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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옷 님의 서재입니다.

현대 퇴마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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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옷
작품등록일 :
2024.03.24 08:11
최근연재일 :
2024.04.03 17: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8
추천수 :
2
글자수 :
56,740

작성
24.04.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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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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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화.

DUMMY


엄마가 남겨 준, 비상 연락망.

약 30년간 퇴마 활동을 한 엄마는 계속 인맥을 쌓아갔다.

연락망에 있는 100개의 전화번호는 퇴마 의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세찬 XXX-XXX-XXXX(태어났을 때부터 몸에 음기가 가득한 희귀 체질)


비상 연락망 맨 끝쯤에 차강준이 원하는 이름을 찾았다.

엄마와 인연을 맺은 사람인데, 이세찬의 체질은 음기가 많아서 귀신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 재물’을 쓸 일이 있으면 이 사람을 부르라고 했었다.


“아직 안 바뀌고 그대로일까...”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화번호가 바뀐다고 이상할 것은 없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차강준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신호가 가고, 얼마 있지 않아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잠에서 방금 깨어나 받은 건지, 피곤해 보였다.

차강준은 그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봤다.


“여보세요. 아직 잘 계시네요.”

“...누구십니까?”

“저, 차강준입니다.”


차강준과 이세찬은 퇴마 실습을 했을 때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엄마의 부탁으로 ‘인간 재물’이 되었던 이세찬. 그 날 둘은 약간의 대화만 했을 뿐, 깊은 교류는 가지질 못했다.

···나를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차강준이라. 그래. 천예슬님의 아들 아니냐?”

“아, 기억하고 계시네요.”

“반갑다. 천예슬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셔?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도 번호가 바뀌었는지, 다른 사람이 받고. 잘 계신 거지?”


엄마의 생사를 전혀 모르는군.


“그게... 돌아가셨습니다. 십년 전에...”

“아...”


이세찬의 입에서 나온 안타까운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는 듯,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위험이 따르는 퇴마 의식. 언제 놈들이 목숨을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랬었군. 한번 뵙고 싶었는데. 장례식장에는 왜 안 불렀어?”

“아, 그때 경황이 없어서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거지?”


차강준이 이렇게 연락한 이유에 대해서 이세찬은 대충 어림짐작했다.

미끼가 되어주라는 것이 아닐까?

천예슬이 자신한테 연락을 했을 때는 항상 ‘미끼’부탁이었으니까.


“원혼을 불러내야 할 상황이 생겨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차강준은 내심 걱정을 했다.

10년이 지났고, 인맥을 맺은 차강준의 엄마 부탁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 부탁이라는 게 원혼과 마주해야 하는데... 그런 위험한 일을 쉽게 수락하겠는가?

엄마와 이세찬... 둘의 어떤 모정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엄마와 이세찬의 관계를 차강준은 아예 알지 못했다.


“그러냐? 음... 천예슬님의 아들이 부탁하는 거라면, 해줘야지.”


다행이군.


차강준의 걱정과 달리 흔쾌히 부탁을 수락하는 이세찬.

바로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난 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이세찬은 밖으로 나가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저주받은 아이.


이세찬의 어렸을 때 별명이었다.

그의 주변에 있으면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당연하게도 주위 사람들은 그를 피하게 되었다.

이세찬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재수 없게 태어난 운명이라 생각했다.


천예슬님이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지.


왕따, 따돌림··· 이세찬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독을 즐길 수 없었고, 외로움에 못 이겨서 그냥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죽음의 문턱 앞에 다다랐을 때 나타난 건, 천예슬 이었다.


“차갑구나. 너, 음기가 가득한 아이네. 주위에 너무 많은 망자들이 붙어 있는데? 지금 힘들지 않니?”


천예슬이 내뱉은 첫 마디였다.

이세찬은 얼떨결에 네, 라고 대답했다.


“몸에 붙어 있는 망자들을 퇴마해서 성불해줘야 겠네.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녀가 두 번째 내뱉은 말에 이세찬은 울컥, 했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난 것이었다.

그렇게 퇴마의식이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천예슬은 禁(금할금) 문양이 새긴 반지를 건네줬다.


“이 반지가 너를 악의 영혼들로부터 지켜줄 거야. 절대 빼서는 안 돼.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날 도와주겠니?”


천예슬··· 그녀는 이세찬을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꺼내준 구세주였다.

그렇게 천예슬과 이세찬은 인연을 맺었다.

그 반지를 낀 이후로 망자들은 이세찬에게 얼씬도 못 했고, 다른 사람과 같이 평범한 삶을 지내게 되었다.


“은혜를 잊을 수는 없지...”


이세찬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


***


다음날, 새벽 12시.


빌딩 지하 주차장에 차씨 남매가 탄 트럭이 들어와서 멈췄다. 차씨 남매는 트럭 뒤, 화물칸으로 이동해서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차유미, 까먹지 말고 이번에는 은탄건도 챙겨.”


은탄건.

은탄건은 퇴마건과 달리 구슬 모양의 총알이 아니고 은으로 만든, 실탄 같이 생긴 총알이었다.


“알겠어. 그밖에 필요한 건 없지?”

“결계를 최대한 많이 치면 좋으니까, 금줄 많이 가져가고.”


물건령의 특징.

자신이 빙의 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염동성’ 이능을 가지고 있다.

거울령은 자신이 빙의된 거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거울 조각들을.


준비를 한 뒤, 차씨 남매는 빌딩 1층으로 이동했다.


“오빠, 그런데 거울령은 기가 강한 사람한테 접근을 하지 않는다며? 근데 우리가 저 안내데스크에 숨어 있으면, 안 나타나지 않을까?”


걸어가면서 차유미가 말했다.


“그렇긴 해. 그런데 이곳에 올 사람의 몸속에 워낙 음기가 많아서 거울령이 우리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아.”


빌딩 1층 밖에서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편에서 남자가 걸어왔다.

이세찬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차강준입니다.”


먼저 차강준이 인사를 하며 이세찬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은 30대 중반이 된 이세찬의 얼굴에는 팔자 주름과 눈가의 주름이 나 있었다.

변하긴 변했구나.

그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어...? 차강준. 많이 컸네. 예전에는 키가 내 가슴팍에 왔었는데.”


이세찬은 악수를 청했고, 차강준은 악수를 오른손으로 받아서 둘은 손을 흔들었다.


“주먹이 묵직하네. 그래.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거지?”

“위험한 일이긴 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다시 한번 차강준은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겁먹었으면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겠지? 천예슬님의 아들 부탁인데, 어떤 일이라도 괜찮다.”


이 남자와 엄마는 대체 무슨 관계였을까?


“거울을 보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럼 거울에서 원혼이 나타나서 최면을 걸 겁니다. 아마, 목을 조를 텐데... 그때 저희가 나설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세찬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예슬님 아들이라면 당연히 퇴마 실력도 상당하겠지? 믿겠다.”


차씨 남매와 이세찬은 빌딩 1층으로 들어갔다.

약속한 대로 이세찬은 1층의 전신 거울 앞에 섰고, 차씨 남매는 안내 데스크에 숨어서 두더지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후...”


차유미는 은탄건을 위로 올려서 거울을 향해 조준했다. 이번에는 차강준도 은탄건을 들어서 조준했다.

동생이 명중시키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


이세찬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1층 천장에 있는 코발트블루의 조명 때문에 이세찬의 모습은 오컬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장이라도 뭔가가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


“떨리긴 떨리는군.”


이세찬의 두 팔에 닭살이 돋았다. 10년 만이라 당연히 떨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세찬은 이내 마음을 굳게 다지며, 떨림을 멈춰 세웠다.


“천예슬님이 아니라면, 어차피 죽은 인생이었어.”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결말이었다.

이세찬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쉬고는 검지에 끼고 있는 禁(금할금) 반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와라.”


이세찬은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1층 강당은 고요하다 못해서 적막함이 흘렀다.


솨아아아아-


어디선가 들리는 바람 소리.


온 건가.


갑자기 주위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이세찬은 이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먹잇감이라고 생각하여 달려드는 악의 영혼의 차가운 분위기.

곧 주위는 싸늘해졌다.


솨아아아-


전신 거울 안쪽에서 바람 소리가 크게 흘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왔구나.


안내 데스크에 있는 차씨 남매도 현재 상황을 알아차렸다. 둘은 잡고 있는 은탄건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이게...”


거울 앞에 있는 이세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자신은 무표정으로 있었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무표정이 아니었다.

조거처럼 사악하게 웃고 있는 모습.

그러더니 거울 속 모습이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세찬 자신은 입을 안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다.


[너한테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는구나.]


분명 이세찬은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음기가 이렇게 많은 인간이 여기에 있는 거지.]


그렇게 거울에 비친 이세찬이 말을 하자, 거울 속에서 검은 연기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 연기는 거울을 보고 있는 이세찬의 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세찬의 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렸다.

입까지 막혀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음기를 빨아들이면 나는 더욱더 강해지겠지.]


거울 속의 이세찬이 그렇게 말하자 거울속에서 검은 연기가 더욱 흘러나왔다.

이내 몸속으로 들어간 검은 연기는 이세찬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세찬의 두 팔이 올라가 두 손이 자신의 목 쪽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차유미가 속삭이듯 말했다.


“오빠... 어떡해...”

“아직이야.”


거울령이 흑마력을 완전히 인간에게 보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다른 거울로 이동해버려서 거울령를 놓쳐버린다.

다른 거울로 이동을 할 때 자신이 쓴 흑마력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그 시간은 10초 정도.


스르르르...


거울 속에서 검은 연기는 더욱 흘러나와 이세찬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급기야 이세찬의 두 손이 자신의 목에 갖다 대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때···


“지금이다!”


차씨 남매는 들고 있는 은탄건을 격발했다.


팡! 팡!


두 발의 은탄이 거울로 날아가 거울 안에 박혀버렸다. 두 방의 총알로 인해 여러 갈래의 균열이 나 버린 거울.

거울에 균열이 나자 이세찬은 의식을 잃어서 바닥에 쓰러졌다.


[크아아아아...!!!]


거울 깨진 균열에서는 검은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차유미, 넌 바로 이세찬 주위로 결계를 치고, 거기에서 놈을 공격해.”


차강준은 번쩍 뛰어올라 안내데스크를 넘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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