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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필 님의 서재입니다.

린저씨 세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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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필
작품등록일 :
2023.05.20 18:51
최근연재일 :
2023.06.17 23:0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0
추천수 :
12
글자수 :
64,362

작성
23.06.03 15:48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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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DUMMY

“천지 형!!”


예상치 못했다.

철벽 형님이 직접 행차할 줄이야.


“흠.”


자세를 바로잡는 철벽.

성문보다 큰 존재감을 지닌 거구.

눈은 조용히 전방을 주시한다.


“당황하지 마세요 오히려 좋아요 상대가 알아서 나와주니 한시름 놨네요 아직 공격하지 마세요 상황 보겠습니다 버프랑 물약 체크해주세요”


식은 땀이 흐른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개꿀이라고 했겠지.

목표가 알아서 나 잡수쇼, 하고 나와준 꼴이니까.


그러나 지금 상대는 말 그대로 '철벽' 그 자체인 형님.

그 뒤엔 혈맹 브레인 관악제갈량 형님이 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피오는 잠시 오더를 멈춘다.


-천지 형,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미안하다. 방심했어.

-면목 없다.

-아, 아, 아닙니다···! 제가 더 철저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무리 안 시키겠습니다.

-아니야. 나는 검. 넌 검을 다루는 자.

-검을 다루는데 망설이지 마라.

-앗··· 네, 넵!!


죄책감에 시달리는 피오를 천지파열무가 다그친다.

원칙적으로 오더는 개인 하나하나엔 신경을 꺼야 한다.

피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슈우우-


다시 한번 날아오는 불꽃 화살 비.


“맼맨 형 닥돌 형 패링 부탁드립니다 본대 쪽으로 날아오는 화살만 쳐주시면 됩니다”


매너메이크맨과 닥돌남이 앞서 나가 화살을 막아낸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천지파열무와 다르게 공격 스킬 위주로 투자한 둘은 방어엔 취약했다.


“윽!”

“ㅅㅂ 이건 안 되겠다 뺄게 피오야!”


큰 피해를 받고 물러나는 두 기사.

화살은 계속해서 본대를 향해 날아든다.

아까 아마존이 쏜 [저항 화살] 효과가 그나마 불꽃을 막아주고 있지만, 곧 지속 시간이 끝난다.


“아마존 형 저격 부탁드립니다 성벽 까츄 형 노려주세요 저거 냅두면 저희가 뭘 할 수가 없을 거 같네요”

“알았다. 대신 시간 좀 걸린다.”


곧바로 저격 자세를 취하는 아마존.

저격수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저격질을 해낼 수 있는 대궁사 클래스다운 면모다.


“호 호 호! 그렇게 나오시겠다는 거군요.”


탁.

부채를 접는 관악제갈량.

화살 지원이 없다면 제아무리 철벽이라도 버티지 못할 터.

그렇게 둘 순 없다.


“[분신 소환].”


마법 기사인 관악제갈량이 자신 최고 주특기를 선보인다.

곧이어 빅까츄와 똑같이 생긴 분신이 여럿 소환된다.


“관악 형이 수작 부리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 짚어내 드릴 테니 대기해주세요 신호 주면 그때 쏴주시면 됩니다”


이번엔 피오가 주특기를 선보인다.


“[진실을 보는 눈].”


이번엔 피오가 주특기를 선보인다.

오라클 클래스가 가진 분신 파악 스킬.

스킬 이름 그대로 가짜를 가려낼 수 있다.


“[마법 차단].”


분신 하나하나마다 버프를 거는 관악제갈량.

피오가 이런 상황에서 뭘 하려는 지 너무 잘 안다.


“분신 파악 막으려 드네요 이러면 그냥 철벽 형 잡는 거에 집중하는 게 낫겠습니다 천지 형도 리스폰됐으니 화살 패링에 집중해주시고 나머지 분들 철벽 형 점사합니다”


사실, 좀 더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면 본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시야 확보 분야에선 오라클이 최고니까.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오더를 할 수 없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중.

피오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천지 형 다시 한번 패링에 집중해주시고요 저희 공격 가는 형들한테 떨어지는 화살부터 우선적으로 막아주세요”

“닥돌 형 철벽 형한테 최대한 어그로 끌어주세요 거리 조절 잘하면서 기절기 걸어오려는 거만 잘 흘려주세요 다른 형들 프리딜 넣게 해주시면 최고입니다”

“맼맨 형 방깎이랑 치감 위주로 잘 넣어주시고요 뽀션 형이 뒤에서 힐 넣으러 올 거에요 제가 캐치해서 알려드리면 바로 잡으러 가주세요”

“마천 형님은 디버프 중첩 최대한 이루어졌을 때 필살기 넣어주세요 형님 필살기 아니면 철벽 형 못 잡습니다”

“아마존 형은 계속 대기하시다가 마천 형님 필살기 쓸 때 같이 저격해주세요 한 번에 딜 크게 넣어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되었다.


———————


“잘 돼 가냐?”


피오를 찾아온 자유가 넌지시 묻는다.


“아, 안녕하세요, 군주님!”


꾸벅 인사하는 피오.

표정은 밝지 못하다.


“아주 열심히 한다던데.”

“아, 저, 그게······.”


피오는 다시 전장을 바라본다.

모의전이 펼쳐진 전장.

아직도 성문 앞엔 철벽이 그대로 서 있는 듯하다.


괴로운 기억이다.

전적은 10전 10패.


첫 번째 모의전은 화살에 무너졌다.

다시 한번 패링에 나선 천지파열무를 빅까츄가 얼음 마법 화살로 응수했고, 움직임이 둔화된 탓에 패링이 봉쇄되고 만다.

그 결과, 철벽을 점사하는 동안 화살 세례로 인해 기사들이 무너졌고 타임 오버됐다.


이후에도 모의전은 여러 차례 진행되었고, 다채로운 패배를 안겨줬다.


화살을 막지 못해서.

성문을 뚫지 못해서.

딜이 모잘라서.

힐러를 막지 못해서.


질 때마다 패배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해봤지만, 보완해도 새로운 수에 막혔다.

결국, 피오는 한 가지 이유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오더를 제대로 못 해서.


피오는 자신을 질책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형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다.

절대 뚫지 못할 전력이 아니다.


닥돌남, 매너메이크맨, 포레버, 마천.

공성전에서 항상 유의미한 성과를 내주던 공격 라인 형님들이다.

이분들을 데리고 공성 실패하면 그건 오더 탓이다.


아니면, 관악제갈량 형님 때문일까?

나 같은 게 아닌 관악 형님 같은 분이 오더에 더 적합한 게 아닐까?

흑풍 같은 거대 혈맹 상대라면 그게 맞는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 있게 얘기했지만, 막상 시작하니 모든 게 쉽지 않았다.


“힘들겠구나.”


피오가 이런 고충을 털어놓자 자유는 측은한 눈빛을 띤다.

막내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실었구나.

나름대로 연습을 해본다기에 지켜보기로 했지만, 이대로는 무너질 게 틀림없다.


“피오야.”

“네, 네!”

“지금부터 하는 말 듣고 웃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 그럼요!”

“내가 ‘제왕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제왕학···이요···?”

“그래. 군주 짓 좀 잘해보겠다고 읽어봤지. 참 웃기지? 대통령이나 읽어볼 법한데. 일개 게임 군주 따위가 그런 책도 읽고 말이야.”

“아, 아니요···. 열심히 하는 거니까 좋아 보이는데요···.”

“고맙구나.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다들 비웃던데 말이지. 아무튼, 그 책보고 느낀 게 하나 있었는데···.”


자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지막이 말한다.


“위에 서는 사람은, 카리스마가 있어야 해.”

“카리스마···. 스탯이 중요하긴 하죠···. 군주한테는···.”

“아니 아니, 스탯말고. 사람 본연이 내뿜는 아우라 말이야.”

“그런 스킬이 있나요···?”


잠시 관자놀이를 짚는 자유.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음. 그럼 존재감이라고 말할게. 리더는 존재감이 중요해.”

“아··· 뭔지 알 거 같아요.”


피오는 형님들과 있을 때마다 느꼈던 강렬한 존재감을 떠올린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자유를 비롯해서 모두 가지각색으로 그걸 가지고 있다.


“피오, 넌 오더로서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이 막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마, 맞습니다···.”

“왜 그런 줄 알아?”

“모,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나이도 어리고···. 소심하기도 하고···.”

“무슨 소리. 오더할 때 너는 완전 다른 사림인데.”

“아무래도 숨길 수 없는 찐따력··· 같은데 있다 보니깐요···.”

“찐따···? 음.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자유가 주먹을 쥐어 손바닥을 톡톡 두드린다.


“넌 너무 자신을 낮춰.”

“그거야 당연하죠! 모두 대단하신 분들이니까요···.”


피오도 언성을 높인다.


“아니, 그렇지 않아.”


뒷짐을 지고 몇 발자국 앞을 걷는 자유.

피오는 그 등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다들 그저 게임에 미쳐 사는 린저씨들일 뿐이야.”

“세간에선 그렇게 죽어라 욕하는 딱 그 부류지.”

“현실보다 게임에 돈과 시간을 다 때려 박는 인간.”

“게임 잘하는 거, 물론 좋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존경할 만한 일도 아니야.”


흔들리는 눈빛.

도대체 군주님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사회적 쓰레기들 집합소라고 할 수 있어.”

“아니에요!!”


흔들리던 눈빛이 또렷해진다.


“제게 있어 형님들은 모두 멋진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에요!”

“세상에서 뭐 하나에 이렇게 진심으로 불태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비웃는 사람들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꿋꿋하게 갈 길 걸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잖아요!”

“우리 혈맹 수호기사 형들! 철벽 형님은 서버 최강 가디언! 테사다 형님은 서버 최강 번개법사! 왕초 형님은 서버 최강 저격수! 다들 이 서버 최강이라는 타이틀 하나 얻으려고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계시고요!”

“부군주님도, 관악 형님도, 인천물산 형님도, 도윤아빠 형님도, 맼맨 형도, 닥돌 형도, 마천 형님도 모두 다 인생도 게임도 열심히 하시는 형님들이고! 저한테도 인생 공부 많이 알려주시고! 열심히 사는 방법을 알려주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자유 형님도···.”


무언가 격렬하게 쏟아낸 피오.

이내 주저앉는다.


“제··· 인생을··· 구원해주셨어요···.”


흐느끼지는 않는다.

그저 진심을 조곤조곤하게 말할 뿐.


“제게 있어··· 고고씽은 그런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마세요···.”

“······”


자유가 조용히 돌아본다.


“···바로 그 마음이 네 약점이다, 피오야.”


주저앉아 바닥을 바라보는 피오에게 자유가 다가간다.

무릎을 꿇고, 피오와 시선을 맞춘다.


“큰 목표를 위해.”


피오가 자유를 본다.

그 눈빛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똑바로 정면을 보고 있다


“제왕이 되어라.”


손을 잡아 피오를 일으키는 자유.

자유가 입고 있는 망토가 바람에 휘날린다.


“이제부터 네게 제왕을 알려주겠다.”


———————


11번째 모의전이 시작된다.

양측은 지난번과 같이 늘어선 뒤, 공성 준비를 마무리한다.


“이제는 슬슬 답을 찾아야 할 시기예요, 피오.”


탁.

성벽 위에서 관악제갈량이 부채를 펼치며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다.

지난 모의전으로 얻은 패배가 과연 피오를 성장하게 했을까?

이 성장통이 과연 정답을 찾는 길이 될까?

이번 모의전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기회가 되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피오 측 진영을 응시하고 있자,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오호··· 오늘은 뭔가 다른 건가요, 피오?”


그 시각, 피오 측 진영.

피오가 진영 앞에 나와 모두를 돌아보며 연설을 하고 있다.


“오, 오늘은 11번째 모의전입니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는 피오.

축적된 패배 때문일까?

모두가 비장한 눈을 하고 있다.


“저는···. 형님들을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음?”


당황하는 천지파열무.

이 귀여운 막내가 혈맹을 정말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왜 갑자기 여기서 이런 말을?


“그러니···. 오늘 제가 하게 될 오더는···. 형님들에게 굉장히 기분 나쁠지도 모릅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는 피오.

다시 고개를 들자, 그 눈빛은 조금 달라져 있다.


“승리를 위해서··· 함께 나아갑시다!!”

“그래, 가자! 오늘은 이기자!”

“와아아아!!”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듣고 있던 기사들이 환호를 보낸다.

갑자기 왜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보자는 말로 얼추 이해했다.

마치 회식 자리에서 막내가 대표로 건배 인사하는 마냥 말이다.


“그럼, 갑니다!”


피오가 성을 보며 오더를 시작한다.


[본대 천천히 성문 앞으로 전진한다]

[천지는 화살을 막는다]

[닥돌 맼맨은 이를 보조하라]

[아마존은 저격을 준비한다 저격 대상은 내가 지정하겠다]

[이전과 같이 철벽을 성문 앞으로 유인한다]

[승부는 그 직후 이루겠다]


속사포처럼, 그러나 온몸이 찌릿할 정도로 울려 퍼지는 묵직한 오더.

마치 청천벽력과도 같다.


그 순간 기사들은 직감했다.

무언가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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