭힘 19.05.10 30 0 7쪽
37 리샤의 과거3 19.05.10 32 0 8쪽
36 리샤의 과거2 19.05.10 30 0 7쪽
35 리샤의 과거1 19.05.10 29 0 7쪽
34 복귀 19.05.10 32 0 8쪽
33 잠깐의 휴식 19.05.10 29 0 7쪽
32 시험날의 잊지 못할 추억 19.05.10 32 0 7쪽
31 붙어도 그만 안 붙어도 그만 19.05.10 29 0 7쪽
30 꼬맹이들의 달콤한 시간 19.05.10 29 0 8쪽
29 다시 만난 적? 친구? 19.05.10 28 0 8쪽
28 시험이 미션 19.05.10 30 0 7쪽
27 투정 19.05.10 10 0 7쪽
26 기계화된 세상 19.05.10 10 0 9쪽
25 비트리오 학교 입성 19.05.10 9 0 9쪽
24 새해부터 주어진 임무 19.05.10 9 0 7쪽
23 무조건 우승 19.05.10 9 0 8쪽
22 사건 발생 19.05.09 7 0 8쪽
21 못된 심보 19.05.09 9 0 8쪽
20 그녀를 다스리는 법 19.05.09 10 0 8쪽
19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 2 19.05.09 12 0 8쪽
18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 19.05.09 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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