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녀의 심장을 두드리고 싶다면 버릴 수 없는 핏줄의 마음을 훔쳐라.
" 말린 잇꽃과 아칸토파낙스라... "
모두 관절에 좋은 약재들로 꽤 많은
양이 키온가로 흘러 들어갔다.
“ 이 약재들로 미루어 분명 나이가
있는 사람일 텐데 그것이 공작일지
공작부인일지 모른단 말이지.
하~ 이거 참 연회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
“ 제가 헤나에게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아니, 그냥 둬. 충성스러운 개는
절대 자신의 주인을 물지 않아.
헤나는 주인의 약점을 드러낼 만큼
허술하지 않으니 그리고 그녀와
나의 인연은 충성심과 별개니
어차피 네가 찾아간 들 헛수고만
할 뿐. 넌 지금부터 제국 내
약재상들을 찾아 키온가로 들어가는
약재들을 웃돈을 얹어서라도
죄다 매입하도록 해. "
어제부터 하늘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세 그칠 비는 아니니 당장
배를 띄울 순 없을 테니 약재를
구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그럼...
“ 버틸 수 없는 통증이 동반할 테고
마음이 급해질 테죠. ”
“ 상대가 약해졌을 때를 노리라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
누군지는 알 수 없는 이의 병증을
이용해 키온가에 들어갈 기회를
만들어 확인하겠다는 나의 말에
헤론은 아무래도 아니다 싶었는지
망설였다.
“ 황녀님께서 여시는 연회가
코앞입니다. 제국민의 평판은 어느
정도 들려오지만 그것을 입증할
인지도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자칫 연회까지 끌지 못한다면
황녀님께선 분명 부풀려진
평판이라 공격을 하실 겁니다. "
“ 하지만... ”
“ 백작님께서는 평소 간간히 연락을
주던 이와 아파서 쓰러졌단 소리를
듣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온 이 중
누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까? "
“ 그야... ”
“ 이미 답을 알고 계시면서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황녀님은 백작님을 어떻게 하면
곤경에 빠질까 그 고민으로
가득이실텐데 나약하게 머뭇거리고
만 있으시다 간 원하는 걸 막지
못하실 겁니다. "
키온영애는 이미 헤론에게 고마워하고
있고 아이들과 헤나를 통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지름길을
알려주는데도 머뭇거리니 답답하다.
“ 알겠네. 뭐 어차피 내가 안 된다고
해도 기어이 날 설득할 생각일 테니. ”
“ 당연한 말씀을. 백작님이시니
최소한의 예의를 보인 것입니다.
다른 이였다면 허락조차 구하지도
않았을 테니 아무튼 사용인을 통해
우연을 가장해 키온가 주치의
앞에서 그 약재를 구비하고
있음을 넌지시 흘리도록 하세요. "
“ 내가 직접 찾아 뵈야 하지 않을까? ”
“ 지금 백작님은 키온가의 일을 돕고
계십니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공작님께서도 아셔야 하지 않을 까요? "
생색내기는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헤론백작이니 내 말을 이해한 그는
한 발 물러나 나에게 일을 부탁했다.
“ 이런 고마울 데가. ”
헤나의 말과 달리 상냥하게
날 맞이해주시는 주치의 오테남작
“ 마침 헤론백작저에 들렀다가
사용인으로부터 이것을 구하려
하신단 말을 듣게 되어 다행입니다. ”
“ 덕분에 수면제 없이 잠을 청할 수
있겠군. ”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약재를
보자마자 화색이 도는 오테남작 머리
위로 떠오르는 이는 키온공작이다.
무릎 관절이 고질병인 듯 한데
으르렁댈 정도면 한계가 온 듯하다.
‘ 공작이었군. 부인이었다면 바자회를
엿보려 했는데 마침 내가 원하던 그림도
나온다니 자선 연회를 노려보면 되겠어.
잘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
“ 저런 그리 고생하시는 줄 알았다면
진작 찾았어야 하는데. ”
“ 허허허, 지나칠 수도 있을 사소한
일인 것을. 그나저나 내 이리 도움을
받고 갚지 않는 건 도리가 아닌 듯
한데. "
“ 실은 제가 헤론백작님에게 신세
진 것이 많아 고심하던 차 키온공작
저에서 열릴 자선 연회에 있을
경매에 백작님이 소장하고 싶어
하시는 그림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데 혹여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공작님께 백작님을 초대해주실 순
없을지 여부를 부탁 드려도
될 런지요. “
“ 자네를 서둘러 내게 보내주었는데
그런 청 하나 들어주지 못할까. ”
“ 감사합니다. 자비원과 보육원의 일을
병행하다 보니 여가 시간이 부족하니
이것으로라도 좀 휴식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아니, 지금 자비원이라 하였나? ”
“ 네.
“ 키온영애를 대신할 분이 오셨다는
말은 헤나에게 전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분이 헤론백작님이신 줄은
몰랐군. "
“ 우연히 봉사활동 차 들르셨다가
내막을 전해 들으신 백작님께서
키온영애의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
자기 일 마냥 열성적인 데다 일 처리는
흠 잡을 것 없고 아이들의 사랑까지
받고 계신다는 말을 풀면서
그 어느 것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란 걸 재차
강조하였다.
“ 자선 연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
“ 평판과 달리 미지근한 인지도를
최대한 빨리 달구고자 해서 말입니다. ”
“ ...?? ”
“ 키온가의 자선 연회는 제국 내
주요 인사들 뿐만 아니라 황제께서도
관심을 가지는 큰 행사 중 하나입니다.
이번엔 마침 황태자님께서 참석을
하신다 하니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아닐 수 없지요. "
“ 허나, 참석을 한다고 해 딱히
달라질 건 없을 듯한데. ”
“ 키온공작 저에서 초대를
했다는것부터가 백작님을 달리
보신다는 증거입니다. ”
사교계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나
가문의 소가주들에게 보내질
초대장을 선뜻 헤론에게 보냈다는
것만 봐도 내 말이 먹혔다는 것이다.
“ 참석한 이들에게 괜한 불편을 주는 건
아닐지. ”
“ 으흠~ 황태자님은 고모님이신
황녀님과는 질부터가 다르십니다.
편견 없기로도 유명하시고. ”
“ 자네 전부터 느꼈지만 내 의뢰를
꽤 즐기는 듯한 데 황녀님에게
감정이 있는 것인가? ”
“ 눈도 함부로 맞출 수 없는 높은 분을
두고 제가 뭐라고 후후.
황태자님만큼 확실한 보증 수표는
없기에 도박을 해 보는 것 일 뿐
다른 뜻은 결코 없습니다. "
“ 우선은 알겠네. 잘하면 황태자님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
“ 그럼 자선 연회에 참석하실 때
그림 감정을 위한 대동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
“ 그러지. ”
자선 연회 날 공작저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그 인파들 사이로 낯빛이
눈에 띄게 좋아진 키온공작이 도착한
헤론백작을 발견하곤 굉장히
반기는 듯한 모습이 제일
만족스러웠다. 시작이 좋은 것을
두고 기분 좋게 주변을 살피던 그때
" 키온영애가 보이지 않는군요. "
“ 경매장에 나설 테니 준비를 하고
있나 보지요. ”
“ 괜한 일로 불편해 나오기 싫은 건
아닐지. ”
누군가 키온영애를 둘러싼 소문을
은근슬쩍 흘렸다. 하지만 그건 곧
“ 지금 분위기와 맞지 않는 걱정인 듯
하네요. 뷔셀백작부인. ”
입 바른 부인에 의해 차단되었다.
허나 뷔셀백작부인은 생각보다도
더 눈치가 없는 듯
“ 딸을 둔 어미의 심정이다 보니
키온공작부인의 마음이 염려되어
그런 것을 그리고 다들 쉬쉬 하고
있긴 해도 속 시원히 알려주기를
은근 바라고 있는 거 아닌가요? "
‘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고른다니까.
그 어미의 그 딸이라고 딸이 철이
없으면 다그쳐야 할 어른이 저 모양이니. '
소문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멍청한 역으로 두 모녀를 허락 없이
섭외하길 잘한 듯하다. 그녀들이
이야기를 끌어내어 줌으로 백작님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만족스러운 난 그녀들에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며 자리를 옮기려는 데
재빠르고도 조심스레 귀부인들
몰래 지나가는 낯익은 인영이
내 눈에 들어왔다.
" 헤론백작님 곧 있을 경매에 올라 올
물건의 목록이 공개되었습니다. "
많은 이들에게 잡혀 있는 헤론을
급히 찾아 낸 나는 곧장 끌어내었다.
“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
“ 낯빛이 하도 흐려 잠시 쉬는 것이
나을 듯해 무엇보다 오늘의 자리에선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니까요. "
“ 그렇지. ”
“ 마침 저 쪽 발코니가 빈듯하니 숨을
고르시고 계시겠습니까?
시원한 음료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솔직히 버거운 것도 사실이었기에
아펠이 알려준 발코니로 들어가
크게 숨을 쉬려는 데
“ 누구... 헤론백작님? ”
분명 아펠이 아무도 없다 했는데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자신을
정확히 짚는 것에 고개를 돌리니
거기엔 키온영애가 자리하고 있었다.
“ 이 자가 진짜 흠흠.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본의 아니게 키온영애의
휴식을 방해했군요. ”
“ 아... 아닙니다. ”
당황한 남녀는 각자 다른 이유로
쥐 구멍을 찾았다.
‘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
“ 오랜만에 연회를 참석해서 인지
잔뜩 긴장을 해버렸네요. ”
하지만 헤론백작은 어쩌면 이것이
기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
먼저 말을 꺼내 키온영애를 붙들었다.
“ 그러셨군요. ”
전혀 모르는 듯 어색하지만
분명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도망가지 않는 헤론백작
‘ 모르시나?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아.
여기서 백작님을 피한다면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될 거야. '
오늘 자선 연회를 불참 하려던
자신에게 가당치도 않는 소문에
날개를 달아줄 셈이냐며 호통치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한
엘레나였기에 이왕 마주친 거
그냥 부딪혀 보기로 하고 말을
덧붙였다.
“ 그러고 보니 인사가 늦었습니다.
헤나를 통해 말을 전하긴 하였으나
직접 만나 뵙고 하는 게 도리인데
거기다 급했던 약재를 이리 챙겨
주시어 한시름 덜기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
" 아닙니다. 부족한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 별 말씀을 이젠 아이들이 백작님만
찾아 전 잊혀 진 것 같아 서운할정도인
걸요. "
“ 그..그럴 리가요~ ”
“ 후후 헤나를 통해 듣는 소식만으로도
걱정이 덜어 정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
음료를 준비하고 발코니 근처를
다가가다 웃음소리에 곧 건물
그림자에 숨어 살피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란 걸 그들의 표정에서
확인하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공통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데 두 분이
마음까지 서로를 닮았으니 이거 참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봐야 하려나. "
혹시나 하고 잔을 두 개 준비하길
잘한 듯 하다. 이제 좋은 결과도
보았으니 이쯤에서 퇴장을 해도
될 것 같아 아까부터 눈여겨 두었던
하녀에게 음료를 전달하도록 한 뒤
공작저를 나섰다.
- 작가의말
늦은 걸음에 3걸음 재빠르게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천천히
한 걸음씩 그러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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