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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르카 님의 서재입니다.

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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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사르카
작품등록일 :
2020.05.08 22:18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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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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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3쪽

'재앙' 19.1

DUMMY

학교 종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낮게 들려왔다.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울리는 소리였다. 시야를 뒤덮은 흐릿한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로커의 문이 종소리의 박자에 맞춰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닥 타일도, 수백 명의 학생이 내는 발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규칙적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딘가 익숙한 상황이었다. 타격 하나하나가 가장 아픈 곳을 찌르고 있었고 균형을 앗아가고 있었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기에는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었다.


키가 큰 누군가가 지나가며 나를 밀쳤고 그의 가방이 내 코에 걸렸다. 코 아래쪽의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며 주저앉았고, 그러자 누군가가 나와 부딪혔다. 마치 나를 전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머리가 로커에 부딪혔고 나는 쓰러졌다. 흐릿한 누군가가 내 손을 짓밟았고,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부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고통 때문에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몸으로 감쌌다. 내가 이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을 텐데? 유리로 된 것도 아니고, 이걸로 뼈가 부러지다니—


“진짜 한심하네, 테일러.” 엠마가 말했다.


안 돼. 지금은 안 돼. 이런 상황에서는.


매디슨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었다. 무슨 일이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복수하러 왔다는 건 분명했다.


나는 그들에게 맞고 쓰러졌다. 엠마와 매디슨이 번갈아 가며 나를 걷어찼고, 몸을 지키기 위한 내 몸부림은 무용지물이었다. 싸우는 법을 몰라서도 아니었고, 눈이 안 보여서도 아니었다. 어째선지 맞서 싸울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벌이라도 주고 있는 것처럼.


멀쩡한 한쪽 손으로 발목을 잡아채려 하자 팔꿈치가 밟혀서 부러졌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누군가가 등을 걷어차 다시 쓰러트렸다.


말을 하려고 했을 때는 목을 걷어차였다.


주위로는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와 끝나지 않는 종소리의 울림만이 느껴졌다.


의미는 분명했다. 지금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포기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혼자서는 어쩔 수 없다면 무기를 쓰면 되지 않을까? 도구를 쓰면 되지 않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마치 그러면 미리 챙겨 뒀던 도구나 무기가 떠오르기라도 할 것처럼.


아니, 그런 게 아니었다. 나한테는 또 다른 무기가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내 본능은 그 무기가 지금은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고, 동시에 그게 정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무기를—




수천수만 개의 눈을 통해서 보이는 광경이 있었다. 색감이 흐려진 만큼 질감이 두드러져 보였고, 움직이지 않을 때는 흐릿하던 물체가 움직이자 또렷하게 보였다.


노엘은 뛰어올라 금속 난간을 붙잡았고 태틀테일은 몸을 날려 피했다. 노엘은 콘크리트 벽에 발톱 자국을 남기며 떨어져 내렸고 난간은 통로째로 떨어져 나갔다. 태틀테일은 통로에 연결되어 있던 방 중 하나로 들어갔다. 코일의 방이었다. 그녀와 노엘 사이에 있는 문은 허공에 떠 있었고, 두께가 최소한 이삼 피트는 되는 콘크리트 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 기지가 지어진 것은 코일이 노엘에 대해 알게 된 이후였다. 그녀가 탈출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건축했을 것이었다.


태틀테일은 문가에 서서 권총을 발사했다. 새로 만들어진 그루가 총탄에 맞았다. 피가 사방에 튀었고 클론은 축 늘어졌다




—찾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비무장 상태였다.


미간에 누군가의 발길질이 꽂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두려웠다. 머리를 보호해야 했다. 뇌진탕을 한 번 더 당한다면···


이제는 포기해야 했다. 다른 무엇보다 뇌가 제일 중요했다. 다른 건 전부 고칠 수 있었다. 나는 반격을 포기하고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다리를 올려서 상체를 보호했다.


그 순간 폭력의 기세가 바뀌었다. 이제는 나를 완전히 망가트리고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넘어트리려 드는 폭력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더 견딜 만한, 드문드문 이어지는 발길질이었다. 그에 따르는 수치심과 굴욕감은 어딘가 익숙한 구석이 있었다. 끔찍했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그러던 와중에 소피아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내 손과 팔 아래로 끼어든 무언가가 목에 감기는 것을 느꼈다. 올가미였다. 그녀는 그 올가미로 나를 들어 올렸다. 숨이 막혔다.


매디슨이 로커를 열었고 그러자 그 안의 썩은 냄새가 풍겨왔다. 숨을 쉴 수 있었다면 구역질을 했을 것이었다.


소피아가 내 등을 걷어차며 나를 그 안으로 밀쳤고, 동시에 올가미를 잡아당겼다. 멀쩡한 손의 손가락에는 찢어진 솜과 쓰레기밖에 잡히지 않았다. 벌레들이 내 피부를 물어뜯었고,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벌레들이라고? 내가 지금 알고 있어야 할 게—




태틀테일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고 벌레들이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가만히 수류탄을 손에 잡고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수류탄을 ‘예열’하는 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짓이었지만, 상대는 태틀테일이었다. 그녀다운 행동이었고, 그녀라면 도화선의 길이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아래쪽의 노엘에게 수류탄을 떨어트렸다.


수류탄은 그녀의 몸에 닿기 직전에 폭발했다. 연기가 피어올랐고 기지 안으로 들어오던 벌레들은 복사열만으로 죽어 나갔다. 다른 벌레들의 눈에는 일렁이는 불꽃의 모습이 보였다.




—있는 것 같았지만, 마치 탄탈로스의 샘물처럼 끝까지 닿을 수가 없었다.


손을 마구 휘젓자 로커의 내용물이 뒤엉키며 떨어져 내렸고 내 몸에 달라붙었다. 말라붙은 피와 부패한 살점의 냄새가 났다.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온몸의 피가 순간적으로 엉겨서 굳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녹아내리며 기억들이 떠올랐고 내 삶의 장면들이 왜곡되고 조각난 채로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유체이탈을 하는 것 같았다. 나와 주위 환경 사이의 경계, 그리고 생각과 감정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윽고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나는 떨려오는 목으로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제 숨을 쉴 수 있었다. 이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칼을 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칼날의 공명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박였고, 그러자 눈 앞을 가리던 안개가 마치 단순한 눈물이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방 한가운데에는 마네킹이 있었다. 팔이 네 개였고, 각 팔의 끝에는 삼 피트 길이의 칼날이 달려 있었다. 그는 칼날을 서로 부딪치며 끊임없이 날을 갈고 있었다.


주위로는 공장이 보였다. 기계장치가 회전했고, 펌프와 피스톤과 레버가 움직였고, 용광로의 불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네킹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내 영역의 사람들도 있었다. 시에라, 샬롯, 리사, 브라이언, 레이첼, 아빠, 그리고 선생님들도 있었다. 그들은 그림자 속에 숨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공간이 부족했다.


나는 가지고 있는 도구들을 점검했다. 총, 나이프, 삼단봉. 그리고 벌레들도 있었다. 나는 벌레들을—




태틀테일이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고,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팔 한쪽이 뒤로 돌아갔다.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쇠사슬에 연결되어 있었고, 쇠사슬은 방 반대편의 전선 다발에 묶여 있었다. 태틀테일은 반대쪽 손에 든 권총으로 무언가 가느다란 물체를 조준했다. 그 물체를 건드리는 벌레들은 어째선지 흡수되어가며 죽고 있었다. 노엘의 혀였다. 노엘의 혀가 태틀테일의 옆구리를 감고 있었다.


총성과 함께 혀가 끊어졌고 팽팽했던 쇠사슬이 느슨해졌다. 태틀테일은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고 권총을 든 손으로 어깨를 감쌌다.


가장 큰 개 세 마리가 공격해왔다. 비치가 셋을 보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개들 각각의 덩치가 노엘의 삼 분의 일 정도였지만 노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닿자마자 녀석들을 흡수했다. 그녀의 몸이 얇게 퍼지며 개들을 감쌌고, 개들이 계속해서 덩치가 커지자 그녀의 몸도 더 늘어났다.


개들이 자라는 속도보다 노엘의 몸이 녀석들을 뒤덮는 속도가 더 빨랐다. 녀석들이 살점에 완전히 뒤덮인 순간 성장도 멈췄고 발버둥도 멈췄다.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결국 녀석들은 축 늘어졌다.


태틀테일과 레이첼이 노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리젠트와 스키터였다. 나였다.


리젠트가 태틀테일을 보며 고갯짓을 했고 그녀는 총을 떨어트렸다. 곧이어 그녀의 손이 휙 올라가더니 자기 자신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총은 일부러 떨어트린 것이 분명했다. 방금 총을 들고 있었다면—


스키터가 노엘이 만들어낸 것들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벌레에게 레이첼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러자 눈에 보이는 광경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레이첼은 주먹을 꽉 쥐었다.




—불렀지만, 응답하는 수가 너무 적었다. 백 마리는 될까? 그것도 안 될 것 같았다. 용광로의 열기가 접근하는 벌레들을 죽이고 있었다. 남은 수는 서른아홉 마리뿐이었다. 비무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네킹은 칼날이 달린 팔을 뻗은 채 사람들을 가리켰다. 칼날을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놈의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놈은 내게 친숙하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아빠였다.


구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구하지 않는 것도 불가능했다. 나는 총을 뽑아 들고 발사했다.


총알은 한 발뿐이었다. 총탄이 마네킹을 맞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반응하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나이프와 삼단봉을 빼 든 채 뛰어나갔다.


무의미한 짓이었다. 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높이 들어 올렸던 손을 내리찍었다. 나는 볼 수가 없었다. 보기를 거부했다.


나는 마네킹의 관절과 등골, 허리와 무릎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마네킹이 칼날로 나를 찔렀다. 놈의 무기는 마치 암즈마스터의 핼버드처럼 내 코스튬을 손쉽게 뚫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고통보다는 분노가 담긴 비명이었다. 나는 자연재해에 대고 울부짖는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소중한 것들을 전부 빼앗기고 있는데도 맞서 싸울 방법이 없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놈을 후려갈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놈은 나를 끌어안듯이 팔로 감싸고는 점점 강하게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으스러트리려는 심산이었다.


놈이 계속해서 나를 감쌌다. 머리, 목, 팔, 가슴, 다리가 점점 조여들었다.


주마등이 보였다. 살면서 있었던 모든 일과 모든 기억과 모든 감정이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이 사라졌고, 나는 어느새 혼란에 빠진 채 침수된 폐허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안도감은 빠르게 사라졌다.


주위에는 폐허뿐이었다. 파괴된 건물과 시체와 침수된 거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벽면에는 ‘s9’이라는 문구를 새긴 그라피티가 수없이 반복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폭발이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의 위층을 무너트렸다. 무너진 단면으로부터 푸른 불꽃이 솟구치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공기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피부가 따끔거렸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혼란스러웠다.


방사능? 전염병인가?


바퀴벌레들이 근처의 폐허로부터 우수수 빠져나왔다. 마치 소 떼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도망치는 것이었다. 녀석들은 다수의 존재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몸을 낮춰 숨었다.


“어디 있니?”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인 것도 같았지만, 기계음 필터를 씌운 탓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디 있어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 여자애의 목소리였다. 깔깔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조용해야지, 본소우.”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뱀이 쉭쉭 거리는 듯한,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침수된 거리의 물 때문에 소리가 반사되어 들리는 것이었다.


내 코스튬은 누더기에 가까웠다. 거미도 없었다. 바퀴벌레 한 줌뿐이었다. 침수된 거리 때문에 살아남은 벌레들이 적었다.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할까요?” 본소우가 물었다. “뭔가 만들었나요? 뭔가 만들었죠!”


“그래.” 바쿠다가 대답했다. “이번엔 네 작업물을 참고했지.”


아홉 명 모두 근처에 있었다. 소리 없이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바퀴벌레라도 써야 했다. 나는 능력을 녀석들에게 향했고—




“리젠트,” 노엘이 숨이 몰아쉬며 말했다. 전보다 덩치가 훨씬 커진 상태였다. “따라와.”


리젠트가 그녀를 흘겨보며 머뭇거렸다.


“오라고!”


그는 마지못해 그녀의 말에 따랐다. 그녀는 거대한 팔을 들더니 통로가 있었던 곳의 벽에 들이박았다. 리젠트가 그 팔을 타고 문으로 들어섰다.


감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그리고 그 감방에는 방음 설비 뒤에 갇혀 있는 섀터버드가 있을 것이었다.


일 층으로 내려온 태틀테일은 스키터 둘과 그루 하나로부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옆으로는 벤틀리가 다가서고 있었다. 레이첼은 벽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에 엎어져 있었고, 바스타드가 몸으로 벌레를 막으려는 듯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다른 개들은 작았다. 물론 크긴 했지만, 최대 크기보다는 훨씬 작았다.


“내가 공중, 네가 지상?” 한 스키터가 다른 스키터에게 물었다.


“그래.” 다른 스키터가 대답했다.


“벌레를 나눠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 그루, 뒤로 물러서. 뭔가 시도할지도 몰라.” 스키터 1호가 지시했다. “벌레들을 상대로는 수작을 부리기 힘들겠지.”


“수작? 내가?” 태틀테일이 물었다. 그녀는 한쪽 팔을 감싸고 있었고 토사물로 뒤덮인 상태였다. 주위에는 신체 부위들이 널려 있었다. 노엘이 뱉어낸 클론들을 벤틀리가 처치한 모양이었다.


“그래, 너.” 스키터 1호가 말했다. “넌 그런 사람이잖아, 안 그래? 이름이 고자질쟁이인 사람치고는 비밀이 뭐가 그렇게 많은 걸까. 나한테도 항상 감추는 것들이 있었지. 내가 겪은 일들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난 지금까지 꽤 정직했다고 생각하는데.”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섰고 벤틀리는 앞으로 나섰다. 두 스키터와 그루 주위로 벌레 떼가 요동쳤다.


“네 촉발사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야기를 안 했었지? 다른 사람의 숨기고 싶은 과거는 잘만 파고들면서, 자기 자신의 최악의 순간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야.”


스키터 1호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감정이 가득했다. “침묵도 배신이야. 이런 불공평한 관계를 동반자라고, 친구라고 할 수 있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볼 땐 네가 과장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아. 그쪽 스키터는 할 말 없나? 아까부터 계속 조용한데.”


스키터 2호가 으르렁대는 소리를 냈다. 작은 개가 들었다면 꼬리를 말고 도망쳤을 것 같은 소리였다. “난 조용한 편이야.”


“그러네.” 태틀테일이 말했다.


“할 말은 그게 다야? 부릴 수작이 없나 보지?” 스키터 1호가 말했다. “우릴 말로 압박해서 평정심을 잃게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너흰 이미 충분히 평정심을 잃은 상태잖아. 그리고 어차피 무슨 말을 해봤자 통할 것 같지도 않은걸. 약점밖에 없는 상대의 약점을 어떻게 노리겠어?”


“그래?” 스키터 1호가 물었다. “흔치 않은 일이네. 그렇지? 평소처럼 잘난 체하는 모습이 아니잖아. 혹시 겁먹은 거야?”


“조금은.” 태틀테일이 말했다. 계속 뒤로 물러서던 그녀가 벽에 몰렸다. 벽면에서 뜯겨나가다시피 한 망가진 계단이 그녀 옆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럼 한번 역할을 바꿔보는 건 어때? 내가 널 괴롭혀 볼게, 어떻게 되나 보자고.” 스키터 1호가 제안했다.


“사양하지. 공격해, 벤틀리!”


낯선 사람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녀석은 멈칫하면서도 지시에 따랐다. 스키터 2호가 벌레들로 자신을 감싸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왼쪽으로 꺾으며 벌레들을 오른쪽으로 보냈다.


벤틀리는 속지 않고 쫓아가서는 앞발을 휘둘러 그녀의 다리를 으스러트렸다. 스키터 1호의 날벌레들이 녀석을 감싸며 거미줄로 묶기 시작했다. 양이 충분하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 벌이에 불과했다.


태틀테일의 총격에 스키터 1호가 쓰러졌다. 즉사는 아니었고, 벌레들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태틀테일은 벌레들의 공격에 몸을 뒤틀며 다시 총을 겨눴고—


그 순간 그루가 스키터 1호를 어둠으로 감쌌다. 흩어졌던 그녀의 모습이 어둠과 함께 반대편에서 다시 나타났다.


어둠을 통한 공간 이동이었다. 상당히 극단적인 변이였다.


“히어로들이 온다!” 스키터 1호가 노엘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한 손으로 가슴의 총상을 부여잡고 있었다.


스키터 1호의 벌레들이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태틀테일이 들어오면서 열어 뒀던 입구를 통해 미스 밀리샤가 이끄는 보호국과 워드 병력이 들어오고 있었다.


더 많은 벌레가 레이첼을 노렸고, 그녀는 바스타드의 몸통 아래의 틈으로 들어오는 벌레들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섀터버드가 위층의 통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리젠트 클론의 목덜미를 쥐고 있었다. 그녀는 클론의 축 늘어진 몸을 내던졌고, 클론은 그대로 노엘의 몸 위로 떨어졌다.


섀터버드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눈앞의 광경이나 살점과 시체가 가득한 지하 기지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감정적 동요인가?


미스 밀리샤가 그 순간 문을 열었다. 그녀 역시 섀터버드처럼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급히 문틀을 손으로 붙잡아야 했다. 통로가 망가진 탓에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태틀테일은 얼굴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입을 벌릴 수 있다니, 나였으면 못 했을 것 같았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더 잘 아는 건 나였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었다. 태틀테일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문 닫아!”


미스 밀리샤가 그 말에 따랐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섀터버드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의지로 능력을 쓰는 건 우리에게 붙잡힌 이후로 처음이었다.




—바퀴벌레들은 명령에 따랐다. 그들은 사람처럼 모여들어 분신을 만들어냈고, 또 하나를 만들어냈다. 본체를 숨길 코스튬은 없었지만, 최대한 비슷한 모습의 분신이었다.


하지만 9인방은 속지 않았다. 바쿠다가 내게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녀가 열 감지 고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는 내 체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도망쳤지만, 무의미한 발버둥이었다.


가장 먼저 나를 따라잡은 것은 나이트였다.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발톱이 내 다리를 뒤에서 베었고 나는 쓰러졌다. 공포 때문에 고통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한쪽에는 나이트, 반대쪽에는 크롤러였다. 잭, 본소우, 시베리안, 바쿠다, 섀터버드, 번스카, 파나시아가 보였다.


그러나 내 손목을 붙잡은 것은 웰드였다.


“도망쳐,” 내가 경고하려고 했지만, 말이 닿지 않았다. 입에서 액체가 새어 나오는 바람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방사능 때문인가? 전염병 때문인가? 본소우나 파나시아가 뭔가를 했나?


그는 말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물에 잠긴 것 같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뒤에 그는 내 손목을 잡아당겼다.


손길이 부드럽지는 않았다. 그는 나를 거칠게 끌어올려서 어깨에 들쳐 맸고, 어깨의 날카로운 부분에 부딪힌 탓에 목구멍으로 위액이 올라왔다. 토하더라도 질식하지 않도록 나는 손으로 가면을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고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기침과 구역질이 나왔다.


이것도 환상인가? 또 다른 꿈인가?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건가?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능력은 깨어나고 있었다. 주위 벌레들의 존재가 느껴졌고, 서서히 넓어지는 범위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섀터버드는 여전히 막다른 길로 변한 위층 통로에 서 있었다. 노엘은 그녀의 아래에 있었고, 내가 그녀를 보기 위해서는 벌레들의 시야에 의존해야 했다. 세 마리의 개를 흡수한 탓에 안 그래도 그로테스크했던 몸이 더더욱 뒤틀려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벌레들을 움직여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러나 녀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느껴진 것은 다른 두 스키터의 힘이었다. 그들은 마치 아이에게서 장난감을 빼앗아가듯이 내 벌레들을 빼앗아서 팀원들을 공격하게 했다.


레이첼과 태틀테일은 쓰러져 있었고 임프는 태틀테일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스카프에 달아 줬던 거미줄로 만든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쓴 다음 손으로 꽉 다물고 있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빈틈이 거의 없는 보호였다.


하지만 약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두피에 파고든 벌레들이 있었고 다리에 거미줄을 거는 거미들이 있었다. 후자는 본인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위층 통로의 보호국과 워드 전력도 무사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나온 탓에 그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통로에 머무르며 팀원들을 구하는 게 고작이었다. 어쩌면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게 이미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걸지도 몰랐다.


나는 힘을 끌어올려 벌레 떼의 움직임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느껴지지 않았다. 클론들이 내 능력을 완전히 덮어씌우고 있었고, 두 클론 모두 내가 시도하고 있는 걸 눈치챈 듯했다. 그들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웰드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나는 공격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공격 방법을 찾거나.


“웰드.” 스키터 1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여기까지 오다니 놀랍네. 임프가 도와줬나?”


내 목소리가 정말 저렇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임프라니?


웰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쟤랑 같이 있다니 정말로 놀라워.” 스키터 1호가 말했다. 그녀는 가슴의 총상을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웰드는 어깨너머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다른 스키터는 다리가 부러진 채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본인이 말 안 하던?” 스키터가 말했다. “사람 몸에 불을 지른 적이 있다고, 미성년자한테 칼을 휘둘러서 이마를 찢어놓은 적이 있다고. 바쿠다의 발가락을 자른 적도 있고, 쓰러진 사람의 눈을 도려낸 적도 있지. 그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어.”


“상관없어.” 웰드가 말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왜지? 노엘의 몸에 허리까지 잠긴 채 나를 들쳐 매고 있는 이 상황에··· 나는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지금 나를 저 멀리 던졌다가는 스키터에게 넘겨주는 꼴이 될 것이었다.


“상관해야지. 치명상을 입은 남자를 죽게 내버려 두고 간 적도 있어. 반격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마네킹한테 공격받는 사람들을 내버려둔 적도 있지.”


나는 입을 벌렸지만, 숨이 가빠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웰드에게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상관없어.” 웰드가 말했다. “나쁜 짓을 했다는 건 알아. 이번 일이 끝나면 찾아내서 쓰러트리고 체포하겠어.”


“상관없다고?” 스키터 1호가 물었다. “네 상사를 죽인 게 쟤야. 토마스 캘버트를 총으로 쏴서 죽였지. 그리 오래 지난 일도 아니야.”


웰드가 얼어붙었다. 평소에도 움직임이 없는 몸이긴 했지만.


“아이고, 이런.” 임프가 말했다. 스키터 1호 뒤에서 돌연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나이프를 쓱 긋는 것으로 스키터 1호를 침묵시켰다. “끼어들어서 미안.”


스키터 1호의 말 때문에 행동이 달라진 건진 몰라도 웰드는 나를 붙잡고 거칠게 집어던졌다. 노엘에게 사로잡혀 있던 다리가 풀려났고, 나는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착지하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노엘로부터 십오 피트쯤 떨어진 곳에 떨어져서 그대로 널브러졌다.


웰드는 다시 노엘에게 몸을 돌렸다. 그는 칼날로 변형된 왼손으로 노엘의 측면을 헤집었고, 동시에 반대쪽 손으로 살점을 파내며 의도적으로 노엘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벌레들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냈다. 나는 능력을 이용해 최대한 섀터버드를 통로로부터 몰아냈고, 노엘의 혀가 닿지 않도록 했다. 그녀가 물러나기 시작하자 나는 내 명령을 무시하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벌레로 된 분신들을 찾아내서 파괴했다.


보호국과 워드가 자리를 잡고 있던 통로의 문이 다시 열렸다. 미스 밀리샤는 망가진 계단을 발로 몇 번 시험하더니 그대로 지상까지 뛰어내렸다.


임프가 다리가 부러진 스키터 2호 근처에서 몸을 수그리고 있었고, 미스 밀리샤는 그녀에게 총을 겨눴다. 임프는 클론을 처형한 뒤에 미스 밀리샤를 힐끗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말을 하려다가 기침을 내뱉었다. 레이첼과 태틀테일을 공격하던 벌레들이 물러났다.


미스 밀리샤가 갑자기 어두워진 주변에 눈살을 찌푸리며 노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먹이를 준 겁니까!?” 미스 밀리샤가 물었다.


“레이첼,” 태틀테일이 말했다. “지금이야!”


무언가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바스타드가 몸을 일으켰다. 레이첼이 일어섰고 남은 세 마리의 개도 그녀 주위로 자리를 잡았다.


“에키드나한테 먹이를 줬다고요?” 미스 밀리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에키드나라고? 이름을 붙인 모양이었다.


“조금 더 줄 예정이에요.” 태틀테일이 말했다. “레이첼! 개들 다 데려와! 웰드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개들의 살이 갈라지고 뼈가 돋아나며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녀석들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레이첼이 머뭇거렸다.


“지금이라고!” 태틀테일이 외쳤다.


레이첼이 명령을 내렸다. “모두 기다려! 맬컴, 왼쪽으로!”


그녀가 어깨를 친 개 한 마리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코코, 오른쪽! 트윙키, 오른쪽!”


나머지 두 마리도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방의 오른쪽을 따라 돌진했다.


“공격!” 레이첼이 명령을 내렸다.


녀석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했다. 노엘이었다. 그리고 노엘의 몸은 마치 타르처럼 녀석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노엘은 녀석들을 흡수하고 있었지만, 이만한 무게가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웰드와 싸울 때 썼던 방법과 똑같았다.


문제는 그녀가 토해내는 개들이었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고 해 보았지만, 팔다리가 쇳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얼굴이 뜨거웠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익숙하다면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증상이었다. 멀미와 비슷했다.


그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노엘은 생물을 흡수했고, 아무래도 박테리아도 거기 포함되는 모양이었다. 보통 생물체의 소화계에 박테리아가 있는 이유는 소화를 돕기 위해서였지만, 노엘, 그러니까 에키드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주위의 세균과 곰팡이를 흡수하는 이유는 쥐나 곤충처럼 무기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게 클론들과 달리 희생자들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유였다.


나는 뭔가에 감염된 상태였다. 무슨 질병인지는 몰라도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섀터버드는 계속해서 반항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리로 뭔가를 시도하고 있었지만, 벌레들 때문에 숨도 못 쉬고 앞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다리에 개들이 들이박힌 에키드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른 클론들은 모두 임프에 의해 사망한 듯했다.


웰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태틀테일이 그가 에키드나에게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인 신체 변형 능력도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다리와 거대한 개 머리 세 개로 미루어 볼 때 에키드나가 자기 형태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살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웰드가 파고드는 속도도 늦춰지고 있었다.


레이첼이 내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내 어깨와 무릎을 팔로 감싼 뒤 그대로 들어 올렸다.


나는 몸을 비틀며 기침과 구역질을 연발했다. 어떻게 팔 한 짝을 얼굴까지 들어 올릴 수는 있었지만, 목 주위의 이음매를 움직일 손가락 힘이 없었다.


나 대신 레이첼이 가면을 잡아서 반쯤 들어 올렸다. 나는 기침과 함께 생고기 냄새가 나는 덩어리들을 연거푸 토해냈다.


“조심해!” 태틀테일이 말했다. “개들이 온다!”


노엘이 머리 하나를 어떻게든 돌렸는지, 토사물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뒤틀었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벌레들을 통해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반신에 잠겨 있는 커다란 개 중 하나가 체내에서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사람 몇 명과 함께 개 한 마리를 토해냈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돌연변이도 아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돌연변이는 돌연변이였지만, 레이첼이 변이시킨 모습이 아니었다.


“벤틀리,” 레이첼이 명령했다. “죽여.”


앞으로 뛰어든 벤틀리가 순식간에 작은 개의 숨통을 끊었다.

“그러네.” 레이첼이 나한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느낌이 이상해.”


“어떻게 된 거죠?” 미스 밀리샤가 물었다. “왜 작게 나온 겁니까?”


“9인방 사태 때 파나시아가 시리우스한테 손을 댔었죠.”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때 파나시아가 개들로부터 생겨나는 조직은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죽어간다고 했었어요. 사실 저 개들은 좀비나 마찬가지인 거죠. 한가운데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본체만 빼면.”


“그리고 에키드나는 죽은 물질은 복제하지 않죠.” 미스 밀리샤가 말했다.


태틀테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죠. 조금밖에 안 작아질까 봐 걱정했었어요.”


웰드는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는 그루와 개 한 마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집어던졌고, 미스 밀리샤는 개를 받았다. 임프와 태틀테일이 서둘러 그루를 끌고 빠져나왔다.


“필요하다고 했던 건 전부 가져왔나요?” 태틀테일이 물었다.


“가져왔죠.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을 거예요.”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시간만 벌면 돼요.”


에키드나가 거대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벌레들의 흐릿한 시야로도 다리들이 바닥을 내딛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튀어나온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레이첼의 개들을 감싸고 있던 물질을 모두 흡수한 것이었다. 여섯 마리를 흡수했으니까··· 개 한 마리가 그녀의 삼 분의 일 크기였다는 내 계산대로라면 덩치가 예전에 비해 세 배는 커졌을 것이었다.


“이제 더 강하겠죠.” 미스 밀리샤가 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게 안 통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이 상대를 더 강하게 만든 셈이에요.”


“붙잡힌 사람들을 구했어요.”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리고 시간도 벌고 있죠. 의미는 있어요.”


에키드나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체액과 클론들이 뒤섞인 토사물을 분출하듯이 내뿜었다. 토사물의 엄청난 양과 압력에 의해 모두가 뒤로 밀려났다.


전보다 위력이 강했다. 개들로부터 흡수한 질량으로 능력의 원천을 강화한 듯했다. 바닥에는 최소 열다섯 명의 클론이 널브러져 있었고, 개와 쥐도 열 마리가 넘었다.


미스 밀리샤는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양손에 든 돌격소총을 난사한 그녀는 탄약이 떨어지자 능력으로 총을 재구축한 뒤에 그대로 총격을 이어갔다. 총탄에 맞지 않은 클론들도 있었지만, 피했다기보다는 그저 운이었다. 그레이스 클론 하나는 어깨에 한 발을 맞으면서도 손으로 총탄을 막으며 버티고 있었다.


에키드나가 다시 토사물을 뱉어냈고 나는 날벌레들을 움직여 피하게 했다.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숨을 참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토사물이 다시 파도처럼 우리를 덮쳤고, 처음에 토해냈던 클론들이 체액에 실려 와 후폭풍처럼 우리를 강타했다. 어지럽게 겹쳐진 사람 몸과 으르렁대는 개들과 클론들이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고 몸부림치면서도 우리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벤틀리와 바스타드가 거대한 몸으로 밀어 붙여준 덕분에 적들을 어느 정도는 떼어낼 수 있었다. 곧이어 미스 밀리샤의 화염방사기가 일대를 휩쓸었다. 그녀는 연기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잠시 움직임을 멈췄고, 그러자 태틀테일이 소리를 쳤다. “한 번 더! 웰드가 아직 안에 있어요!”


다시 화염이 클론들을 뒤덮었다. 리젠트도, 테크톤도, 그레이스도, 개들도 있었지만, 열기에는 누구도 견디지 못했다. 그들 모두가 불타서 쓰러졌다.


하지만 아무리 공간이 넓다고 해도 이만한 열기와 연기가 나는 공격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었다.


에키드나는 세 번째로 입을 벌렸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의 위장으로부터 하나둘씩 사람의 몸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안 돼!” 노엘이 괴물 같은 하반신의 위에서 비명을 질렀다.


웰드가 개 한 마리를 더 끄집어냈고, 에키드나는 다리 하나를 움직여 짓밟으려 했다.


그레이스와 테크톤이 빠져나왔고, 웰드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는 손 하나를 낫 형태로 변형해서 에키드나의 발을 자르더니, 낫을 그대로 크게 휘둘러 테크톤과 리젠트, 그리고 개들 몇 마리를 우리에게 미끄러트려 보냈다. 토사물로 뒤덮인 바닥을 통해 미끄러트려 보내는 모습이 마치 아이스하키 선수를 보는 것 같았다.


에키드나는 일부러 쓰러지며 웰드와 그레이스, 그리고 개를 밟으려 했던 잘린 발을 온몸으로 짓뭉개려 했다.


미스 밀리샤는 이미 로켓런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웰드가 있는 곳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했고, 다음 순간 폭발로 조각난 살점을 뚫고 웰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팔로는 개를, 반대쪽 팔로는 그레이스를 든 모습이었다.


에키드나가 팔을 휘둘렀지만, 그는 맞기 직전에 들고 있던 이들을 공격 범위 밖으로 내던졌다. 그 자신은 공격에 맞고 벽에 처박혔지만 주춤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는 그대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후퇴해!” 미스 밀리샤가 명령했다.


한 팀씩 올라가는 우리의 발밑으로 계단이 위태롭게 삐걱댔다. 망토 중 하나가 계단을 벽에다 대고 얼려서 고정한 듯했다. 그들은 힘을 합쳐서 환자들과 개들을 빼내기 시작했지만, 레이첼이 나와 개 두 마리를 든 채 그들을 지나쳤다. 바스타드와 벤틀리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통로에 들어서자 몸을 가눌 수 있는 사람들이 개를 한 마리씩 맡는 모습이 보였다. 부상자를 돌보는 이들도 있었다. 클록블록커는 쓰러져 있었고 키드 윈은 통로의 철조망 문을 뜯어서 만든 임시 들것에 실려 있었다. 사방에 피가 널려 있었다.


섀터버드의 능력 때문이었다. 나는 거의 인지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섀터버드는 여전히 기지 반대쪽에 있는 통로에 머무르고 있었다. 싸움을 피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리젠트가 코스튬을 보관해 뒀던 로커를 찾아낸 그녀는 벌레들과 싸우면서도 능력으로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에키드나는 다시 클론들을 토해내려는 듯이 몸을 구부렸고, 미스 밀리샤는 그녀의 벌어진 입속으로 로켓탄을 발사했다.


그러나 에키드나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주위로 쥐 떼와 벌레로 가득한 토사물이 쏟아져 나왔다.


움직이는 속도는 느려진 것 같았다. 그녀가 우리에게 다가오자 기지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과 부딪힌 통로가 금속의 마찰음과 함께 우그러졌다.


하지만 문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가 들어온 문은 너비가 삼 피트, 높이가 육 피트에 불과했다. 트럭들을 위한 통로도 그녀의 무게를 받치기에는 너무 작았다. 물론 이미 폭파되어 있었지만.


격노한 에키드나가 난동을 피우자 주변이 통째로 진동하는 것 같았다. 힘으로 빠져나가려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거리를 벌리면 벌릴수록 격해지는 폭력에 나는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서 우리를 파묻지 않을까 걱정했다.


건물 지하에서 빠져나오자 젖은 옷 때문에 따뜻한 바깥 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다른 히어로들과 트럭들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 느껴졌다.


포위망에 다다른 순간 태틀테일이 등을 벽에 기대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루와 리젠트도 우리 곁에 놓였다.


우리는 피와 토사물로 뒤덮여 있었고 몸을 가눌 수 있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비스타는 에키드나 안에 없었습니다.” 웰드가 말했다. “아직 저 건물 안에 있다면—”


“트라이엄프, 전화.” 미스 밀리샤가 명령했다.


“예.” 트라이엄프가 대답했다.


미스 밀리샤가 태틀테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트럭들을 가리켰다. “억제 거품을 가져오라고 했었죠.”


“그랬죠.” 태틀테일이 말했다.


“이래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건 거의 확실하죠.”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루 클론이 있었어요.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 놈이었죠. 싸우던 와중에 갑자기 사라졌어요.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발휘한 거겠죠. 누군가 그놈을 죽였다고 보고하지 않았다면 몇 분 후에 빠져나올 거예요.”


“몇 분이라.” 미스 밀리샤가 말했다.


“안 받는데요.” 트라이엄프가 보고했다.


“계속 걸어 봐.”


“몇 분 후에 빠져나오면, 그때 거품을 쓰겠다는 건가?” 어썰트가 물었다. 나는 근처에 있던 사람이 그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놀랐다.


“아니요.” 태틀테일이 말했다. “먼지가 내려앉는 대로 쓰도록 하죠.”


“먼지라니?” 어썰트가 물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 필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 설치하세요!”


태틀테일은 휴대폰에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미스 밀리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멈춰요.”


“유일한 선택지에요.”


“뭐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거죠?”


“시간을 버는 거요.” 태틀테일이 말했다. 그녀는 손을 빼냈지만, 휴대폰은 여전히 미스 밀리샤에게 있었다.


“정확히 뭘 하겠다는 거죠?”


“그 키패드에 마지막으로 1-4를 입력하면 직접 볼 수 있겠죠.” 태틀테일이 말했다. “아니면 휴대폰을 돌려주시던가요. 비스타가 아직 저기 갇혀 있는 거라면, 제가 입력하는 게 그나마 당신이··· 떳떳하진 않더라도, 양심에 덜 찔릴 테니까.”


미스 밀리샤는 휴대폰을 바라봤다가 코일의 비밀기지 위에 세워져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섀터버드—”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말을 꺼냈다. “섀터버드도 안에 있어요. 노엘, 에키드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힘을 합치려고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더라도 떳떳할 수는 없겠죠.” 미스 밀리샤가 말했다. “그렇다면 책임이라도 확실하게 지겠어요.”


미스 밀리샤가 숫자를 두 번 입력했다. 몇 초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의외네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태틀테일이 말했다.


땅이 크게 울렸다. 벌레들의 범위 밖이었지만, 흐릿한 형체가 녀석들의 눈을 통해 보였다. 건물의 최상층에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바로 아래층에서 또 다른 먼지구름이 피어나왔다.


폭발은 계속해서 순서대로 이어지며 한 층씩 건물을 무너트렸다. 여기까지 전해지는 진동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어썰트가 말했다.


곧이어 억눌린 듯한 폭발음이 들렸고, 이번에는 내 벌레들의 범위 안이었다. 건물 주위로 먼지가 원형으로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땅이 내려앉았다. 지하 기지가 통째로 무너진 것이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쌓였는데도 불구하고 지면이 구덩이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흑막다운 짓이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시이이이이발.” 리젠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걸 우리한테 쓸 생각은 못 한 거야?” 내가 태틀테일에게 말했다. “코일이?”


그녀는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엄청난 먼지구름이 피어올라 있을 것이었다.


“시도는 했어.” 그녀가 말했다. “누가 함부로 손을 대면 컴퓨터가 자폭 명령을 내리게 되어 있었지. 파일을 찾으려 뒤지고 있을 때 그게 눈에 보이더라고. 이미 실행됐다는 걸 알고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몰라.”


“그전에는?” 내가 물었다. “우리랑 마지막으로 만나기 전에 쓰진 않은 건가?”


“‘에키드나’가 풀려날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겠지. 그리고 그전에 썼다면 아마 내가 눈치챘을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몇 분이 지난 뒤에야 모든 것이 가라앉았다.


“잔해 위에 거품을 뿌려!” 미스 밀리샤가 외쳤다. “망토들은 트럭과 PRT 대원을 호위해라! 적을 보더라도 교전하지 마!”


그녀는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전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죽은 건 아니야.” 태틀테일이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 시간을 벌었어. 몇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 운이 따라 준다면 위험도가 S급으로 격상될 거고, 필요한 지원군도 받을 수 있을 거야.”


“더 강해졌어.” 그루가 말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먹이를 줬잖아.”


“그래야 했어. 안 그랬다면 터지기 전에 탈출했을 테니까.”


“하지만 더 강해졌지.” 그루가 말을 반복했다.


태틀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있어?” 내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뿐이야.”


“나도 그래.” 내가 말했다. “그리 좋은 아이디어들은 아니지만.”


“상관없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었다. “젠장. 예전부터 흑막다운 사악한 비밀기지가 정말 갖고 싶었는데. 저런 걸 다시 지으려면 몇 년은 걸릴 거야.” 태틀테일이 투덜댔다.


“참을성이 없네.” 리젠트가 혀를 찼다.


태틀테일이 일어섰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지금보다 세 배는 더 힘들어지겠지. 어디서 치료 능력이라도 구해 와 볼게.”


나는 다리를 가슴에 붙이고 팔로 무릎을 감싸며 고개를 떨궜다. 내가 본 환상들은 빠르게 잊히고 있었지만, 그 환상들에 실려 있던 심상은 그대로 남았다. 내가 지금 나서서 싸우고 다른 사람을 구하고 싶은 게 맞는지 고민해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히어로들에게 맡기고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실패하느니 차라리 불확실한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루에게 고개를 돌렸다. “넌 괜찮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루?” 내가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나는 벌레들로 의료진을 찾았다. 그러나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우리 언더사이더를 제외하면 에키드나를 가두고 2차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지 않은 사람은 둘뿐이었다. 웰드와 미스 밀리샤였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토마스 캘버트. 클론 때문에 이야기가 새고, 거기에 더해 맨얼굴까지 들킨 것이었다.


작가의말

* 원작 번역 지침에 따른 공지사항.

“This is purely a fan project and I/we lay no claim to the ideas, characters, or story. The real author is J.C. McCrae, aka ‘Wildbow’, and the original version can be found at http://www.parahumans.wordpres s.com. The final chapter of Worm was published on 2013. 11. 19. This is a fan translation.”


"이 번역본은 팬의 작업물이며, 번역자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어떠한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자는 'Wildbow'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J.C.McCrae입니다. Worm 원작은 http://www.parahumans.wordpres s.com 에서 연재되었으며 2013년 11월 19일에 완결되었습니다. 이것은 팬 번역본임을 밝힙니다."



* 표지 출처 : Ari Ibarra (ariirf.com)

팬아트 작가의 사용 허가를 받은 표지입니다.



* 이 작품의 번역은 2인 비영리 프로젝트입니다. 번역자가 번역을 맡고, 편집자가 검수와 업로드를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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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재앙' 19.4 +3 20.10.30 430 32 34쪽
207 '재앙' 19.x (막간 : 블래스토) +12 20.10.27 505 29 48쪽
206 '재앙' 19.3 +7 20.10.23 394 36 31쪽
205 '재앙' 19.2 +5 20.10.20 393 30 34쪽
» '재앙' 19.1 +11 20.10.16 457 29 43쪽
203 '여왕' 18.z (막간 : 에키드나) +8 20.10.13 444 32 46쪽
202 '여왕' 18.z (막간 : 폴트라인) +5 20.10.09 487 26 47쪽
201 '여왕' 18.8 +9 20.10.06 473 33 35쪽
200 '여왕' 18.7 +10 20.10.02 409 26 32쪽
199 '여왕' 18.z (막간 : 심리치료사, 제시카 야마다) +10 20.09.29 491 28 55쪽
198 '여왕' 18.6 +6 20.09.25 458 31 30쪽
197 '여왕' 18.5 +4 20.09.22 419 26 28쪽
196 '여왕' 18.y (막간 : 크루세이더) +5 20.09.22 414 26 40쪽
195 '여왕' 18.4 +5 20.09.18 417 29 36쪽
194 '여왕' 18.3 +7 20.09.15 446 30 34쪽
193 '여왕' 18.x (막간 : 세계 최강의 남자) +15 20.09.11 585 37 31쪽
192 '여왕' 18.2 +9 20.09.08 436 28 29쪽
191 '여왕' 18.1 +3 20.09.04 498 34 30쪽
190 '이주' 17.8 +5 20.09.01 492 28 50쪽
189 '이주' 17.7 +4 20.08.28 417 25 43쪽
188 '이주' 17.6 +7 20.08.25 427 27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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