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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필 님의 서재입니다.

린저씨 세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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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필
작품등록일 :
2023.05.20 18:51
최근연재일 :
2023.06.17 23:0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3
추천수 :
12
글자수 :
64,362

작성
23.05.20 18:57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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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2화

DUMMY

“형님들 계속 밀어붙이세요 적 앞줄 뚫렸어요 피 없는 놈부터 점사합니다 궁수 형들도 얘네들부터 봐주세요”


쉴 틈이 없다.

말을 멈추면 흐름이 끊긴다.


“아 피! 탱들 피 없어요 피 채워주세요 조금만 속도 더 올립니다 아잇 저 석화요 석화 힐좀요 아 냐룽 누나 감사합니다 아오 아무래도 쟤부터 먼저 잡아야겠네요 자꾸 귀찮게 하네요”


흐름이 끊기면?

몇 시간 개고생하면서 유리하게 만든 이 상황이 다 아작난다.

피오는 절대 그런 걸 용납하지 못한다.


“암튼 지금 우리 잘하고 있어요 유리합니다 지금”


지금은 공성전 타임.

피오가 소속된 혈맹 ’고고씽‘과 대규모 연합 혈맹 ’트라이어스‘간 펼쳐지는 치열한 전투 중이다.


전쟁은 트라이어스 연합이 걸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함락 직전에 몰린 상황.

머릿수가 많은 쪽이 진다면 그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다. 그렇기에 절대 질 수 없는 전쟁이었다.


물론 그건 고고씽 혈맹 또한 마찬가지.

먼저 싸움을 걸어온 상대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혈맹 철칙이 있다.

따라서 어느 쪽도 명분이 확실한, 그야말로 외나무다리 싸움이었다.


“얘네 쪽수만 많아요 실속이 없어요 실속이 그냥 아주 살살 녹네요 형님들 우리가 이런 애들한테 쟁 걸렸다는 게 아직도 안 믿깁니다 얘네 대체 뭘 믿고 이런 건지 모르겠네요 암튼 5분간 계속 진형 유지합니다”


성문은 곧 무너진다.

이미 피가 많은 기사는 일찍이 잡아낸 상황.

트라이어스 연합 기사들은 리스폰되는 족족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지만, 전선이 무너진 지라 도착하는 대로 줄초상만 일어날 뿐이었다.


“옆에서 적 와요 스턴 잘라주세요 좋아요 바로 잘랐어요 적 뒤쪽 증원 와요 광역 준비해주세요 아니 지금 쓰지 말고요 쓰지 마세요 쓰지 마세요 우리 유리해요 급할 필요 없어요 오키요 계속 대기해주세요 나머진 계속 공격 유지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피오가 내리는 오더 역할이 컸다.

상황을 계속 인지하며 적재적소에 혈맹원을 활용하니 트라이어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성문 뚫렸어요 적들 뒤로 빠지고 있어요 수호탑부터 칩니다 빠지는 애들 치지 마세요 탑부터 치세요 마법 형들 은신 감지 쿨마다 써주시고요 이제 다섯 세면 물약 빱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빠세요 지금 빱니다 하나만 빠시고요 원거리 형들은 뒤쪽 봐주세요”


물론 트라이어스 연합에도 오더를 내리는 이는 있었다.

하지만 오더를 내리더라도 그걸 수행하는 사람이 변변치 않다면 오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

트라이어스가 딱 그랬다.

인원만 많지 제대로 결집하지 못했기에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었다.


그와 다르게 고고씽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군더더기 없는 행동을 이어나갔다.

그런 차이로 인해 이미 승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


“후방 형님은 뒤쪽 좀 봐주세요 적들 쪽수 많아서 우리 뒤잡을 가능성 높아요 다른 분들은 탑이요 탑부터 보세요 탑에도 약화 들어가니까 약화 꾸준히 걸어주세요 기사형들도 방깎 스킬 있는거 다 걸어주세요 좋아요 피 잘 빠지네요”


그러나 피오는 방심하지 않는다.

한순간 방심하면 망하는 건 순식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렇게 유리한 상황일 때 자신이 할 일이 무언지 잘 알고 있다.


방심을 막고, 성문을 뚫는다.

단지 그뿐이다.


“오키요 형님들 오늘 데미지 너무 잘 뽑히네요 좋습니다 쟤들 이제 뒤로 빠질거에요 잠시 정비하면서 쟤들 어케 나오나 볼게요 방심 마시고 물약 빠시면서 조금 솜 고르고 가겠슴다 정비 정비합니다”


생각보다 순조롭게 성문이 뚫렸다.

트라이어스 연합 기사들은 수호탑을 포기하고 중앙 수호탑으로 후퇴하기 시작한다.

공성전에는 성문, 후문, 쌍둥이, 중앙으로 총 4종류 수호탑이 존재한다.

성문 수호탑은 보통 성문을 뚫으면 함께 부수기 쉬운 보너스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성문 수호탑을 부숴야만 중앙 수호탑을 공격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중요한 탑을 지킬 의지도 없이 내어주는 모습을 보고 피오는 혀를 찬다.

설마 한꺼번에 뭉쳐 올 생각인가? 설마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피오가 입을 딱 벌린다.

트라이어스 연합 기사들이 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허.. 쟤네 오네요 앞에서 몰려옵니다 쪽수믿고 덤벼오네요 리스폰되고 다같이 오네요 마법 형들 광역 마법 준비해둔거 지금 씁니다 제가 신호주면 쏴주세요 바로 피 많이 깎을 수 있어요 성문탑에 있으면 마뎀 증가 버프받는데 쟤들 그걸 모르고 이렇게 오나봐요”


그 설마가 진짜였을 줄이야.

피오는 벌렸던 입을 다물고 다음 오더를 내린다.


“탑 피 거의 다 빠졌으니까 급한 건 쟤들이에요 옆에 은신 봐주세요 은신 옆에서 은신으로 치고 오면 뚫릴 수도 있어요 신경 계속 써주세요 마법 형들 저기 노란 선에 애들 걸쳐지면 그때 쏠 겁니다 슬슬 와요 앞열 기사형들한테 방업 걸어주세요 와요 와요 거의 다 왔어요 자 지금 쏴요 광역 고고고고”


콰아아앙-!


거대한 메테오가 연합 혈맹 기사들 위로 떨어진다.

심지어 확정 스턴 효과가 붙어있는 최상급 메테오.

전쟁에서 광역 스턴은 그야말로 사기 중에서도 사기급인데, 이걸 몇 명이나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그걸 연속으로 먹이기 위해 0.1초 단위까지 계산해서 텀을 두고 쓰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트라이어스 연합 마법사들이 급히 매직 이뮨을 걸어보지만, 연속으로 구사되는 광역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윽고 수많은 인원이 스턴 상태가 되는 절경이 만들어진다.

피오마저 잠시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쳐다볼 정도였다.

곧이어 궁수가 퍼붓는 원거리 스킬이 추가타를 가했고, 갑작스레 빠진 체력에 당황한 트라이어스 연합 기사들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파바밧!


대쉬를 쓰며 달려드는 고고씽 혈맹 기사들.

얼마 없는 체력부터 차근차근 막타를 쳐내며 잡아간다.


“와 형님들 대박입니다 방금 메테오 너무 잘 들어갔어요 이런건 처음 봐요 오늘 컨디션 다 좋으시네요 이제 쟤들 함부로 뭉쳐서 못 올겁니다 계속 하나씩 쩜사 막타 해주세요 수호탑 거의 다 쳤습니다 좀만 버티시면 되요 은신 체크 한 번 더 돌려주세요 오케이요”


성문 수호탑이 무너짐과 동시에 진격하는 고고씽 혈맹.

트라이어스 연합은 이미 지휘 체계가 무너졌는지 퇴각하는 모습조차 제각각이다.

그런 오합지졸 상태라면 고고씽을 당해낼 수 없다.


“이제 5퍼 정도 남았습니다 유지하세요 유지하세요 더 더 더 더 오케이 깼어요 기사형들 전부 닥돌하세요 빠지는 애들 그냥 다 잡으면 됩니다 추격하세요 추격 좋아요 지금 많이 잡아두면 중앙에서 편해집니다 좋아요 계속 나갑시다 모두 이동이요 진격합니다 고고고고”


중앙으로 도망치는 트라이어스를 하나하나 추격해가는 고고씽.

그야말로 대학살, 유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이다.


피오는 잠시 오더를 멈추고 숨을 푹 쉰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끝나겠군.

그런 확신을 하지만 한편으론 아직 개운치 않은 부분을 느낀다.

정말로 이게 끝인 걸까?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쪽수가 최소 3배 이상이니 무언가 숨겨둔 한 방이 있을 텐데.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어... 뒤에서 오는데?”


고고씽 혈맹 기사 ‘후방주의’가 어눌한 말투로 경고한다.

피오가 다급히 뒤쪽을 확인하자, 아까 메테오에 당했던 인원 이상으로 많은 숫자가 모여오고 있다.


그래, 이게 맞지.

피오는 씩 웃는다.

중앙 진출까지 아무 일이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불안했을 터.

이렇게 상대가 먼저 비기를 꺼내준다면 나중이 편해진다.


“그렇지 이럴 거 같았어요 단체 텔포로 뒤잡고 오네요 이거 상대 그냥 게임 던지는 겁니다 이거만 막히면 쟤네 정말 아무것도 할 거 없어져요 이거 잡으면 편하게 이깁니다 마법사 형님들은 다시 광역 장전해주시고 후방대 형님들은 이번에 시간 좀 끌어주세요 쉽게 잡을 방법이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더를 멈춘 피오는 상황을 정리한다.

앞은 중앙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길목.

뒤에선 대규모 적이 몰려오는 중.

그렇다면 여기서 쌈싸먹기에 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마지막 수다.

단체 텔포를 썼다는 건 마법사들까지 여럿 동반했다는 소리니까.

수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원이 그만큼 빠지면 사실상 수성 포기 선언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건 트라이어스 연합에선 다 걸고 내던지는 한 방이다.

통하면 이기고 막히면 지는, 모든 걸 다 건 한 방 뒤집기.


그리고 고고씽은 이미 이 상황을 예상했다.


“호 호 호! 이제 후문탑도 곧 함락 직전이에요~”


고고씽 혈맹 브레인(자칭) ‘관악제갈량’이 웃는다.

공성전에서 가장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는 후문 공략.

관악제갈량은 소수 정예와 함께 정벌에 나서겠다며 공성전 처음부터 본대와 떨어져 행동했다.

별동대이긴 했지만 이건 고고씽 입장에선 꽤 큰 투자였다.

왜냐하면, 별동대엔 고고싱 최강 전력 중 하나가 같이 있으니까.


“잡았다. 잡았다. 잡았다. 잡았다. 잡았다....”


상대를 처치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잡았다는 말만 반복하는 ‘파케이’.

PK 없는 게임은 건드려본 적도 없다는 파케이가 후문에서 트라이어스 연합을 말 그대로 도륙 내고 있었다.


후문탑도 정문에 있는 탑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 약한 수비 병력이 배치되진 않는다.

때로는 후문을 더 집중적으로 수비하기도 한다.

후문탑이 부서지면, 일정 시간 리스폰 타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관악제갈량과 파케이가 잘 하고 있음을 확인한 피오는 이번 공성전에서 처음으로 웃는다.

모든 조건이 완료됐다.

그 어떤 변수도 없고, 체크해야 할 다른 요소도 없다.

오직 미친 듯이 싸우기만 하면 되는 깔끔한 상황이다.


피오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경쾌한 오더가 울려 퍼진다.


“저거만 잡으면 이깁니다! 싹 다 공격합니다! 고고씽!”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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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23.05.20 4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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