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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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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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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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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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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7. 검성 체프만

DUMMY

수많은 깃발이 나부꼈다. 형형색색의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왕궁으로 향하는 도로 위를 수놓았다. 도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환호성이 왕국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한 무리의 군대가 위풍당당 행진했다. 왕국의 숙원을 이룬 영웅들의 행진이었다.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에도 군대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선두에 선 그들의 지휘관을 따를 뿐이었다. 화려한 장식을 걸친 눈부신 백마에 탄 지휘관이 바로 카야르의 3왕자이자 검성이며, 이번 출정의 지휘관이고, 구국의 영웅이 되어 돌아온 체프만이었다. 붉은 바탕에 금색의 화려한 수가 새겨진 갑옷은 작렬하는 태양빛에 반사돼 유독 눈에 띄었다.


“형님, 이젠 전하께서도 형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투구 속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4왕자 찰즈는 사람들의 환호에 잔뜩 들떠있었다.


* * *


왕국의 남부는 수 백 년 동안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은 왕국의 어떤 곳보다 비옥한 곳이었지만, 잦은 몬스터의 출몰로 인간의 정착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긴 세월동안 왕국은 여러 차례 몬스터 토벌을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절망뿐이었다. 단 한 번도 몬스터 토벌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왕국은 결국 몬스터 토벌을 포기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은 몬스터 출몰지역과 거주지역 사이 방벽을 설치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세월동안 몬스터들은 꾸준히 영역을 넓혔고, 조금씩 후퇴하던 방벽이 결국 몇 해 전 몬스터의 공격으로 뚫린 것이다.


“이번 출정을 반대하던 왕실의 겁 많은 늙은이들 표정이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그렇게나 형님을 마뜩치 않아 하더니 전세 역전 아닙니까? 하하하.”


그간 몬스터 토벌은 꾸준히 주장되어 왔다. 하지만 과거의 전례가 있기에 매번 반대에 부딪히는 게 실상이었다. 결국 방벽 일부를 후방에 다시 세우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방벽 이전을 확정 짓도록 하겠습니다. 각 부처 대신들은 세부 계획서를 한 달 안에 제출해 주시길······.”


“안 됩니다. 이렇게 포기하면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왕실 회의장에 체프만의 항변이 메아리쳤다. 이전에도 토벌을 주장했지만 압도적인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묵살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방벽까지 철수한다면 다신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석문관(首席文官)의 말을 자르고 나섰다.


“왕자 저하, 이미 결정이 난 사항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는 수 년 간 노력했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습니다. 이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몬스터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상태라면 방벽을 철수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결국엔 왕도까지 밀리게 될 것입니다.”


굳이 그의 항변이 아니라도 회의장에 있는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과거의 전철을 따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끝난 얘기다. 왕자는 자리에 앉으라.”


회의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제린 왕의 무거운 목소리가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나 체프만은 굴하지 않았다.


“전하, 왕궁의 명운이 걸린 일입니다. 지금 완강한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말로만 떠들지 말고 네가 직접 해결해 보거라.”


왕국은 쇠퇴의 길로 빠져들고 있었다. 서쪽은 푸른 숲으로 막혀 외국과의 교류가 어렵고, 동부 해안은 항구를 짓기에 유용한 지형이 아니었다. 무역이 자유롭지 못한 지리적 맹점을 가진 카야르의 유일한 희망은 남쪽의 비옥한 토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점차 몬스터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체프만은 그런 왕국을 강성하게 만들고 싶었다. 대륙의 어떤 나라보다 풍요롭고 안정된 나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장자계승을 원칙으로 하는 카야르에서 왕권 계승 순위 3위의 왕자는 그저 왕족의 일원일 뿐이었다.


일찌감치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체프만은 힘(무력武力)을 기르는데 주력했다. 절대 권력을 가질 수 없다면 선봉장이 되리라 다짐했다. 왕가의 검이 되어 적을 무찌르고 왕국의 안녕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좇았다. 그렇게 검성이 되었다.


하지만 타국의 침략 우려가 거의 없는 지리적 요건은 자연스럽게 안일함으로 이어졌다. 군사력을 배제하는 카야르의 안일함에 체프만은 튀어나온 못이었다.


아제린 왕은 셋째 왕자가 못내 못마땅했다. 수 백 년 동안 타국의 침략을 받지 않았다. 군사력은 치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이면 충분했다. 지난 세월동안 큰 이견이 없는 문제였다. 별 탈 없이 수 백 년을 그렇게 흘러왔다.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닌 왕자가,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 수 백 년을 이어온 전통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왕자가 아니었으면 미리 싹을 잘랐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왕자였다. 자식이었다. 싹을 자를 수 없다면, 기를 꺾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하겠습니다.”


단지 기를 꺾을 생각이었다. 왕궁의 모든 군사를 동원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왕자 소유의 개인 군사만으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고개를 숙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왕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전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미천한 목숨 바쳐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체프만의 한 마디에 회의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냉기가 감돌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고, 일국의 왕자가 직접 나설 일도 아니었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차가운 침묵은 체프만의 목소리에 부서졌다.


“전하의 뜻을 수행하러 바로 떠나겠습니다.”


5년 전의 일이다. 지난 5년 동안 왕국의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업적을 드디어 이뤘다. 몬스터들의 서식지를 남서쪽 푸른 숲까지 밀어내고 남부지역에 안정을 되찾았다. 카야르 왕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비옥한 토지를 수 백 년 만에 찾아낸 것이다. 일찍이 대륙의 어떤 군대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었다.


“보는 이도 듣는 이도 많다. 언행에 주의하자.”


“이제 눈치 볼 필요 없지 않습니까? 형님의 업적이 역사에 남아 대대손손 전해질 텐데 그런 소소한 걸 다 걱정하십니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체프만도 들떠있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5년 동안 맘 편히 누운 날이 하루도 없었다. 오로지 하루라도 빨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결과로 왕국의 명운이 바뀔 것이다. 드디어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다. 드디어 강력한 왕국 카야르로 일어설 수 있다.


“수고했다. 물러가 쉬거라.”


카야르 국왕 아제린의 치하는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예상 못한 국왕의 반응에 체프만은 일어설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청난 보상이나 뜨거운 환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칭찬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경멸에 가까웠다.


“전하, 그간의 노고와 공로를 살피시어 마땅한 보상을 내리심이······.”


“공로랄 것 없다.”


수석문관의 말을 자르며 왕좌에서 일어서는 왕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체프만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왕의 표정을 보는 순간 이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체프만의 공로는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업적이었다. 왕국의 모든 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를 찬양했다. 그의 인기는 왕국의 누구보다, 심지어 국왕보다 높아져버렸다. 한편에선 왕의 재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결코 왕이 될 수 없고, 거론조차 되어서도 안 되는 3왕자가 왕권에 가까워진 것이다. 체프만은 더 이상 이전의 3왕자가 아니었다. 왕권 계승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이었다.


왕권 계승에 걸림돌을 향한 왕의 싸늘한 시선에 지난 5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 * *


방벽의 상태는 처참했다. 언제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형편없었다. 방벽을 지키는 병사 또한 인근 마을에서 강제로 차출된,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나이 든 사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전부인가? 어째서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는가?”


경계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병사를 소집했지만 200여 명 밖에 되지 않았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쭉 뻗은 방벽엔 약 50여 개의 초소가 있다. 현재 각 초소에 남은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총 40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숫자였다. 턱없이 부족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방벽 인근에 부락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마을에서 차출하다 보니 이런 형편입니다.”


대표로 보이는 노인 남자는 활도 제대로 쏠 수 없을 정도로 병약해 보였다.


“그 점은 나도 알고 있네. 헌데 그것과 젊은이들이 없는 것은 무슨 연관이지?”


“저··· 그것이······.”


“바른 대로 말하지 못하겠는가? 어째서 징집 대상이 될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늙은이들이 경계를 서고 있느냔 말이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노인에게 찰즈의 호통이 벼락처럼 꽂혔다.


“죄··· 죄송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먹고 살려고 그랬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잔뜩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노인의 말을 이러했다.


방벽 인근엔 14개의 부락이 있고, 남녀노소를 다 합쳐도 각 부락민이 100명을 넘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다 보니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기껏 남은 젊은이들마저 방벽 근무로 떠나보내면 정작 농사를 지을 일손이 부족해지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징집 령을 어기는 것이 중죄인줄 알고 있으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1년도 버티기 힘든 실정입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두 왕자는 참담한 심정에 입을 열지 못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현실이지만, 지금까지 이 실태가 발각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관리가 허술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손을 놓고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게 기적이었다.


“왕국에서 관리가 파견되어 오거나 지원은 있었는가?”


“방벽의 관리는 발디온의 영주가 맡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왕국의 지원이라 하시면 어떤 것을······.”


“병사나 무기, 혹은 식량 말이다. 발디온의 영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가?”


“그런 것들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방까지 귀한 분들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썩었단 말인가. 발디온 영주? 아니면 왕국?’


방벽에서 도시까지 하루 거리였다. 방벽이 뚫리면 몬스터가 도시를 공격하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이건 관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방치였다.


“방벽이 많이 낡았던데 지금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지?”


“저희 같은 늙은이들로 그나마 유지가 될 수 있는 건 초원늑대와 이곳의 특성 때문입니다.”


과거 초원늑대는 남부지역 최상위 포식자는 아니었다. 송곳범에 준하는 크기이지만, 일반 개과 짐승과 달리 무리를 이루지 않아 큰 위협이 되는 몬스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이 영역을 넓히면서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농지를 개간하면서 초식동물을 대량으로 학살하자, 그 초식동물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이나 몬스터들의 수가 감소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육식동물이나 몬스터가 가축을 습격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결국 인간의 창과 칼이 그들을 향하게 됐다.


생존의 위협과 급작스럽게 변화는 생태계 속에서 각 생물은 스스로 다양한 진화를 선택했는데, 그 중에 가장 큰 진화는 초원늑대의 무리 생활이었다.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무리를 이루는 초원늑대는 남부지역의 재앙에 가까웠다.


“제가 어렸을 때 왕국에서 군사들을 파견한 일이 있습니다. 어린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수천은 될 어마어마한 병력이었습니다. 그 기세 또한 위풍당당했었죠. 하지만 순식간이었습니다. 수백의 초원늑대 무리가 휩쓸고 지난 자리에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초원늑대들이 노련해졌다고 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인간을 상대하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다고 말입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대형 몬스터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었다. 최소 9급, 최대 7급 혹은 6급 몬스터가 다량 서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카야르의 군사력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수준이라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모두 잘못된 정보였다.


‘누군가 일부러 거짓 정보를 퍼트린 건가? 아니면 애초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생각이 없었던 건가? 아니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썩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들을수록 신기한 것이 있다. 너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틴 것이냐?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노인과 다 허물어져 가는 방벽으로 수천 군사도 어쩌지 못하는 초원늑대 무리를 어떻게 막아내고 있느냔 말이다.”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초원늑대와 이곳의 특성 때문입니다. 개과 짐승은 멀리는 뛸 수 있을지언정 높이 뛰진 못합니다. 게다가 앞발도 사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주둥이로 공격합니다. 그리고 이곳엔 대형 몬스터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그 덕에 방벽을 그리 높이 쌓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보셔서 아시겠지만, 방벽의 위쪽과 벽을 짚고 오르지 못하도록 상단의 돌출부위만 뾰족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그리고 보시기엔 낡아 보이지만 방벽에 사용한 나무는 검나무라는 종으로 굉장히 튼튼하고 잘 썩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죠. 다행히 방벽은 처음 건설될 때부터 초원늑대를 대비해 만들었기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겁니다.”


“얼마 전에 방벽이 부서지지 않았는가?”


“우연이었습니다. 남부 해안 지역에 서식하는 대형 몬스터가 초원늑대에 쫓겨 왔습니다. 키클롭스라는 외눈박이 거인 몬스터인데, 잔뜩 겁을 집어먹어서는 방벽까지 왔습니다. 방벽에 막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자 미친 듯이 날뛰지 뭡니까? 그 거대한 놈이 어린애 보채듯 날뛰는데 아무리 튼튼한 방벽이라도 버티질 못하고 부서지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그놈은 제풀에 방벽 조각에 찔려 죽어버렸지요.”


“피해가 상당했을 텐데 어떻게 그리 빨리 보안했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둔 것이 있습니다. 이동식 방벽이라고 할까요? 커다란 수레 위에 방벽을 세웠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임시로 그것을 가져와 막아놨고, 현재 보수 중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왕국을 위협으로부터 지킨 건 이들이었다. 왕국이나 영주의 지원도 없이 생존을 위해 터득한 지혜로 자신을 지켜왔고, 아울러 왕국까지 지키고 있었다.


“대단하네. 대단해. 그대들의 지혜와 노력에 카야르 왕국의 왕자 체프만의 이름으로 치하하네.”


“별말씀을요. 다 저희 살자고 해온 일일 뿐입니다.”


“내 그동안의 노고에 충분히 보상하겠네. 참, 그리고 그 이동식 방벽이라는 거 혹시 더 있나?”


“정확하진 않지만 다섯 개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적군. 당장 그것부터 추가로 만들어야겠어.”


“네? 제 나이 70 평생 그것을 사용한 건 이번 한 번 뿐이었습니다. 더 만드실 것까지······.”


“그대가 말하지 않았는가? 초원늑대라는 놈들이 인간을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남부 해안에 사는 대형 몬스터가 이곳까지 쫓겨 온 게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체프만의 예상은 옳았다. 정확히 사흘 후 총 두 곳에 초원늑대에 쫓겨 온 키클롭스가 방벽에 나타났다. 하지만 방벽이 뚫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계근무 중인 체프만의 정예 군사가 방벽에 접근하기 전 키클롭스를 막아낸 덕이었다.


방벽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초원늑대 무리는 더 이상 방벽 주변에 나타나지 않았다. 짧은 평화가 찾아왔지만 체프만은 안주하지 않았다.


먼저 발디온으로 찾아가 영주의 목전에 검을 들이밀었다.


“지금까지의 무능과 태만만 생각하면 당장 네놈의 목을 치고 싶지만, 네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잠시 보류 하도록 하겠다. 다만, 네 노력이 미진할 시 반드시 목을 치겠다.”


왕국에 알려진 체프만의 성격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이성적인 판단, 진취적인 행동력, 검성 등 왕자라는 타이틀과 제법 잘 어울리는 평가였다. 하지만 단 하나 압도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잔혹함이었다. 그의 검날엔 자비도 주저함도 없다고 알려진 만큼 사람 베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했다고 끝이 아님을 발디온 영주는 잘 알고 있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역량을 다 쏟을 수밖에 없었다.


발디온 영주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방벽 인근 마을의 생활을 안정화 시켰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자연스레 젊은이들을 가용할 수 있었고 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체프만의 계획은 단순했다.


1. 이동식 방벽을 다수 건설한다.

2. 방벽을 조금씩 전진해 몬스터들의 영역을 좁힌다.

3. 토끼몰이 하듯 남서쪽 푸른 숲으로 몬다.

4. 이동식 방벽과 남은 방벽 자재를 이용해 푸른 숲의 경계에 튼튼한 방벽을 세운다.


비록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없는 계획이지만, 물자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계획을 이루는데 꼬박 5년이 걸렸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모든 것을 바쳤다. 하루도 마음 편히 발을 뻗고 누운 날이 없었다. 피해를 최소화 하려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접 훈련시킨 많은 군사를 잃었다. 그렇게 얻어낸 성과였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자식이 아닌 반역자를 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이날 체프만은 지금까지 다져왔던 다짐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모두 바꾸리라. 썩은 것을 모두 도려내고, 강한 카야르로 탈바꿈 하리라. 그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리라. 왕좌를 차지하리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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