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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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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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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79

작성
24.02.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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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5화. 벌거숭이 공주님

DUMMY

용사 털어먹기.


벌써 하느냐? 라고 물으면 다르게 물어야 한다.


당장 해야 한다. 지금이 용사와 내 차이가 가장 적을 때. 용사는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한 순간 엄청난 속도로 강해진다.


다만 이 도적질은 실로 엄청난 작업이라 필연적으로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루드리스를 비롯한 [신디케이트]의 보스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내가 고민하는 건 어떻게 엮일까 하는 문제인데, 운이 좋아서 루드리스가 알아서 용사랑 엮어주는군. 좋아. 좋은 기회다.


1레벨임에도 불구하고 [신디케이트]의 최상층에 들어온 지금이 보스들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 나는 내가 생각한 대담한 작전을 보스들 앞에서 늘어놓았다.

왜 용사를 털어먹어야 하는지.

용사를 털어먹으면 무슨 이득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지.


“썩은 노마 제국을 아예 무너트리고 새로 갈아야 한다. 용사를 쓰러트리거나 죽이는 게 아니야. 제국과 황태녀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더 권위가 높아지지 않게 조절한다.

하늘에 선택받았다는 그자에게, 발밑 아래 하수구를 기어다니는 비천한 도적으로 한 방 먹여주고 싶다. 그리고 같은 시궁창으로 떨어트리고 싶어.”


작전 계획보다는 웅변에 가까운 것. 이미 설득된 건지 비웃는 건지, 루드리스는 뒤에서 가만히 있어서 내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속에 지껄이는 걸 쭉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반응이 있었던 건 중립 성향의 도적 조직. [패밀리]였다.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다음은 악 성향의 도적 조직. [카르텔]이었는데 반응이 상반됐다.


-나쁜 계획이 아니라고? 난 이렇게 나쁜 계획을 본 적이 없는데. 그러니 마땅히 협조하지. 노마 제국을 무너트리고 질서를 세우는 건 우리 소망이기도 하거든.


마지막으로 망설이다가 결국 선 성향의 도적 조직. [브라더후드]도 찬성했다.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의적 행위인지, 아니면 타락의 일종인지는 하늘이 판단하시겠지. 하지만, 적어도 황가에 뒤룩뒤룩하게 낀 기름을 벗겨 먹는 데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신디케이트]를 구성하는 세 조직이 전부 찬성했다.


작전명, 【벌거숭이 공주님】 시작이다.


그야말로 완전히 다 벗겨먹어주마.




본래 게임에서 용사는 하늘에 선택받은 특별한 위치였다. 그에게 대적하는 건 곧 하늘의 뜻에 거역하는 것. 타락자, 곧 마인(魔人)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용사의 말에 거역하는 것만으로 타락자 취급을 받는다든가 하진 않는다.


심지어 용사라는 걸 알고, 그가 세상을 구하는 중인 걸 알면서 공격해도 타락자 취급은 아니었다.


그럼 용사라는 지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거냐? 그렇게 물으면 그건 아니다. 특별하다. 용사를 공격하면 타락자가 되는 건 맞다.


정확히는 ‘용사를 죽이기 위해서’ 공격하면, 그건 타락자가 맞다. 순전히 용사가 하는 일을 방해하기 위해서 용사를 공격하고도 저주를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하지만 다른 명분, 요컨대 ‘용사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그의 재산을 뺏기 위해서 공격한다면’ 타락자는 안 된다.


그래. 강도짓이라도 명분으로 쳐줘. 한마디로 용사 상대로 강도는 나타날 수 있지만, 용사를 대상으로 한 쾌락살인마는 나타날 수가 없다.


이 복잡하고도 기이한 법칙이 왜 존재하느냐면, 간단하다.


원래 게임 난이도가 낮으면 플레이어가 용사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내가 하늘에 선택받은 용사니까’라는 이유로 NPC들에게 폭압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끔, 그리고 용사면서도 도중에 산적 같은 걸 만날 수 있게끔 붙은 설정이, 난이도가 높아져서 오히려 플레이어가 일반 각성자고 용사가 NPC인 상황에서도 유지된 거다.


그런 의미에서, [신디케이트]가 용사를 털어먹자고 마음먹은 계기는 너무 간단하다.


노마 제국이 해도 해도 너무하니까.

지금 제국 돌아가는 꼬라지를 볼까.


“세금도 안 내는 빈민들은 이제 제국에 필요 없다! 다들 노역 할당량을 못 채우는 놈들은 추방이다!”

“저는 다리가 하나 없는데 어떻게 일을 한단 말입니까!”

“제가 일하는 건 이해하지만, 어떻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버지와 갓난애기에게까지 세금을 걷는단 말입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처사입니다!”

“어허! 감히 용사가 노마 제국에 났는데 거역하는 걸 보니, 타락한 것들이 분명하구나! 전부 죽여라!”


끌고 가라. 도 아니고 죽여라. 그러자 뒷골목의 빈민들이 당황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병사들은 가장 주도적으로 항의한 자들을 두들겨 패고는 끌고 갔고 나머지에게 다시 일장 연설을 했다.


나는 그 모습을 [은신]한 채로 숨어서 지켜봤다. 어차피 각성자도 아닌 일개 병사들인지라 들킬 가능성은 없었다.


“참 염병할 일이야. 그렇지 않나?”


루드리스가 태평하게 말했다. 그는 [은신]한 상태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못 보는 듯 병사들은 전혀 루드리스에게 관심이 없었다. 참 고급 기술 쓰는 거 좋아하는 양반이다.


“맞아.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하늘은 세상을 버리지 않아 노마 제국의 황태녀를 용사로 선택했지.”


나는 침묵했다. 실제로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게임을 했어도 인간으로서의 감각은 무뎌지지 않는다. 언제나 불쾌한 광경은 불쾌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노마 제국은 그것을 폭정의 정당성으로 삼아 제국민들을 핍박하고 있다.”

“비제국민 핍박이라고 해야 맞겠군.”

“큭큭······. 난민과 천민은 제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긴 하니 그럴지도. 용사 임명식과 퍼레이드가 대체 뭐냐. 용사는 그냥 하늘이 어느 날 점지해주는 거고, 황태녀 앞에 세우고 퍼레이드 하느니 그 돈을 이곳 사람들한테 나눠주면 모두가 더 행복할 텐데. 그 쓸데없는 길거리 행진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지.”


나는 괜히 말이 많아진 루드리스를 쳐다봤다.


“안타까운가. 루드리스?”

“글쎄? 안타깝냐고? 뭐, 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젠 그런 감각도 잘 느껴지지 않는군. 마치 세상의 순리처럼 느껴져. 마땅히 일어나야 할 일 말이지. 그렇지만 자네는 아닌 것 같군.”


뭐, 솔직하지 않은 설정이었으니까. 나는 말을 돌렸다.


“황태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가 나왔나?”

“음. 차기 황제라는 직위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하고, 귀족, 평민, 천민. 전부 똑같이 사람으로 대우하면서 제국의 폭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성인군자라는군. 참고로 진짜다. 위선이 아니란 말이야.”

“뭐. 그러니까 용사겠지.”

“그리고 자네는 그런 용사를 털어먹으려고 하고 있어. 정말로 좋은 사람인데 말이다.”

“그게 바로 이유가 아닌가.”


루드리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비릿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럼, 직접 안내하지. 아무래도 황태녀의 별궁에 잠입하는 건 자네 실력으로 힘들 테니 말이야.”


그리고 루드리스는 자신의 섀도를 내게 덮었다.

덮은 섀도를 보자기 걷듯 치워버렸을 때, 난 벌써 황태녀의 별궁 안 복도에 들어와 있었다.

루드리스는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인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얘가 세계 제일의 도적인 걸 아는 입장에선 뭐 그렇구나 싶다. 순간이동 정도는 해주셔야지.

나는 루드리스의 인도를 따라 천천히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이 별궁의 손님방이다. 루드리스는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그곳으로 혼자 들어갔다.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져 나왔다.

언제 올 줄 알았는지 준비된 화려한 만찬은 맛보다도 이런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자의 재력을 짐작케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식탁의 맞은편에 있는 건 상당한 수준의 각성자로 보이는 호위 하나를 옆에 둔 채, 경건하게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기품 있는 아가씨.

황태녀. 용사, 선지자. 온갖 좋은 호칭은 다 달고 있는 시글로즈 메이테란이다. 사소하게 미인이고 부자기도 하다.

대단한 미인이긴 하지만, 예쁜 여자를 그리다가 극한에 이른 AI 아트가 다 거기서 거기인 미인상을 찍어내듯이, 황태녀의 아름다움은 나에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안겨줬다.


그리고 난 이 여자를 털어먹을 생각이었다.

아예 탈탈 벗겨먹어서 가난뱅이 신세로 만들 걸 생각하니 유열이 절로 흘러나오지만, 차라리 음습한 도적으로 보이게끔 나 자신을 가다듬었다.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저쪽이 나를 눈치챌 때까지 기다렸다.


“내 소개를 기다리고 있나?”


그리고 황태녀는 이미 나를 눈치채고 있었다는 듯 조용히 말할 뿐이었다. 옆에 있던 호위가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본 끝에 날 겨우 볼 수 있었고, 이내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당장은 황태녀보다 강할 저 호위가 날 눈치 못 챈 건 루드리스의 장난이겠지. 호위가 먼저 눈치채면 구도가 이상해지니까.

하지만 황녀가 날 눈치챈 건 다르다. 이건 실력이다. 그녀의 눈이 옅은 옥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선지자의 원천인 [사이킥]의 힘.

도적의 섀도가 모든 걸 흡수하고 숨기는 힘이라면, 사이킥은 거꾸로다. 선지자라는 직업의 이름답게 사이킥은 모든 걸 알아내고 밝혀낸다.

그야말로 신통력. 순수하게 정신적인 영역에서 작동하는 힘.

응용하면 적의 공격을 피할 수도, 적의 약점을 찌를 수도 있고, 그것이 아니면 적의 정신을 조작하거나 환상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용사 아니랄까봐, 튜토리얼 갓 깨고 온 나의 [은신] 정도는 파훼할 수 있었던 거다.


“시험해봤을 뿐이다.”

“나를?”

“나를. 용사 상대로는 역시 안 되는군.”


황태녀는 미묘하게 미소지었다. 호감이 느껴지는 미소다. 그녀는 정중히 권유했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다. 여기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길 바란다.”


자.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솔직히 배고파 죽겠고 이 음식은 어마어마하게 맛있을 테지만 작전은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에 나는 치밀어오르는 유열을 살짝 드러내는 것만으로 조소를 자아내며 손을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밥맛이 없어서 못 먹겠군.”

“어? 그래?”


황태녀도 딱히 식사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차린 게 없긴커녕 호화스럽기 짝이 없는 탁자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만이 퍼질 뿐이었다.

약간 머쓱한 분위기. 호위로 있는 여기사가 날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봤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넌 깨달았지?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응? 뭘 할 수 있냐고.


“아무튼 좋다. 알고 있겠지, 내 이름은 시글로즈 메이테란. 이 제국의 정당한 후계자이며, 또한 용사다.”

“냅터 잭. 도적이다. 이 역시 당연히 알겠지만.”

“레벨은 나와 같은 1이지만, [신디케이트]에서 보증할 정도로 천재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자격이 있다. 내 파티에 들어 세상을 구하자.”


좋아. 됐어. 미끼를 물었다.

이제부터 진짜 재밌어질 시간이다.

난 혼신의 연기를 다해 빈정거렸다.


“뭐······. 선택권이 있나? 불러냈으니 가야지.”


이 정도로 했는데도 눈치를 못 챘는지, 황태녀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함께할 같은 파티원을 소개해주지. 옆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당장 만나보는 게 어떤가?”


나는 그저 황태녀를 물끄러미 응시했을 뿐이다.

황태녀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시험 탈락이다. 용사. 나랑 함께하기엔 넌 수준이 너무 낮아.”


충격받아 눈을 휘둥그레 뜬 황태녀의 표정은, 진짜 저걸 보기 위해서라도 이 공략을 써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아 게임 재밌다. 맨날 용사 비위 거스르지 않으려고 조아리고 아둥바둥 노력하다가 대놓고 물멕이니까 너무 행복해.


뒤에 있는 호위가 한 발자국 나서며 적의를 보였으나, 황태녀가 제지했다.


“시험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역시 떡밥을 물었구만? 그렇겠지. 궁금해 죽을 테니까.

자신이 통과하지 못한 시험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이 천재 황태녀는 견딜 수 없겠지.

이제부터는 필사적인 밀당으로 이 대어를 낚는 일만 남았다.


“말한 대로다. 나 자신이 스스로 치른 시험은 내 쪽에서 탈락. 그리고 동시에 치른 네 능력에 대한 나의 시험은 네가 탈락.”

“······무슨 시험이었지?”

“선지자 맞나? 그걸 질문한 시점에서 이미 넌 자격 미달이야······. 심지어 뒤의 호위보다 못해. 저쪽은 통과했거든.”


황태녀가 호위를 돌아봤다. 지목당한 호위는 땀을 삐질삐질 흘릴 뿐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통과했다니.”

“전하. 그것이······.”


호위가 말하기 전에 난 빠르게 조소를 날렸다.


“너는 내가 비꼬는 걸 못 알아챘다.”

“!”

“그것도 두 번이나. 그리고 저쪽은 두 번 다 알아챘지. 사람이 비꼬는지 바른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선지자를 뭘 믿고 따라가라는 거냐······. 말마따나 사이킥의 능력이 통찰 아닌가. 그 정도 통찰력도 없어서야.”


황태녀는 심히 놀란 듯했다.

그렇겠지. 설마 도적이 대놓고 두 번이나 비꼴 거라고 생각 못 했겠지.

그러니까 능력이 모자란 게 아니라 진심으로 전혀 방비하지 않았던 거다.

물론 비꼰 걸 눈치챘어도 차이는 없었다.

애초에 상대가 내가 비꼬는 걸 눈치채면 실행되는 작전이다. 이런 실랑이 없이 작전은 그대로 진행됐을 거다.


나는 일어나서 보란 듯이 식탁을 가리켰다.


“이 식사. 대놓고 말해서 밥 빌어먹는 빈민 출신이니 감사히 여길 거라고 여겨서 호화스럽게 차린 것 아닌가.”

“그건 그저 선의로······!”

“그렇겠지. 그것까진 나도 알아. 그렇지만, 이거 솔직히 우리 둘이서 다 못 먹잖나? 이렇게 어차피 버릴 음식을 잔뜩 차릴 바에 저기 뒷골목에서 굶주린 사람들에게나 나눠주지 그래. 용사는 선하다고 들었는데 별로 착하지도 않군.”


그러자, 황태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모멸감에 치를 떠는 게 아니다.

거꾸로 죄책감에 빠져든 거다.


그야 용사니까. 착한 사람이니까. 자신의 선의가 누군가에게는 적선으로 보이고, 그리고 지독한 멸시로 느껴진다는 걸 진짜로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을 거다.


이놈은 착한 개새끼다. 진짜로 착하지만, 그럴지라도 개새끼지.

어떤 의미에선 착하기 때문에 황태녀는 평범하게 악한 귀족에서 진짜 개새끼가 되었다.


“말마따나 날 호출한 것도 그래. 다시 묻지. 거부권이 있긴 했나? 말마따나 내가 거부하면 황실 모독죄든 모욕죄든 날 수배령 내려서 쳐 죽였을 것.”

“서, 설마! 원한만으로 말도 안 되는 수배령을 내리진 않아.”

“네가 모르는 자리에서, 네가 모르는 곳에서 알랑방귀 뀌는 놈들이 알아서 그랬을 거다. 저기 명만 내리면 내 목을 치려고 하는 호위처럼.”


호위가 또 지목당하자, 호위는 찔린 듯 몸을 움찔했고 황태녀는 틀린 말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 호위는 아바마마께서. 으······.”

“황태녀를 모독하는 자가 있으면 목 치라고 내려보냈겠지. 나는 네가 모르는 사이, 네가 모르는 장소에서 목 잘릴 거다. 말마따나 거부권이 없는데 뭔 반갑게 맞이하는 척이야. 들어가서도 네 밑에서 무급 하인 짓이나 해야 했을 텐데 위선 좀 작작 떠시지. 실제로는 파티원이 아니라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상관없는 빈민가 출신 도적 노예가 필요한 거잖아.”


가능한 강하게. 가능한 과격하게.

마치 진심을 분노한 듯이.


사기꾼을 다 이래서 하나 싶다. 너무 재밌어. 사람의 선량한 마음을 이용해 먹는 재미. 막 죄책감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재미.

여태 게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선 성향 플레이만 하다가 처음 막나가 보니 너무 재밌다.


“미안하다. 냅터 잭. 진심으로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진짜 개새끼는 하룻강아지라고 하며,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 줄 몰라 호랑이에게 덤벼든다. 그래서 그 아가리로 제발로 들어간다.

그것을 호구(虎口)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며.

제 발로 함정에 빠지는 놈을 그래서 호구로 부르는 거다. 이건 갖다 붙인 말이 아니라 진짜로 어원이 그렇다.


“어떻게 사죄하면 좋겠나?


그런 착한 개새끼가 호구짓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참으면 도적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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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신디케이트 +4 24.02.25 373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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