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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르카 님의 서재입니다.

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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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사르카
작품등록일 :
2020.05.08 22:18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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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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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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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30쪽

'여왕' 18.6

DUMMY

“지원을 보냈습니다.” 완장에서 미스 밀리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스타가 셋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노엘은 아마 우리 위치에서 북쪽으로—”


“스키터!” 태틀테일의 외침이 내 말을 끊었다. “그거 벗어!”


“뭐?”


“완장 말이야! 벗어서 멀리 던져!”


나는 끈을 당기기 시작했다. 끈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벌레들로 완장을 뒤덮자 완장이 통째로 부풀며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화면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끈을 풀어내고는 완장을 집어 던졌고, 동시에 일어서며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그루! 저거 덮어!” 태틀테일이 외쳤다. “저 클론이 분해하는 건 뭐든지 능력으로 덮어버려!”


그루가 어둠을 사방으로 내뿜은 다음 내가 내던진 완장 주위에 있는 어둠만 남기고 해제했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 만큼 벌레들의 감각에만 의지해야 했지만, 어둠의 위치는 공기가 약간 두꺼워진 듯한 느낌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태틀테일의 말을 듣고 폭발 같은 걸 예상했었지만, 완장은 분해되며 짙은 연기를 뿜을 뿐이었다.


“방사능이야.” 태틀테일이 말했다. “저 클론이 분해하는 건 다 저렇게 돼.”


“내가 덮으면 괜찮은 거야?”


“덮으면 괜찮아. 아마 효과가 상쇄되겠지. 하지만 예전에 네가 그랬지? 추측이면 추측이라고 밝히라고. 방금 그건 추측이야. 내 생각이 맞았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다면 이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몇 년 뒤에 피폭으로 병원에서 죽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시발.


“상관없지 않아?” 리젠트가 말했다. “어차피 몇 년 뒤면 세상이 망할 텐데,”


“세계의 운명이야 어떻게 되든,” 내가 말했다. “방사능은 일단 피하고 보자고.”


다른 언더사이더와 시카고 워드는 밴에서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일제히 비스타 클론들로부터 물러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사성 낙진을 만들어내는 녀석으로부터 물러나고 있었다.


처음 내 감각에 잡힌 클론은 여전히 지붕 위에서 건물들을 비틀고 있었다. 속도는 느렸지만 몇 분만 지체한다면 이 주위의 건물은 전부 우리를 향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그녀의 능력은 원래 비스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범위가 더 넓은 대신에 속도가 느렸고, 범위 안에 우리가 있는데도 딱히 영향을 받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그쪽으로 보내는 벌레들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바로 날려 보내는데도 계속해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벌레들의 수도 적었고, 얼굴과 같은 방식으로 피부도 단단해져 있어서 공격할 곳이 별로 없었다. 입은 입술 없는 작은 틈에 불과했고 꽉 다물려 있었다. 가면 같은 얼굴을 뚫고 눈을 노릴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벌레뿐이었다. 그녀는 벌레들의 턱과 독침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약한 공격이었지만 눈동자가 개미와 하루살이로 뒤덮인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이것도 능력이 변형된 건가? 능력이 미치는 범위를 감지할 수 있는 건가? 그럼 우리도 감지할 수 있을까?


도로를 끌어 올려서 십이 피트 높이의 장벽을 만들었던 두 번째 클론이 능력으로 발 디딜 곳을 만들어내 가면서 그 벽을 올라온 듯했다. 이제 그녀는 그 벽 위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내가 완장을 내던지는 틈을 타 우리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우리가 왔던 길이 솟아오르며 똑같은 방식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이쪽의 클론의 능력이 제일 원래 비스타와 비슷했고, 벌레들의 공격이 가장 효과적인 것도 이쪽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자신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세 번째가 그 괴물처럼 커다란 녀석이었다. 뼈가 휘어져 있고, 물질을 분해해서 방사능 낙진을 만들어내는 녀석. 잔해를 뚫고 온 그녀는 똑바로 선 채 우리를 마주보고 있었다.


“방사능 쪽을 먼저 해치울까?” 테크톤이 제안했다.


“아니.” 내가 말했다. 나는 벌레들로 허공에 화살표를 그렸다. “가장 급한 건 지붕 위에 있는 놈이야.”


“셋이라고?” 그가 물었다.


미스 밀리샤에게 했던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건물이 무너질 거야.” 내가 말했다.


“레이맨서.” 테크톤이 지시했다. “처리해.”


레이맨서가 그때처럼 자세를 잡았다. 발을 모으고 한 손을 내민 자세였다. 에너지 탄환이나 광선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비스타도 맞은 것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빛을 구부린다고!?” 원튼이 물었다.


“공간을 구부리는 거야.” 태틀테일이 말했다. “공격이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겠지.”


“상관없어.” 레이맨서가 말했다. 그의 두 번째 공격에 맞은 비스타의 가슴이 움푹 들어갔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쥔 채 지붕 위로 쓰러졌다.


벽이 얇아지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시발 저게 뭐야?” 리젠트가 물었다. “레이저가 무슨—”


“아직 살아있어!” 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레이맨서가 방사능 비스타에게 날린 공격이 빗나가자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우리 뒤에서 생겨나던 장벽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그녀 주위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세 시 방향의 비스타가 방해하고 있어!”


“그레이스!” 테크톤이 외쳤다. “지붕은 너한테 맡긴다! 발사!”


그에게 달려온 그레이스가 그의 손바닥 위에 섰다. 동시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반대쪽 발을 그의 반대쪽 건틀릿의 손등 쪽에 올렸다.


그녀는 다리를 구부렸다가 건틀릿에 내장된 파일드라이버가 폭발적으로 발사되는 것과 동시에 다리를 뻗으며 뛰어올랐다.


그녀는 인간 포탄처럼 날아갔고, 내가 그녀에게 붙여뒀던 벌레들 대부분이 폭발적인 풍압에 의해 쓸려나갔다. 파일드라이버의 충격을 버티기 위해 다리와 발에 능력을 썼을 것이었고, 착지를 위해서 향상된 운동신경을 쓸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게 계획대로 될 리 없었다. 내가 그들이 뭘 벌이는 건지 알고 있었다면 말렸을 것이었다. 지붕에 접근하자 그녀의 비행 궤도가 바뀌었고, 그레이스는 지붕에 착지하지 못했다. 사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녀는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목표 건물에서 반 블록 떨어진 곳에 내리꽂혔다. 바로 다음 순간 그레이스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친 곳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우릴 엄호하기 위해 배치된 비행 망토들이 지붕의 비스타를 노리고 있었고, 나는 그걸 기회 삼아 더 긴급한 문제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레이첼과 개들이 오른쪽의 비스타를 노리고 있었고, 리젠트가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쪽의 클론은 능력을 수비적으로, 자신과 개들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방사능을 쓰는 클론을 상대하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었다.


“지붕 쪽이 무력화됐어.” 내가 말했다. “이제 싸우자.”


클론은 손바닥으로 우리를 겨냥했고, 그녀와 우리 사이의 지면이 마치 두더지가 판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솟아올랐다. 레이맨서가 주의를 돌릴 생각으로 공격을 가했지만 전부 크게 빗나가고 있었다.


내 벌레들이 그녀의 피부를 빈틈없이 뒤덮고 있었다. 벌레들은 있는 대로 클론의 살점을 물어뜯었다. 그녀의 피부는 단단했고 주름과 굳은살투성이였지만, 팔꿈치와 무릎, 목을 노린 끝에 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상대가 괴물이고, 살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모욕적인 복제품일 뿐이라고 어떻게든 되뇌었다. 이런 불안정한 정신상태에 방사능 능력까지 있으니··· 나는 이를 악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루는 튀어나온 지면을 어둠으로 뒤덮었다. 키 큰 비스타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손을 우리에게 겨누고 있었다.


“속임수야!” 태틀테일이 외쳤다. 그녀는 홱 돌았다. “저기!”


내 벌레들이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았다. 튀어나온 부분이 느껴졌다. 밴의 옆면이 농구공 정도의 크기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것은 그루가 어둠을 채 내뿜기 전에 레이맨서의 머리 바로 옆에서 터져나갔다.


반응이 한발 늦은 것이었다. 레이맨서가 비틀거리며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루가 빙 돌아서는 키 큰 비스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주위에 작은 폭발들이 일어나는 것이 주위의 벌레들을 통해 느껴졌다. 골프공보다 작은 폭발이었고, 직격당하더라도 조금 큰 벌레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위력에 불과했다.


“레이맨서의 능력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거야?” 그루가 물었다.


“능력을 복사할 수 있었어?” 원튼이 물었다.


“우릴 잘 알고 있다면서?”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루, 렌즈들로 광선을 모아. 광선은 중앙에서 나오니까, 렌즈를 일직선으로 배치하면 더 강해질 거야.”


“보면 알겠지만 지금 렌즈가 하나밖에 없거든?”


렌즈라고? 벌레들의 감각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벤틀리와 바스타드와 리젠트에게 장벽 쪽의 비스타가 발목이 잡힌 틈을 타 원튼이 방사능 비스타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거리를 반쯤 좁혔을 때쯤에 그녀 주위의 지면이 뒤틀리며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일대에 들어선 원튼의 몸이 사라졌다.


순간 나는 그가 분해 능력에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잔해와 먼지가 소용돌이치며 그가 가려던 경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이게 원튼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새 몸 주위로 방사능 낙진이 휘몰아쳤지만, 원튼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먼지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고, 도로가 갈라진 덕에 잔해가 계속해서 뽑혀 나왔다. 원튼이 클론을 덮쳐서 난타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잔해에 맞은 그녀의 팔이 부러져서 덜렁거렸다.


그루의 공격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폭발의 수가 반으로 줄었지만, 이번에는 벌레 정도는 죽일 수 있을 위력이 나올 뿐이었다. 그는 레이맨서의 능력을 포기하고 비스타에게 어둠을 날려 보냈다. 그러자 그녀의 발아래의 지면이 뒤틀리며 먼지가 피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른쪽에서는 레이첼과 바스타드가 그쪽의 비스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리젠트가 그녀의 발목을 비틀며 고개를 이상한 각도로 숙이게 하고 있었다. 그만큼 클론이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기 힘들었고 능력을 쓰기도 힘들었다.


뒷걸음질을 치며 손을 내밀던 클론이 임프와 부딪혔다. 클론이 반응하기도 전에 테이저가 그녀의 목에 처박혔다.


레이첼이 접근했다. 벤틀리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벌레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 마디 명령이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알아듣기 어렵지 않았다.


“죽여.” 레이첼이 조용히 말했다. 비스타를 물어 올린 벤틀리가 그녀를 있는 힘껏 깨물었다.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중요한 뼈가 열댓 개는 부러진 것 같았다. 곧이어 벤틀리는 고개를 흔들며 그녀를 장난감처럼 패대기쳤다. 분명 목이 부러졌을 것이었고 방금 상했던 모든 부위가 다시 한번 뒤틀렸을 것이었다. 즉사였다.


레이첼은 벤틀리에게 시체를 뱉으라고 명령한 다음 시체에 다가가려 하는 바스타드를 멈춰 세웠다. 바스타드의 목줄을 잡은 그녀는 그대로 벤틀리를 빙 돌려 우리와 합류하려 했지만, 나는 이미 화살표를 그려 그녀를 막아 세우고 있었다. 새로운 형태를 취한 원튼은 방사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레이첼과 개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방사능이라면 겹겹이 불어난 살점을 뚫고 개의 본체를 타격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옆구리를 걷어차 벤틀리에게 전력 질주를 지시하며 바스타드를 끌고 지붕 쪽의 비스타에게 돌격했다. 아무런 망설임도 자책감도 없었다.


레이첼과 나는 꽤 친해진 상태였고 친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였다. 그간의 불화는 대부분 해결되어 있었고 그녀는 나를 리더로서 신뢰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본질이 여전히 레이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그녀였으니, 사람 비슷한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테크톤이 건틀릿으로 지면을 내리치자 땅이 갈라졌고 갈라진 틈이 키 큰 비스타를 향해 이어졌다. 틈이 그녀에게 닿자 잔해와 먼지가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비틀거리는 동안 그루가 레이맨서의 능력을 맞혔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을 지키려고 했지만, 팔뚝의 가늘고 구부러진 뼈가 부러져 있었다. 부러진 팔이 힘없이 늘어졌다.


그녀의 팔에 두꺼운 정맥이 몇 개 두드러져 있다는 사실이 벌레들의 감각에 잡혔다. 부러져서 축 늘어진 팔의 무게 때문에 피부가 늘어난 탓이었다.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벌레들을 그쪽으로 보내 가장 두꺼워 보이는 혈관을 물어뜯었다. 내 벌레들은 힘을 합쳐서 살을 찢었다. 말벌과 딱정벌레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피부를 잡아당기고, 힘이 더 센 벌레가 그사이를 물어뜯는 식이었다.


상대가 움찔하며 반응했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방울이었지만 피부는 팽팽했고 벌레들은 끈질겼다. 압박에 손상이 더해지자 혈관이 뜯겨나가다시피 하며 찢어졌고,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단순한 출혈이 아니었다. 피가 일정 주기로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정맥이 아니라 동맥이었던 모양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나는 경악감을 애써 억눌렀다. 팔을 따라 흘러 내려와 손가락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가 벌레들을 통해 느껴졌다.


원튼의 염동력 폭풍을 피하려 발버둥 치던 몸짓 그대로 키 큰 비스타가 신음과 비명이 합쳐진 괴성을 내질렀다.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소리였다. 당연하게도 정상적인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낼 만한 소리와 어렴풋이나마 비슷한 그 소리에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녀는 무차별적으로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로 표지, 우편함, 잔해더미, 벽면, 길바닥이 사방에서 뒤틀리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루는 방사선을 막기 위해 주위를 어둠으로 완전히 뒤덮었다. 그게 어떻게 통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태틀테일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따질 생각은 없었다. 선의의 거짓말이더라도 상관없었다. 5년 뒤에 암으로 죽을 걱정 없이 이번 싸움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비스타가 쓰러지기까지는 십 초가 걸렸다.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기까지 십 초였다. 피는 계속해서 흘렀고, 누구도 지혈을 위해 달려나가지 않았다.


미스 밀리샤의 일행 중에서도 빠른 이들이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붕 쪽의 비스타가 레이맨서에게 입은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두껍고 부자연스럽게 매끄러운 피부가 조금 상하고, 갈비뼈가 부러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 벌레들은 그걸 기회 삼아 상처 쪽의 노출된 살점을 지금까지 공격해왔었다. 내가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내린 지시 때문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공격을 회피하고 그레이스를 떨어트리기 위해 지붕을 구부리느라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벌레들이 폐 주위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멍을 찾아내자 상황이 바뀌었다.


비스타는 벌레들을 흉강에서 긁어내려 했고, 그 기회를 노린 히어로 하나가 그녀의 머리를 거품으로 뒤덮었다. 소형 억제 거품 분사기인가?


비행 망토들이 주위에 내려앉았다. 대화가 오갔지만, 낯선 목소리 탓에 벌레들로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누군가가 거품을 언급했고, 두 사람이 잠시 다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완장에 대고 포로를 잡았다는 소리를 했다.


완장을 통해 대답한 것은 미스 밀리샤였다. 그녀는 간결하게 명령을 내렸고, 망토 몇몇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지 않은 망토 중 하나가 총을 꺼내 비스타의 미간에 대고 발사했다.


싸움은 끝이었다. 히어로들은 이미 노엘을 쫓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레이첼에게 합류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키 큰 비스타가 내지른 비명이 지금도 귀에 울리는 듯했다. 잊어버리기엔 너무 인간과 유사한 소리였다.


클론이 무자비했던 건 사실이었다. 레이맨서는 무릎을 꿇은 채 쓰러져 있었고 테크톤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낙진을 얼굴에 그대로 맞은 것이었다. 태틀테일의 말대로라면 치사량 이상의 피폭을 당했을 것이었다. 클론은 망설임 없이 그런 공격을 가했었다.


이런 식의 싸움이 처음은 아니었다. 9인방 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었고, 상대도 전혀 주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9인방을 상대할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9인방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이 클론들은 약했다. 살아서 더 큰 피해를 주기 위해 자신을 보호할 뿐이었다. 내가 죽이려 하면 정말로 죽는 존재들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논리였지만··· 그래도 나는 동요하고 있었다.


상대가 완전히 미치광이라고 해도, 상대가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태틀테일이 확인해 줬다고 해도, 우리가 방금 벌인 전투는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내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클론들이 무고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마치 무고한 민간인처럼 느껴졌다.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그리고 클론과 다시 마주친다면 또 이런 식으로 싸워야 할 것이었다.


태틀테일이 그루의 팔을 건드렸고, 그는 어둠을 해제했다.


“난 아마 죽겠지.” 레이맨서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럴 확률이 높긴 해.” 태틀테일이 말했다.


“이봐,” 테크톤이 말했다. “개 같은 소리는 하지 말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에 그녀는 완장을 건드렸다. “레이맨서 전투 불능, 지금 당장 급성 방사선 피폭에 대한 치료가 필요해요. 이 지역을 차단하고 오염 처리반을 부르세요. 간이 샤워대가 있으면 설치하고요. 아, 그리고 스키터의 완장이 망가졌으니 누가 클론으로 오인하기 전에 하나 전해주세요.”


“스키터 옆에 붙어 있으세요, 태틀테일.” 미스 밀리샤가 말했다. “곧 완장을 전해줄 테니까. 차단막 설치와 민간인 대피, 오염 처리를 위한 인력은 현재 이동 중입니다.”


“우린 발리스틱을 찾으러 움직이겠어요. 그쪽의 사람은 거기서 만나기로 하죠.”


“완장으로 우리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면 기지의 위치가 노출될 텐데.” 그루가 말했다.


“기지는 새로 구하라고 해.” 내가 말했다. “지금은 빨리 찾는 게 우선이야.”


“발리스틱이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겠네.” 그루가 말했다. “기껏 구축해놓은 기지를 버리고 다른 데로 옮긴다니.”


“본인이 빠지기로 해서 이렇게 된 거니 그 여파도 자기가 감당해야겠지.” 나는 다가오는 레이첼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바스타드의 목줄을 쥐고 있었다. “가자.”


“테크톤?” 태틀테일이 물었다.


“레이맨서를··· 이렇게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어.” 테크톤이 말했다.


“원튼이 지켜보라고 해.”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원튼을 보았다. 그는 아직도 염동력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벌레들의 감각에 잡히는 모습은 마치 작은 은하수 같았다. 먼지나 여러 작은 물체들이 한 점을 따라 회전하고 있었다. 움직일 때 중심부가 가장자리보다 빠르게 따라오는 모습이 마치 해파리가 헤엄치는 것 같았다.


“이봐, W.” 테크톤이 말했다. “싸움은 끝났어.”


“돌아오면 안 돼.” 태틀테일이 말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간 저 형태로 끌어들였던 낙진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거고, 그랬다간 레이맨서처럼 될 거야. 어쩌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오염 처리반의 샤워대를 쓰면 돼.”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때까지만 저 몸을 유지하면 되지. 걱정할 필요 없어. 십오 분만 씻어내면 깨끗해질 거야.”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 십이 분이야.”


“그럼 기록을 깨야겠네. 하지만 우리는 다음번의 함정이 완성되기 전에 노엘을 잡아야 해. 넌 우리를 따라와야 한다고.”


“내 팀을 버리고 가라고?” 테크톤이 말했다.


“비스타가 더 나올 수도 있어. 상대는 공간을 왜곡하고 건물을 뒤틀어대는 능력자야. 다음번의 비스타들이 거리를 벌리고 사방에서 퇴로를 막거나 건물을 떨군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비스타가 우리를 묻어버리거나 건물을 늘려서 가두면 레이첼의 개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어.”


“가, T.” 레이맨서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난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야. 원튼도 내가 격려해서 기록을 깰 수 있게 해 볼게. 그레이스를 데리고 가.”


“들었지?” 태틀테일이 말했다. “운전은 네가 할래?”


“네가 해.” 테크톤이 말했다. “이 슈트 입고 운전하는 건 너무 불편하니까.”


“좋지.” 태틀테일이 쾌활하게 말했다.


테크톤은 대답 없이 밴에 탔다. 나는 벤틀리의 등에 올라탔다.


세 방향의 도로가 솟아오르고 한쪽은 건물이 무너진 탓에 밴은 빙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벤틀리는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가로질러 이동했다.


벤틀리의 뜨거운 숨결에 진한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밴에 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밴에 탔다면 태틀테일과 그루와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었고, 벤틀리가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발을 세게 디딜 때마다 옆구리에 거센 고통을 느낄 필요도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첼이 호의를 베풀고 있는 거라면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밴이 잠시 멈춰서 그레이스를 태웠다. 그들은 나와 레이첼이 탄 길과 평행한 옆길을 따라 움직였다.


“···빨리?” 테크톤이 물었다.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태틀테일의 대답은 뒷부분만 들렸다. “···함정이.”


나는 앞 유리에 벌레들로 글자를 썼다. ‘문제 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말을 반복했다. “···방적 조치야.”


‘예방적 조치’였다.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기습당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나는 짧게 ‘OK’를 만들어 보인 뒤에 벌레들을 흩트렸다. 테크톤이 뭔가 말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가면 때문에 더 힘들었다.


나는 비스타나 우버, 리트나 서커스의 클론을 찾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앞서 나갔던 빠른 비행 망토들이 보였다. 그들은 또 다른 비스타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번 비스타는 키가 작고 팔다리가 굵었으며 목이 머리만큼이나 두꺼웠다. 그녀 주위의 공간은 날카롭게 뒤틀려 있었고 가시 같은 공간도 있었다. 망토 두 명이 다친 듯했지만 계속 싸우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달렸고 밴도 마찬가지였다.


비행 망토들은 목적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동서로 왔다 갔다 움직이며 조금씩 북쪽으로 이동할 뿐이었다.


발리스틱의 기지에 다다랐을 때쯤에 완장을 통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 밀리샤가 아니라 드래곤의 AI였다. “적을 포착했습니다. 모든 아군 망토에게 교전 중지를 명령합니다. 별도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


교전 중지라고? 나는 레이첼의 어깨를 건드렸고 그녀는 벤틀리를 멈춰 세웠다.


다시 무전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미스 밀리샤의 목소리였다. “아이돌른님이 주 목표를 포착했고, 일대의 모든 망토가 대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태틀테일이 완장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왜죠?”라고 물었다.


통신 프로그램은 태틀테일의 질문을 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밴이 우리를 따라잡았다. 태틀테일이 창문을 내렸고 뒷문을 열었다. 일행이 내려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는 팔짱을 낀 채 뒤에 남았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물었다.


“몰라.” 태틀테일이 말했다. “하지만 아이돌른이 노엘과 싸우게 된다면···”


리젠트가 그녀의 말을 대신 마쳤다. “2년 뒤에 세상이 망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될 수도 있겠지.”


“미스 밀리샤는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내가 물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고 있을 텐데. 그건 누구라도 알고 있을 거야.”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 아이돌른이 자기보다 직급이 높으니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는 거지.”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리고 아이돌른은 자기 속셈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거고.”


“속셈이라고?” 그레이스가 물었다.


“그래.”


“아이돌른은 보호국 최고의 히어로야. 속셈이라는 게 있다면 올바른 일을 하려는 게 속셈이겠지. 이게 너희들의 방식인가? 자기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해석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꼬아서 분석하는 거야?”


“응.” 리젠트가 말했다. “우리 그런 거 되게 잘해.”


“그래, 참 잘났네.” 그레이스가 웃음기 없이 말했다.


“그래,” 내가 말했다. “좋아. 우릴 돕고 있으니 너희들한테도 결정권을 줄게. 일단 내 말을 들어본 다음에 판단해. 내 생각이 아닌 것 같으면 그때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니까.”


“네 말을 들으라고?”


“그래. 비스타를 이렇게 만들어대는 상대한테 세계 최강급의 능력자를 보내는 게 상당히 미친 짓이라는 사실에는 너도 동의할 것 아니야?”


“누가 동의한대?”


“너무 흥분했어, 그레이스.” 테크톤이 말했다.


“아니, 난 이걸로 왈가왈부할 생각 없어. 아이돌른은 바보가 아니야. 자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상대의 능력에 대해서도 들었을 거야. 삼대장의 일원이 바보일 리가 없잖아.”


“아이돌른은 자포자기하고 있어,” 태틀테일이 말했다. “능력이 약해지고 있거든. 위험한 상황일수록 자기 능력이 강해진다는 걸 알고 이러는 거야. 내 팀원 중에는 화가 날수록 강해지는 사람도 있고, 보호 본능을 느낄수록 강해지는 사람도 있거든. 그리고 노엘과 싸우는 건 종말초래자와 싸우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지.”


종말초래자라. 레비아탄이 공격해왔을 때는 끝없는 파괴가 반복될 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노엘은 철문을 뜯어내고 초능력자 군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치고는 상당히 교묘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이었다. 다이나는 노엘이 해가 뜨기 전까지는 ‘심각한 피해’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했었는데. 상황이 여기서 더 나빠지는 건가?


“해돋이까지 몇 분 남았지?” 내가 그레이스가 말을 하려던 것을 끊고 물었다.


“9분.”


“분명 다이나 말대로라면, 해가 뜨기 전까지는···.” 나는 말을 흐렸다.


“이게 그 이유라는 거네.” 그루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태틀테일이 완장의 버튼을 눌렀다. “타이밍이 정말 안 좋아요, M.M. 해 뜰 때쯤에 일이 꼬일 거라고 했잖아요.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어요? 이 정보를 전한다거나?”


메시지가 송신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빌어먹을 컴퓨터 같으니.” 그녀가 말했다. “가자.”


“안 돼.” 그레이스가 말했다. “우리한테도 결정권을 주겠다고 했지. 난 못 믿겠어. 여기 그대로 남을 거야.”


“테크톤?” 내가 물었다.


그는 조수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모르겠네. 그러는 너희들은 명령을 거부했다가 미스 밀리샤한테 척살령을 먹어도 상관없다는 거야?”


“척살령을 먹이는 게 아니라 먹이려고 시도한댔어.” 임프가 말했다.


“아, 그랬지.” 테크톤이 말했다. “그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왜 물어봤나 몰라.”


나는 머릿속으로 가능한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미치광이 비스타들만으로도 충분히 악랄했는데, 변이된 미치광이 아이돌른들이라니?


“그래.” 내가 말했다.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어.”


“뭐, 걸려 있는 건 내 목숨이 아니라 너희들 목숨이니까.” 테크톤이 말했다.


“따라오겠다면 타고,” 태틀테일이 말했다. “남겠다면 내려.”


테크톤은 멈칫했지만 그대로 앉아 있었다.


“테크톤?” 그레이스가 물었다.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그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확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완전히 정신이 나갔거나.”


“둘 다일 수도 있고.” 임프가 말했다.


“그래, 둘 다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만한 확신이 있는 거라면 한번 믿어줄 만도 해. 네가 아이돌른이 보호국의 고위층까지 올라간 걸 근거로 했던 이야기는 얘네들한테도 적용돼. 능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했겠지.”


“상대는 척살령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고를 치고 다닌 빌런 팀이고, 너도 이러다가 워드에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어.”


“징계라 해봤자 얼마나 되겠어? 팅커는 보호종이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해고당할 리도 없잖아. 얘네들 말이 맞는다면 우리 도움이 필요할 테고, 틀렸다면 내가 조금 혼나고 끝이겠지. 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겠어.”


“다른 속셈이 있다면? 아니면 정말로 미친 거라면?”


“그럼 더더욱 내가 있는 게 낫겠지. 안 그래?”


그레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다시 뒷좌석에 탔다. “이건 나한테 크게 하나 빚진 거야, 테크.”


그녀는 불만을 표출하듯 문 한 짝을 쾅 닫았다. 반대쪽 문은 내 팀원들이 탈 수 있도록 열려 있었다.


태틀테일은 완장을 운전석 창문 밖으로 집어 던졌다. 언더사이더들도 일제히 완장을 버렸다. 테크톤과 그레이스도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들의 완장을 내던졌다.


그런 뒤에 태틀테일은 밴의 기어를 바꿨다. 마지막으로 탄 임프와 리젠트가 문을 쾅 닫기도 전에 이미 밴은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돌른의 대략적인 위치는 태틀테일이 알아낼 수 있었고, 구체적인 위치는 내 벌레들이 알아낼 수 있었다. 찾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애초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아이돌른은 노엘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하늘 높이 떠 있었다. 그리고 노엘은···


노엘은 읽을 수가 없었다. 내 벌레들은 접촉하는 즉시 흡수되었고 녀석들이 보내는 신호는 잠깐 일그러지다가 끊어졌다. 흐릿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거대했다. 아프리카코끼리 이상의 크기였다. 그 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아이돌른은 동양의 무술가처럼 소매로 손을 가린 채 다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의 코스튬이 그의 주위로 물결치고 있었다. 그의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와 다섯 개의 입으로 입김을 내뿜으며 말하는 노엘의 목소리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네 개의 입은 맨 위의 인간 형태에 달린 입보다 훨씬 컸다.


아이돌른은 노엘에게 말을 건넸고, 내가 알아들은 단어는 두 개뿐이었다. ‘코일’. 그리고 ‘콜드론’.


작가의말

* 원작 번역 지침에 따른 공지사항.

“This is purely a fan project and I/we lay no claim to the ideas, characters, or story. The real author is J.C. McCrae, aka ‘Wildbow’, and the original version can be found at http://www.parahumans.wordpres s.com. The final chapter of Worm was published on 2013. 11. 19. This is a fan translation.”


"이 번역본은 팬의 작업물이며, 번역자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어떠한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자는 'Wildbow'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J.C.McCrae입니다. Worm 원작은 http://www.parahumans.wordpres s.com 에서 연재되었으며 2013년 11월 19일에 완결되었습니다. 이것은 팬 번역본임을 밝힙니다."



* 표지 출처 : Ari Ibarra (ariirf.com)

팬아트 작가의 사용 허가를 받은 표지입니다.



* 이 작품의 번역은 2인 비영리 프로젝트입니다. 번역자가 번역을 맡고, 편집자가 검수와 업로드를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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