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강력한 소문으로 주변의 가십을 불태우다.
" 황녀님의 유치 찬란한 장난에
매번 이리 반응하시면 저 쪽에선
쾌재를 부르며 더욱 더 괴롭히려
하실 겁니다. 이건 그야말로
황녀님에겐 꽤나 재미있는 자극을
가져 올 놀이니까요. 장담컨대
백작님이 백기를 든다 해도 멈추지
않으실 겁니다. "
“ 하.. 미칠 노릇이군. ”
“ 우선 황녀님의 장난이 먹히지
않도록 튼튼한 걸림돌을
만들어야 겠지요. ”
" 어떻게 말인가. "
" 원래 인지도와 평판은 높을수록
깎아 내리기 힘든 법입니다. "
" 인지도와 평판이라 가문의
인지도라면... "
“ 그런 인지도는 개나 주십시오.
지금 백작님께 필요한 것은
오래된 그렇고 그런 인지도와
평판이 아닙니다. 새롭게 그리고
오로지 백작님만을 두고 나올
인지도를 말함입니다. "
“ 가문을 가리고도 남아야
할 텐데. ”
“ 제 실력을 어떻게 보시고~
이제부터 지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남녀노소 제국민들
모두에게 예외 없이 백작님을
각인 시킬 것입니다."
” 그게 단시간에 가능할까?
무엇보다 귀족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을 텐데. "
“ 기존 귀족세력들이라면
버리셔야지요. 그들은 언제고
황녀님의 말에 쉽게 움직일
장기말이나 마찬가지니.
지금부터 새로이 황실의
주역이 될 인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겁니다. "
“ 신흥 귀족들을 말함인가? ”
“ 그들을 포함한 새로운 이들을
말함입니다. 호기심 많고 겁이
없어 도전하는 것에 쉬이 물러서지
않는 제국의 3대 가문의
소가주들에게 힘을 실어주시는
것입니다. "
“ 젊은 혈기는 저돌적이긴 하나
그만큼 사소한 자극에도 휩쓸리기
쉽지. 더군다나 황녀님 역시
그들을 염두 해 두었을 텐데. "
“ 직접적인 대면은 그들 역시
꺼릴 것입니다. 대 놓고 힘을 실어
달란 소리는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백작님 말씀대로 황녀님의 입김도
무시 하지 못하고 허나 직접적인
대면 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
“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
“ 길이 없다면 돌아가란 말도
있지요. 예를 들어 자선 단체와
같은 사회적인 이미지를 구축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연스레
부딪히는 것이죠. "
“ 허나 현물이나 물품 등을 통한
기부와 봉사 활동은 보여주기 식
같아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
“ 한두 번으로 그치셔서는
안 되겠지요.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문의
사용인들이 주인을 대신에
들락 날락 거리다 백작님에
대한 것을 주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나르게 될 겁니다.
그리고 덤으로 제국민들도
백작님을 달리 보게 될 테니
새롭게 만들어질 백작님에 대한
평판은 날이 갈수록 달라질 테지요. "
“ 국민들의 시선은 황족도 피할 수
없는 칼날이라 했으니까. ”
“ 민심만큼 무서운 것은 없지요.
마침 자비원에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나 지금 곤란을 겪고 있단
정보가 입수 되었습니다. "
“ 자비원이라 하면 키온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선단체가 아닌가. ”
“ 정확한 것은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자비원에 총책임자인 키온영애의
부재로 자비원은 물론 보육원에도
비상이 걸린 듯합니다. "
“ 그런 일을 대비해 영애께서
자신의 일을 대신할 이를
두었을 텐데. ”
“ 그것이 자비원 실장인 헤나는
평민출신이다 보니 실무에는
능숙할 진 몰라도 후원자인
귀족들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겁니다."
“ 하기사 순진한 귀족들보단
속셈을 숨기고 자비를 베푸는
귀족들이 더 많을 테니까. "
“ 그렇지요. 헤나실장이 그리
강단 있는 사람이 아니니... ”
“ 그러니 복잡한 실무는
헤나실장에게 맡기고 나는
자비원에 얼굴 마담이 되어
그들을 도우란 소리군. "
“ 그렇지요. 키온영애를 돕는 건
곧 키온가를 돕는 것이 될 테니
키온가는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체면 치레에 후한 편이지요. 분명
백작님의 사심 없는 호의에 대해
답을 주실 겁니다. "
“ 그런 것이라면 내 발 벗고 나서야지. ”
‘ 네 그래야 할 것입니다.
함정에 빠진 엘레나를 구하실 수
있는 사람은 백작님뿐이니까요. 훗~ '
그렇게 나는 헤론과 엘레나 두 사람
몰래 미리 설계해 둔 함정으로
그들을 살포시 밀어 떨어트렸다.
“ 백작님께서 일을 잘만 해주신다면
호의에 대한 답례는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키온가란 더할 나위 없는
인맥을 배경으로 얻게 되는 것이죠. "
“ 키온가와 인연이라... ”
아니 어떻게 하면 인맥이 인연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인지 그것만으로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헤론백작의 머릿속은 온통 꽃밭이다.
‘ 아주 그냥 신이 났네 신이~
엘레나랑 눈만 마주쳐도 손주
이름까지 챙길 판이야. ’
헤론백작의 끝이 없는 상상을
훔쳐 본 난 어이가 없어 곧장
헛기침을 해 핑크빛 기류를
환기 시켰다.
“ 제국 내 3대 가문 중 하나인
키온가와의 인맥 하나만으로
백작님 곁에 아부하는 이들이
분명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 그들 중 굉장히 가벼운 입을
가진 이들을 이용하세요. "
“ 그들은 왜? ”
“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빨리 들어야 할 누군가를
위함이지요. ”
“ 역시 자네에게 의뢰하기를
잘한 듯 하군. ”
“ 백작님께서 후하게 지불한 의뢰비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
“ 그럼 자비원을 들러 살핀 후 서신을
따로 보내도록 하지. ”
“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만 되도록
그들에게 구세주 같은 느낌을 꼭
주시길 바랍니다. ”
‘ 엘레나가 당신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야 하니까. ’
엘레나에게 그저 그런 고마운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황녀의 입김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엘레나의 환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 당연 거기에 불을 지필 헤론의
반응이 더해진다면 황녀는 재미를
잃게 될 거야. ’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를 황녀를 상상하니
미치겠다. 중요한 거래에 찬물을
끼얹어 큰 손해 본 건 배상 받지도
못하고 날린 금전을 생각하면 뭐..
“ 하~ 난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
“ 그러다 잘못 되면 주인님께서
추궁 받으실 수 있어요. ”
“ 내가 하는 일에 문제가 있었던 게
있었어? ”
“ 지금까지야 무사하셨지만 한 치
앞일을 어찌 알겠어요. ”
“ 자린~ 나는 늘 옳았고 이번도 확신해.
황녀 그 인간은 언제고 내게 걸리기만
하길 바랬는데. "
“ 의뢰를 받은 이 외 다른 이들의
마음은 읽지 않는다. ”
걱정스러운 집사 자린은 내게 대부의
당부를 읊었다.
“ 욕심을 부리거나 나쁜 일을
통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능력
사용은 화를 부른다. 네 어미가
불씨에 사라진 것을 절대 잃지
말라는 대부의 말씀 잊어버리지
않았어. "
마녀인 어미를 잃은 후 대부는
내 능력을 감추는 법부터 가르쳤다.
“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원할 때와
원치 않을 때를 가릴 수 있는 신념을
가지고 너의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
대부는 죽는 그 순간까지 그 말을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반복했고 이젠 자린의
입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 능력을 아낀다면 모를 일이에요 주인님. ”
“ 걱정 마. 나를 지켜온 널 위해서라도
날 스스로 해치는 멍청한 짓은 절대
안 할 테니까. ”
<자비원 소속 보육원>
" 야~~ 내가 먼저야~ "
점심을 알리는 종소리에 앞 다투어
내 달리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헤론백작.
“ 이런~ 꼴이 말이 아닙니다. ”
“ 대충 하는 건 딱 질색이야.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
“ 그래도 첫날 치곤 제법이십니다.
헤나 얼굴에 주름이 죄다 사라졌더군요. ”
“ 형님과 형수님께 감사해야겠군.
그 많은 조카들과 부딪히도록
해주셨으니. ”
“ 백작님~ 아이고 이 개구쟁이들이 참~
죄송합니다. ”
어질러진 교실을 닮은 백작의 모습을
보고 어쩔 줄 모르는 헤나다.
“ 나는 괜찮네. 아이들 덕에 굳어졌던
근육이 다 풀린 듯해. ”
“ 백작님께서는 건강을
아이들은 즐거움을 얻었다니
다행이지 않아 헤나?
자자~ 그럼 우리도 식당으로
가시죠. 늦으면 먹성 좋은
녀석들에게 다 뺏기고 말 테니까. "
보기와 다르게 활동적인 헤론과의 놀이
덕분인지 어린 아이들은 곧장 낮잠에
들었고 잠을 자지 않겠다는 꼬맹이들은
내가 맡아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 오~ 대단한 걸? ”
머리가 굵은 아이들은 키온영애의
부재로 하지 못했던 제국어 공부를
헤론백작을 통해 배우게 됐다.
처음엔 의무감과 엘레나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겠다는 헤론의 마음이 어느 새
얼굴에 티가 날 정도로 진심이 되어갔다.
" 헤나, 어때? 날 믿길 잘한 것 같지 않아? "
" 아펠님이 하시는 거에 토를 달 일이
어디 있었나요. 헌데 진짜 저렇게까지
하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
“ 나도 그래. ”
솔직히 나도 헤론이 며칠이나 갈지
의문이 들긴 했었다. 만에 하나
잘 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정도였으니.
“ 귀족에 대한 편견에 의문을 들게
하는 유일한 분이시지. ”
“ 그러게요. 전 그저 엘레나아가씨에게
환심을 사려고 연극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백작님은 진짜~~ "
“ 으흠~ 함부로 반하면 곤란해.
백작님의 그 분이 언짢아하실 수
있어.”
“ 어머? 백작님께 약혼녀가 계신 건가요? ”
“ 아직은 하지만 곧 생기실 수도. ”
실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의뢰다.
실득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 마음 같아선 두 사람을 맺어주고
싶지만 유일하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감정이라 최대한 많이 엮이도록
해줘야지. '
" 우리는 눈으로 확인을 하지만
키온영애께선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실 테니 마음을 놓으실 수
있도록 이 곳 상황을 상세히 전해
드리도록 해. "
“ 물론이죠~ 안 그래도 헤론백작님을
아이들이 잘 따른다는 말에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그 덕에 한시름
놓는다며 지금 겪고 계신 불편에
대해 집중하실 수 있겠다고. "
그 불편을 두고 기필코 소문을 낸 이를
잡겠다며 만든 장본인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헤나의 표정에 살짝 찔려
난 곧장 말을 돌렸다.
“ 그보다 키온공작가에 주치의가
자주 마을에 보이던데 누가 많이
안 좋은 가 봐? ”
“ 원체 남을 믿지 않는 성격이시다 보니
직접 내려가는 거야 흔한 일이에요.
아마도 또 이상한 걸 만드시려 나봐요. "
‘ 거짓말. ’
하지만 중요한 인물이 아프다는 걸
관계자가 함부로 발설 해서는
안 되는 일. 어찌 되었든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떠올린 헤나의
속을 살짝 훔친 난 다가오는 꼬맹이
하나를 하늘로 띄워주며 다음
타깃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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