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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S급 헌터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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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20.01.28 14:10
최근연재일 :
2020.05.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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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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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5.

DUMMY

35.

첫날 회의는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


“오늘은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충분합니다. 본격적인 업무는 프랑스로 이동할 일정이 잡히면 시작될 겁니다.”

“그, 프랑스 연구소로는 언제 가게 되나요?”


전향기가 묻는다.


“일정이 바뀌지 않으면 이번 주 안에 가게될 겁니다. 다들 준비해두시죠. 자, 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치고 다들 돌아갑시다.”


다들 짐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오채민이 덧붙여 말한다.


“아, 이 일은 기밀이니 말하시면 안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 누구에게라도 발설하지 마세요.”


웅얼거리며 대답하거나 고개를 대충 끄덕이면서 한 명씩 나간다. 의사당을 나서자마자 서지아가 흥분해서 떠들기 시작한다.


“와, 진짜 제가 조사 팀에 들어가다니. 솔직히 반신반의 했거든요. 될 거라고 기대를 좀 하긴 했는데, 많이 기대를 하지는 않은 딱 그 정도? 근데 이렇.......”

“그래. 그건 장철웅이 있을 때 얘기해라. 어차피 차에 들어가면 또 자랑할 거잖아.”


서지아와 차로 걸어가려는데 조훈이 다가온다. 조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한다.


“이 새끼야. 사람들 있는 앞에서 쓸데없는 얘기는 왜 꺼내는데?”

“내가 없는 말 지어내기라도 했냐? 다 있는 얘기 한 거 아니냐. 그러게 말 안 나오게 평소에 좀 잘 살지 그랬냐?”

“누구한테 훈계질이야? 걸어 다니는 쓰레기가.”


조훈은 서지아에게도 덕담을 잊지 않는다.


“이 배신자까지 조사 팀에 들어오다니. 서울 회의 의원들도 맛이 갔나본데.”

“왜 자꾸 배신자래요? 조훈 씨가 먼저 저를 버린 거잖아요.”

“버리기는. 의뢰가 끝났으니까 각자 갈 길 간 거지.”

“막말을 그렇게 하셔 놓고 갈 길 간 거라고요?”

“네 앞날을 위해 조언을 해준 거지.”

“누가 조언을 쌍욕으로 해요?”


조훈은 말문이 막혔는지 턱을 긁적인다.


“아무튼 지켜보겠어. 네가 팀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조훈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 차로 간다. 우리도 장철웅이 기다리는 차에 들어간다. 타자마자 장철웅이 서지아를 보면서 말한다.


“어떻게 됐습니까? 합격입니까?”

“놀랍게도 합격이다. 단기간에 어떻게 그리 발전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서지아를 훈련장에 데려갔을 때에도 나는 서지아가 검증을 통과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징징대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거기 가둬둔 거였는데 서지아는 기어코 해냈다.


내 생각보다 재능이 있었던 건가?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쏠게요. 비싼 곳으로 가요. 아, 근데 이번에는 사장님이 내주셔야 해요. 제가 돈이 없어서.”

“그러면 내가 사는 거 아닌가?”

“아뇨. 주급 나오면 갚을 게요. 진짜에요.”

“전에 내가 준 돈은 벌써 떨어진 거냐?”

“네. 다 썼어요.”

“이렇게 빨리?”

“간만에 돈을 만져서 그런지 쓸 곳이 많더라고요.”


장철웅은 차에 시동을 걸면서 말한다.


“제가 아는 식당이 있습니다. 거기로 모시겠습니다.”


장철웅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운전을 한다.


장철웅이 자신 있게 말한 식당은 고급 한정식 집이었다. 오늘도 국수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자 들어가시죠.”

“여기는 좀 과하지 않나?”

“뭐 어떻습니까. 서지아 씨가 내겠다는데.”

“아니 내가 내잖아.”

“어차피 돈도 많으시잖습니까. 얼마 전에 내기에서 딴 돈도 있으시고.”


장철웅이 마치 자기가 내는 것 마냥 으스대며 들어간다. 서지아는 기쁨에 취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다. 나는 잠깐 이대로 숙소까지 걸어갈까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들어간다.


안락한 방으로 안내받고 주문을 한다. 인당 1000원이 조금 넘는다. 옛 돈으로 환산하면 10만원이다. 이 값을 주고 한 끼를 떼워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오는 음식들은 확실히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가격이 잊히질 않는다. 이게 1000원이라고?


서지아와 장철웅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활발하게 잡담을 나누며 나오는 음식들을 먹는다.


“와 진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떨어진 줄 알았다니까요?”

“합격이라 다행이군요.”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얼마나 놀랬는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식사하시면서 피로를 푸시죠.”


장철웅은 둘이서 떠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나에게까지 말을 건다.


“헌터님. 축하하는 자리인데 너무 조용하신 거 아닙니까?”

“회식비를 빌려주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건가?”

“축하한다는 한마디는 어떻습니까?”

“축하하긴 한다.”


서지아는 환하게 웃는다. 기분이 좋아서 무슨 말을 해도 웃었을 거 같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습을 도와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도움이 되긴 했냐?”

“네. 큰 도움이 됐어요. 사장님 덕에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솔직히 이정도로 발전할 줄은 몰랐다. 혼자 훈련을 어떤 식으로 한 거냐?”

“그냥 뭐. 열심히 했죠.”


서지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그냥 열심히 하는 정도로 이렇게 나아질 수 있나? 모르겠다. 어떤 것이든지 이렇게 빠르게 늘지는 않는다. 그럴 만큼 세상이 만만하진 않다.

게다가 서지아의 얼버무리는 말투도 신경 쓰인다.


나는 장철웅이 화장실 가는 틈에 따라가서 이것에 대해 한 번 말해본다. 장철웅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글쎄요. 전 헌터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가끔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잠재력이 어느 순간 폭발하는 사람들이요. 마치 막힌 혈이 뚫리듯이....... 아 무협은 잘 모르십니까? 아무튼 그런 게 있습니다.”

“내가 캐물을 때마다 얼버무리는 게 이상하지 않나?”

“헌터님은 의심이 너무 많으신 거 같습니다. 서지아 씨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실력을 늘린 비법을 왜 숨기겠습니까?”

“그건 그래.”

“그냥 축하만 해주십쇼. 좋은 날이잖습니까?”


이건 장철웅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다시 돌아간 뒤에는 식사에만 집중한다. 서지아가 말하는 것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서지아가 웃는 걸 본다. 이런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심지어 식사 중간에 서지아가 음식을 질질 흘리며 먹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식사 분위기는 유쾌하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다. 계산서를 봤을 때 잠깐 화가 났지만, 어차피 나중에 받을 돈이니 분노를 눌러 넣는다.


차를 타고 돌아갈 때 서지아의 기분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녀는 작은 것에도 웃고, 말도 많이 한다.


차는 숙소에 도착한다.


“서지아 씨 축하합니다.”


차를 몰고 떠나기 전에 장철웅은 덧붙인다. 차는 떠나고 나는 서지아와 숙소로 들어간다. 서지아는 잠깐 침대에 기대앉아서 쉬다가 말한다.


“저녁에는 뭐하실 거예요?”

“오늘은 간만에 좀 쉴 생각이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테니 준비해 둬야지.”

“그럼 같이 나갔다 오실래요?”

“너랑?”

“와 방금 상처받았어요.”

“안 받았잖아.”

“네. 사실 안 받았어요.”


서지아는 혼자 웃다가 말을 잇는다.


“같이 좀 나가요. 밖에 나가서 이것저것 보자고요.”

“됐다. 집에서 술이나 마시련다.”


나는 짐에서 술병을 꺼낸다. 그러고 보면 짐 정리도 좀 해야 하는데. 저녁에는 그거나 할까.


“제가 괜찮은 술집 알아요. 거기서 마시는 게 어때요? 제가 살게요.”

“돈 없다며.”

“네. 사장님이 내주세요. 갚을 게요.”

“그럼 네가 사는 게 아니잖아.”

“갚을 거니까 제가 사는 거죠.”


서지아는 뻔뻔하게 말하고는 내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운다. 힘이 제법 세져 저항하기 힘들다. 나는 서지아에게 끌려서 나간다.


“알았어. 갈 테니까 이거 놔.”

“진짜죠.”


서지아는 내 팔을 놓고 앞장서 걷는다.


서지아에게 끌려간 술집은 평범한 펍이다. 나무의자에 딱딱한 테이블. 주로 맥주를 파는 곳. 아니, 요즘은 아마 옛 세상에 대한 추억을 파는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설명되지 않는다.


손님들은 꽤나 많다. 아마도 돈이 많을 사람들. 그러나 상류층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느낌을 즐기러 온 거니까. 옛 세상에서 친구와 가볍게 한잔한다는 느낌. 마치 괴물들과 게이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서지아와 앉아 맥주를 한잔씩 시킨다.


“분위기 괜찮죠?”

“아니.”


이 분위기는 어떤 것보다도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진실을 외면하고 자기 테이블에 놓인 맥주 거품만 보고 있다. 그게 터지고 나면? 그러면 이 사람들은 어쩔 생각일까?


“아 또 왜요!”

“이런 건 기만이야.”


서지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를 본다.


“추억을 떠올리는 게 기만이에요? 가만 보면 사장님은 분위기 깨는 데에는 뭐 있다니까요. 그냥 좀 분위기를 즐겨요. 왜 그리 복잡하게 사세요?”

“복잡한 세상이잖아.”

“그럴수록 단순하게 살아야죠.”


서지아의 말도 맞다. 서지아에게는 멋진 날이니 조금은 맞춰줘야지.


맥주가 나온다. 단순하게 살려면 취하는 게 낫다. 품 안에 넣어둔 술통을 꺼내 열고 맥주잔에 붓는다.


“해괴하게 드시네요.”


한 모금 마신다. 꽤 괜찮다.


“마실만해.”

“그래요? 저도 좀 타주세요.”

“다 부었어.”

“그거 한 병을 다 부었다고요? 아!”


서지아는 맥주를 마시려고 들고 있다가 옷에 조금 쏟는다. 그녀는 맥주를 내려놓고 휴지로 옷을 닦으며 말을 잇는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사장님 혹시 취해있지 않은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하세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긴 하냐?”

“중독자들은 그런다던데.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난 중독자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한 모금 더 마신다.


“참 설득력 있네요. 솔직히 버는 돈은 다 술값으로 날리시는 거 아니에요?”

“내가 마시는 술들은 공짜야.”

“네? 진짜에요?”

“저번에 김경훈과 했던 의뢰 얘기를 해줬잖아.”

“어떤 영감님의 자식들을 찾아줬다고 했었죠.”

“그 영감님이 주류 수입, 유통회사 사장이었거든. 지금은 자기 회사 창고에 남은 술들을 가져다가 강원도에서 바를 하고 있고. 그때의 인연 덕에 공짜 술을 얻어 마시지.”

“죽은 자식들을 찾아준 걸로 그렇게까지 한다고요?”

“영감님한테는 남은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가 가진 걸 주고 싶어도 이젠 줄 사람이 없어. 그러니 아무에게나 주는 거지.”


서지아는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그런 줄 알았으면 숙소에서 공짜 술 마시자고 하는 거였는데요.”

“네가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말할 걸 그랬다.”


서지아는 금방 아쉬움을 털어낸다.


“뭐 그래도 기왕 왔으니까 즐기자고요. 자, 건배.”


잔을 들어주자 서지아가 기세 좋게 부딪치고 들이킨다.


그날은 술값이 아까워서라도 늦게까지 떠들다가 돌아간다. 나와 보니 캄캄하다. 웃으며, 비틀거리며 서지아와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서지아의 표정을 살핀다. 그녀가 충분히 즐거웠는지 궁금하다. 서늘한 겨울 달빛에 비친 서지아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대는 것이 보인다. 거기에는 깨고 싶지 않은 어떠한 분위기가 있다.


숙소에 도착하자 서지아는 바로 씻으러 들어가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나온다.


“사장님도 씻으세요.”

“나올 때까지 안 자고 기다려 줄 수 있겠냐?”

“왜요? 혹시 이상한 생각 하시는 거예요?”

“아니. 할 말이 있어.”


씻으면서 고민한다. 오늘은 축하해야 하는 날이다.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안다. 가끔씩 서지아의 손이 떨린다는 것과 식은땀을 흘린다는 것을. 내가 준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그리고 그걸 지금 말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말하기가 더 어려워질 거다.


그래 말해야한다.


결심을 하고 화장실을 나선다. 서지아는 침대에 누워서 이쪽을 보고 있다. 이불을 가슴께까지 덮고 있는데 그 위로 쇄골이 보인다.


“옷은 왜.......”

“눈치 없게 굴지 마시고 이리 오세요.”


서지아가 말한다. 다가가자 서지아가 내 손을 잡아끈다. 그러면서 이불이 흘러내려 서지아의 상반신이 드러난다.


서지아는 내 손을 놓지 않는다. 나는 말해야 한다. 꼭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하지만 지금 기쁨이라는 옷을 입은 서지아는 아름다워 보이고 나는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서지아가 내 손에 손을 겹치고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것에 저항할 수가 없다.


“오늘 저한테 많이 맞춰주신 거 알아요.”

“그래서 감사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려는 건가?”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조금만 더 어울려주셨으면 해서요.”


결국 해야 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녀와 겹쳐 눕는다.


그리고는 해야 하는 질문도 떨리는 손과 불안도 모두 녹아들어 어디론가 엉겨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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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1 20.03.13 912 5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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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1 20.03.04 1,123 46 13쪽
37 37. +3 20.03.03 1,146 48 13쪽
36 36. +2 20.03.02 1,177 5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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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2 20.02.21 1,362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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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1 20.02.19 1,373 6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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