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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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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스토리공장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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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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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수 :
557,125

작성
20.12.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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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5 속삭임의 던전(4)

DUMMY

동굴 속의 얼음 요새. 그것도 룬문자와 마법으로 끝없이 만들어지는 숏다리 군단을 내뿜는 요새라니. 뭐, 무한으로 즐기는 웨이브 던전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젠 너무하단 말도 못하겠습니다.”


어차피 너무한 일은 이제 자신에게 일상이다. 왕야가 눈동자와 추리를 굴렸다.


“일단, 보스몹이 아닌 이상, 이 수량의 마력이 한 존재일 순 없다. 두 가지 외엔 불가능하다. 우리 상상보다 더 많은 소환사 NPC들이 있거나, 아니면······ 그놈이다.”


그가 마지막 말을 힘겹게 내뱉었다. ‘그거’는 알아도 ‘그놈’이 누군지 모르는 디폴트 대신 아리엔이 대답했다.


“아니. 그놈의 호전성이었으면 진즉에 우릴 죽이려고 했을걸.”

“놈이 사라진 지 수 년이다. 바뀌었을 수 있다.”

“정령은 시스템 설정상 절대 자기 계약에 대해 바꾸지 않아. 파괴당해서 정령계로 쫓겨나지 않는 이상은.” “설명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디폴트의 요구에 아리엔이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좋은 얘기가 아니네요. 그래도 해야겠죠?”

“항상 나쁜 얘기에 호기심이 쏠리는 법입니다.”

“그건 그래요. 에효. 미친 정령이 있어요. 사라진 지 꽤 돼서 잊혀졌었는데. 이 녀석이 맞다면야. 꽤 귀찮은 일에 휘말린 셈인 거죠.”

“곱게 미치지 않았나 보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유저만 공격하는 살인귀 정령이니까.”


그 속삭임의 주인공이자 동굴의 주인은 마치 그게 정답이라는듯 주문을 외웠다.


‘얼음이여. 벽을 만들어라. 아이스월. 바람이여, 다양한 얼굴로 춤춰라, 체인지 오브 패스.’


이 게임세계에서 마법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야 하는 긴 주문 영창 같은 다양한 패널티를 가진 기술이었다. 덕분에 비등비등한 수준의 패널티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신성력만큼이나 고난이도를 자랑하는 기술군이었다.


그러나 그런 강한 패널티로 밸런스를 패치를 한 운영진의 노력만큼이나 마법은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사기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 같은 마법 조합이었다. 제대로 투자한 마력 스탯과 정확한 발음으로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오글거림과 언어능력을 이겨낼 수 있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다.


물론, 그건 마법을 쓸 수 있는 NPC나 몬스터, 정령 같은 존재에게도 공평했다.


미풍과 강풍, 폭풍, 삭풍 같은 다양한 바람이 불었다.

그 풍속과 풍압에 영향을 받은 얼음들이 바람이 만드는 흐름에 맞춰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일행의 유일한 퇴로인 출구에서 솟아오른 얼음벽도 바람에 맞춰 장미로 둘러싸인 문을 조각했다.


물론 얼음 가시 함유 100%였다.


바람이 점차 하나의 미풍으로 흘러가자, 주위는 모두 달라져 있었다. 입구 방어용 요새 하나 덩그러니 있던 동굴은 이제 웅장한, 아니 귀여운 얼음 왕국으로 변해있었다.

더불어 자신들은 이 얼음 왕국을 침범한 무뢰배 거대괴수가 되어 있었다.

일단,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퇴로를 완전히 막았다.”

“그놈 맞네.”

“확실히 곱게 미치신 분은 아니시군요.”


그녀는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 만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왕야도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디폴트는 둘의 표정을 따라할 지 아니면 호기심을 내비칠지 고민했다.


*


동굴의 가장 깊은 곳. 무려 키가 2미터나 되는 이 동굴의 주인(이었던) 홉고블린 로드와 코볼트 로드가 서로 무기를 맞대고 있었다.

몬스터 치고 나름 비장하고 멋진 장면이었다.


그들이 통짜로 얼려있지 않았다면 더욱 그럴 터였다.


그들의 무기가 X자로 교차 된 곳 위에 누군가가 걸터앉아 있었다. 날붙이 위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건 좋은 일은 아니지만.


뭐, 딱히 상관없었다. 날붙이에 베일 살도, 흘릴 피도 없는 정령이라 아무 문제 없으니.


속삭임의 주인공이자 현재 동굴을 마음대로 차지한 미친 정령이며, 무엇보다 ‘아바’라는 이름을 받은 바람의 정령.


그 녀석은 계속 말없이 앉아있었다.


녀석은 물끄러미 자기 앞의 투명한 얼음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음벽엔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활용 군단과 싸우려는 세 이방인을 비추고 있었다. 녀석은 호기심과 괴로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등 뒤로 얼음덩이 세 개가 뭉쳐졌다. 이윽고 페어리만한 크기의 얼음 정령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서진 세 얼음 떡대를 조종하던 정령들이었다.


“야, 뒤를 막으면 녀석들이 못 나가잖아. 설마 죽일 셈이야?”


얼음 정령 중 하나가 말했다. 비난보다는 제발 정신 차리라는 어투였다. 녀석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녀석이 다시 폭주하기 시작한걸.


아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시보단 자신을 끝까지 돌봐주는 친구들을 상처 입힐까 두려워한 탓이다. 그만큼 그가 받아드린 계약자의 성격과 기억은 순수한 살의 절반과 똘끼 절반으로 이뤄져 있었다.


대신, 그 복수에 미친 마법사가 준 힘은 거대했다.

얼마나 거대한지 정령인 자신이 다른 정령을 불러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였다. 자신이 계약 내용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싸울 생각이 없을 이 녀석들부터 정령계로 추방할 터다.


그는 천천히 마력 공급을 끊기 시작했다.


힘이 빠지기 시작한 걸 느낀 정령들이 기겁했다.


“뭐하는 거야? 이대로면 우린 정령계로 추방될 거야.”

“차라리 같이 가자. 응?”

“대체 왜 망설이는 거야?”


아바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너넨 아무것도 몰라.”


계약을 버리고 받은 기억과 능력을 전부 버리면 정령은 확실히 원래 자기 세계로 돌아갈 순 있었다.

다만, 자기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는 바람으로 이뤄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사각형이 족쇄처럼 얽매였다. 아바, 그러니까 자신과 계약한 진짜 아바는 죽기 전에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명령어%!$입력#%@홀드%#@.’


그러자 검은 무언가가 자신을 얽매였다. 바람의 정령인 자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힘이었다. 혼란에 빠진 자신에게 아바는 말했다.


‘이제 넌 계약에 얽매였어. 절대······ 정령계로 도망치지 못해. 도망친다 해도 네 몸에 심은 그 오류가 정령계를 망가뜨릴 거야. 네가 과연 그 정도로 이기심이 있을까? 하하하.’


“우리가 뭘 모른단 건데.”

“알려줘. 왜 항상 우리에게 안 알려주는 거야?”

“그래야 널 도와주지.”

얼음 정령들이 독촉했다. 하지만 아바는 녀석들에게 이 이상의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다.

아바는 결심했다.

이제 이 남은 세 친구도 정령계로 돌려보내 주자고.


“됐어. 이제 그만해. 정령계로 돌아가.”

“싫어.”

“우리가 왜?”

“이제까지 같이 지내놓고.”


꿈틀. 다시 계약 시스템이 그의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가, 미안해.”


셋이 다시 말하려 하자. 아바가 소리쳤다. 거친 바람이 불었다.


“가! 꺼지라고! 계약을······ 이행해야······ 이방인······을 다 죽인다······.”


바람이 점점 거칠어졌다. 얼음 정령들을 지탱해주던 마력 공급이 점점 멎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 정령 앞에 메시지창이 올라왔다.


<유지 마력이 부족합니다. 자동으로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정령계로 복귀합니다. 계약자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십시오.>

<남은 시간 5초> <남은 시간 4초>······.


매몰찬 욕을 들었음에도 정령 친구들은 해맑게 슬픈 얼굴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꼭 돌아와.”

“돌아오면 우리랑 먼저 놀기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


<남은 시간 0초> <정령계로 복귀합니다.>


메시지창과 사라짐과 동시에 활발히 움직이던 얼음 몸체가 멈췄다.

정령계로 추방당한 것이다.


그저 그들이 남기고 간 얼음 석상만이 그를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마저도 무사하지 못했다.


“바람이여 검이 되어 베어라, 윈드 세이버. 바람이여, 다양한 얼굴로 춤춰라, 체인지 오브 패스.”


그러자 녹색의 바람의 칼날이 아바의 손짓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바람으로 이루어진 채찍이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친구들이 남긴 얼음 석상이 두동강났다. 자신이 걸터앉은 불쌍한 동굴 주인들도.


그는 채찍을 몇 번이고 휘둘렀다. 춤추는 바람 채찍과 함께 검날처럼 날카롭게 잘린 얼음조각이 주위에서 춤췄다. 녀석은 전투를 준비하기에 앞서 준비를 철저히 했다.


*


콰작!

또 하나의 군단이 박살났다.

디폴트의 검이 녀석의 머리와 몸을 이별시켜줬다. 하지만 녀석이 죽기 무섭게 부서진 얼음조각이 요새로 날아가 재구성되었다.


녀석은 다시 요새 밖으로 나와 군단에 합류했다.


“끝이 없습니다!”

“룬문자를 파괴해야 한다! 정권!”


마침 주먹을 내질러 얼음 코볼트의 상체를 부순 왕야가 소리쳤다.


“아리엔! 어떻게 안 되겠나?”


이미 그녀는 몇 번이고 버클러를 천장에 던져봤다. 룬문자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낸다면 충분히 생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점이 명확하다는 건, 그만큼 방어 쪽도 방어하기 쉽다는 의미.


그녀가 버클러를 던질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이 버클러를 번번이 튕겨냈다. 바람은 훌륭한 골대 수비수 같았다.

심지어 실패할 때마다 대가도 있었다. 버클러에 달라붙은 얼음이었다.


<상대 마법 스킬 효과로 무기 내구도가 떨어졌습니다!>


그녀의 버클러에 점점 내구도 손상이 쌓여갔다.

전황도 안 좋았다. 전투가 그들을 쫒아내는 게 아니라 척살하는 걸로 목적이 바뀌면서 공격방식도 바뀐 것이다.

질서정연함 대신 그들은 언데드인양 무식한 달라붙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녀석들은 하나둘 거대한 고드름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잠깐이나마 숨돌릴 곳도 조금씩 사라지자, 일행은 점점 지쳐갔다.


이번엔 얼음 고블린은 사선으로 두 동강 낸 디폴트가 외쳤다.


“이 바람 대체 어디서 부는 겁니까.”

“분명 그 미친 정령 짓에요. 동굴에 자연 바람이 불 리 없죠.”


갑작스런 질문에 아리엔이 대답했다.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다가오던 코볼트 두 마리 중 하나의 몸에 글라디우스를 꽂아 박살낸 다음, 버클러로 남은 녀석의 목을 쳐냈다.

그러자 둘이 같이 쓰러졌다.

콱! 콰직!


그녀는 목이 반만 부서진 코볼트의 목을 아예 밟아 박살 냈다.


“제게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버클러 아직 멀쩡합니까?”

“문제없어요!”


위이이잉! 철컥!

아리엔의 버클러도 위이잉 대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물건 하나만 주십쇼!” “뭐가 필요해요!”

“포션이 필요합니다!”

“잠깐만요!”

“아니, 체력 포션이 아닙니다!”


그러자 왕야가 먼저 주머니에서 푸른 액체가 든 포션병을 던졌다.


“받아라!”


바람 때문에 살짝 경로가 비틀어졌으나, 디폴트는 마침 덤비던 고블린의 머리를 난간 삼아 밟아 뛰어서 받아냈다. 멋진 캐치였다.


동시에 그는 완벽한 3초룰을 보였다. 여는데 0.5초, 입까지 가져가는데 1초, 입에 털어 넣는 데에 1.5초.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섭취 동작이었다.


<마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제가 신호하면 그때 나서주십시오, 아리엔 님. 왕야 님은 아리엔 님을 호위해주십쇼!”

“좋아요! 디폴트 씨만 믿을게요!”

“알겠다! 맡겨라!”


디폴트가 얼마 안 남은 고드름 위로 올라갔다. 그가 검을 바로잡고 심호흡했다.


“후우읍. 인첸트.”


화르륵! 그러자 그의 검에 다시 매운맛이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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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4 속삭임의 던전(3) 20.12.15 25 0 12쪽
61 6-3 속삭임의 던전(2) 20.12.11 24 0 12쪽
60 6-2 속삭임의 던전 20.12.10 25 0 12쪽
59 6-1 곤란한 마을 20.12.09 26 0 11쪽
58 5-11 –시험과 순례와 미궁(11) 20.12.08 28 0 10쪽
57 5-10 –시험과 순례와 미궁(10) 20.12.04 25 0 14쪽
56 5-9 –시험과 순례와 미궁(9) 20.12.03 27 0 10쪽
55 5-8 –시험과 순례와 미궁(8) 20.12.02 26 0 13쪽
54 5-7 –시험과 순례와 미궁(7) 20.12.01 29 0 11쪽
53 5-6 –시험과 순례와 미궁(6) 20.11.27 25 1 11쪽
52 5-5 –시험과 순례와 미궁(5) 20.11.26 26 1 12쪽
51 5-4 –시험과 순례와 미궁(4) 20.11.25 25 1 14쪽
50 5-3 –시험과 순례와 미궁(3) 20.11.24 27 1 14쪽
49 5-2 –시험과 순례와 미궁(2) 20.11.20 31 1 15쪽
48 5-1 –시험과 순례와 미궁 20.11.19 28 1 14쪽
47 4-10 –길드(10) 20.11.18 31 1 13쪽
46 4-9 –길드(9) 20.11.17 32 1 13쪽
45 4-8 –길드(8) 20.11.13 31 1 11쪽
44 4-7 –길드(7) 20.11.12 31 1 13쪽
43 4-6 –길드(6) 20.11.11 28 1 14쪽
42 4-5 –길드(5) 20.11.10 35 1 12쪽
41 4-4 –길드(4) 20.11.06 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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