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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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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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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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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3.06.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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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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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글자
11쪽

외전 [고고학의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DUMMY

직원들이 가장 심란해지는 점심시간 직전, 체력단련을 모두 끝낸 태민은 김건진과 함께 식당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옷을 모두 갈아입고 식당으로 이어진 통로로 걸어가는데, 다른 통로 문이 열리더니 예원이 뛰쳐나왔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A4용지를 흔들며 소리쳤다.


“으아아! 태민아 이거 봐!”

“왜 그래요? 한화가 또 졌어요?”

“음, 그것도 충분히 소리 지를 일이긴 하지만 그건 아니야. 우리 연구소에 의뢰가 들어왔어!” 어린애처럼 팔을 흔들면서 다가온 예원이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어나갔다. “인도에서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던 유물이 발견되었음. 해당 장소의 현지인과 이미 협력 관계가 조성되었으므로 한국 지부에서는 속히 인력을 파견하여 해당 유물에 대한 조사 및 가치를 평가하여 제출 바람. 사장 마이크 패트릭.”


내용을 들은 태민은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아니, 왜 인도에 가는데 한국 지부에 연락을 넣었대요? 인도에 지부가 없어도 홍콩 지부가 더 가까울 텐데.”

“그게 문제냐! 일이 들어왔다는 게 중요하지! 내가 관리자라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한국 지부는 맨날 연구만 해서 얼마나 따분했다고!”


기운이 넘쳐 주변에 발산하고 있는 예원을 보며 김건진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말했다.


“에, 예원씨? 인도에 가는 거면 나도 함께 가면 안 될까?

“아저씬 안 돼요.”

“엑? 왜? 홍콩에도 못 갔는데 이번에는 좀 가게 해 줘!”

“왜냐면 파티에서 아저씨가 맡을 역할이 없거든요. 게다가 유물이라고요 유물. 아저씨는 기계만 다룰 줄 알지 유물 같은 거엔 개미 눈곱만큼도 지식이 없잖아요.”

“으윽…. 그렇게 심하게 말하다니.” 김건진은 시무룩해졌다!

“저하고 태민이 이외에 데려간다면…. 잠시 기다려봐요.”


예원은 그렇게 말하고 사무실로 이어진 통로로 사라졌다.


“왠지 저는 무조건 가야 하는 것 같네요?”


태민이 쓴웃음을 짓자 김건진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러는 사이, 사무실에서 돌아온 예원의 손에는 박마루 연구원이 들려있었다.


“데려간다면 박마루씨를 데려가겠어요!”

“어, 안녕하세요?”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박마루는 얼떨결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김건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쳤다.


“박마루씨도 유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을 텐데!”


그러자 예원이 지지 않고 받아쳤다.


“어허! 모르시는 말씀! 모름지기 초반에 뭔가 아는 게 많아서 책을 뒤적거리며 이것저것 말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일행들 발목만 잡는 역할은 여자가 해야 한다고요!”

“그, 그런 거였나!” 큰 충격을 받은 김건진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마루가 태민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저기 태민 학생,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아아….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일행은 이렇게 인도로 떠날 준비를 했다.





한예원: 활동하기 편한 옷에 고고학의 기운을 받은 갈색 중절모(인터넷 가격 12,500원. 배송료 포함)를 쓰고 있다.

박마루: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이론 물리학자. 왜인지 팀의 지식을 맡고 있다.

김태민: 그냥 끌려왔다.





그리하여 일행은 통통배를 타고 전남의 수많은 섬 중 하나인 인도에 도착한 것이다.


“엑? 인도가 그 인도가 아니었어? 아니, 어쩐지 한국 지부에 이 일이 들어온 이유가 설명되었다!”


태민이 경악하며 소리치자 박마루가 쓸데없이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사람 인(人)자에 섬 도(島), 사람의 섬이란 뜻이지요.”

“저기 박마루 연구원님…. 그런 반전도 뭐도 없는 평범한 한자 갖다 붙여봤자 말 개그를 해설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아, 음…. 죄송해요.”


박마루가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섬 안쪽에서 허리가 심하게 굽은 노파가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왔다. 노파의 몸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났고, 머리카락은 잔뜩 엉킨데다가,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노파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시오. 유물을 조사하러 오신 분들인가 보군요.”

“예. 할머니가 미리 저희 쪽과 연락을 한 현지인이신가요?” 예원이 물었다.

‘그냥 섬 주민인데 현지인이라니…. 아니 그보다 저 할머니 왜 두 가지 말투를 섞어 말하는 거지?’ 태민은 속으로 불평을 씹었다.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자, 저를 따라오시지요. 유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전에 섬을 좀 둘러봐도 될까요? 이런 곳에 오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예원이 그 말을 하자 노파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불안한 기운을 느낀 태민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 그럼 예원 누나는 먼저 섬을 둘러보고 오세요. 유물은 저하고 박마루 연구원님이 먼저 확인해 볼 테니까.”

그제서야 노파가 다시 얼굴을 폈다. 태민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럴까? 그럼 나는 좀 둘러보고 올게!” 예원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전력질주로 달려나가더니 이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럼 두 분, 이쪽으로 오시지요.”


노파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 눈은 마치 야수와 흡사해 태민과 박마루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노파가 두 사람을 데려간 곳은 어느 동굴이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어둡지 않았고 깊이도 그다지였다. 태민은 마치 관광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끝에 마련되어 있는 동물 뼈와 해골로 가득한 재단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으아악!” “꺄아악!”


태민과 박마루가 동시에 비명을 지르자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노파가 껄껄대며 웃었다.


“하하하! 걸려들었군, 어리석은 놈들! 내 오늘 너희를 제물 삼아 이 땅에 마왕을 소환하도록 하겠다!”

“묻지도 않았는데 계획을 실토하고 있어?” 태민이 놀라서 외쳤다.

“자신의 역할에 아주 잘 적응했네요. 저도 본받아야 할 텐데.” 박마루가 중얼거렸다.


노파가 지팡이로 바닥을 치면서 소리쳤다.


“시끄럽다 이놈들! 666번째 제물이 된 걸 영광으로 알아라!”


태민은 그 외침에 움츠러들지 않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웃기지 마! 이런 칙칙하고 더러운 곳에서 죽을 줄 아느냐!”

“칙칙하고 더럽다고?” 노파는 그 말에 발끈하더니 동굴 벽에 있던 스위치를 켰다. 보이지 않도록 설치되어 있던 전등이 불을 밝혔다. “이 동굴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최첨단 환풍 시스템이 작동하여 동굴하면 떠오르는 습기는 전혀 없다! 거기에 바닥은 천연 온돌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고, 섬 전체에 친환경 풍력, 조력,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여 스스로 전기를 조달한다고! 그뿐이랴? 세X코에도 가입되어 있어서 벌레 하나 없고, 언제든지 쾌적하게 사용 가능한 1기가 위성 인터넷도 설치되어 있다! 이래도 칙칙하고 더럽다고 할 테냐?”

“우, 우웃…! 쓸데없이 굉장하다!”


생각지도 못한 정신 공격에 타격을 받은 태민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자, 그럼 이제 죽을 때다!”


노파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더니 손잡이 부분을 옆으로 뽑아들었다. 지팡이 안에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날이 전등 빛에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태민은 주변에서 쓸만한 무기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쓸만한 것은 재단 위에 있던 기다란 뼈밖에 없었다.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집어 들었지만 노파가 들고 있는 칼과 길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노파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이제 끝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멈춰라!” 동굴 입구에 나타난 예원이 소리쳤다. “감히 순진한 우리를 속여 이 땅에 마왕 따위를 소환하려고 하다니! 고고학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얘기 다 듣고 있었구만! 좀 일찍 나와서 도와주지!” 태민이 외쳤지만 예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제 나타나 봐야 늦었다! 네년이 내 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노파의 외침에 예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물론 이 거리에서 뛰어가기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

“할머니잖아요! 뛰면 잡을 수 있다고요!” 태민이 외쳤지만 또다시 무시당했다.


총성(탕).


“으윽!” 노파가 배를 손으로 잡으며 비틀거렸다. “초, 총을 쏘다니! 이런 비겁한 년!”

“맨손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것도 비겁해!” 태민이 외쳤다.


예원이 손에서 권총을 돌리면서 소리쳤다.


“보았느냐! 이것이 고고학의 힘이다!”

“고고학이랑 아무 상관도 없거든요!”


총상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던 노파는 동굴 벽에 몸을 기대고 숨을 헐떡였다.


“이렇게 되면! 내 몸을 희생해서 악마를 소환해내겠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그런데 숫자 모자라지 않아?”


태민은 그렇게 외치며 박마루와 함께 동굴 입구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동굴 입구에 다다르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갑자기 섬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간신히 빠져나오자 거짓말처럼 동굴 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흔들림 때문에 바닥에 쓰러진 박마루가 태민의 손을 잡고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섬이 왜 이렇게 갑자기 흔들리죠? 마왕이 소환되어서 그런 걸까요?”

“아니요.” 예원이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이런 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아까 섬을 돌아다니면서 설치한 폭탄을 한꺼번에 터트렸어요!”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이 섬에 오지 말았어야죠!”


태민의 절규가 대기를 울리는 사이 일행은 섬에서 내려와 다시 통통배에 올라탔다. 사태의 긴박함을 느낀 선장이 배의 최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통통배는 시속 20km나 되는 엄청난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파괴되어 갔다. 하지만 지금 이 배에 타고 있는 생명을 구해야 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 칠복이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선장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 필사의 노력으로 적당히 섬에서 떨어졌을 때, 왜인지 모르겠지만 해골 모양의 거대한 연기가 섬에서 피어올랐다.


섬이 완전히 박살났다는 증거인 해골 연기를 바라보면서 예원이 난간에 한쪽 발을 올렸다.


“이번에는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인간의 마음이 악에 물들 때 마왕은 다시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고, 세계 평화를 위해 증진하면서 동시에 고고학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고고학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잖아요!”




※※※




“…이런 꿈을 꿨어.”


예원의 말에 태민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고 싶은 말이야 속 안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었지만, 그 말들이 모두 목구멍에서 얽혀 막히는 바람에 정작 입 밖으로 나온 건 하나도 없었다.


병실은 조용했다.


한참이 지난 뒤, 태민은 간신히 입을 열어 가뭄철 논처럼 말라버린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어젯밤에 무슨 영화 보고 잤어요?”

“…인디아나 존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한가한 오후 시간은 그렇게 덧없이 흘러갔다.


작가의말

다음 화부터는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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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고고학의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17 13.06.27 8,476 112 11쪽
31 6장 [결심] -05- +20 13.06.25 9,609 133 12쪽
30 6장 [결심] -04- +12 13.06.22 9,138 135 17쪽
29 6장 [결심] -03- +7 13.06.20 9,603 123 13쪽
28 6장 [결심] -02- +12 13.06.18 10,008 138 12쪽
27 6장 [결심] -01- +10 13.06.15 10,632 136 12쪽
26 5장 [대화의 밤] -05- +11 13.06.13 11,299 139 10쪽
25 5장 [대화의 밤] -04- +17 13.06.11 12,375 161 10쪽
24 5장 [대화의 밤] -03- +8 13.06.08 12,024 132 13쪽
23 5장 [대화의 밤] -02- +8 13.06.06 10,240 132 11쪽
22 5장 [대화의 밤] -01- +7 13.06.04 30,863 1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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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4장 [불운을 넘어서] -03- +8 13.05.28 10,471 1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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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장 [불운을 넘어서] -01- +8 13.05.23 10,881 1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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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장 [리엔] -05- +9 13.05.18 12,678 154 18쪽
14 3장 [리엔] -04- +6 13.05.16 12,037 129 14쪽
13 3장 [리엔] -03- +8 13.05.14 11,940 136 12쪽
12 3장 [리엔] -02- +8 13.05.11 12,053 143 12쪽
11 3장 [리엔] -01- +7 13.05.09 12,909 1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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