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너, 게임 좀 치니?”
생각지 못한 질문.
피오는 당황한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여신님 같은 누나가 갑자기 이런 말을?
“어.. 그... 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게임 좀 하느냐, 잘 하느냐도 아닌
‘게임을 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 말에 담긴 무게감을 너무 잘 안다.
피오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대답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어.. 음...”
“.....”
시선이 느껴진다.
지루함, 짜증, 답답, 여러 감정이 담긴.
피오에겐 그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손이 덜덜 떨린다.
어찌할 줄 모르는 눈길로 바닥을 물끄러미 보는 피오.
눈을 질끈 감자, 아까 전 광경이 떠오른다.
‘저는... 이 혈맹에 들어온 게... 인생 최고 행운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만져본다.
아직 뜨겁다.
군주가 시킨 즉석 연설.
마지막 대공성전을 앞둔, 수백 명 앞에서 펼쳐 보인 피오 인생 최대 업적이자 용기.
‘쫄 거 없다, 피오야. 그냥 하고 싶은 말 하면 돼.’
입을 떼기 망설이던 피오를 움직이게 한 건 ‘자유’ 군주가 내뱉은 한 마디.
‘넌 자랑스러운 우리 혈맹 오더잖아. 그러니, 무슨 말을 해도 멋있을 거다.’
생생했던 그 말을 떠올리자 마음이 좀 진정된다.
눈을 뜬다.
대답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피오는 ‘고고씽’ 혈맹 오더로써 자세를 바로잡는다.
“...네! 좀 칩니다!”
겨우 내뱉은 대답.
“아 그래?”
생각보다 밍숭맹숭한 반응.
혹시 대답을 잘못한 걸까?
금세 자신감을 잃은 피오는 잠시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러나, 절대 감지는 않았다.
“그럼 말이야...”
일어서서 다가오는 여성.
금발. 풍만한 몸매, 예쁜 얼굴.
이런 미인이 다가오는 건 처음 겪는 일.
“헉...”
향기가 느껴질 거리가 되자 황급히 눈을 까는 피오.
얼굴이 다가오자 눈을 질끈 감는다.
숨소리, 목소리가 가깝다.
“너, 나랑 서버 하나 먹자.”
“....네?”
피오가 황급히 눈을 떠 상대를 본다.
예쁘고, 깔끔하고, 가까운 얼굴.
그러나 그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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