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S급 헌터의 실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20.01.28 14:10
최근연재일 :
2020.05.15 22:3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130,379
추천수 :
5,618
글자수 :
644,186

작성
20.03.03 17:00
조회
1,145
추천
48
글자
13쪽

37.

DUMMY

37.

그 후로도 서지아에게 두 번 더 찾아간다. 그러나 아파트는 들를 때마다 비어있다.


“이정도면 일부러 피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한 번이면 몰라도 세 번이면 우연으로 보긴 힘들다. 포기하고 쉬기로 한다. 곧 해외로 나가게 될 텐데 준비도 해야 하고.


*


그로부터 3일 후. 아침 7시에 전령이 와서 잠을 깨운다.


“오늘 출발한답니다. 9시 까지 정해진 장소로 오랍니다.”


짐이 든 백팩을 멘다. 가방은 각종 술로 가득 차 있다. 프랑스에서는 공짜 술을 주진 않을 테니 많이 챙겨갈수록 좋겠지.


아침 8시에 장철웅이 도착해서 차를 타고 간다. 가면서 한동안 서울에 없을 거라고 말해둔다. 장철웅은 무슨 의미인지 알고 더 묻지 않는다.


회의실에는 조훈밖에 없다. 오채민마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조훈은 나를 기묘한 모양의 벌레를 보듯이 본다.


“새끼. 좀 늦게 오지.”


조훈이 말한다. 나는 오늘 보여주려고 챙겨온 신문을 꺼낸다.


“이야. 기사 잘 나왔더라? ‘어떤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저희가 잘 해결할 겁니다.’”

“불안해 할 시민들을 위해 이 정도는 해줘야지. 네가 뭘 알겠냐?”

“시민들을 위해서는 무슨. 폼 잡을 기회니까 좋구나 싶었겠지.”


조훈은 민망해하지도 않는다.


“이미지도 중요하지. 너 같은 쓰레기가 뭘 알겠냐?”

“그래 나는 너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놈은 이해를 못하겠다.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이에 대해서 더 논의하진 못한다. 서지아가 도착해 밝은 목소리로 끼어든 것이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자 서지아는 나를 보고 말한다.


“사장님! 오랜만이네요.”

“왜 그리 기분이 좋냐?”

“어제 주급을 받았거든요.”

“주급을 받아서 뭘 했지?”


서지아는 생각해보고는 말한다.


“현관문 고치고 복도 창문도 새로 달았죠. 집주인이 찾아와서 엄청 뭐라 하더라고요. 그리고 쇼핑도 좀 했고요. 근데 웬일로 그걸 다 물어보세요?”

“뭐 다른 걸 사진 않았냐?”

“뭘요?”

“약?”


조훈이 있어서 제대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서지아는 내 말을 듣고 웃는다. 그 반응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아프지도 않은데 무슨 약이에요?”

“사람이 꼭 아파야 약을 먹는 건 아니잖아.”

“꼭 그런 건 아니어도 보통은 그렇죠.”


내가 더 캐물으려 할 때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박정후다. 뒤이어서 전향기도 들어온다. 다들 짐이 가득이다.


“조사팀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몰라 없던데.”


가장 먼저 온 조훈이 대답한다.


“9시 딱 맞춰서 오실 생각인가?”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오채민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채민은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말한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이동하시죠.”

“무슨 준비.”


내 말을 무시하고 오채민은 밖으로 나간다. 어쩔 수 없이 팀원들도 그를 따라간다. 오채민은 사람들을 대회의실로 이끈다.


대회의실 가운데에 늘 있던 원탁이 없다. 대신 사람이 한 명 있다. 체형으로 볼 때 남자다. 호리호리한 남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오페라의 유령이 쓸 법한 하얀 가면을 쓰고 있다.


“저분도 팀원이신가요?”


전향기가 묻자 오채민이 대답한다.


“특별 팀원입니다. 저희를 파리로 보내주실 분이죠.”

“반갑습니다.”


가면 쓴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낯선 목소리다. 오채민이 남자를 소개한다.


“S급 헌터인 가명 헌터님입니다.”

“진짜 이름이 가명이에요?”

“아뇨. 가명입니다. 진짜 이름은 저희도 몰라서 편의상 그렇게 부르고 있죠.”


나도 소문만 들어본 헌터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이 분이 비행기라도 만들어 주신대요? 어떻게 파리로 보내준다는 건데요.”

“가명 헌터님의 이명은 문을 여는 자입니다. 저희를 위해 파리로 가는 문을 열어주실 겁니다.”


가명 헌터가 연단 뒤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뭔가를 뒤적거린다. 내 쪽에서는 그가 뭘 하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한동안 그러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기서 본 건 어디에서도 말하시면 안 됩니다.”


가명 헌터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회의실이 정전되더니, 다음 순간 회의실 가운데에 길쭉한 타원형의 포탈이 생겨난다. 포탈 반대편은 밤인지 캄캄하다.


“닫히기 전에 빨리 들어가시죠.”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할 거지?”

“3일 후 같은 시간, 동일한 위치에 포탈을 열겁니다. 그걸 타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조훈이 먼저 들어가고 오채민이 마지막으로 들어간다. 포탈을 통과하는 순간 몸이 늘여졌다가 줄어드는 듯한 묘한 감각이 느껴진다.


포탈을 통과하자 파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희미한 달빛 속에서 에펠탑은 아직 서 있다. 그러나 윗부분이 조금 잘려나가서 A자가 되버렸다.


주변 건물들은 서울에 비해 무사해 보인다. 파리의 건물들은 저층이어서 그런 것 같다.


서지아는 내 핸드폰을 빌려가서 이곳저곳 찍으면서 말한다.


“파리에는 처음 와 봐요.”


서지아는 굉장히 들떠 보인다. 이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런 것마저 의심스럽다. 약을 하고 있어서 들뜬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숙소로 갑시다.”


오채민이 일행을 이끌고 걷는다. 몇 번 와봤는지 막힘이 없다. 5분도 안되어 에펠탑 근처의 호텔로 들어간다.


“공무상 파리에 왔을 때마다 머물렀던 호텔입니다. 가서 서류를 보여주면 알겁니다. 의사소통은 통역사님께 맡기겠습니다.”


오채민이 헌터조합의 도장이 찍혀있는 서류를 전향기에게 건넨다. 전향기는 프론트 직원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눈다.


“2층을 통째로 빌려준다고 하네요.”


전향기가 곧 키를 받아 나눠준다.


“근데 돈은 안내도 되나요?”

“국제회의 때문에 오갈일이 종종 있으니 헌터단체들끼리 달아뒀다가 정산합니다.”


2층은 텅 비어 있다. 원래도 이런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층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손님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205호실을 배정받는다. 박정후와 서지아 사이의 방이다.


“들어가서 짐을 풀어놓고 나오세요.”


방은 이제까지의 숙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좋다. 푹신한 킹사이즈침대에서는 네 명도 누울 수 있을 거 같고, 욕실은 넓다 못해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전기가 귀한 건 마찬가지라서 조명은 꼭 필요한 곳에만 설치되어 있고, 분위기 있는 양초가 군데군데 놓여있다.


짐은 풀 것도 없다. 옷을 대충 아무데나 던져놓고 위스키 몇 병을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둔다.


그리고 나가니 나와 조훈밖에 없다.


조금 기다리니 나머지도 나온다. 다 모이자 오채민이 말한다.


“저희 목적은 뷔숑 연구소의 자료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위치는 이미 알고 있으니 현지 헌터단체의 허가를 받고 바로 이동할 겁니다. 작전에 대해 궁금하신 것 있습니까?”

“프랑스의 상황은 어떻지?”

“유럽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안을 따라서 게이트가 발생하였습니다. 프랑스 쪽에는 4개의 게이트가 열렸고요.”

“안 좋다는 건가?”

“사실 한국보단 낫습니다. 게이트가 많이 열리긴 했지만 eu차원에서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쪽도 해안은 위험하지만 자세한 건 아실 필요 없고 파리는 안전하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조훈이 묻는다.


“작전간 일반인들의 보호는 어떻게 하지?”

“일반인들은 위험지역에는 들어가지 않을 예정입니다. 먼저 헌터분들이 상황을 정리한 후에 일반인들이 진입해서 조사를 시작하게 될 겁니다. 만약에 일반인이 있는 상태에서 교전이 일어날 시에는 헌터님들은 일반인들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셔야합니다.”


질문이 더 나오지 않자 오채민이 접힌 지도를 하나씩 건네준다.


“파리 지도입니다. 연구소의 위치도 표시해두었고요. 최신 지도는 아니니 조금 틀린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 점 감안하시고요.”


지도를 다 나눠주고 오채민은 말을 잇는다.


“이번 작전간 일반인 분들에게는 장비가 지급되었을 겁니다. 자동권총과 총알 6발, 그리고 수류탄이 하나씩. 지급 장비는 소지 중이십니까?”


오채민이 자기 것을 꺼내자, 박정후와 전향기도 꺼낸다.


“좋습니다. 이 장비들은 어디까지나 호신용입니다. 헌터 분들이 근처에 없을 때만 사용하십시오. 총알은 매우 비싸니 절대 낭비하지 않도록 하시고요.”


오채민은 전향기를 보며 말한다.


“그럼 저는 행동에 앞서 현지 헌터단체에게 협조를 얻어야하니 통역사님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대기해주십쇼.”


오채민이 전향기와 내려간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가 박정후가 입을 연다.


“대기하라네요. 밑에 바가 있던데 한잔 하실래요?”


박정후는 놀랍게도 서지아에게 그렇게 말한다. 내가 기술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 아뇨. 저는 좀 쉬고 싶네요.”


서지아는 자기 방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편히 쉬세요. 하하.”


박정후는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과하게 어필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나는 뭘 좀 먹어야겠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는데 조훈은 굳이 말하고는 내려간다.


“사장님은 뭐하실 거예요?”

“쉬어야지. 근데 너 진짜로 약 먹는 거 아니냐?”

“아니라니까요. 의심 좀 하지 마세요.”


더 추궁하기는 어렵다. 내가 가진 건 정황뿐이니까.


“일단 알았어. 쉬어라.”


나는 먼저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서지아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기다렸다가 다시 나간다.


그러자 서지아도 다시 나온다.


“어디를 몰래 가시려고요?”

“쉰다며. 상관 말고 들어가서 쉬어.”

“그러면 쓰나요. 제가 요즘은 부업에 좀 치중하긴 했는데 그래도 본업은 비서거든요.”


나는 더 떠들지 않고 내려간다. 서지아는 졸졸 따라온다.


“또 혼자 움직이시려고요? 무슨 사람에 알레르기라도 있으세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그러세요?”

“그만 따라오고 오채민을 기다려. 난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니까.”


호텔을 나가 거리를 걷는다. 사람은 많지 않다. 새벽 2시가 넘었으니 당연하다. 한때는 관광객으로 붐비었을 거리에는 부랑자들과 갈 곳 없는 방랑자들 몇 만 오간다.


조용한 거리에서 서지아의 목소리만 울린다.


“아니. 말도 안 통하는데 뭐 어쩌시려고요?”

“손짓 발짓하면 대충 통하게 돼있어.”


서지아는 꿋꿋이 따라온다.


“왜 혼자서 움직이시는데요? 조훈 씨랑 같이 있는 게 껄끄러워서 그러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껄끄러운 건 조훈뿐이 아니다. 저 팀원이라는 사람들은 회의 의원들이 뽑았다. 만약 이공간과 관련해서, 혹은 김경훈의 실종과 관련해서 헌터단체가 엮여있다면, 의원들은 조사를 방해할 사람을 팀에 집어넣었을 거다.


그게 아니라도 개인적인 이유로 조사를 방해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별의별 이유로 별의별 짓을 하니까.


“어디로 가시는 건데요? 그것만이라도 말해주세요.”

“연구소.”

“어딘지는 아세요?”


나는 파리 지도를 꺼내 흔든다. 그래도 서지아는 질리지도 않고 잔소리를 한다.


“어차피 곧 조사하러 갈 건데....... 와, 설마 했는데 팀원들을 못 믿겠어서 이러시는 거예요?”


대답하지 않자 서지아는 웃으며 말한다.


“대답 안 하시는 거 보니까 맞나보네요. 진짜 그거 병이라니까요.”


그때 누군가 우리를 멈춰 세운다. 경찰관 복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찰도 있는 모양이다.


경찰관은 두 명이다. 그들은 불어로 뭐라고 떠들어대는데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아마 불시검문 같은 것이겠지.


“뭐라는지 못 알아듣겠는데.”


내가 한국어로 말하자 경찰관들이 당황한다.


“몸짓이면 다 통한다면서요?”


최대한 우호적인 몸짓을 하면서 경찰관들에게 다가간다. 경찰관들은 뭐라 날카롭게 말하는데 아마 물러서라는 뜻인 거 같다.


나는 두 손을 들어올린다. 더 다가갈 필요는 없다. 이미 충분히 가까워졌으니. 손에서 전기를 뿜어 경찰관들을 마비시킨다.


경찰관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바닥에 누워 펄떡거린다.


“사장님!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기서 계속 시간 낭비할 수는 없잖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 검문을 받으면 서지아가 곤란해지기도 하고. 덩달아 나도 곤란해질 거다.


나는 서지아가 늘어놓는 잔소리를 무시하고 경찰관들의 몸을 넘어서 계속 걸어간다. 연구소가 멀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급 헌터의 실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50. 20.03.16 940 41 12쪽
49 49. +1 20.03.15 919 43 13쪽
48 48. 20.03.14 904 39 14쪽
47 47. +1 20.03.13 912 57 13쪽
46 46. +3 20.03.12 972 41 20쪽
45 45. +2 20.03.11 959 39 14쪽
44 44. 20.03.10 984 46 13쪽
43 43. +1 20.03.09 1,066 45 13쪽
42 42. 20.03.08 1,040 45 14쪽
41 41. 20.03.07 1,050 45 12쪽
40 40. +3 20.03.06 1,075 47 15쪽
39 39. 20.03.05 1,083 46 13쪽
38 38. +1 20.03.04 1,123 46 13쪽
» 37. +3 20.03.03 1,146 48 13쪽
36 36. +2 20.03.02 1,177 51 13쪽
35 35. +7 20.03.01 1,214 56 13쪽
34 34. +7 20.02.29 1,234 56 16쪽
33 33. +1 20.02.28 1,212 62 12쪽
32 32. +5 20.02.27 1,238 62 15쪽
31 31. +3 20.02.26 1,282 53 13쪽
30 30. +2 20.02.25 1,324 56 13쪽
29 29. +2 20.02.24 1,311 58 13쪽
28 28. +3 20.02.23 1,322 63 12쪽
27 27. +2 20.02.22 1,366 63 13쪽
26 26. +2 20.02.21 1,362 61 12쪽
25 25. +2 20.02.20 1,373 60 13쪽
24 24. +1 20.02.19 1,373 62 10쪽
23 23. +4 20.02.18 1,410 66 16쪽
22 22. +5 20.02.17 1,417 68 15쪽
21 21. +4 20.02.16 1,453 6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