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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s의 작업실

Un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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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s47
작품등록일 :
2019.12.23 14:47
최근연재일 :
2020.01.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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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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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콜로세움

DUMMY

나를 향해 비릿한 웃음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일이 잘못 됐다는 것을 느꼈다.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나려던 나를 영주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자네가 우리 영지에 귀화 요청을 한 사내인가?”


고저 없는 목소리가 영접실을 울렸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저 녀석이 왜 여기 있는거지? 영주와는 무슨 관계인 걸까?? 젠장··· 너무 쉽게만 생각했구나...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외통수라도 당한 느낌이었다. 내가 어찌 할 지 몰라 그자리에 못박힌듯 가만히 서 있자 영주가 조금 노한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두번 묻게 하지 말게.”


“아···.네. 맞습니다. 저를 포함한··· 11명의··· 귀화를··· 허락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동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나질 않았기에 내 말투는 딱딱히 경직되어 있었다. 내 모습을 본 영주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아··· 정신차리자 정민아! 우선은 영주와의 대화가 우선이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난 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경황이 없어 무례를 범한점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흠··· 그래도 아주 경우가 없는 자는 아니군.”


그제서야 얼굴이 풀린 영주는 옆에 서 있던 김태형에게 물었다.


“호위단장이 보기엔 어떻소?”


‘호위단장? 이런 씨발···’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었다. 김태형은 언제 영주의 눈에 띄었는지 몰라도 능력을 인정받아 영주의 직속 호위단장 자리까지 오른 것 같았다.


내가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김태형을 쳐다보자 김태형이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영주에게 말했다.


“심성이 나쁘진 않은 것 같은 자이니 일단 곁에 두시고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영주님.”


“자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마음이 통한다는 듯 영주가 허허 하고 웃었다. 나는 순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저 새끼가 왜 저러지? 무슨 꿍꿍이인거야!’


결국 영주에게 임시허가증을 받고 영접실을 나올 수 있었다.


나는 병사의 안내를 받아 영주의 성에서 나오자마자 다급히 그에게 동료들이 있는 임시거처를 확인하곤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무슨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임시거처에 도착한 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


“수연아!”


“어 오빠. 다녀왔어? 생각보다 빨리왔네? 그것보다 여기 봐봐 대박이야! 와 파라다이스 그래픽 짱짱맨!”


임시거처의 풍경은 내가 상상한 풍경과 전혀 달랐다. 2층으로 이루어진 오두막의 중앙 부분에 마련된 화롯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10명이 앉아도 넓을 정도의 거실이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닥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오두막 이곳저곳을 한가롭게 구경하는 중이었다.


“오빠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새파래.”


내게 다가온 수연이 굳어있는 내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숨을 크게 쉬며 호흡을 정돈한 뒤 굳은 얼굴로 모두에게 말했다.


“긴급회의를 해야겠습니다. 모두 모여주세요.”




“.... 이렇게 해서 우리가 임시로 여기 머물 수 있는 허가증이 나온겁니다.”


“와··· 무슨 드라마 같네...”


저마다 기막히다는 듯 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수호와 지민은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김태형이라는 그 사람 눈 쭉 찢어진 그놈 맞지? 그놈이 뭘 했길래 이렇게 치를 떠는거야?”


“맞아.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어?”


둘이 번갈아가며 묻자 우리는 둘에게 한마디로 일축했다.


“개새끼죠.”


“개새끼입니다.”


“개새끼에요.”


“... 아 그래?”


잠시 어이 없다는듯 여자들과 나를 바라보던 수호와 지민은 자세한 내막을 듣기를 원했고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그들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쾅!’


“와! 진짜 개 같은 새끼!”


유독 흥분하면서 바닥을 내리치는 지민의 모습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 역시 침음성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동굴에서 있을때는 말을 그렇게 잘하더니.... “


“쉽게 볼 놈이 아닙니다. 머리가 나쁜쪽으로 비상한 놈이에요.”


내가 굳은 얼굴로 얘기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근데 문제는 김태형 그자식이 우리가 성 안으로 들어오는 걸 미리 알았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냐는 거에요.”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수연의 추측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 것 외에는 다른 경우의 수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다고 치고···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영지를 벗어난다.”


수호가 맞장구치듯 내가 할 말을 먼저 말했다. 그러자 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최하책이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 영지 뿐만 아니라 다른 영지에서까지 합공을 받을 수 있어. 괴멸될거야.”


“그렇다면 이대로 가서 영주와 김태형의 모가지를 따버린다.”


그러자 수호가 다른 대안을 내놨지만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만한 능력이 없어요. 길도 복잡하고. 그리고 우리에게 비전투원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 하셔야죠.”


“으음··· 어렵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수호가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우선 김태형의 속내를 파악하는게 우선인데···’


그 때 한동안 말이 없던 혜미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김태형이 있다는 말은 태미도 이 영지 안에 있다는 얘기잖아요··· 근데 왜 아무도 태미 얘기는 안하시는 건가요···?”


‘아참! 맞다 태미씨가 김태형에게 잡혀 있었지?’


속으로 아차 싶어 혜미를 바라봤지만 혜미는 실망했다는 듯 여자들과 나를 번갈아 보며 울먹였다.


“나는 자나깨나 태미 구할 생각만 했는데··· 그것도 몰라주고···”


“아니에요! 혜미누나 오해에요! 당연히 구해야죠! 그런데 큰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까···”


“됐어요! 여러분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라도 구할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우리에게서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린듯 혜미가 울며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간 혜미를 쳐다봤다. 그 때 수연이 나섰다.


“혜미 언니는 우리가 다독일 테니까 방법을 강구해 보죠.”


그렇게 우리는 밤새도록 머리를 싸매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다음날.


“영주님께서 여러분들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십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한 우리는 퀭한 눈으로 병사를 반겨야 했다.


“네? 능력을 확인하다뇨?”


내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묻자 병사는 제법 정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호위단장님이 주관하시는 콜로세움에 여러분들이 참가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길 원하고 계십니다.”


‘어머나 씨발··· 콜로세움이라면 그 로마의 콜로세움?’


“그··· 콜로세움이란 게 정확히 뭔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내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지만 병사는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건 와서 확인 하라는 호위단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한명도 빠지지 말라는 말씀을 추가로 하셨으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출발할 준비를 해 주십시오.”


병사가 문을 닫고 나가자 우리는 다시 머리를 싸매고 토론에 들어갔다.


“이건 예정에도 없던 플랜z인데?”


“콜로세움이라면 그··· 스파르타들이 나와서 싸우는 그거 말하는거 아냐?”


“바보야 스파르타는 고대 그리스 시대고... 콜로세움은 로마시대잖아.”


“아... 그래?”


박은지가 지적하자 김나연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수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콜로세움은 로마시대에 시민들의 광기를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검투장이에요. 검투사들이 나와서 죽기살기로 싸우는 곳이죠. 김태형은 혹시 우리를 검투사들과 싸우게 해서 처리하려는 거 아닐까요?”


수연의 말에 대다수의 여자들은 진저리를 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본 김태형은 여자들을 쉽게 죽이지 않아. 더군다나 테스터가 테스터를 죽이면 감점이라고 하는데 김태형이 그 사실을 모를 리도 없고.”


“간접적으로 죽이는 것도 포함 되는 건지 모르겠네.”


“정보가 부족하다 정보가.”


내가 한탄하듯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일단은 김태형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네요.”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혜미는 어제의 일 이후로 한번도 1층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몇몇 여자들이 혜미를 다독이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가 괜찮다는 말만 듣고 거부당했다고 했다.


‘김태형 문제도 벅찬데 혜미누나 문제까지 겹치니··· 아 머리아프다...’


일단은 혜미와 태미의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김태형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수연이 네가 올라가서 혜미누나한테 나갈 준비를 하라고 잘 좀 말해줘.”


“응 오빠.”


병사가 ‘한명도 빠짐없이’ 오라고 했기 때문에 혜미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야 했다.


채비를 마치고 병사의 인도를 받아 영주성에서 한참 떨어진 콜로세움 경기장으로 향한 우리는 근처로 갈 수록 환호하는 관중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으··· 떨려.”


“걱정하지마 다 잘 될거야.”


긴장되는지 떨고 있는 수연을 내가 다독여주며 콜로세움을 둘러보았다.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구나···’


원형의 거대한 죽음의 광장. 인간이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는 광기의 공간으로 나는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결투장에 세워진 단상 위에서 MC를 보는 것처럼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콜로세움 중앙의 남자가 보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관중들의 목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


“아오 시끄러!”


걸어가며 귀를 막고 잠깐 관중들을 노려보는 수연이 보였다. 나 역시 인상을 찡그리며 병사가 안내한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대기실 같이 생긴 공간이었다. 50명 정도는 앉아 있을것 같이 넓었는데 순차적으로 계단형식으로 된 곳이 보였다. 이내 병사가 우리에게 앉을 것을 명령한 뒤 모습을 감췄다.


“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구만~”


그 때 꿈에도 잊지 못할 목소리가 들리며 입구에서 김태형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김태형···.”


“이런이런...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지금 누가 위고 누가 아랜지 이해를 못한 건 아닐텐데 말이야···”


11쌍의 증오어린 눈빛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며 김태형이 씨익 웃었다. 나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김태형에게 질문했다.


“우리들에게 원하는게 뭐지?”


“원하는 거라니 섭섭하군 친구··· 우린 모두 똑같은 테스터 아니던가? 하하하! 비록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우리가 이곳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이란 건 너희와 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마치 친구를 대하듯 부드럽게 말하는 김태형이 낯설었다. 곧 김태형이 말을 이었다.


“즐기라고 친구들. 자네들이 우선 여기 영지에 적응하려면 영주님의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제국이 자랑하는 콜로세움을 VIP석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권리를 내가 마련해 줬지! 어때? 서프라이즈~?”


“태미··· 태미는 어디에 있나요?”


그 때 가장 구석에 있던 혜미가 김태형에게 애타는 목소리로 물었다. 김태형은 잠시 혜미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이내 ‘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태미 언니 였구만. 못 알아볼 뻔 했어. 그 동안 잘 지냈나봐? 혈색이 아주 좋아졌는데?”


“태미는···”


“아아. 그래 길태미. 길태미···. 걱정하지말라고! 태미는 아주 잘~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혹시 아나? 나한테 잘 보이면··· 아마도 태미와 만나게 해 줄지도?”


은근한 목소리로 혜미에게 말하는 김태형의 모습에 난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꼴보기 싫어 미치겠네. 지금 이자리에서 죽일까?’


저따위 녀석은 맨손으로도 충분히 1초도 안되어 죽일 수 있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가늠해 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저놈이 이렇게 쉽게 목을 내줄 만큼 멍청하지 않으니 무슨 안전장치를 해 놨을거야. 그러니 지금은 참자.’


내 뜨거운 시선을 느꼈을까? 김태형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이정민··· 그래 너와 나는 참 악연이야 그렇지? 지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내가 그렇게 죽이고 싶나봐 응? 그치만··· 말 안해도 알지? 브라더···? 하하하하하!”


마치 자기가 지금 모든 상황을 관조하고 있다는 듯 한 오만한 태도에 더더욱 화가났다.


한참을 그렇게 우리를 놀리는데 시간을 소비하던 김태형이 웃음을 뚝 그치고 우리에게 말했다.


“잡담은 그만하고 지금부터 너희들이 해야 하는 일을 설명해 줄게. 우선 이정민, 유수호 두명은 콜로세움에 참가해서 우리들이 준비한 검투사를 각각 2명이상 처치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여자들은 내가 특.별.히! 마련한 VIP석에서 즐겁게 관람하면 되는 거야. 자. 어때? 간단하지? why so serious? 응? 킬킬킬킬!”


조커를 따라하듯 미친듯이 웃던 김태형은 웃음을 뚝 멈추곤 ‘Good Luck.’이란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는 고민하다 어쩔 수 없다는듯 한숨을 쉬며 지민과 하연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지금은 저놈 장단에 놀아나 줄 수 밖에··· 누나가 잘 좀 보호해 주세요. 하연이도 부탁해.”


“응 걱정마.”


“네···”


힘 없이 대답하는 하연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 난 곧 병사들의 안내를 받아 또 다른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오빠. 수호오빠. 힘내요! 꼭 다치지 말아요!”


등 뒤에서 수연의 당부어린 말이 들려왔기에 나는 화이팅 포즈로 대답해 주었다.


안내받은 검투사 대기실은 눅눅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들의 더운 땀냄새와 관리되지 않은 듯 구석구석 거미들이 집을 만들어 놓은 더러운 공간. 정면에 보이는 창살의 구멍 사이로 흘러들어온 빛이 망토와 삼각팬티만 입은 십여명의 검투사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의식하는듯 힐끔거리는게 보였다. 수호는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정말 괜찮을지 모르겠군... 도대체 그 김태형이란 사람의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죠··· 부딪혀 볼 수 밖에.”


파라다이스를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무기력한 건 처음이었다. 잠재능력을 각성하고 점점 강해지면서 내 무력에 대한 프라이드가 점점 높아지던 와중이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곧 출전한다. 준비하도록!”


창살 근처에 있던 병사 한명이 우리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검투사들 맨 뒤에 있었기 때문에 언듯언듯 보이는 창살 밖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끼릭 끼릭-끽!’


불쾌한 강철의 마찰음이 들리고 창살이 위로 들어올려졌다. 빛이 한번에 들어오며 우리의 시야를 가렸지만 뒤에서 밀어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전진 할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밖으로 나가 시야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리는 와중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폭탄이 터진 것 같은 관중들의 탄성소리가 귀를 강하게 때리며 시야가 완전히 회복 되었다.


그리곤 볼 수 있었다.


“크르릉··· 커헝!”


“커헝! 크르르르르르”


길들여진듯 보이는 20여마리의 맹수들과 맹수들의 목에 구속구를 걸어 손에 쥐고 있는 20여명의 완전무장한 기사들.


나는 재빠르게 관중석 쪽을 훑었다.


정면에 위치한 넓직한 공간과 그 곳에 마련된 관중석에 앉아있는 영주가 보였고 아래층에서 의자에 앉은채 우리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수연과 나머지 여자들이 보였다.


그 때 내 앞에 있던 검투사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으으···. 이건 말도 안돼···”


“얘기가 다르잖아··· 저걸 어떻게 이겨···?”


쪽수부터가 이미 4배가까이 차이났고 우리쪽은 달랑 방패와 창 한자루 뿐이었다. 그마저 나와 수호에겐 지급되지 않아 맨손이었고.


“김태형 개새끼···”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저놈들을 처리하는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 능력을 거의 대부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순간 김태형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내 능력을 파악하려 하는구나. 치졸한 새끼...’


아마 김태형은 내가 맞부딪혔을 때의 신체능력을 기준으로 해서 발전가능성까지 고려하여 적들을 배치 한 것 같았다. 설사 나와 수호가 감당하지 못해도 상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들은 자신이 믿고 따르던 남자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보게 될 테니까···


더군다나 수호와 나를 제외하면 우리편의 검투사들은 저기 굶주린듯 침을 흘리고 있는 집채만한 사자 한마리로도 모두 처리가 가능 할 정도로 전력외로 판단 되었다.


그 때 단상위에 확성기인지 깔대기 같은 걸 들고 올라가는 한 사내가 확성기로 진행을 시작했다.


“제국에 속한 국민들과 영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메인 이벤트! 우리 제국에서 자랑하는 용맹한 맹수기사 20기와! 마찬가지로 용맹한 검투사들! 그리고! 실력을 인정받으려는 이방인 검투사 두명! 이들이 펼치는 숨막히는 경기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겠습니다!!!! 자! 그럼!! 경기~~~~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관중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며 사라지는 진행자와 그것을 기점으로 슬슬 움직이려는 맹수기사들.


“정신차려요! 이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겨!! 저건 이길 수 없어! 우리는 이길 수 없···. 윽!”


순간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우리에게 뿌려지는 게 느껴졌다.


“피···?”


비릿한 혈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내가 뒤를 돌아보자 우리에게 양동이에 들어있던 피를 퍼붓고는 후다닥 도망간 뒤 창살을 걸어 잠그는 병사들이 보였다.


“크허허헝!!”


피를 보자 더욱 흥분한듯 맹수들이 포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기사들은 구속구를 해제했다.


맹수들이 미친듯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나직히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좆같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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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연구소 20.01.07 16 0 11쪽
24 연구소 20.01.06 16 0 13쪽
23 연구소 20.01.05 24 0 11쪽
22 연구소 20.01.04 15 0 16쪽
21 연구소 20.01.03 1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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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모략 19.12.31 22 0 15쪽
17 모략 19.12.30 20 0 13쪽
16 모략 19.12.29 17 0 16쪽
15 모략 19.12.28 22 0 11쪽
» 콜로세움 19.12.27 21 0 19쪽
13 고백 19.12.26 22 0 13쪽
12 메딕의 탄생 19.12.25 24 0 13쪽
11 하연 19.12.24 26 0 12쪽
10 그놈의 등장(2) 19.12.23 26 0 15쪽
9 그놈의 등장 19.12.23 22 0 10쪽
8 수연과의 동행 19.12.23 21 0 13쪽
7 배신 19.12.23 27 0 10쪽
6 최찬혁 19.12.23 3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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