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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필 님의 서재입니다.

린저씨 세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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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필
작품등록일 :
2023.05.20 18:51
최근연재일 :
2023.06.17 23:0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611
추천수 :
12
글자수 :
64,362

작성
23.05.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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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DUMMY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고고씽 혈맹 부군주 짜세가 사무적인 말투로 말한다.

여기는 성안 부군주 방.

피오와 짜세가 독대 중이다.


“아.. 그... 저···.”

“말씀하세요.”


피오가 말꼬리를 흐리더라도 짜세는 절대 닦달하지 않는다.


“제가 정말 만약에 군주가 된다 해도... 불만 없으세요······!?”

“불만?”

“아앗, 네, 네! 그, 저, 저보다 오래 계셨고... 지금 부군주시기도 하니······.”


조용히 피오를 기다려주는 짜세.

피오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간다.


“어째서 저 같은 게 군주를 물려받나... 이런 불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군요.”


말을 마친 뒤 짜세를 살피는 피오.

짜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다.


“전투력도, 경력도, 지위도, 나이도, 클래스도 모두 최하위죠.”

“그, 그렇죠······.”


그렇게까지 상세하게는 안 말했는데.

역시 짜세 형님은 냉철하구나, 하고 생각을 삼킨다.

예상한 대로 불만이 있는 걸까?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거죠?”

“.....네?”

“그런 건 표면상 정보일 뿐. 피오는 우리 혈맹 핵심 전력입니다.”

“저, 저는 그저······.”


오더일 뿐인데요,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은 혈맹에 있어 어떤 존재일까?

짧은 순간 그런 의문이 들어 말문이 막힌다.


“누구보다 혈맹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피오가 놀라 쳐다보자, 짜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있다.

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지 상상도 못 했다.


“어떠한 정보나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진심을 압니다.”


군주 못지않게 혈맹을 오래 관리해 온 짜세.

짜세는 피오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피오는 고개를 숙인다.


“또한, 군주님이 내린 결정이니 다 뜻이 있는 거겠죠.”


짜세가 고개를 돌려 창문에 시선을 던진다.

기막히게 구현된 밤하늘이 멀리 보인다.


“저는 그 결정을 후회 없게 만드는 일을 할 뿐입니다.”


달빛이 들어와 짜세를 은은하게 물들인다.

피오가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본다.

우리 부군주님이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었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침묵을 깨는 질문이 들려온다.


“그럼, 혹시 비책이란 게 뭡니까? 흑풍을 쓰러뜨릴 비책.”

“네······?”


그런 게 있다면 가장 먼저 알고 싶을 지경이다.


“군주님께서 피오가 승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셔서 말입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피오를 보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짜세.


“사실 그런 방법은 없는 겁니까?”

“아, 저, 그······.”


군주님과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는 피오.

가만 보자, 무슨 얘길 했더라.

가만 보자······.


‘....아.’


떠오른다.

지나가듯이 했던 말.

오더 방식을 독특하게 바꿔보면 좋겠다는 제안.


자유는 그걸 듣고 기막히다고 말했다.

아마도 비책이란 그 얘길 말한 거라 생각된다.


조금 너무 과장되긴 했지만······.


“사실 생각해둔 게 있어요······.”

“오호.”


기대하는 눈빛.

피오는 담담하게 받아낸다.


“혹시... 마이크로 컨트롤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네?”


이번엔 짜세가 당황할 차례였다.


———————


마이크로 컨트롤(Micro Control).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했던 단어.

반대말은 매크로 컨트롤(Macro Control).


매크로는 생산을 꾸준히 하는 양적인 부분.

마이크로는 조작을 정밀하게 질적인 부분을 뜻한다.


여기에서 착안한 피오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그동안 해왔던 오더는 매크로 컨트롤에 가까웠다.

다수를 한 번에 통솔하기 위한 오더.

여러 명을 다루기에 이만한 게 없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개개인을 최대로 활용할 순 없다.

개성을 고려하지 않는, 군대식 오더다.


이 방식 그대로라면 흑풍 혈맹을 이기기 어렵다.

부족한 머릿수와 전투력을 메꾸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방식.

개개인에게 별도 오더를 내리는, 이름하여 ‘마이크로 오더’.


분명 입이 쉴 틈이 없고, 많이 혼란스러울 게 눈에 선하다.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호 호 호! 재밌군요. 그럼 진심으로 상대해드릴 테니 각오하세요, 피오!”

“네, 넵! 잘 부탁드립니다, 관악 형님···!”


계획을 털어놓자 관악제갈량은 재미있다는 듯 호응했다.

마이크로 오더는 처음 해보는 방식.

많은 시행착오와 연습이 필요하다.


“천릿길에 한 걸음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천지파열무가 검대를 잡으며 각오를 다진다.


“업적작은 당분간 중지야. 최선을 다해 돕겠다.”


아마존 또한 활대를 잡고 의지를 표한다.


이밖에도 10명 넘는 혈맹원이 피오를 돕기 위해 모였다.

단지 공성전 연습이 필요하다는 한마디에.

실제 공성전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마이크로 오더를 연습하기엔 충분하다.


척. 척. 척.

더미 병사 수십이 각 진영에 늘어선다.

기사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나머지 클래스가 적당히 섞여 있는 평균적인 조합이다.


상대는 관악제갈량.

수성을 통솔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음.”


그 앞에 서 있는 거대한 기사.

다른 기사보다 2배는 되어 보이는 크기.


“...자, 잘 부탁드립니다, 철벽 형님···!!”

“그래.”


고고씽 혈맹 수호 기사 ‘철벽’.

서버 최강 방어력을 자랑하는 가디언 클래스.

철벽을 쓰러뜨리는 게 이번 모의전 목표다.


“수호 기사님을 친다니 뭔가 묘한 기분입니다.”

“ㅋㅋ 지금 아니면 언제 붙어보겠어.”

“붙어봅시다!”


피오 측 진영은 사기가 높다.

공격에 의욕적인 기사만 모아둔 덕이다.


“상시 풀피 보장해드리겠습니다.”


관악제갈량 측 프리스트 ‘뽀션’이 철벽 뒤에 서서 콧방귀를 뀐다.

서버 최강 가디언에게 힐을 준다는 생각에 설렌 상태다.


“좋아. 덤벼! 광역으로 쓸어주지.”


그 옆에 선 마법 궁사 클래스 ‘빅까츄’도 흥분한 상태다.

혈맹원 상대로 온갖 공격을 해볼 수 있다니, 이런 날이 올지 몰랐다.


그렇게 대치하는 동안, 타이머가 움직인다.

제한시간은 1시간.


“이, 이제 곧 시작하겠습니다... 형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인사하고 다시 정면을 쳐다보는 피오.

임시로 만든 성벽과 거기에 배치된 병사와 혈맹원이 보인다.


“...후우···.”


이제부터 저건, 흑풍이라 생각하며 임할 각오를 한다.


“형님들 갑니다 전체 버프 한 번씩 걸어주시고요 더미 병사 하나하나 모두 흑풍 혈맹이라 여기면서 진지하게 임해주세요 모의전이라고 해서 다를 거 없어요 성문부터 천천히 공략합니다”


시작되는 모의전.

피오 진영이 천천히 걸어나간다.

관악제갈량 진영은 성문 뒤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팟.

관악제갈량이 손에 든 부채를 높게 들려 펼친다.


“자, 모두 신나게 쏠 준비-!”

“가보자고!!”


빅까츄와 더미 궁병이 사격준비를 한다.

아직 유효한 거리가 아님에도 사격을 하려는 건 관악제갈량 특기.

수성은 시간이 절대적 지원자이므로 시간을 끌수록 유리하다.


“역시 지금부터 벌써 쏴대려는 거 보니 성문에서 아예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 같네요 다 예상했습니다 속도 늦출 필요 없고요 계속 앞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이제 개별 오더 드릴게요 오더 끊어지면 개별 오더중이라 생각해주세요”


피오는 예상했다는 듯 대응할 준비를 한다.

눈과 손이 빠르게 움직여, 개별 오더 버튼을 누른다.


“천지파열무 형 먼저 나가서 화살 어그로 끌어 주세요 [패링]이랑 [회피] 적절히 섞어 쓰시면서요 쿨타임 잘 계산해서 써주시고요”

“...오호라, 이런 거였군.”


턱을 쓰다듬는 천지파열무.

마이크로 오더란게 대체 뭔가 싶었더니 이런 재미난 짓을 시키는 일이었다니.


두말할 필요 없이, 곧바로 실행한다!


파바밧!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천지파열무.


슈우우우-


그와 동시에 쏘아지는 화살비.


“흡!”


챙. 챙. 샤악. 샤악.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내고 베어내는 천지파열무.

덕분에 본대가 나아가는 진로에 화살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호 호 호! 그렇게 나온다 이거군요.”


펼친 부채로 입을 가리는 관악제갈량.


“그렇다면······.”


더 괴롭혀 줄 수밖에.

그런 뒷말을 삼키며, 관악제갈량은 빅까츄에게 마법 준비를 지시한다.


“때가 왔습니다, 빅까츄님. BIG-불화살을 선보일 때요!”

“좋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화아아악-


성벽 위로 불꽃 버프가 펼쳐진다.

곧이어 쏘아지는 화살.

타오르는 불꽃이 그 촉에 묻어나 있다.


피오는 곧바로 다시 개별 오더 버튼을 누른다.


“아마존 형 [저항 화살] 지금 바로 날려주세요 천지파열무 형 앞쪽으로 날려주시면 됩니다 가능한 넓게 쏴주세요”

“! 알았다!”


슈우우- 파아앗!


아마존이 쏜 [저항 화살]이 날아드는 불화살을 막아낸다.

미처 막지 못한 화살은 천지파열무가 깔끔하게 처리했다.


“지금입니다 성벽에 빠르게 달라붙습니다 모두 이동 스킬 써서 달려주세요 저항 걸린 범위에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 패링하고 저항으로 당분간 불화살 계속 막을 겁니다”


파바바밧!


오더가 끝나기도 전에 빠르게 달려가는 기사들.

오랫동안 맞춰온 호흡답게 타이밍이 기막히다.


‘그런 거군요. 이게 바로 피오가 말했던 마이크로 오더···.’


그 광경을 보며 관악제갈량은 한가지 깨닫는다.


‘숙련된 개인에게 의존하는 방식. 그렇죠. 엄청난 효율이 나오는 방식이군요.’


아까처럼 방해하는 화살이 떨어질 땐 전열에 있던 기사가 피해를 받아내거나 스킬을 활용해 막는다.

보통은 여러 명이 해내야 하는 역할.

그런데 이걸 하나가 해낼 수 있다면 엄청난 효율을 가져다준다.

다른 기사는 물약이나 쿨타임을 아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방식은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지요.’


탁.

부채를 접는 관악제갈량.


드드드드드.


“!!”


화살을 막아내던 천지파열무가 성문을 바라본다.

지금 열려서는 안 되는 문.

그게 지금 열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을 보자 잠시 멍해지는 천지파열무.

그리고.


“크헉!!”


성문이 열리며 동시에 뛰쳐나온 철벽이 천지파열무를 가격한다.

생각지 못한 기습.

그와 동시에.


파파밧!


수많은 화살이 날아와 몸을 뚫는다.

쓰러지는 천지파열무.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관악제갈량이 웃는다.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한 번 시험해볼까요! 호 호 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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