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Ares의 작업실

Un 파라다이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Ares47
작품등록일 :
2019.12.23 14:47
최근연재일 :
2020.01.16 10:0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947
추천수 :
0
글자수 :
204,415

작성
20.01.10 18:04
조회
17
추천
0
글자
11쪽

2차 테스트

DUMMY

“성녀님. 예약하신 분이 도착했습니다.”


정장을 빼 입은 중년남성이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한눈에 봐도 핏기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백했다. 마치 투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벼운 슬랙스 바지에 십자가 모양이 프린팅 된 박스티를 걸친 그녀는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중년남성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곧 남성이 사라지자 여자는 한숨을 푹 쉬었다.


“휴··· 힘들다.”


그녀는 바로 수연이었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그녀의 팔다리는 살점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빼빼 말라 있었다. 곧 그녀는 주방으로 보이는 곳에 가 양푼에 밥을 비비며 퍼 먹었다. 거의 3인분 정도 되어 보이는 양이었지만 수연은 마치 ‘이걸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처럼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밥을 입에 퍼 넣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은 마치 고급 모델하우스처럼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방이 총 5개였는데 헬스장, 수영장, 홈시어터, 침실, 옷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잠시 주변을 슥 둘러보던 수연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오··· 나도 좀 나가서 살고 싶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메딕처럼 힐만 하고 살아야 하니.”


잠시 그녀는 정민의 얼굴을 떠올렸지만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안되지 안돼. 이럴때 일 수록 오빠 얼굴은 적게 생각해야 오래 버틸 수 있어. 그래. 수연아. 대한민국 고딩의 힘을 보여주자. 할 수 있어!”


‘우걱우걱우걱우걱’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밥을 퍼먹던 그녀는 한그릇을 다 비우고 배를 통통 두드렸다.


“꺼억-”


밥의 힘일까? 일순 약간 혈색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아픈 사람을 위해 힘을 쓸 준비를 마쳤다.


“아이고 성녀님···”


“배 까고 저기 누우세요.”


곧 배가 남산만한 중년남성이 들어왔고 수연은 익숙하다는듯 거실의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중년남성은 말 잘듣는 학생처럼 수연이 가리킨 탁자 위에 몸을 누이고 윗옷을 훌렁 벗었다.


“아니··· 벗으라는 얘긴 안했는데.”


“아. 죄송합니다.”


“아아아아! 다시 입지 마시고 그냥 계세요. 금방 끝납니다. 하나 둘~ 네 끝났습니다.”


수연이 손을 들어 배를 스윽 하고 훑자 순간 빛무리가 ‘팡-’하고 터지더니 중년남성의 배가 홀쭉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중년남성은 호들갑을 떨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수연이 지릿 하고 째려보자 깨갱하고 부리나케 방을 나갔다.


“오늘도 끝이네.”


“수고하셨습니다.”


곧 문을 열고 들어온 정장의 중년남성의 모습에 수연은 손을 까딱거리며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집사님도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네. 그럼 쉬십시오.”


곧 문이 닫히고 수연은 만사가 귀찮다는 듯 좀비처럼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풀썩-’


“아이고 삭신이야··· 이제 20살인데 왜이렇게 몸이 아프다냐···”


약한 소리를 하며 수연은 힘에 부친다는듯 어깨와 다리를 번갈아가며 두드렸다.


“...쿠울···”


그렇게 벙커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


청와대 별관. 안기부 상황실.


그곳에서 넓게 펼쳐진 모니터에는 수연의 자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뚫어지게 지켜보며 뭔가를 적던 젊은 여성이 곧 파일철을 덮고 옆구리에 끼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며 여성은 곧 ‘안기부 부장 최창우’라는 명패가 걸린 문 앞에 도착 한 뒤 노크를 했다.


‘똑-똑-’


“부장님. 주영미 입니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온통 담배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


그녀는 얼굴을 조금 찡그렸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는 삐딱하게 앉아있는 최창우에게 다가가 파일철을 건넸다.


“성녀의 업무가 종료 되었습니다. 내일 일정은 국방부 장관의 간암 치료 입니다."


곧 고저가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보고가 이어지자 창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그래. 나가봐.”


“저기···”


“왜. 할말 있어? 주 실장이 왠일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듯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창우를 보며 영미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가지 의심되는 점이 있습니다.”


“뭔데?”


“오늘 방문 했던 환자에 대한 보고서 입니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서류 하나를 마저 건넨 영미는 창우의 표정을 살폈다.


잠시후.


“이거··· 문제가 심각하군. 정보가 바뀌었잖아? 서클로 가입한지 하루밖에 안된 인물이라니··· 거기다 일본 정보부 소속 인물이라···”


찡그린 얼굴로 뭔가를 생각하던 창우가 그녀에게 재차 물었다.


“이 사실을 각하께서 알고 계시던가?”


“아직 보고 올리진 않았습니다.”


“그럼 일단 놔둬. 내 선에서 좀 더 알아 본 다음 확실해지면 보고 올리겠다.”


“네.”


‘치이잉-’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창우는 잠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


‘통상 서클에 가입하고 최소 한달이 지나야 성녀와 대면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은 뭐지? 사전에 보고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한다. 흠··· 내키진 않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창우가 수화기를 잡았다.


‘뚜루루루-’


“왠일로 오빠가 전화를 다 했어? 우리 평생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도 너한테 전화하는 게 내키지 않아서 계속 고민했다.”


불편한 대화가 오갔고 전화를 받은 여자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킥킥킥. 그래. 무슨 일이길래 그 도도한 창우가 배신자한테 전화를 다 했을까?”


“...”


잠시 침음성을 삼킨 창우는 수화기를 강하게 쥐며 억지로 화를 참았다.


“후··· 그래. 혹시 연구자들 중에 타모리 라는 일본인을 추천한 사람이 있지?”


“응? 글쎄~ 나한테 보고 올라온 건 없는데··· 그런데 왜?”


“그걸 몰라서 묻는거야? 아랫사람이 추천했다는 보고가 어제 올라왔는데 왜 확인을 안한거지?”


창우의 물음에 미연이 코웃음을 쳤다.


“오빠. 아직도 오빠가 내 상관이라고 생각해? 왜 그딴식으로 나한테 말하는거야? 아직도 그 병신같은 성격을 못 고쳤나 보네. 쯧쯧. 거기 가서 정신 차릴 줄 알았더니 말야.”


신랄하게 공격하는 미연의 말을 들은 창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이··· 이년이.”


“주제를 알면 좀 나대지 말고 짜져 살아. 서클에서는 내가 오빠보다 상관이야. 알아들어?”


창우는 전화를 한 것이 내심 후회스러웠다. 이럴 줄 알고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전화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억지로 올라오는 욕지기를 억누른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 내가 사과하마. 백번 잘못했으니 그 일본인이 가입된 경위라던가 누가 가입 시켰는지를 좀 알아봐 줄 수 없겠냐?”


“흥. 정식으로 허가 받고 공문써서 보내. 서류로 얘기하자고. 그럼.”


‘뚝-’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우두커니 잡고 있던 창우가 전화기를 던졌다.


‘퍼억-’


벽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는 아날로그 전화기를 시작으로 그는 사무실에 있던 집기를 마구 부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이 씨발년!!! 죽여버릴거야!!!”


한참을 그렇게 분풀이를 하던 창우가 씩씩 거리며 충혈된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밖에 누구 없나!”


“예! 부장님. 요원 이강산 입니다.”


급히 들어온 한 남자를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며 창우가 소리쳤다.


“애들 싸그리 모아서 어제 서클 가입했다던 그 일본놈 위치 파악하고 발견하면 여기로 잡아와!”


“공문은 필요 없습니까?”


이강산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건 호통 뿐이었다.


“그딴거 필요없으니까 죽이지만 말고 데려오란 말이다!!!”


“예...옛!!!”


‘쿠당탕-’


도망가듯 사무실을 벗어나는 이강산을 보며 창우가 중얼거렸다.


“씨발··· 말 나오면 성녀의 존재가 노출되었다고 둘러대면 되겠지.”



“놓쳤습니다. 이미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국외로 이동한 흔적 밖에 없습니다.”


정확히 10분 후 다시 사무실로 들어온 이강산의 보고에 창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가봐.”


“옛.”


이강산이 문을 닫고 나가려 하자 창우가 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


“네?”


“나가서 전화기 하나 가져와. 부서졌다.”


“...”



청와대 간이집무실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브리핑을 받고 있던 조원백대통령은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비서실장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저 치가 왜 저러는거지?’


평소에 왠만한 일은 느긋하게 보고하던 비서실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곧 조원백에게 다가온 비서실장이 귓속말로 뭔가 말하는게 보였다.


“...으음. 국무총리. 브리핑은 나중에 듣도록 하지. 급한일이 생겨서 말야.”


“아. 네. 각하.”


눈치껏 브리핑을 종료시킨 국무총리가 모여있던 사람들을 챙기는 사이 조원백과 비서실장은 빠른 걸음걸이로 대통령실로 향했다.


“멍청한 새끼들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했건만 그런 정보를 외부로 누설해?”


“어제 들어온 서클원이 일본인이라고 안기부장이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 새끼는 잡았대?”


“이미 일본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자네는 가서 안기부장 오라고 해. 그리고 유수호 불러와.”


“옛. 각하.”


잠시 후 헐레벌떡 달려온 창우와 유수호가 나란히 대통령실로 들어갔다.


“찾으셨습니까 각하.”


“그래. 둘다 앉지.”


신속하게 앉는 둘중 창우에게 고개를 돌린 조원백이 물었다.


“정보가 새어나간 진원지가 어디인가?”


“최미연 연구소장 밑에 있는 연구원의 추천으로 들어온 남자라고 합니다.”


“연구소장한테 연락 해봤나?”


“네. 연락은 했지만 절차를 지켜서 보고 받으라는 통에···”


잠시 말끝을 흐리는 창우를 보며 조원백이 호통을 쳤다.


“이게 보통일인줄 알고 그딴 절차를 지키라고? 연구소장 당장 튀어오라고 해.”


곧 눈치껏 창우가 책상에 있는 수화기를 들어 비서에게 지시하는 사이 조원백은 유수호를 바라봤다. 왼쪽 눈에 감긴 검은색 안대가 유독 도드라지게 보였다.


“경호실장. 자네가 일본에 좀 다녀와야겠네.”


“누구를 잡아오면 되겠습니까?”


“그건 안기부장과 얘기하면 될걸세. 반드시 잡아와야 하네. 서클의 존망이 달린 일이야.”


“옛. 각하.”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 이번에도 믿겠네.”


“걱정 마십시오.”


유수호가 단단한 얼굴을 하며 조원백을 안심시켰다. 실제로 유수호는 파라다이스 이후 능력을 대부분 이어받아 근접전에서 한번도 진적이 없을 정도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했다.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리링-’


구형 아날로그 다이얼의 전화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순간 세명의 행동이 일순 멈췄다.


“...젠장.”


그 전화기는 일본 총리와 다이렉트로 연결 가능한 핫라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Un 파라다이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존스턴아톨 20.01.16 18 0 11쪽
34 존스턴아톨 20.01.15 22 0 11쪽
33 존스턴아톨 20.01.14 79 0 11쪽
32 2차 테스트 20.01.13 24 0 11쪽
31 2차 테스트 20.01.12 17 0 14쪽
30 2차 테스트 20.01.11 17 0 13쪽
» 2차 테스트 20.01.10 18 0 11쪽
28 2차 테스트 20.01.09 23 0 18쪽
27 2차 테스트 20.01.08 21 0 16쪽
26 연구소 20.01.08 16 0 14쪽
25 연구소 20.01.07 16 0 11쪽
24 연구소 20.01.06 16 0 13쪽
23 연구소 20.01.05 24 0 11쪽
22 연구소 20.01.04 15 0 16쪽
21 연구소 20.01.03 17 0 14쪽
20 죽음과 탄생 20.01.02 17 0 12쪽
19 단죄 20.01.01 21 0 10쪽
18 모략 19.12.31 22 0 15쪽
17 모략 19.12.30 20 0 13쪽
16 모략 19.12.29 17 0 16쪽
15 모략 19.12.28 22 0 11쪽
14 콜로세움 19.12.27 21 0 19쪽
13 고백 19.12.26 22 0 13쪽
12 메딕의 탄생 19.12.25 24 0 13쪽
11 하연 19.12.24 26 0 12쪽
10 그놈의 등장(2) 19.12.23 26 0 15쪽
9 그놈의 등장 19.12.23 22 0 10쪽
8 수연과의 동행 19.12.23 21 0 13쪽
7 배신 19.12.23 27 0 10쪽
6 최찬혁 19.12.23 32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