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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해결사 박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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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2.18 21:27
최근연재일 :
2013.01.09 13:4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905
추천수 :
560
글자수 :
112,641

작성
12.12.28 12:26
조회
2,104
추천
20
글자
12쪽

해결사 박채도(11)

DUMMY

회사원들이 빌딩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올 시간, 이 형사는 채도를 옆에 태우고 차를 몰고 있었다. 채도는 차를 처음 탔을 때부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몸을 계속 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형사는 가만히 있어도 필요 이상으로 존재감을 어필하는 사람이 계속 신경쓰이게 하자, 결국 빨간 신호에 차가 걸렸을 때 입을 열고 말았다.


"어디 불편하세요? 아까부터 가만있질 못하신데."

"음... 그게 말이야." 채도는 여전히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어제 오랜만에 날아다녔더니 몸이 근질거려서 가만히 있질 못하네."

"날아다니다니요?"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그 사람 직장이 어디길래 이렇게 멀리까지 오는 거야?"

"어디긴요."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자 이 형사는 차를 다시 움직였다. 사방을 가득 메웠던 건물들이 사라지고 넓다 못해 황량해 보이는 공터가 펼쳐졌다. 저 멀리에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흰 건물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장입니다."


두 사람은 빈 자리가 넘쳐나는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에서 공장 입구 대기했다. 공장 안에 따로 식당을 갖추고 있는 모양인지 수 많은 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떠들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형사는 핸드폰으로 어젯밤 연락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는 바람에 문자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채도는 팔짱을 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몇 몇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얘기를 하고 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는 순간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모두 식당에 들어가고 사방에 텅 비었을 때가 되었을 때 행색이 지저분한 남자가 식당에서 나왔다. 이쑤시개로 이 사이를 정리하며 터덜터덜 걸어나온 남자는 채도와 이 형사를 발견하더니 손을 흔들었다.


“저 사람인가?”


채도는 자기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남자한테서 시선을 뗴지 않고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요.”


남자는 더벅머리에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지저분했지만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최한봄이라고 합니다."


그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자 이 형사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다. 최한봄은 이 형사와 악수를 힘차게 하고 채도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채도는 팔짱을 낀 채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손이 머쓱해진 최한봄은 눈빛으로 기분이 상했다는 점을 표현했지만 채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화란시 중앙경찰 특수해결반 이주간 형사입니다. 전화로 말씀 드린 대로 이번 실종 사건으로 몇 가지 물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최한봄은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요. 확실히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죠."


이 형사는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다는 생각에 얼굴 가득 기쁨을 드러내며 채도를 돌아봤다. 하지만 채도는 방금 전보다 굳은 얼굴로 최한봄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최한봄이 자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전에 저도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이미 아시겠지만 전 전직 축구 선수입니다. 다리 부상 때문에 은퇴하고 지금은 공장에 다니고 있는데 아직도 많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경찰 병원에서 어떻게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겠습니까?"

"그건 좀..." 이 형사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부탁합니다. 제가 형편이 좋지 않아서."


그 때 채도가 앞으로 걸음을 한 발작 옮겨 최한봄 앞에 섰다. 최한봄의 키도 큰 편이었지만 채도는 그 보다 머리통이 하나만큼 더 컸다. 채도는 위협적인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헛소리 작작해라."


순간 주변을 맴돌고 있던 시끄러운 소음이 사라졌다. 이 형사는 당황하며 주변을 살펴봤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건 놀란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는 최한봄과 그 무엇이라도 제압할 것 같은 강한 기운을 가진 채도뿐이었다. 이 형사는 채도를 말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소리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채도씨, 중요한 참고인에게 그런 식의 행동은..."


이 형사가 등 뒤에서 말렸지만 채도는 최한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최한봄의 머리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최한봄, 한 때 기대를 받던 선수였지만 잦은 다리 부상으로 결장이 많아짐. 치료가 완료된 후에는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 기대 이하의 실적만 거둠. 거기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나중에는 은퇴했지만 사실은 승부 조작에 개입된 게 발각되어 퇴출."


최한봄의 눈동자가 급속하게 커졌다. 그는 뒷걸음치며 물러났지만 채도는 그가 움직인 만큼 앞으로 나아갔다. 최한봄은 몸을 심하게 떨면서 말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채도는 다시 한 번 최한봄의 얼굴에 자신의 험악한 얼굴을 들이댔다.


"그 딴 건 알 필요 없고, 얕은 수 부리지 말고 묻는 말에만 정직하게 대답해."


이 형사는 채도가 금방이라도 최한봄에게 주먹을 날릴 것 같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공장 직원들이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한참 동안 채도와 얼굴을 마주치고 있던 최한봄이 결국은 고개를 떨궜을 때 이 형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장소를 옮기자."


채도는 최한봄의 팔을 끌고 공장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이 형사는 주변에 모여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할 게 있다고 일일이 설명하고 자리를 떴다. 주차장은 사방이 뚫려있었지만 공장 자체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보는 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채도는 주차장 한쪽 벽으로 최한봄을 밀면서 말했다.


"이번에 사라진 세 명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모, 몰라요."


무색한 변명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채도의 묵직한 주먹이 최한봄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뒤에 있던 벽은 만들어진지 오래되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사람 주먹이 어떻게 할 물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채도의 주먹이 때린 곳은 마치 망치에라도 맞은 것처럼 부숴지면서 구멍이 뚫렸다. 얼굴에 튀는 돌조각을 느낀 최한봄은 곁눈질로 구멍난 벽을 보다가 침을 목 뒤로 꿀꺽 넘기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을 텐데."

"그런 건 없었어요. 항상 갔을 때와 다른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전 얘기하고, 그 사람들은 듣고, 실제로 듣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뿐이었어요."

"네가 잡아간 건 아니고?"


그 말에 두려움에 떨고 있던 최한봄의 눈빛에 분노가 일었다. 그는 채도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다소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릴... 내가 그 X같은 곳을 가기 싫어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가는 이유는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두 시간 얘기하고 버는 돈 치고는 많으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다. 사라진 세 명 중 두 명은 오른손이 없는 남자들이었어. 그들에 대해 특별한 인상 같은 건 없었나?"

"손이 없는 환자라..." 최한봄은 눈을 감고 생각을 집중했다. 도중에 입 안에 고인 침을 목 뒤로 넘기느라 안 그래도 힘들었던 호흡을 잠깐이지만 멈춰야 했다. "글쎄요. 손이나 발이 없는 사람들이 흔했던 곳이니까."


채도는 힘겹게 대답하는 최한봄의 눈을 끝까지 응시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최한봄은 그제서야 숨통이 트인 듯이 있는 숨을 힘껏 내뱉었다. 그는 목 부분을 조이고 있는 셔츠 단추를 신경질적으로 풀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놓여있던 오래된 벽돌을 손에 쥐고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채도를 향해 달렸다. 최한봄을 계속 보고 있던 이 형사가 놀란 얼굴로 소리치려 했지만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벽돌이 머리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나 바닥에 떨어졌다. 묵직한 감촉을 기대했던 최한봄은 예상 외의 가벼운 감촉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미처 표현하기도 전에 피어 오르는 먼지 속에서 커다란 주먹이 튀어나왔다. 미처 피할 생각을 하기도 전에 주먹이 얼굴을 정통으로 들이받았다. 최한봄은 바닥에 힘없이 고꾸라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이 형사는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채도는 쓰러져있는 최한봄의 상태를 살피다가 손으로 머리에 묻은 먼지와 돌가루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이 형사. 이거 정당방위다. 따로 설명 할 필요 없지?"

"아, 아? 예. 그럼요."


이 형사는 쓰러져있는 최한봄의 상태를 멀리서 살피다가 자기 자동차로 걸어가고 있는 채도의 옆에 서며 물었다.


"저거 설마 죽은건 아니겠죠?"

"아니야 아니야. 잠시 기절한 거야. 아무튼 저렇게 지는 걸 싫어하는 놈들은 성가시다니까."


이 형사는 그래도 영 불안한지 자꾸 뒤를 돌아보다가 리모콘으로 자동차 문을 열었다. 차에 몸을 실은 채도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면서 안전 벨트를 당기고 있는 이 형사에게 말했다.


"이번엔 저 녀석 집으로 가자."

"집이요?" 이 형사는 사이드 미러로 작게 보이는 최한봄을 보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한봄의 몇 십년은 된 듯한 낡은 아파트는 두 개의 작대기 만으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열렸다. 이 형사는 채도가 도구를 안주머니에 넣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할 줄 아는 걸까하고 생각했다.


누가 보기 전에 재빨리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집 안을 감도는 메케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채도는 품 안에서 전에 사용했던 탐색 장치를 꺼내 작동시켰다. 장치에서 "파장 탐색." 하고 가인의 목소리가 났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간 채도가 이 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후다닥 하고 끝낼 테니까 아무거나 만지지 말고 그대로 있어."


그런 것쯤은 저도 압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쓸데없이 대화가 길어지는 게 싫어서 이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에서 채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심이 움직이는 모습이 여느 경찰과 다를 바 없었다. 또한 문을 열 때도 외투를 당겨 지문을 남기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채도는 미리 말했던 대로 각 방을 빠르게 조사하고 돌아왔다.


"아무 것도 없어. 이번엔 정말 시간 낭비했다."


두 사람은 재빨리 아파트에서 나와 자동차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도시에 이미 석양이 붉게 깔리고 있었다. 이 형사는 운전 도중 계속 채도를 힐끗 거리다가 신호로 차가 멈췄을 때 말을 걸었다.


"아까 벽돌로 머리를 맞았는데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되나요?"


옆 창으로 밖을 보고 있던 채도는 고개를 살짝 움직여 이 형사를 봤다가 다시 밖을 보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벽돌도 그렇게 단단한 건 아니었고."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으니까 검사를 받아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채도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이 형사는 채도가 편안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봐서 속으로 살짝 놀랐고 그의 대답에 한 번 더 놀랐다.


"알았어. 그럼 경찰 병원에 내려줘. 혜진이가 또 뭐라 하겠네."


채도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헤진은 채도의 머리에 난 상처를 치료하면서 시종일관 툴툴대며 날카로운 말을 해댔다. 원래 치료 따윈 생각에도 없었다는 채도의 말에는 소독약을 일부러 과하게 부어 고통을 줬다.


불똥은 옆에 서있던 이 형사에게도 떨어졌다. 상대가 벽돌로 내리칠 때 대체 뭘하고있었냐는 것이었다. 이 형사는 뭐라 행동하기 전에 상황이 일어나버렸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것을 직감으로 알아채고 고개를 숙여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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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해결사 박채도(18) +2 13.01.04 1,924 21 16쪽
17 해결사 박채도(17) 13.01.03 1,719 18 9쪽
16 해결사 박채도(16) 13.01.02 1,767 17 10쪽
15 해결사 박채도(15) 13.01.01 2,025 19 9쪽
14 해결사 박채도(14) 12.12.31 1,810 20 11쪽
13 해결사 박채도(13) +2 12.12.30 2,071 20 11쪽
12 해결사 박채도(12) +2 12.12.29 1,900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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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결사 박채도(10) 12.12.27 2,168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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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결사 박채도(5) 12.12.22 3,209 26 11쪽
4 해결사 박채도(4) +1 12.12.21 3,776 36 8쪽
3 해결사 박채도(3) +2 12.12.20 3,884 42 7쪽
2 해결사 박채도(2) +1 12.12.19 4,359 43 10쪽
1 해결사 박채도(1) +4 12.12.18 6,327 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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