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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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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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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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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3.07.04 06:00
조회
6,915
추천
116
글자
11쪽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03-

DUMMY

자연스럽게 밖에 남은 태민은 어쩔 수 없이 트럭에 실었던 짐들을 홀로 내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AK-47이 들어있는 상자를 내리고 그다음에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 챙겼던 장비가 들어있는 상자, 마지막으로 식량이 들어있는 상자 중 하나를 내렸다.


필요한 것들을 내리고 한숨 쉬고 있는데 갑자기 시선을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무 판잣집 모퉁이에서 그림자가 삐져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눈에 힘을 주었던 태민이었지만 그림자의 주인을 확인하고는 금새 긴장을 풀었다. 5살 정도 되는 꼬마아이가 모퉁이 뒤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태민은 꼬마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꼬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태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AK가 들어있는 상자를 들어 올려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마침 여성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던 예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태민아. 오두막 안에 나무로 만든 침대도 있어!”

“진짜요?”

“응. 들어가서 봐봐.”


그 말대로 오두막 안에는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든 듯한 침대가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 명만 겨우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나무 침대를 보면서 태민은 자신이 위쪽에서 잘 일을 없을 것을 예감했다.


태민은 AK가 들어있는 상자를 오두막 제일 안쪽에 내려놓고 침대 위에 앉아봤다. 테두리는 딱딱했지만 중앙 부분은 얇은 나뭇가지를 겹쳐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쿠션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잠시 동안 부드러운 느낌을 즐기던 태민이 다음 상자를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 말씀 드릴게 있는데요.” 일본인 여성이 말을 걸어 태민을 붙잡았다. “이곳 마을 분들은 외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이곳에서 머무시는 동안 크게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태민은 방금 오두막에 놓고 온 AK상자를 생각하자 속이 뜨끔했다. 불안한 마음에 예원을 살펴봤는데 마치 주의사항을 들은 관광객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았어요. 그것 외에 더 주의할 점은 없나요?” 예원이 물었다.

“아, 혹시 냄새가 심한 음식이나 큰 소리가 나는 물건이 있으시거나….”


여성은 계속해서 주의사항을 열거해나갔고, 태민은 중간까지 참을성 있게 듣다가 다시 상자 옮기는 작업으로 돌아갔다. 주의사항 강좌는 정확하게 상자가 모두 옮겨진 순간에 끝났다. 태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을성 있게 끝까지 얘기를 들은 예원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여성이 얘기를 마무리하면서 손으로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일단 이 정도만 주의하시면 될 거예요. 또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항상 활발한 예원의 목소리에 피곤함이 조금 묻어 있었다. 그때, 마을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실제로 종이 울려 퍼지는 게 아니라 녹음된 소리가 재생되는 것임을 가르쳐줬다.


“저녁 시간이네요. 이곳은 때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죠.” 일본인 여성의 얼굴에 미안함이 떠올랐다. “저는 이만 가봐야겠어요. 죄송하지만 두 분께서는….”

“아, 괜찮아요. 빨리 가보세요.”


예원이 눈치 빠르게 보내주자 여성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열 걸음 정도 가던 그녀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두 사람에게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생각해보니 아직 이름도 밝히지 않았네요. 저는 타카야 에리코입니다. 타카야라고 불러주세요.”



※ ※ ※



태민은 오두막 구석에 놓여있던 기름 램프를 살폈다. 얼마 남지 않은 빛에 의지해 기름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옆의 스위치를 돌리자 유리병 속에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불꽃이 솟아올랐다. 태민은 기름 램프를 줄로 묶어 천장에 매달았다. 은은한 빛이 오두막을 채웠다. 램프 설치를 마무리하면서 예원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타카야는 성이겠죠?”


중앙에서 벽으로 밀려난 침대에 앉아 지도를 보고 있던 예원이 고개를 들었다.


“서양식으로 성하고 이름 순서를 바꿨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되면 에리코 타카야가 되네요. 하지만 흔히 일본 여자는 이름 끝에 코를 붙이는 것 같던데.”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태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침대 반대편에 일렬로 모아놓은 상자 위에 앉았다. 세 상자를 세로로 붙여두면 태민의 키보다 살짝 작은 크기가 나왔는데 그 위에 모포를 깔고 침대 대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아무튼 일본사람들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성으로 부른다니까 타카야가 성일 걸요.”

“타카야든 에리코든 그 여자가 우리에게 우호적이라는 게 중요하지.”


예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접혀있던 지도를 펼치기 위해 팔을 좌우로 쭉 폈다. 태민이 지도 끝 부분을 손으로 잡아 작업을 도와줬다. 램프 아래,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도가 펼쳐졌다. 예원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움직여 지도에서 세 지점을 표시했다.


“박사가 숨어 있을 걸로 예상되는 지점인가요?”


태민의 질문에 예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프리카에 오랫동안 머무는 중이라면 아마도 한곳에 제대로 된 시설을 만들어 놓을 확률이 높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가, 만일의 경우 바로 몸을 피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용이한가.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골라봤어. 태민이는 어떻게 생각해?”


의견을 구하는 말을 받긴 했지만, 태민은 아무리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표시된 장소가 예원이 말한 조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것보다 현재 있는 곳과 표시된 장소들 사이의 거리가 꽤 먼 것 같아서 신경 쓰여요.”

“조금 멀지. 왕복으로 계산하면 오늘 우리가 하루 종일 달려온 거리와 거의 비슷하니까.”

“그러면 탐사를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오면 무조건 밤이란 말이군요.”

“그래.” 예원은 표시된 지점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켰다. “한 지점을 확인하는데 하루씩, 총 3일이 걸릴 거야. 이곳을 모두 확인하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떠나는 건 4일째 되는 날이죠?”

“응. 될 수 있으면 그 사이에 박사가 있는 곳을 찾아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힘들겠지.”


그때 밖에서 누군가 접근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예원은 재빨리 지도를 접었고, 태민은 혹시 있을 일을 대비해 문을 주시하면서 AK가 들어있는 상자에 손을 가져갔다.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밖에 누군가가 서 있었지만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문은 의외로 빈틈이 없었고, 때문에 문 밖에 있는 손님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저기. 타카야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그 반가운 인사말에 예원과 태민은 동시에 긴장을 풀었다. 아프리카에 와서 만난 현지인들이 모두 강도였던 탓에 두 사람 모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예원이 지도를 가방 안에 집어넣는 동안 태민이 일어났다.


기름기가 전혀 없는 고기 냄새가 문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식사 전이었던 태민은 부푼 기대와 함께 문을 열었다.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타카야 에리코가 그곳에 서 있었다.


“아직 식사 전이시죠? 마을분들에게 부탁해서 고기 좀 가져왔어요.”

“이렇게 신경 써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며칠 동안 전투식량만 먹으며 이동해와서 갓 요리된 고기에 완전히 마음이 빼앗긴 상태였다. “앗, 잠시만요.”


태민은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상자 중에 식량이 들어있는 상자를 빼서 오두막 중앙으로 옮겼다. 장비나 AK는 혹시나 음식물이 들어가면 고장 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식량 상자 안에는 종이 상자에 들어있는 전투식량이 전부였다.


타카야는 옮겨진 상자에 접시를 올려놓았다. 그녀가 가져온 고기는 굉장히 컸지만 이상하리만큼 검었다. 기름이 둥둥 떠있는 국물에는 녹색과 붉은색의 고추가 섞여 있었고, 방금 만들어졌는지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괜찮으면 같이 식사해도 될까요?”


주머니에서 식기를 꺼내는 그녀의 모습에 예원이 물었다.


“아까 종 쳤을 때 식사하러 간 거 아니었어요?”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두 분과 있고 싶어서요.”


타카야가 부끄럽다는 듯이 혀를 입 밖으로 내밀었다.


“헤헤, 저희는 타인의 친절을 거절하지 않지요.” 반대쪽에서 태민이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열심히 손을 흔들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저희가 가져온 음식이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같은 동양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음. 그런 것보다 좀 더 원초적인 문제인데. 태민아, 접시 좀 들어봐.” 태민이 접시를 들어 올리자 예원은 상자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줬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종이상자가 그 늠름한 모습을 드러냈다. “몽땅 전투식량이거든요.”


그 순간 타카야의 눈이 빛났다.


“우와, 저 이런 거 한 번 먹어 보고 싶었어요.”

“어라, 정말요?”

“그럼요. 이번에 아프리카 오기 전에도 한 번 구해보려고 했을 정도예요. 낱개로 파는 곳이 없어서 결국에는 그냥 왔지만.”

“잘 됐네요. 한 개 골라 줄게요. 이왕이면 밥이 있는 거면 좋겠죠?”

“그런 것도 있어요?”


여자 둘이 상자를 뒤지며 메뉴를 고르고 있을 때, 태민은 접시를 옆에 내려두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기름 램프가 천천히 흔들리면서 빛과 그림자도 같이 흔들렸다. 그러고 있자니 램프 뚜껑 위로 레고 블럭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민은 그것들을 조립하여 램프 뚜껑을 무인도로 만들고 그곳에 홀로 갇힌 남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는 너무한 것 같아 여자도 만들어줬다. 남자와 여자는 램프 뚜껑 위를 돌아다니며 과일을 채집하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사냥했다.


“태민아. 넌 뭐 먹을래?”


예원의 물음에 태민은 기름 램프 위의 무인도를 없애고 현실로 돌아왔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맛은 별로지만 오늘은 반찬이 있으니 밥이 있는 메뉴로 선택했다.


필요한 메뉴를 모두 고르고 식량 상자의 뚜껑을 다시 덮었다. 그 위에 고기 접시를 올려놓은 태민은 장비가 들어있는 상자를 따로 빼내 타카야가 앉을 수 있도록 해줬다. 타카야는 상자에 앉아 배시시 웃으며 “고맙습니다” 하고 감사를 표했다.


작가의말

남자와 여자 대신 남자와 배구공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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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6장 [결심] -05- +20 13.06.25 9,610 133 12쪽
30 6장 [결심] -04- +12 13.06.22 9,139 13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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