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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해결사 박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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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12.18 21:27
최근연재일 :
2013.01.09 13:4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907
추천수 :
560
글자수 :
112,641

작성
12.12.20 12:34
조회
3,884
추천
42
글자
7쪽

해결사 박채도(3)

DUMMY

"30분 정도 있으면 올 거예요."


전혜진은 일이 잘 풀린 상쾌한 모습으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있던 이 형사는 어딘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자기 책상에 앉은 혜진은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란 듯이 말했다.


"표정이 좋지 않은데 어디 아픈 곳 있으세요?"

"아니요. 오기 전에 처리해 할 업무를 깜박하고 온 게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즉석에서 생각난 것치곤 그럴싸한 대답이었다.

"아하, 하긴 채도를 맡으신 지 얼마 안됐으니까 해야 할 일이 많으시겠다."

"예. 그렇죠. 하하..."


사실은 다른 이유였다. 혜진은 얘기 소리가 들리지 않게 진료실 밖으로 나가서 통화했지만 채도에게 내지른 외침은 고스란히 벽을 통과해 이 형사의 귀에 들어왔다. 그랬던 사람이 자기 앞에서는 점잖은 모습과 목소리로 대하니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박채도와는 많이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하루 만에 그를 만나게 되어 속이 쓰렸다.


"이 형사님. 채도가 올 때까지 시간도 있는데 맡은 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라도 대답해 드릴까요?"


이 형사는 혜진이 자기에게 소리라도 지른 것처럼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궁금한 부분이요?"

"네. 이래봬도 저 여기서 5년이나 근무했어요. 이 형사님 보다는 아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또 전임자가 워낙 일을 잘했던 탓에 이 형사는 제대로 일을 가르쳐줄 선배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형사는 가지고 온 가방에서 서류 뭉터기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혜진은 서류 하나를 집어 들고 읽으면서 말했다.


"채도가 잡은 범죄자들 목록이군요."

"네. 제가 궁금한 것은 이 부분입니다."


이 형사는 서류들을 펼쳐두고 체포 후 처벌이 표시된 항목을 손가락 끝으로 집었다.


"죄질이 정말 심하다고 생각되는 이들 외에는 모두들 정신 병동에 입원되었더군요. 물론 범죄자들을 갱생시켜서 사회로 돌려보내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정신 병동에서 그런 일까지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계속 해봐요."


혜진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이 형사는 그녀가 보던 말든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를 계속했다.


"뉴스에서는 그들이 정신 병동에 입원되고 난 뒤의 일들은 잘 다루지 않아서 몰랐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자살을 하거나 죽지 못해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라면?"

"모두들 박채도씨에 의해서 자기 힘을 쓸 수 있는 신체를 잃어버렸습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역시 손이고 드물게 발, 팔, 다리까지 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박채도씨에 의해 신체를 잃어버린 사람을 병원 측이 말도 안 되는 치료를 함으로써 결국 그들을 자살로 내몬 것입니다."

"재미있네요."


혜진은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이 형사는 혜진이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자 당황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혜진은 의자를 옆으로 돌리고 몸을 뒤로 눕혔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줘야 이 형사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근본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혜진은 의자를 제대로 하고 이 형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일단 저는 외과의라서 정신과에서 무슨 치료를 하는 지는 모르지만 이런 힘을 가진 범죄자들을 그 쪽으로 보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자, 다시 한 번 서류를 살펴보세요. 다른 공통점이 있을 거예요."


이 형사는 내키진 않았지만 다른 공통점이란 단어에 끌려 서류를 살펴봤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형사는 눈을 손 끝으로 문지르며 서류를 내려놨다.

"못 찾겠는데요. 정말 이들이 정말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까?"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걸 보지 못하는 법이죠."


혜진은 가볍게 웃으면서 손가락 끝으로 서류의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자살 기도(수면제 과다 섭취)'라고 써있었다. 그녀는 이 형사가 확인한 걸 보고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자살 기도(농약)'이었다. 다시 손가락이 움직였다. '자살 기도(8층에서 투신)'이었다.


한 번 눈이 뜨이기 시작하자 다른 서류에서도 동일한 항목을 볼 수 있었다. 혜진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그만두고 이 형사가 직접 스스로 찾게 놔뒀다.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항목은 아니었지만 전체 80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의 서류에 자살 기도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대부분이 자살을 시도했었군요."


이 형사의 말에 혜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 모두를 정신 병동에 넣을 이유는 없지 않나요? 삶을 다시 봤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러요?"


그 한 마디에 말문이 막히고만 이 형사는 풀 죽은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혜진은 펼쳐놓았던 서류를 한데 뭉쳐 정리해서 이 형사에게 내밀었다.


"이 사람들이 왜 정신 병동에 수감되냐면요."


바로 그 때 진료실 문이 열리고 박채도와 김가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가인은 집에서 입고 있던 흰 가운 대신 얇은 잠바를 입고 있었다.


"혜진 언니! 저희 왔어요."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가인에게 혜진도 손을 흔들어 답했다. 채도는 진료실로 들어오다가 이 형사가 자리에 앉아있는 걸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형사도 있었네."

"안녕하십니까."


이 형사는 자리에 앉은 채로 몸을 돌리고 가볍게 목 인사를 했다. 그에 비해 채도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며 가인과 함께 벽 쪽에 자리한 길다란 나무 의자에 앉았다. 이 형사는 계급 관계가 아닌데도 박채도가 자신을 부하처럼 여기는 것 같아 불편했다.

혜진은 정리한 서류를 이 형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해야겠네요."


이 형사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서류를 가방 안에 넣었다. 얘기가 대충 끝난 것을 확인한 채도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길래 저녁 때가 다돼서 부른 거야?"

"거참 좀 협조적으로 나오면 안돼? 설마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부르겠어?"

"어."


혜진은 당장이라도 채도의 배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이 형사와 가인이 보고 있는 만큼 꾹 참았다.


"됐고. 중요한 일이니까 귀 기울여서 들어."

"저기 언니 잠깐만요."


조용히 앉아있던 가인이 손을 들고 말했다. 혜진은 채도에게 말할 때와는 태도가 완전히 변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가인을 바라봤다.


"가인아 왜?"

"중요한 일인데 저도 들어도 되는 건가요?"

"뭐, 들어서 나쁠 건 없을 거야. 어차피 너도 완전히 관계가 없는 건 아니니까."


가인이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혜진은 자세를 바로 하고 진료실에 있는 비환자 세 명을 찬찬히 둘러봤다. 자신을 포함해 눈 앞에 있는 이들이 경찰에서 괴물 대책반이라고 부르는 특수 해결반과 관련된 인원이었다. 정식적으로 소속된 사람은 이 형사 밖에 없긴 했지만 어쨌든 모두들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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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해결사 박채도(20) 13.01.06 1,473 19 14쪽
19 해결사 박채도(19) 13.01.05 1,630 16 11쪽
18 해결사 박채도(18) +2 13.01.04 1,924 21 16쪽
17 해결사 박채도(17) 13.01.03 1,719 18 9쪽
16 해결사 박채도(16) 13.01.02 1,767 17 10쪽
15 해결사 박채도(15) 13.01.01 2,025 19 9쪽
14 해결사 박채도(14) 12.12.31 1,811 20 11쪽
13 해결사 박채도(13) +2 12.12.30 2,071 20 11쪽
12 해결사 박채도(12) +2 12.12.29 1,900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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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결사 박채도(10) 12.12.27 2,168 20 9쪽
9 해결사 박채도(9) 12.12.26 2,445 22 8쪽
8 해결사 박채도(8) 12.12.25 2,100 22 7쪽
7 해결사 박채도(7) 12.12.24 2,260 27 13쪽
6 해결사 박채도(6) 12.12.23 2,824 31 11쪽
5 해결사 박채도(5) 12.12.22 3,209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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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사 박채도(3) +2 12.12.20 3,885 42 7쪽
2 해결사 박채도(2) +1 12.12.19 4,359 43 10쪽
1 해결사 박채도(1) +4 12.12.18 6,327 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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