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초월급 회귀자의 탑 공략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펜리힐드
작품등록일 :
2024.07.01 06:48
최근연재일 :
2024.07.04 14:3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447
추천수 :
28
글자수 :
40,393

작성
24.07.02 23:55
조회
140
추천
5
글자
10쪽

5화. 격류.

DUMMY

###

누구나 추억의 음식은 한두개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도예준에게는 알감자버터구이가 그랬다.


보육원 원장은 툭하면 폭력을 휘둘렀지만 그럼에도 1년에 한 번은 꼭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나섰다. 그때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휴게소에 들렀고, 꼭 한 번은 먹었던 음식이 알감자버터구이다.


욕심 많은 그 탐욕스러운 돼지가 아이들을 위해서 소풍을 챙긴 것은 아니고, 보육원의 후견인들에게 보여줄 그럴듯한 사진 몇 장을 건지기 위해 치르는 의례적인 행사였다.


소풍은 늘 비슷햇다.


언제 타이어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낡은 봉고차에 몸을 싣고, 그렇게 보육원이 위치한 깡촌을 떠나 휴게소에 들린 다음 마지막은 늘 산을 타는 것으로 끝맺었다.


후견인들의 지원금이 상당한 액수였기에 놀이동산을 가는 것도 가능했지만 욕심 많은 원장은 아이들을 놀이동산에 데려가는 미친짓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다.


후견인들에겐 아이들이 답답한 놀이동산보다야 산을 더 좋아한다고 연설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았다.


여전히 의문이다.


대체 그 많은 돈은 어디에 쓴 것일까?


원장은 지독한 구두쇠였다.


보육원은 그 낡은 봉고차가 파릇한 소년처럼 보일 만큼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그렇기에 툭하면 문제가 생기곤 했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빗물이 줄줄 샌다던지, 갑자기 전기가 끊긴다던지.


그때마다 원장은 직접 나섰다. 절대 전문가를 부르는 법이 없었다. 돈이 들만한 작업들은 전부 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텃밭도 운영했다.


밭을 가꾸는 노동력으로는 당연히 아이들이 투입됐고.


파, 감자, 고구마, 호박, 옥수수 등.


아직도 기억난다.


감자 하나 몰래 캐먹었다가 죽기 직전까지 맞은 기억이.


눈 내리던 날이었다.


걸음을 내딛으면 한가득 쌓인 눈이 무릎까지 파묻을 만큼, 정말이지 끝도 없이 눈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놀랍게도 겨울은 아니었다.


추위가 내려앉기에는 한참이나 먼 계절인 여름의 어느날.


한국 정부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플레이어 일개 군단 하나가 탑의 에피소드에 실패하면서 싸그리 전멸.


이후, 종말화의 저지에 실패한 대가로 괴물이 풀려났다.


종말의 탑 꼭대기에 위치한 징벌의 서.


그곳에서 기어나온 괴물 한 마리가 한국 전역에 터무니 없는 폭설을 선물해준 것이 갑작스러운 겨울의 이유였다.


그날, 텃밭은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보육원의 아이들이 가을과 겨울을 버티게 해줄 작물들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노출됐고.


그때의 원장은 제법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전히 선명하다.


짜증으로 일그러진 얼굴, 근육이 거의 남지 않은 지방으로 가득한 몸을 지탱하고자 벽에 기댄 채로 떠들었던 혼잣말.


「······올해는 버러지들에게 돈 좀 깨지게 생겼구만. 텃밭 작물들로 돈 좀 아끼나 싶었더니, 폭설? 하. 병신 같은 놈들이니 분명 감기도 걸릴 테고. 의약품이 얼마더라?」


원장은 지독한 수전노였지만 그럼에도 그 혹한의 날씨 속에서 작물의 수확을 지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텃밭의 작물들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보육원의 아이들을 아껴서는 아니었다.


원장은 텃밭에서 건질 수 있는 작물들의 가치와 그 작업 속에서 감기에 걸려 쓰러질 아이들의 약값을 저울질 했을 뿐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의약품의 가격이 상당했다.


조금의 과장도 보태지 않고 소염진통제 한 알이 잘 익은 감자 한 박스와 거래되기도 했다.


담배나 술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었고.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굶주림을 참지 못한 자신이 몰래 텃밭의 감자를 캐먹다가 들켰을 때, 그런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팬 것은.


「미친 새끼! 개새끼! 한심한 버러지 같은 놈! 도예준! 너 하나 살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 줄 아느냐? 미쳤어? 아주 제대로 돌아버린 거냐! 이 미친 고아놈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원장의 눈에 텃밭의 감자를 캐먹던 자신은 인간이 아닌 돈을 불태우는 악마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거.


징벌의 서가 토해낸 괴물이 겨울을 선물해준 까닭에 그 시기의 감기약은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가격을 자랑했다.


프레스 기계로 찍어낸 잘 만들어진 AK-47 소총. 그리고 그 소총의 탄창 10개를 가득 채울 만큼의 탄약을 소총과 세트로 묶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감기약 열 알짜리 한 통의 가치였다.


의약품의 가치가 미쳐날뛰던 시절이다.


하지만.


그게 원장이 자신을 두들겨 팬 이유라기엔 부족했다.


“차라리 죽게 놔두면 될 일 아니었나?”


도예준은 손을 뻗어 낡은 테이블 위의 알감자버터구이 하나를 나무 포크로 찍었다. 끝이 예리하게 다듬어진 직접 깎아 만든 나무 포크가 푹하고 감자의 속살을 파고들었다.


파삭- 파사삭-


감자를 입으로 가져가자 설익은 식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게 포인트다. 휴게소의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은 늘 이런 꼴이었고, 어린 시절 먹었던 감자도 딱 이랬다.


익숙한 맛이다. 그렇기에 먹는 것이고.


도예준은 당시, 열심히 알감자버터구이를 먹던 자신들을 사진 찍던 원장의 모습을 떠올리곤 나무 포크를 내려놓았다.


원장은 어째서 자신을 그 폭설 속에서 죽게 놔두지 않았을까?


기껏 두들겨 패놓고 어째서 값비싼 연고로 치료해줬을까?


원장은 어째서 알감자버터구이를 먹던 자신들을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지켜봤던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다. 그 원장은.


도예준은 절반쯤 남은 알감자버터구이를 버려두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 추억은. 그냥 추억인가?”


입 안이 텁텁했다.


갈증의 원인은 오래된 유년기의 기억이었다.


추억은, 역시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


콰아앙-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휴게소의 입구쪽이 터져나갔다. 마물들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어설프게 쌓아올린 돌담이 흔적도 없이 박살나면서 사방으로 돌가루가 튀어올랐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구의 남자였다.


“······좆 같은 것들이 꼭 날로 먹으려 들지. 한상식 개새끼 뒤졌으면, 당연히 이젠 내게 상납금을 내야 될 거 아니냐?”


남자는 욕설을 쏟아내더니 허리춤에 빗겨 메고 있던 검 하나를 꺼내서 그대로 휴게소를 향해 휘둘렀다.


콰앙-


날도 서있지 않는 단조로운 강철검이 기다란 궤적을 남기며 날아들더니 그대로 휴게소의 점포 하나를 박살냈다.


박살난 점포가 희뿌연 연기를 피어올렸고, 그 소란에 휴게소의 사장이 뛰쳐나왔다.


사장은 무너진 점포와 거구의 남자를 번갈아보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이번주 내로 꼭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아무렴 제가 돈을 떼먹으려고 했겠습니까?”


“니미 씨발,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내뱉는 거냐? 응? 내가 아주 호구로 보이지?”


파측- 파츠측-


남자의 몸에서는 희뿌연 푸른색의 안개가 넘실 거리고 있었다.


마력.


존재의 힘, 혹은 격이라 불리는 이능.


별을 품고 고리를 맺은 이들은 거의 모두가 마력을 다룰 수 있었고, 이것은 즉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저 남자가 플레이어라는 것을 의미했다.


선천적 각성자일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애초, 그만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고작 이딴 휴게소 하나의 이권에 안달을 낼 이유는 없었으니까.


저런 이들은 보통 단 하나의 부류에 속했다.


“낙오자군.”


“뭐, 씨발? 나, 낙오자?”


도예준의 혼잣말에 정곡이 찔렸는지 휴게소의 사장인 중년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려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거구의 남자.


그의 눈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꿈틀 거렸다. 그것은 마치 거미줄과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살아숨쉬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눈동자의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었다.


마력중독 현상.


마력의 통제에 능숙하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격을 함부로 남발하면 일어나는 마력중독 현상과 흡사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저 거구의 남자가 곧 죽을 놈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도 그렇기에 그 중독 현상을 조금이라도 늦추고자 탑을 기어나와 이곳에서 왕처럼 행세하는 것일 테고.


스케빈저들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


중독 현상을 고치기 위해 같은 인간을 죽이면서 자신의 생을 유지하려 드는 그 추악한 짐승들에 비하면.


뭐, 그래도 질 나쁜 양아치인 건 마찬가지지만.


도예준은 겁에 질린 휴게소 사장을 거칠게 집어던지고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거구의 남자를 빤히 올려봤다.


그가 불쾌한 단내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흐흐흐. 이 새끼, 완전 돌아버린 거냐? 응? 죽고 싶어?”


삼류다. 말투부터 하는 행동까지.


조잡한 마력 방출과 낭비가 심한 움직임은 눈앞의 남자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등반도 성공하지 못한, 저층의 일꾼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불쾌하지는 않았다.


회귀하기 이전의 과거였다면 감히 자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못했을 존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의 남자는 증거였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음을 증명하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


물론.


그것이 눈앞의 남자를 봐줄만한 이유가 되긴 힘들었다.


도예준은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나는, 고구마가 싫어. 오래전부터 그랬지. 물론 감자는 좋아. 알감자버터구이는 가끔 먹을만 하거든.”


“뭐, 뭐라고? 미친놈이냐······?”


“시원한 게 좋단 말이다. 사이다처럼.”


말을 마친 도예준은 희미한 미소를 짓곤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극- 그그극-


도예준의 손짓을 따라 거대한 힘의 격류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급 회귀자의 탑 공략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화. 무제. NEW 19시간 전 76 1 5쪽
6 6화. 핏줄. 24.07.03 120 1 10쪽
» 5화. 격류. 24.07.02 141 5 10쪽
4 4화. 가호의 황금잔과 혼돈지수. 24.07.01 224 5 24쪽
3 3화. 각성파장. 24.07.01 243 4 18쪽
2 2화. 회귀. 24.07.01 278 6 14쪽
1 1화. 종말의 포식자. 24.07.01 366 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