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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됐고, 하자니까.

클로버.Y.C.F.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킨나이프
작품등록일 :
2014.10.07 13:30
최근연재일 :
2014.11.27 17:1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4,745
추천수 :
76
글자수 :
76,717

작성
14.11.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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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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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B2. *

모든 것은 순리대로...




DUMMY

p14z.jpg

그림: 먹구름, 너구리, 판다, 반달곰.

=


“후후. 약한 놈. 이것도 때리는 거냐? 쿨럭. 간지럽구나!”


순간적으로 놀라웠다.

반달곰이 말을 하다니, 뭐 그쯤이야 할 수 있지, 아니 그 전에··· 판다와 너구리 등과 술판을 벌인 ‘신기루 속의 또 다른 나’도 충분히 이상하긴 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정말 한눈을 팔지 않고는 못 배길 묘수였던 거다.


‘나’의 모습들이 이곳저곳에서 술판을 벌이는 그 광경이란 건!


어느 누가 그런 걸 보고 한 눈을 팔지 아니한단 말인가!

그것보다, 반달곰 저놈이 ‘동물’이라도 해도 언어 정도야 구사해도 괜찮지 싶다. 요긴 뭐 그러지 말라고 규정짓고 그런 데는 아니니까 말이다.


여긴 ‘신’이라는 분도 계시는 영역이니까.

어쨌든! 그놈은 내게 저리도 죽고 싶어 안달하며 약을 살살 올리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구두구두구!


심장이 커다랗게 머릿속을 누비며 쿵쾅거릴 만큼이나, 새하얗게 흥분해서 나는 그놈을 패기 시작했다.

감히 서열로 따지면 ‘신’이란 분을 제외하고 여기서 짬밥을 가장 많이 먹은 편에 속하는 나한테 덤벼들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퍽퍽퍽···!


그놈을 패느라 힘들어서 헉헉거리는 내 혈기 왕성하고 섬뜩한 모습에 언젠가부터 내 뒤편에서 야금야금 따라오던 판다들이 무리 지어 나를 붙잡아댔지만, 말려댔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살포시 배시시 맛이 가 있어서 내 위에 올라서려는 이놈을 당최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글이글.


그 덕에 말리려던(?) 판다들을 하나둘 손에 잡히는 족족 가공할 나의 파워로 휘릭 휘릭 허공으로 저 멀리 산 멀리 날려버렸다.

고로 그들은 모두 저 멀리 허공의 ‘점’이 되었다.


“이봐. 반달곰. 그래. 이건 또 얼마나 간지러우냐? 대답해 보라고! 응?”


또다시 나는 눈앞의 반달곰을 정성 들여 손봐주기 위해 녀석의 위에 척 올라가 있었다.

녀석의 눈동자를 느긋이 바라보면서, 밑바닥 험한 지옥에서 되살아 온 듯 한없이 어둠으로 파닥대는 그런 흉흉한 눈빛을 그놈에게 흘렸다.


이제 검붉은 액체가 마녀의 솥에서 끓어 넘쳐 솥 외부로 쫙쫙 흘러내려 그 겉면이 더럽혀지듯 일렁이는 분노를 발산하며 어금니라도 질끈 깨문 기세로 야수의 과감한 인상을 지으며 정신병자처럼 나는 중얼댔다.


기합을 담아 소리쳤다!


“죽일 거야. 죽일 겨···. 널 죽이고야 말 겨···!”


내 모습에 조금 움찔한 듯 반달곰 놈의 심장이 쿵쾅쿵쾅 대는 그 소리가 그 모습이 실로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내 반달곰이 쉰 듯한 거칠고 낮은 노이즈 음성으로 작게 주절거렸다. 그러며 연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그만···! 쿨럭. 나를 놓아주길 부탁한다! 크윽.”


이에 내 입가는 용서 없이 실로 미친 듯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휘익 휘어져 올라가며 짙게 깔린 살벌과 말벌 침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녀석을 당장에라도 처리해 버릴 욕심에 손바닥이 간질거리는 건 물론이고 절로 흥에 겨워 신(辛:매울 신, 라면 먹을 때 너무 맵고도 열이 나서 버둥대는 호흡의 모양새)음성까지 발산해 버릴 정도였다.


“후후. 후후후. 후후후후···”


드디어 내 혼신의 에너지를 끌어모은 마지막 주먹을 녀석에게 힘껏 뻗어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 순간이었다.


뭐 이런 XX같이 어안이 벙벙한 일이 내 앞에 벌어진 것은!


펑! 펑펑! 펑펑펑!


꽤나 허탈하게도, 그 순간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모두 ‘연기’로 변했다.

조금 전까지 내가 붙잡고 있는 반달곰이나 너구리나 판다 등등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니까 모락모락 피어나는 뭉게구름 같은 개뿔도 없는 안개가 어느새 새하얗게 내 주변으로 몰려온 모양이다.


‘에? 에엑? 뭐지? 나, 지금껏 뭐 하고 있었지? 뭐냐··· 이거? 응?’


그렇게 현실감 넘치는 ‘신기루’였던 것은 사라졌다는 거다.


소독차를 한껏 열심히 따라가다가 소독차 대신 하얀 연기만 남았다는 전설이다.

소독차 추적에 실패하고 집으로 가는 길도 방향도 죄다 잃어버리고 마는 그런 현실(“이 동네는 대체 어디야?”)을 마주하는 씁쓸한 기분이었다.


후으으. 후으.


‘아. 왠지 ···싫다. 기운 빠지네. 그 반달곰! 작살을 내버리는 건데. 아쉽네. 쩝.’


아쉬움과 실망을 접고 다시 터덜터덜 걸음을 내딛는 슈크였다.


싸아아.


어느덧 나는 가느다랗고 긴 빛줄기가 조금씩 스며 나오기 시작하는, 그 앞으로 향하는 길을 향해 똑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뚜벅. 뚜벅.


“이제 다 왔군.”


이윽고 난 ‘마지막’인 그 11번째 문 앞에 서 있었다.


스륵.


머지않아 나를 감지한 듯 눈앞의 문이 자동문처럼 반갑게 열렸다.

그렇게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를 향해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오오. 신이시여. 이 몸 ‘운명의 서’, ‘슈크 샤를로즈’ 부름을 받듭니다.”


“어서 와. 슈크.”


눈앞의 붉은 머리칼을 한 소년이 슈크의 등장을 알아챈 듯 말을 건넸다.

슈크가 방긋 웃고 있자 또 한 마디 덧붙이던 소년이자 ‘신’이었다.


“근데 왜 또 그래? 그딴 귀찮은 건 관두랬잖아.”


붉은 머리칼 소년의 주위로 일렁이는 시린 푸른빛을 휘감은 고고한 흰빛의 오오라가 아니라면, 웬 녀석이 이런 곳에 떡하니 있는 것인가 할 정도였다. 그리고 소파 위에 늘어져 편하게 드러누워 책이나 읽고 있는 옆 모양새가 꽤 허술해 보이기까지 했다.


소년이 입은 하늘 및 파랑 계통의 얼룩덜룩한 워싱 청바지에 검은 반 팔 면티만 봐도 무한한 방심이 저 하늘의 눈깔을 찌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소년에게 나는 상냥히 답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오. 신이시여. 귀찮다니요. 저의 궁극의 예절만은 꼭 받으셔야지요! 그런데 웬일로 저를 부르셨지요?”


아주 오래된 옛날 옛적 그 언젠가··· 예법이라는 둥 존경과 건강과 번영 관련어를 담은 길고도 긴 인사를 올렸었는데, 그게 마치 임금에게 하는 신하의 극존칭의 ‘예’(禮)와도 같았으나 ‘신’과의 밀당(밀고 당기기) 및 타협으로 요~정도까지가 한계라고나 할까.


이리저리 귀찮다고 투덜대던 ‘신’에게 그 인사 직후부터는 슈크 마저도 설렁설렁 근거리까지 다가와 늘 하던 대로 묻고 있었던 거다.


“···때가 된 듯해서.”


이제야 읽고 있던 책을 양손으로 탁 덮고 몸을 돌려 이어 시선까지 돌려 ‘슈크’를 정면에서 바라보던 ‘신’이었다.


뭐랄까 차마 ‘신’이라고 하기엔 화려한 얼굴조차도 아니었고, 단순히 어느 정도 평안함이 묻어나는 인상으로 누구나 한 번쯤 사기를 치고 확 튀고 싶은 ‘목표물’이 되었으면 되었지, 사기꾼은 안 될 인상이었다.


이 녀석 순진해 보여~ 오옷 넌 착한 소년이로구나~ 하며 머릴 빡빡 문질러 주고 싶어진다거나 하는 건 오버(over)려나.

키는 딱 중학교 신입생 1학년생치곤 작아 보여서 초딩이냐~ 라고 묻고 싶은 150cm 사이즈였고 그러고 보니 슈크(약 180cm)와 얼추 30cm 정도 차이가 났다.


“흐음. 그렇···군요. 벌써. 그런 시기가 왔군요!”


“···응.”


“신이시여. 제가 일반 영혼들에게도 누누이 말해왔지만, 요즘 ‘여행’이란 ‘판타지 & 테러’랍니다.”


“그래?”


“네! 아시다시피 본디 자신의 영혼 지식은 일방적으로 보통 육체에 묻혀서는 아주 순수하지 못해 멍청한 바보 레벨까지 내려간다고요. 갑자기 지식 레벨이 내려간 탓에 꼴사나워진다고나 할지. 품위가 크게 손상된다고나 할지.


그런 탓에 자신이 속한 세상 속에서 뭔가 하나라도 배워갈 때마다 깨달아 갈 때마다 몹시 황홀하긴 하지만~ 대체로 어려운 거 아니겠어요? 하하하. 그게 난처하다고나 할지. 그렇다고요.”


“그러니까 너도 가야지.”


“아··· 네. 물론 그건 그렇지~요.”


싱긋.


슈크의 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결같이 조금은 지루한 표정을 달고 있던 ‘신’이었다.


“그런 거야. 그러니 ‘실수’ 없도록 해.”


홱.


금방 읽고 있었던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별 상관없다는 듯 뒤편 허공을 향해 아무렇게나 내던져 버렸다.

한데 그 책은 낙하에 성공했다는 소리 소문도 없이 고요했다.


알고 보니 소파 뒤편 멀리 이미 수백 권의 책들이 지면에서 살짝 뜬 피라미드 형태로 켜켜이 나란히 잘도 쌓여있었다.

아마도 그 책도 그 무리에 잘도 합류한 모양이었다.


피라미드 책 탑에 ‘스투~라익!’을 당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도 없는 걸 보면 그 책은 원래부터 들어가야 할 위치가 제대로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후, 신은 소파 위 등받이에 몸을 제대로 기대어 널브러져선 다리를 꼬고 거만한 자세로 앉았다.


“그런데요. 저기··· 신이시여?”


“왜 그래?”


“정말 ‘오늘부터’ 가시게요? 이번에 한번 ‘종말’ 화끈하게 내리고 나서 ‘일반 영혼들’도 지난 이력을 싹 정리해 두고 성격도 아주 깨끗하고 순수하게 만들고, 그러니까 ‘맨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한 100년 후에 놀러 가시면 안 될까요?


그때쯤엔 참 경치도 풍요롭고 아름답고··· 우왁!”


까딱!


신이 검지를 잠깐 앞으로 까딱했을 때, 슈크를 향해 지구 상에서는 가장 거대한 흰 수염 고래 한 마리가 두둥! 나타나 그를 깔아뭉개려 하고 있었다.


슈우우- 슈왁! 휙!


그걸 슈크는 놀라서 치켜뜬 눈 그대로 양손을 뻗어 잡아채 그대로 뒤로 휘~리~리~리~릭! 하고 온 신경을 집중해 다급히 집어던졌다. 단순히 그걸 ‘휘릭!’이라고 단순히 표현해 버리기엔 이 녀석은 몹시도 엄청난 사이즈였으므로~ 설라 무네.


그 후, 식은땀을 삐질삐질 슈크 혼자 다 흘리고는, 다시금 신을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순간 방심과 살짝 친구 하며 멍 때리며 쳐다본 것만 같다.


신은 그랬다.


늘.


늘 아슬아슬하게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써야만 그 위기를 당당히 모면할 수 있도록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 고래의 덩치와 무게에 맞춰 적당한 공간과 적절한 타이밍과 힘 속도 균형 조절 등등으로 해내야 하는 그 ‘짓’이었다.

그렇게 날 항상 시험하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내 합리화일지도.


한편, 뒤로 날아간 그 큰 덩치의 흰 수염 고래는 마치 공간이동 되기라도 한 듯 벽을 그대로 통과해 스으윽 어딘가의 공간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끝에 남은 건 물방울을 온 사방에 후다닥 튕겨주는 센스 정도였을까.


“훗. 종말인가···. 그딴 생각. 하지도 마. 그럼, 슈크. 어서 ‘게이트’ 열어.”


신은 그 말을 하면서 전혀 화내는 얼굴이 아닐뿐더러 음성의 높낮이조차도 평이했다. 단지 ‘정보’만을 말할 뿐이고 전달할 뿐이었다. 너무도 평범하게, 그래서 더 내가 식은땀이 날 정도로···!


혹시 화가 났다는 걸 저렇게 말하고 있는 건지 또는 그게 아닌 건지.

왠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신’이라 슈크는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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