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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무법자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3.12.01 09:37
최근연재일 :
2024.03.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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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글자수 :
198,079

작성
24.02.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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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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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화. 튜토리얼 2

DUMMY

루드리스가 알려준 혼돈의 세력의 본거지는 하수구였다.

원래 판타지의 나쁜놈들은 하수구에 자주 은신처를 만든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좁고 더럽고 어두운 곳이 좋은 모양이다.

그리고 으레 판타지가 그렇듯이, 그리고 중세 도시가 그렇듯이 하수구는 미로에 가장 질 나쁜 범죄자들 천지다. 익숙한 일이지 뭐.

하수구로 내려간 나는 섀도를 휘감아 [은신]한 상태에서 걸었다.

하수구 주민들은 애초에 위에서 퍼레이드가 있는데도 주변에 신경을 안 쓰는 이들밖에 없기에 난 그 주변을 빠르게 훑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기이한 기척이 느껴지는 장소. 게임으로 치면 그 장소 주변 테두리만 마치 클릭할 수 있게 점멸하고 있을 장소 말이다.


이 장소는 섀도로 덮여 있었다. 이곳을 눈치채도 아무도 굳이 들어올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루드리스의 정보가 아니었다면 나도 알 방법은 없었을 거다. 1레벨이니까.


난 그곳에 단검을 휘둘렀다. 섀도로 된 장막은 그야말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섀도는 물리력에 약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아싸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힘을 잃는데 감히 태생부터 아싸인 도적의 원천인 섀도가 물리적 폭력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도적은 물몸이고, 맞으면서 싸울 수가 없다.


이건 잡소리였고, 그렇게 해서 넘어간 영역은, 마치 조악한 2020년대 초기 AI로 생성한 것 같은 하수구 지형.

하수구는 하수구 지형인데 물이 어디에서 어디로 나가는지 모르겠다.

구멍은 멋대로 뚫려 있고 통로는 도시공학적인 배치가 아니라 그냥 그럴듯하게 부착되어 있었다.

계단은 나란히 다른 두 개가 있고, 철창은 비정상적으로 있었다.


천장도 바닥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뭐라 형언할 수 없지만 이게 이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것.

예쁜 얼굴을 한 미소녀의 몸과 팔다리가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는 듯한 그 초기 AI의 불쾌함이 여기 있었다.


이곳이 바로 혼돈의 영역. 혼돈마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현실을 모방해서 조악하게 뒤틀어 놓은 지형이다.


게임 내의 용어로는 이렇게 부른다. 던전(Dungeon). 혼돈에 물든 마수들과 태생이 혼돈이었던 마물들, 그리고 인류의 배신자이자 타락자라고도 불리는 마인(魔人)들이 곧 이곳에 서식한다.


난 그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들키진 않을 것이다.

저레벨 던전이다. 난데없이 안에 만렙 마인이 있어서 손가락 호잇. 해서 날 찢어 죽이는 일 따윈 없다. 그러면 게임이 너무 불합리하니까.


하지만, 그런 수준의 함정은 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 함정은 적만큼이나 골치아픈 대상이다. 고전적 RPG라고 온갖 함정이 다 튀어나온다.


이번 튜토리얼은 그 함정을 해제하는 방법을 익히는 단계기도 하다.


-지금 네 몸에 두른 섀도에 집중한 다음 지면을 타고 넓게 퍼지게 해봐라.


익히 알고 있지만 나는 잠자코 시키는 대로 했다. 나와 동화한 섀도에서 촉감이 느껴진다. 마치 그곳에 내 피부가 있는 것 같은 감각. 그리고 그것을 바닥에 넓히자 지면 전체를 내가 어루만지는 느낌이 났다.


-[함정 탐지(Detecting trap)] 섀도의 성질인 동화를 이용해서 사방으로 네 감각을 넓히는 기술이다. 조금만 더 응용하면 남의 말을 엿듣는 [도청(Tap)]이라는 기술도 사용할 수 있지.


왜 튜토리얼에서 전투를 안 하고 함정 처리를 하냐면, 도적의 주 업무가 바로 던전 함정 처리반이기 때문이다.

게임 내 모든 직업 중에서 가장 함정에 능한 게 도적이다. 함정 제작, 함정 탐지, 함정 제거. 전부 잘하는 직업은 도적이 유일하다.


물론, 따지고 보면 셋 다 못하는 직업은 거꾸로 얼마 안 되어서 어떻게 동료 조합을 짜도 자연스럽게 함정 처리조가 만들어지긴 하는 건 그야말로 함정이다.

왜 개발사는 함정 전문가인 도적을 낳고 연금술사와 선지자와 마법사와 주술사를 낳았는가. 젠장 꼽아보니 10개 직업 중 4개네. 어떻게 파티 짜도 함정 능력이 하나도 없는 게 더 힘들겠다.


아무튼, 저레벨 기본 능력만으로 함정을 파훼하는 건 도적이 유일하긴 하다.

나는 [은신]과 병행하며 [함정 탐지]를 지속했다. 자원 소모량은 두 배가 되지만 숙련도를 동시에 쌓을 수 있지.

탱커 대신 선두에 서는 도적은 주로 이 능력 믿고 앞장서는 것이다.


이 민감한 감각이 이윽고 무언가를 찾아냈다. 함정이다.

혼돈의 능력을 활용해서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 돌을 밟으면 그대로 무너지는 바닥이다.


-섀도의 성질은 세 가지가 있다. ‘흡수’ ‘동화’ ‘침투’. 이것은 물리적이기도 하고 정신적이기도 하지.

-물리적인 ‘흡수’는 말 그대로 대상에 흡착한다. 대단한 인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사람 하나의 체중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

-손에 섀도를 응축해서 벽을 빨아들인다는 느낌으로 잡아봐라. [벽호공(Climbing)]. 단순히 벽이나 천장에 붙는 기술이지만, 응용하면 물 위를 달리거나 아예 허공을 날 수도 있지.


나는 루드리스의 재잘대는 조언을 그냥 따랐다.

무시하면 나중에 호감도 낮아져서 힘들더라.


찰싹.


달라붙은 손. 난 뽈뽈거리며 벽을 타고 옆으로 넘어간다.


[벽호공]은 폼은 안 나지만 유용한 기술인 건 사실이다. 중반만 넘어도 벽과 천장을 밟고 질주하는 도적의 미칠 듯한 입체 기동력의 핵심이기도 하고.


나는 조금 더 가다가 이번에는 실을 넘어가면 벽에서 화살 세례가 날아오는 함정을 발견했다.

이것도 돌파. 다만 일부러 해제하진 않았다.

조금 더 나아가다가 발견한 바닥을 밟으면 위에서 산성액을 담은 도자기가 떨어지는 함정은 잠깐 고민하다가, 남겨뒀다. 파훼해서 써먹기 힘든 타입이다.


함정 탐지도 해제도 못하는 전사 같은 애들은 이것들 하나하나씩 다 맞아서 죽겠지만, 매번 바뀌는 게임이라도 이 튜토리얼 구간은 도적의 함정 파훼 능력을 테스트하는 거라 발견도 쉽고 파훼도 쉬운데 위력은 끔찍한 기묘한 함정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장치를 건드리면 천장에서 칼날이 꽂힌 널빤지가 떨어지는 함정.


이건 쓸만하다. 나는 섀도를 뽑아 장치 속으로 섀도를 집어넣고 역시 수족이 가늘고 길어진 듯한 예민한 감각으로 조작했다.


-동화한 섀도는 네 수족처럼 움직인다. 함정이든, 금고든, 자물쇠든 섬세한 손놀림만으로 열고 해체할 수 있지. 연습해 두면 두고두고 좋을 거다.


그래. 알겠어. 이게 어떤 구조인지 파악하는 데 별로 시간 걸리지도 않았다. 널빤지를 천천히 바닥으로 내리고 난 거기서 칼날을 하나씩 뽑았다.

투척 무기는 이걸로 확보. 꽤 괜찮군. 함정 해제한다고 그냥 함정이 뿅 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어떤 함정이냐에 따라서 오히려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도 있다.


구덩이가 파지고 아래 하수구 급류로 빨려들거나(들어가서 휩쓸리면 혼돈의 영역으로 떨어져서 즉사한다) 아니면 거대한 망치 같은 게 떨어지는 함정 같은 건 써먹기 힘들긴 하다.

하지만 이런 느낌으로 칼 같은 걸 이용하는 함정이나 독가스를 뿌리는 함정 같은 건 뒤의 장치를 조작해서 함정을 파훼하면 독이 든 병이나 칼날 같은 걸 얻을 수도 있다. 다 활용해서 쓰기 나름이다.


그래서 난 감각을 넓히고 [도청]까지 발동한 다음 적의 기척이 느껴지는 장소 빼고 모든 장소를 다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파밍했다. 독, 연막, 최루탄, 투척용 칼날, 그냥 단검. 손쇠뇌.

어우. 참 고루고루 배치해뒀네. 물론 어딜 헤매도 [함정 탐지]와 함정 파훼법을 익힐 수 있게끔 한 튜토리얼의 안배지만 기술 경험치 쌓는 데에도 재료 얻는데도 완전 날먹이다.

옛날에는 지루한 작업이었는데 작업하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공략을 생각하다 보니 이것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난 수십 개의 함정 재료를 수집했다. 물론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아공간 인벤토리 같은 것 없거든. 사람이 들 수 있는 물건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만큼이다.

그러한 물건을 만들 수도 있고, 도적은 나중에 가면 자기 능력으로 아예 섀도로 된 아공간 같은 걸 만들 수 있으니 말하자면 아공간 인벤토리가 있긴 한데······. 어쨌든 1레벨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함정을 제작할 시간이다. 기이하게도 빈민가에서 굴러먹던 내 캐릭터는 어디서 배웠는지 함정 제작법을 알고 있다.

아마 그냥 소매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빙의되기 전에도 자작 함정으로 몇 명 담가봤겠지.

일단 게임적으로는 그냥 도적 기본 숙련인 거지만.


심혈을 기울여 조합하여 이곳의 장치들을 분해하고 합쳐서 던전 안에 내가 생각해도 나홀로 집에 꼬맹이하고는 아슬아슬하게 비길 수 있을 것 같은 가학적이고 잔혹한 장치들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난 그걸 다시 해체해서 들고 다니던 작은 가방에 넣어뒀다.


-응? 뭘 한 거지?

-함정 만드는 연습.

-사용하진 않는 건가.

-더 쓸 데가 있으니까.


조금 걷다보니 [함정 탐지]+[도청]에 뭔가 걸렸다. 나는 벽에 달라붙은 다음 천장에 올라간다.

유일하게 하수구에서 좀 넓은 공간이 존재했다. 그곳에 존재하는 대략 8명 정도의 인원. 하나는 조금 거물이라 섀도가 느껴지는 각성자. 나머지 7명은 비각성자다.


하지만 틀림없이 혼돈의 일원으로 보였다.

도적 녀석이 섀도와 더불어 혼돈의 세력의 상징인 [카오스]의 일렁이는 다채색 기운을 휘감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뭐 튜토리얼 인원 구성은 고정이니 이변이 없는가 확인하는 용도였지만.

나는 [벽호공], [은신], [함정 탐지], 거기에 [도청]까지 모든 기술을 써서 섀도를 그놈들에게 뻗었다.

얘기 나누는 소리가 천장에 달라붙은 상태에서도 생생하게 들렸다.


-많은 제물을 모았군.

-이제 우리도 각성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다. 마신께서는 자비로우신 분. 너희들을 각성자로 만들어주실 것이다.


여러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 대놓고 뭔 계획을 짜는지 알려주는 건 역시 튜토리얼 특유의 배려다.

난 저놈들이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을 확신하며 조심스레 천장으로 쭉 기어갔다.

이대로 기다리면 저놈들이 할 일 있다고 흩어지고, 난 보스만 암살한 다음 몰래 저놈들의 재산을 챙겨서 나가면 된다. 그게 권장하는 플레이다.


그래서 난 기술을 풀고 즉시 천장에서 떨어졌다. 흩어져 있던 섀도가 일제히 응축되어 내 단검을 휘감았다.

도적의 밥줄. 전매특허. 근본인 [암습(Sneak attack)]. 루드리스의 설명이 없어도 쓸 수는 있다.

섀도를 휘감은 일격을 적들의 대장 뒤통수에 작렬시키며 난 은밀하게 떨어졌다.


우당탕탕탕! 와장창차앙창!


어쨌든 단검 찌르는 소리는 안 났으니 은밀하게 떨어진 것 맞다.

도적의 [암습] 공격력은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수준이다.

낙하하며 체중 싣고, 단검 공격력을 더한다. 거기에 기습이면 무조건 치명타 판정, 치명타면 치명타 배율 대폭 증가. 거기에 섀도라는 원천을 통해 물리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 피해까지 들어가니 나름 혼돈의 힘을 내려받은 마인조차 절명시킨다.

사실 이게 문제다. 이거 한 방 쓰고 나면 적에게 발각되니까 기습을 못 해서 추가딜이 전혀 안 되니 도저히 도적을 주력 대미지 딜러로 써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장은 사망. 그리고 난 은밀하게 외쳤다.


“이 사악한 혼돈의 종자들아! 신디케이트의 냅터 잭이 몸소 상대해주마!”

“?!”

-?!


모든 섀도를 전부 [은신]에 퍼부은 채로 외쳤으니 은밀한 거 맞다.

어차피 할 수 있으면 전투가 편하다. 도적답게 은밀하게 다 죽이고 물건을 가져오자.


이놈들은 아주 하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검 들고 일어섰다.

나는 어차피 발각됐겠다. 은신의 회피 보정을 믿고 먼저 몸을 뒤로 날렸다.


그리고 이놈들이 깔아둔 함정용 대형 쇠뇌를 꺼내 한 방 쏘았다.


투—웅!


맞은 놈은 즉시 몸이 화살에 꿰뚫려 즉사. 보다시피 게임에서 대형 쇠뇌는 가히 필살기 취급이다.

역사 고증이다. 일단 장전해 뒀다가 전투 시작하자마자 갈기면 어지간하면 한 명은 즉시 죽인다.


도적은 그리고 쇠뇌 숙련이 기본적으로 있다.

대형 쇠뇌를 쏜 나는 즉시 그걸 달려드는 다른 놈에게 집어던져서 돌격을 저지하고, 이번에는 역시 함정에서 찾은 아담한 손쇠뇌를 꺼내 쐈다.


“윽!”


연속 발사는 불가능하지만, 비각성자를 상대하는 데는 충분한 무기지. 이걸로 또 한 명 처치.

달려드는 다른 녀석에게 다시 손쇠뇌를 던지고, 난 몸을 구르면서 양쪽으로 단검을 던졌다.

비각성자 둘이 투척 공격을 얻어맞고 동시에 쓰러진다.


이걸로 비각성자 네 명을 처치했다. 남은 건 비각성자 세 명.


난 부리나케 뒤로 도망쳤다. 아니, 당연하지만 도적은 정면 싸움을 하라고 있는 직업이 아니라서 이렇게 기습하고 나면 정면에서 칼잡이 셋을 상대할 수 없다.


“신디케이트의 하수인! 죽여주마!”


난 가장 빠르게 뛰어온 놈을 향해 몸을 돌려서 내가 들고 있는 곤봉을 집어던졌다.

쫓아오는 놈에게 던진 게 아니다.

천장에 있는 산성액이 담긴 도자기에 말이다. 함정 중에서 일부러 안 깨트렸던 그것.


쨍그랑!


“끄아아아악!”


그리고 앞에 오던 놈은 산성액을 말 그대로 뒤집어썼다. 이걸로 한 놈 처리.


“이 자식!”


두 놈 남았다. 나는 적당히 도망친 다음 바닥에 있는 실을 끊었다.

역시 벽에서 튀어나온 화살 다발을 얻어맞고 그놈이 쓰러졌다.


원래 함정은 들키면 적에게 이용당하는 거다.


“와봐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밟으면 무너지는 구덩이 함정 뒤에서 당당히 외쳤다. 세 번째 놈은 말없이 내게 달려들었다.

설마 세 번째도 이 술수가 통하냐고? 적은 바보가 아니다. 지들이 깔려준 함정을 두 번이나 역이용했는데 그걸 그대로 밟혀줄 리가 없다.

이건 이렇게 쓰는 거다.

나는 단검을 들고 나한테 달려드는 그놈 앞으로 걸어가서 오히려 스스로 구덩이 함정을 밟았다.


“뭣!”


하수구를 근본으로 왜곡된 공간이다. 무너진다고 해도 작은 구멍이 날 뿐이다. 그리고 그 작은 구멍의 ‘두께’는 단단하고 두꺼운 하수구 바닥과 동일한 것이고.

나는 부서진 벽돌 벽에 몸을 숙여서 달라붙었다. 그놈은 설마 적이 아래로 가라앉을 줄은 몰랐는지 허공을 덮쳤을 뿐이었다.

놀란 듯 몸을 황급히 돌리는 적.


“어, 어디갔어!”


그리고 이놈은 이 상황에서 방심할 정도로는 멍청했다. 물론 나는 구멍에서 옆으로 내달려서 이미 그놈 뒤통수로 돌아온 상태였고.


스걱!


저레벨 최강의 공격기. [암습]으로 목을 따는데도 성공했다.

난 죽은 놈의 품에서 단검과 돈 몇 푼을 챙겼다. 투척용 나이프도 많은데 굳이 던지진 않았네. 맞출 자신이 없었나? 일단 그것도 다 챙겼다.


그리고 온 경로를 그대로 돌아가 화살비를 맞고 쓰러진 놈에게서 볼트(석궁 화살)를 일일이 뺀 다음, 아직 안 죽은 놈에게 다트 집어던지듯 가까이서 집어던져서 확실하게 죽였다.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화살을 뽑고, 호주머니를 뒤지고. 산성액을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회복하는 놈에게 다시 주운 단검과 화살을 처박아 줬다.


다 죽였고 함정도 없으니 이제 느긋하게 돌아간다.

내게 한 방에 죽은 보스는 좋은 단검이 있었는데 혼돈에 물들지 않은 명품 단검이라 한동안 잘 쓰겠다 싶었다.

초반에 얻을 수 있는 고급 장비지.

그 외에도 돈이 든 자루. 여러 문서, 그 외에 도적이 쓸만한 장비품과 저급 물약 몇 개가 있었다.

일단 이건 보상이니까 다 챙기면 되고. 보스의 가슴을 찢고 묘한 구슬 같은 걸 꺼낸다.


일렁이는 혼돈. 사람을 카오스 각성자로 만드는 [카오스 오브(Chaos orb)]. 부수자 영혼의 격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경험치가 올라갔단 얘기다.

이 게임 경험치는 두 개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캐릭터 경험치고 다른 하나는 기술 경험치다.

캐릭터 경험치는 이렇게 혼돈의 세력을 처치하면 얻을 수 있고, 실제로 적과 싸우면서 얻는 건 기술 경험치. 기술 경험치를 열심히 쌓으면 다른 기술을 개방하거나 기존 기술을 강화할 수 있다.

뭐, 일단 도적은 그렇다는 거다. 직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물건도 다 챙겼겠다. 던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카오스 코어(Chaos core)]가 그놈들 있던 곳에 놓여 있어서 나는 그것도 단검을 내리쳐 부쉈다. 혼돈을 쓰러트린 계기로 내 안의 힘이 충만해지는 걸 느꼈다.

또다시 경험치 대폭 획득. 지금은 돈보다는 이게 낫다.

그러자 일그러진 공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던전에서 쫓겨나 정상적인 하수구로 돌아왔다.

혼돈의 영역에 남겨뒀던 모든 물건은 사라졌지만 알뜰살뜰하게 다 썼으니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다 일을 마치고 등을 돌린 순간.


“이토록 대단한 인재를 만난 적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마치 수십 번은 싸워본 것 같아.”


돌아본 자리엔 루드리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난 그저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다.


“[신디케이트]로 초대하지. 잭. 이제부터 자네도 이곳 조직원이다.”


튜토리얼 신속 종료. 이제부터 본게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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