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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스토리공장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4,592
추천수 :
58
글자수 :
557,125

작성
20.11.26 19:08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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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5-5 –시험과 순례와 미궁(5)

DUMMY

“끝내주는군요.”

바드들의 연주에 디폴트가 혼잣말했다.

허탈감에 젖은 마음을 툭툭 털어내며 그가 앞으로 나아갔다. 손님맞이 준비를 마친 미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다과 대신 위험천만한 함정을 깔아둔 채로.


미궁이 친절히 속삭이는 듯했다.

‘차린 함정은 없지만, 많이 뒈지세요.’

꼭 미궁이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진자운동을 하던 거대 낫에 일직선으로 뻗은 가시밭, 한 번 잘못 빠지면 헤매다 말라 죽게 생긴 미로까지.


너무 푸짐하게 차려놨다.


“왜 통과한 분들이 손에 꼽는지 알겠군요.”


디폴트가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그러자 천장의 바드들이 격려의 음악을 깔았다. 물론, 무슨 스탯 보너스 효과가 있는 건 아녔다. 그냥 사기진작 용도로 보였다.


디폴트가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최소한 소음으로 그에게 고통은 주지는 않잖은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가 얼마 앞으로 나아가자, 알림창이 그를 맞이했다.


<유저 창작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86921호 랜덤 맵에 입장하셨습니다.>


유저 창작 던전


던전의 함정이 어렵나요? 아니면 반대로 던전의 함정 따위 식상하신가요? 그런 분들을 위한 맵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건축 모드로 장인정신을 선보인 다른 유저들의 던전 맵을 돌파해보세요! 던전이 어려운 이들에겐 연습용 맵을, 식상한 이들에겐 더욱더 어려운 하드한 함정 던전을! 각 던전을 선택하여 도전해보세요. 언제나 새로운 맵과 새로운 도전은 씨커월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답니다!


“활기보단 화가 납니다만.”


자조 섞인 혼잣말과 함께, 그가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왕야가 선물한 망원경이었다.


망원경에 비치는 거라곤 돌파해야 하는 함정뿐이었다. 조금만 달리면 도착할 것 같던 문은 이제 벽에 막혀 가늠도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거기다 몇 지역엔 투명한 막의 베리어 같은 것도 있었다. 무슨 SF 게임도 아니고.


부딪혀 보는 수밖에. 디폴트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입구로 나아갔다.


최소한 입구만큼은 친절했다. 거대한 두 벽 사이 표지판으로 ‘시련의 시작’이라는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아마, 그게 이곳의 유일한 배려이리라.


*


슝 슝 슝 슝

첫 시련부터가 디폴트에게 절망을 심어주고 싶은지 섬뜩한 소리를 냈다.


아까 그의 목을 날려버리려던 낫들이 진자운동을 하고 있었다. 밑에는 가시가 가득했고, 낫이 있는 곳엔 공중에 뜬 발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는 그 지옥 난간 앞에서 멈춰야 했다.


디폴트는 이게 무슨 뜻인지 곧장 이해했다. 정말이지 전형적인 함정 아닌가?


그는 잠깐 자신의 발을 확인했다. 몇 번 폴짝폴짝 뛰어봤다. 몇 번의 뜀뛰기를 뒤로 그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얕보지 마십쇼!”


그가 도약했다. 그는 정확히 첫 번째 공중 발판에 안착했다. 그는 반동을 이용해 두 번째, 세 번째 발판으로 이동했다.

듀토리얼의 숲과 그 빌어먹을 수용소를 거쳐온 그였다. 위험한 함정일지라도 그가 가진 특유의 침착함과 운동신경이면 문제 없었다.


미궁은 제법이라는 듯 반응했다. 공중부양하던 발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발판 앞에선 거대한 낫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딱 봐도 움직이는 발판에 맞춰 낫을 피하라는 식의 함정이었다.


그는 규칙을 조금 비틀기로 했다. 그는 오히려 거대 낫을 기다렸다.


슈우우우!


낫이 아직 범위 내에 있지 않던 그를 지나치려 하자, 되려 그가 낫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그러자 그의 손이 낫에 붙었다!

벽짚기가 거대 낫에도 통했다!


그렇게 되니 밑의 가시도, 공중부양 발판도 아무 소용 없었다. 그는 그저 움직이는 낫을 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원래였다면 언제든 그를 갈라버릴 함정으로 작용해야 했던 낫 함정이 그의 이동수단이 되는 굴욕을 당했다.


그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반대편 난간으로 여유로이 도착했다.


뿌부부부······ 빰빠빠밤 빰빠밤! 빠바바바바빰빠바바


바드들도 예상을 못했나 보다. 그들은 몇 박자 뒤에야 빵빠레를 울리며, 축하의 노래를 선물했다.


바드들이 재빨리 빵빠레와 함께 새 배경음악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졌다. 그들 밑에 샹들리에에 장식 중 하나였던 시야 전달용 수정구를 통해 뉴비를 보고 있던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


“맙소사! 저걸 저렇게 건넌다고!”

“뉴비 맞아?”

“난, 저게 벽짚기가 되는지도 몰랐는데!”

“모히토! 여기 한 잔만 더!”


때아닌 호황에 모히토는 전처럼 여유로운 모습 대신, 호프집 주인처럼 이리저리 술을 운반하고 있었다.


뉴비가 함정에 당할 거라 예상해 술을 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저 초상집의 영정 보듯 크리스털 스크린을 지켜보던 이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주문을 외쳐댄 것이다.


게임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적, 실시간 보스레이드를 감상할 때나 쓰던 크리스털 스크린이 오랜만에 다시 유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었다.


특히 낫 함정을 아무렇지 않게 돌파한 뉴비의 행동이 청량감을 선물하고 있었다. 그 청량감에 새 모히토(칵테일이다)를 품위 있게 원샷한 네크로싱크로도 그랬다.


그는 손가락을 우아하게 흔들며 리필을 부탁했다. 그 옆엔 왕야가 복면을 쓴 채로 사케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마시는지 원리는 알 수가 없지만.


각자 한잔씩 비운 이들이 저마다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역시 지옥에서 빠져나온 게 뻥이 아니었던 거지!”

“그럼 도대체 왜 길드를 나가려는 걸까?”

“그러네. 정작 녀석은 팔각성이라던가 여기 세계 이야긴 전혀 모르던데?”

“왜 그러겠습니까?”


멀리서 네크로싱크로가 질문을 던지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가 일어서서 뮤지컬 배우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레 크리스털 스크린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다. 그는 정중한 이야기꾼 어조로 말했다.


“우린 수십년의 세월을 이곳에 갇혔었지요. 우린 모두 지옥에 있는 셈입니다.”


그들이 동의했다. 모두 숙연한 얼굴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그가 손을 쭉 뻗었다.


“그가 과연 수용소를 운으로 빠져나왔겠습니까? 그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의 논리에 그들이 빠져들었다. 그가 말한 논리 속에 들어있는 희망을 감지한 것이다. 그는 능수능란하게 그 희망을 꺼내 들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을지도요.”

“그렇다면 왜 그는 우리에게 그걸 알려주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술잔을 들어 보이며 질문했다.


“그가 치료의 탑으로 갔던 걸 들은 바가 있답니다. 분명 뭔가 사정이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든 그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유저들은 온전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궤변이라 치기엔······ 너무도 달콤한 희망이었다.


“그가 직접 우릴 이 지옥 밖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쳐도. 그 단서를 우리에게 가져올지도 모르지요. 우린 지금 단순한 뉴비의 고난을 보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을 보는 걸지도 모르지요.”

그가 유창히 말을 마쳤다. 그들은 어느새 뉴비를 구원자로 보고 있었다. 그가 크리스털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두고 보지요, 여러분. 분명 그런 희망이라면 이 함정도 끝내 이겨낼 테니까요.”


한창 열변을 마친 네크로싱크로가 다시 자리로 가 앉았다. 그는 우아하게 다리를 X자로 교차해놓고 리필한 모히토를 한 모금 마셨다.


왕야가 그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인가?”

“무슨 짓이라니? 난 그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이란다. 그리고 그 아이를 미운 오리로 만들어서 내보내고 싶지 않기도 하고. 너도 그걸 원치는 않잖니?”


왕야가 끙 소릴 냈다. 그런 그를 보고 그가 눈웃음 지어 보였다.


“그건 그렇고 가봐야 되지 않겠니? 제법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이제 막 처음을 통과한 거다.”

“뭐든 처음을 보면 알 수 있지. 난 충분히 한 번에 될 거라 생각 하는데. 계산을 내가 할 테니 안심하렴.”


왕야가 사케 잔에 비친 자신을 내려다봤다. 이내 그는 결심한 듯 그의 말대로 술집을 나섰다.


그의 뒤로 몇 명도 술집을 나갔다.

엄청나게 흥분한 얼굴. 틀림없이 이 엄청난 유언비어를 퍼뜨리려는 것일 터다.


뉴비가 구원자가 되리란 말도 안 되는 가설을.


*


“신기한 분들이시군요. 안녕하십니까?”

“인간! 오라. 싸우자!”


미로는 생각보다 속이 알찬 곳이었다. 단순히 함정만 있는 게 아닌, 함정용 몬스터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가 여유로이 ‘두 번째 시련’이라 새겨진 현판을 지나자, 마법진과 함께 오크가 쏟아져나왔다. 그로선 늑대 인간 이후로 처음보는 정상적인 몬스터였다.


디폴트는 그에게 도끼와 낫을 들이대는 오크들을 상대로 질문했다.


“내가 왜 그래야합니까?”

“그럼 죽어라!”


정말 시원한 대답이었다. 그들이 도끼와 낫을 앞세워 돌격해왔다.


“분노가 좀 많으시군요!”

“분노는 우릴 강하게 만든다, 인간! 덤벼라!”

“그럼 그 분노를 조절해드리지요!”


도끼 하나가 그의 머리를 향했다. 하지만 그는 굳이 검을 뽑지 않았다. 대신 오크의 굵직한 팔을 잡았다. 곧바로 그가 다른 손으로 도끼자루를 잡았다.


<겨루기 상태에 돌입합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오크에게 그가 침착한 얼굴로 경고했다.


“맞아봐서 아는데, 좀 아플 겁니다.”


그가 곧바로 오크의 팔을 꺾었다.


<겨루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오크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가 주먹을 쥐고 있는 힘껏 녀석의 턱을 가격했다. 2미터는 돼 보이는 녀석이 공중에 뜬 채로 뒤로 날아갔다.


<패시브 스킬 ‘격투술’ 레벨이 올라갔습니다.>


3대 500의 고난은 디폴트에게 수용소 다음가는 고통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었다.


마법과 신성력을 제외한 다양한 전투 패시브 스킬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그는 어떤 무기든, 심지어 주먹을 들어도 그게 무기였다. 수용소에서 싸웠던 이들처럼.


“죄송합니다만. 주먹 쓰는 건 여기까집니다. 장착.”


그가 스코빌에게서 빌린(?) 검을 손에 쥐었다.


불을 품은 장검


오로지 날붙이가 가진 파괴력을 위해 모든 걸 덜어내 만든 장검. 조잡함 없는 이 순수한 백색 강철은 뛰어난 예기와 내구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대마법사가 그 몰래 힘을 부여했다.


공격력 281 (기본 +200 힘, 민첩 스탯 보정 +27 +54)


내구도 : 450/450


효과 – 마력(최소 마력 스탯1 이상 필요)을 소모하여 화속성 인챈트가 가능합니다.

- 인챈트시 일정 확률로 검의 외형변화와 함께 스탯보정치가 증가합니다.

- 마력이 높을수록 인챈트 시간과 효과가 증가합니다.

- 내구도가 쉽게 닳지 않습니다.


“감격스럽군요.”


그의 무뚝뚝한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 망할 흉내쟁이 무기의 28배 되는 공격력이라니!


그 사정은 모르는 오크들은 그저 그의 소름 돋는 미소에 긴장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덤비시겠습니까?”


그래도 오크들은 용감했다. 그들은 행동으로 대답해오기 시작했다. 뉴비로서 드디어 처음 사냥시간이 임박했다.


바드들이 거기에 맞춰 격양된 배경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무기다운 무기를 써보는 우리 주인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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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만의 뉴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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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9 속삭임의 던전(8) 20.12.23 27 0 14쪽
66 6-8 속삭임의 던전(7) 20.12.22 27 0 12쪽
65 6-7 속삭임의 던전(6) 20.12.18 31 0 15쪽
64 6-6 속삭임의 던전(5) 20.12.17 29 0 12쪽
63 6-5 속삭임의 던전(4) 20.12.16 28 0 12쪽
62 6-4 속삭임의 던전(3) 20.12.15 25 0 12쪽
61 6-3 속삭임의 던전(2) 20.12.11 24 0 12쪽
60 6-2 속삭임의 던전 20.12.10 25 0 12쪽
59 6-1 곤란한 마을 20.12.09 26 0 11쪽
58 5-11 –시험과 순례와 미궁(11) 20.12.08 28 0 10쪽
57 5-10 –시험과 순례와 미궁(10) 20.12.04 25 0 14쪽
56 5-9 –시험과 순례와 미궁(9) 20.12.03 28 0 10쪽
55 5-8 –시험과 순례와 미궁(8) 20.12.02 26 0 13쪽
54 5-7 –시험과 순례와 미궁(7) 20.12.01 29 0 11쪽
53 5-6 –시험과 순례와 미궁(6) 20.11.27 25 1 11쪽
» 5-5 –시험과 순례와 미궁(5) 20.11.26 27 1 12쪽
51 5-4 –시험과 순례와 미궁(4) 20.11.25 25 1 14쪽
50 5-3 –시험과 순례와 미궁(3) 20.11.24 27 1 14쪽
49 5-2 –시험과 순례와 미궁(2) 20.11.20 31 1 15쪽
48 5-1 –시험과 순례와 미궁 20.11.19 29 1 14쪽
47 4-10 –길드(10) 20.11.18 31 1 13쪽
46 4-9 –길드(9) 20.11.17 32 1 13쪽
45 4-8 –길드(8) 20.11.13 31 1 11쪽
44 4-7 –길드(7) 20.11.12 31 1 13쪽
43 4-6 –길드(6) 20.11.11 28 1 14쪽
42 4-5 –길드(5) 20.11.10 35 1 12쪽
41 4-4 –길드(4) 20.11.06 38 1 13쪽
40 4-3 –길드(3) 20.11.05 36 1 14쪽
39 4-2 –길드(2) 20.11.04 42 1 15쪽
38 4-1 –길드 20.11.03 4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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