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초월급 회귀자의 탑 공략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펜리힐드
작품등록일 :
2024.07.01 06:48
최근연재일 :
2024.07.07 22:5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359
추천수 :
47
글자수 :
46,938

작성
24.07.03 22:51
조회
190
추천
2
글자
10쪽

무제

DUMMY

###

콰드드득-


지반이 뒤틀리면서 검은색의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가기 시작했다. 도예준은 뿜어낸 마력이 휴게소를 가득 채우는 것을 보곤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앙-


굉음과 함께 거구의 남자 앞에 위치한 도로가 터져나가며 그 돌맹이들이 남자를 향해 폭사되기 시작했다.


마치 크레이모어가 터진듯한 광경.


“······크헉!”


갑작스러운 공격에 남자가 헛숨을 들이키더니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물론, 그런다고 회피가 될 공격이 아니었다. 돌파편들이 남자의 살가죽을 파고들며 핏물이 뿜어졌다.


어지간한 합금 강철에도 준하는 플레이어의 살가죽이 너무도 가볍게 찢어져버린 것.


정식 플레이어라면 어지간한 소총탄도 견뎌내는 것이 가능했지만, 고작 콘크리트 돌조각에 넝마가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도예준이 자신을 곧바로 죽이기 위함이 아닌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행한 공격이라는 것을.


‘······고작, 이 따위 공격으로 그칠 힘이 아니다.’


남자의 두 눈에 어린 것은 공포였다.


종말의 탑 낙오자, 박도권.


재능이 없어 내공도 마나도 신비도 권능도 거머쥐지 못한 것이 박도권이었다.


그냥, 재능이 없었다.


나고 자란 곳이 시골이라 배운 것이 없는 것도 한몫 했고, 운 좋게 탑에 들어갈 기회가 생겨 들어갔지만 꿈에 그리던 등반의 낭만 같은 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언하건데,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함께 탑을 오르기 시작한 친구 녀석은 <권능>을 각성하고 곧바로 상위급 파티에 합류한 반면, 박도권은 자연의 힘인 마나조차 깨닫지 못해서 하위 층계의 농장들을 전전했다.


정말이지 숨 막히는 세월이었다.


모욕감이 느껴질 만큼 치욕스러운 대접을 받을 때면, 차라리 전부 때려치우고 탑을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탑을 빠져나가는 것은 그러고 싶다고 해서 가능한, 그런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탑을 나가기 위해선 날개깃털이 필요했다.


윙페더.


탑에서 뛰어내리고도 무사히 현대 세계로의 귀환이 가능하게 해주는 귀환 보조 도구.


참고로 탑은 높은 층계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윙페더를 필요로 했다.


윙페더 없이 탑에서 그냥 뛰어내리면?


농담이 아닌, 즉사였다.


그 추락의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대기중의 마나들,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온갖 혼돈이 뒤섞인 신비들은 윙페더 없이 탑에서 도망친 플레이어를 갈가리 찢어 죽였다.


단 한 조각의 살점도 찾지 못할 수준으로.


그래.


그렇기에 박도권은 탑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못한 채 끊임 없이 농장을 전전했다.


보수를 받고, 그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자금을 모으고 또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노동한 끝에야 윙페더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쉽지 않았다.


농장에서 일꾼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런 일꾼들이 가진 능력이라고 해봐야 5대 능력 중에서도 고작 마력 정도였으니까.


5대 능력.


마력, 마나, 에테르, 신비, 권능.


마력은 말 그대로 존재의 힘, 혹은 격이라 불리는 힘이었고.


마나는 자연의 힘이었다.


에테르는 호흡과 깨달음을 통해 쌓을 수 있는, 일종의 내공과도 같은 힘이었다.


신비는?


신비는 조금 복잡하다.


현상.


혹은 서사라 불리는, 이야기의 형태가 일정한 자아를 가지고 힘으로 구체화 되면 탑의 존재들은 그것을 신비라 불렀다.


가령, 용의 숨결.


이것에는 그 용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는데, 때문에 그 용들의 숨결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서사를 가진 신비가 될 수 있었다.


참고로 신비로 인정 받으면 그것은 특별한 과정을 통해서 일반적인 플레이어도 입수가 가능했다.


기프트스톤, 혹은 마도서 같은 것을 통해서.


가끔 재능이 특출난 이들은 신비를 보고, 그것을 흉내내어 직접 습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인 권능.


참고로 권능은 앞의 능력들과는 다른 기묘한 구석이 있는 힘이었다.


권능은, 존재의 욕망.


존재가 갈구하는 가장 강력한 의지가 구체화가 되어 각성되면, 그것을 권능이라 불렀다.


우습게도, 그 기준은 없었다.


삶에 대한 집착이 그토록 강했던 농장 생활 속에서도 박도권은 권능을 각성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그토록 많았는데, 어째서 권능의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는.


어째서일까?


뼈가 으스러져도, 관절이 박살나도, 소여물만도 못한 식사가 주어져도 참고 일하며 권능의 각성을 바랐건만, 어째서 얻지 못했을까?


박도권은 주변을 형체 없는 파도처럼 휘감고 있는 거대한 검은색 파도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역시 그게 이유였다.


“······재능. 역시 재능인가?”


박도권은 눈을 가늘게 떴다.


존재의 욕망이 권능을 성립한다고?


틀렸다.


수식이 빠지지 않았는가?


재능 있는 자들이 무언가를 욕망할 때, 그때야 비로소 권능의 각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친구가 그러했고.


자신을 모욕했던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냥, 그런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저 재능이 없는 것이다.


자신처럼 재능 없는 것들은 저층의 에피소드 하나조차 클리어하지 못해 겁쟁이처럼 농장을 전전하다가 망가지는 것이 평범한 수순.


농장의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다가 마력 중독 현상으로 병신이 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박도권은 자신을 가지고 놀듯, 콘크리트 도로만을 박살내서 파편을 흩날린 도예준을 바라봤다.


짧은 머리칼, 잡티 없이 새하얀 피부, 남자다움이 느껴지는 각진 턱선에 가장 어두운 밤하늘보다 검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남자.


박도권은 자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


저 정체불명의 남자야말로 자신이 보아온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가장 재능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존재라는 것을.


묘하게도 질투심은 들지 않았다.


감탄과 두려움, 그리고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기이한 감정이 심장을 떨리게 만들뿐.


“당신은, 정말이지 나의 정반대격 존재로군.”


박도권은 죽음을 앞두고도 웃음을 흘렸다.


자신은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탑의 농장을 전전하다가 개처럼 돈을 벌고 윙페더를 어렵게 구해 탑을 탈출했다. 마력 중독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동족 상잔을 하는 스케빈저들처럼 살기는 싫었기에.


알고는 있었다.


그렇게 도망친 탑 외부의 세계에서도 자신은 한심하기 그지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 몰락한 세계에서 그 얼마 안 되는 알량한 힘으로 깡패짓을 하며 지내지 않았던가?


언젠가 좋지 않은 상대를 만나면, 이 목숨도 다하겠지 싶은 각오 정도는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죽음의 순간이 이토록 빨리 찾아올 줄은 박도권도 짐작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런 시골 깡촌에,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고작 휴게소의 알감자 따위를 즐기고 있을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왜일까?


불쑥 찾아온 죽음이, 딱히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박도권은 고개를 들었다.


다시금 검은색 힘의 기류를 움직이는 도예준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도로를 부수는 따위의 가벼운 공격이 아닌, 그 힘을 실체화시켜 내려치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보였다.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해보였다.


물론 가능했어도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래.


이렇게 최후를 받아들이는 것도, 이렇게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재능이 없어 천대 받던 인생이다.


재능이 없어 농장을 전전하던 인생이다.


그러다가 마력 컨트롤에 실패해서 머저리처럼 마력 중독 현상이라는 끔찍한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고.


한데, 그런 재능 없는 자신을 저 재능의 화신 같은 남자가 죽이려 들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면.


그런 비참한 인생이라면.


그래.


마지막은 재능의 화신과도 같은 사람에게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죽이시오.”


박도권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차가워진다.


입이 바짝 마른다.


두 다리는 두려움으로 덜덜 떨려왔다.


마음은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아직 육신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차게 떨렸다.


하지만, 박도권은 도망치려는 몸을 억누른 채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은, 자신에겐 마지막 기회였다.


가장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어쩌면 앞으로의 삶에서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


그렇기에 박도권은 웃으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수간.


그그그극-


파츳-


도예준의 공격이, 바로 그의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혹시, 박상만의 핏줄이냐?”


“······네?”


“박상만의 핏줄이냐 물었다.”


다시금 눈을 뜬 박도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미심쩍은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도예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저 재능 넘치는 괴물이 보이기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복잡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박도권은 어째서 저 괴물의 입에서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아버지의 이름이 나왔는지들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박도권의 의문을 해결해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도예준이 말을 이었다.


“하. 설마하니 그 원장의 핏줄이었나?”


박도권은 볼 수 있었다.


휴게소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도 남을 거대한 힘을 휘두르던 도예준이 그 힘을 순식간에 거둬들이곤 자신에게 걸어오는 모습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급 회귀자의 탑 공략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무제 NEW 4시간 전 43 2 7쪽
9 무제 24.07.06 91 4 5쪽
8 무제. 24.07.05 131 3 4쪽
7 무제 24.07.04 162 2 5쪽
» 무제 24.07.03 191 2 10쪽
5 5화. 격류. 24.07.02 205 6 10쪽
4 4화. 가호의 황금잔과 혼돈지수. 24.07.01 309 6 24쪽
3 3화. 각성파장. 24.07.01 342 6 18쪽
2 2화. 회귀. 24.07.01 392 8 14쪽
1 1화. 종말의 포식자. 24.07.01 494 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