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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ne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자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Heine
작품등록일 :
2024.02.09 09:40
최근연재일 :
2024.04.01 15:33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2,463
추천수 :
19
글자수 :
379,540

작성
24.03.3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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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카데미편 기원의 시(1)

DUMMY

챙! 챙! 푸슛! 챙!


에르아와 카밀라가 예배당에서 잠시 멀어져 재정비를 하는 동안, 예배당 안쪽에선 아인과 지배당하고 있는 서나정이 합을 겨루고 있었다.


아인은 나정의 검격을 막아내는 게 반, 얕게 피격당하는 게 반이었다.


“크윽, 젠장!”


마이어 부자를 봉인해놓은 것 때문에 추가로 기원 에너지를 소모해 새로운 마법을 시전할 수도 없었다.


몇 번 깊숙하게 찔릴뻔한 위기는 폴라리스가 막아주었지만, 치유의 신의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기원 에너지가 소모됐다.


즉, 그녀의 기원에서 매시간 흘러나오는 기원 에너지가 유한한 이상 언제까지고 합을 나눌 순 없었다.


열심히 검을 맞대며 뛰어다니던 아인은 그만 나정에게 팔을 잡히는 걸 허락하고 말았다.


“쿠억!”


명경류 유술 · 구름떨구기에 당한 아인은 바닥에 처박혔고, 곧이어 내리쳐지는 오른손의 검격을 양손으로 막아냈다.


폴라리스의 마지막 기원 에너지를 쥐어짜낸 보호막은 왼손의 검격에 파괴당하고, 자세가 흐트러진 아인을 향해 다시 오른손의 찌르기가 날아왔다.


‘피할 수가······ 없어!’


우뚝.


아인의 눈앞에서 나정의 검이 멈췄다.


“으윽······ 하아······ 아인······!”


나정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붉은색으로 물들며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야, 너······!”


아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나정을 바치며 일어섰다.


“허억······ 풀려난 건가······?”


전투가 지속되며 나정의 몸을 잠식한 살기 덕분에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애시당초 나정에게 걸려있던 것은 라플라스에게 걸려있던 것과 같은 하급 암시.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는 서나정의 정신을 고작 암시 따위가 언제까지고 장악할 수는 없었다.


“이야, 너 나 진짜로 죽이려 그러더라?”


“나중에 보상하겠네.”


나정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신살자? 어느 틈에 암시에서 벗어난 거죠?”


돌아온 프쉬케가 당황했다.


“너희 이제 큰일 났다, 야.”


아인이 놀리듯이 말했다.


“흥······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붉은색 글씨가 떠오르며 프쉬케가 검은 안개를 내뿜었고, 무명의 팔다리도 나정을 향해 날아왔다.


나정은 검을 크게 한번 휘둘러 검은 안개를 깨끗하게 몰아내 버리고, 묵직한 4연격으로 무명의 팔다리를 모두 건물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원래도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른 것 같은데? 진짜 신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가?’


아인은 새삼 나정의 전투력에 감탄했다.


서나정의 기원은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 신을 살해한다』.


그들은 거짓 신을 마주하고 있었고, 나정에게 적대적인 신과 마주하는 동안 나정은 기원의 보정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지직— 피슝!


땅에 처박혀있던 무명의 팔다리가 다시 날아들었다.


“신살자!!”


프쉬케의 공세도 심해졌고, ‘성소’가 된 교회에서 생산되는 사도들도 예배당 안쪽으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정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명경류 3형 · 안개십문자, 4연!”


네번 연속된 십자베기로 순식간에 무명의 팔다리를 베어내자, 각 팔다리에서 피와 마력입자가 터져 나왔다.


“크윽, 신살자!”


무명이 십자로 갈라진 자신의 팔다리를 회수했다.


나정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안개십문자, 8연!”


무명의 몸통 쪽으로 돌아가는 팔다리를 집요하게 추적해 각 팔다리에 두 번씩, 총 8번의 십자베기를 가했다.


하나의 은빛 실선을 그려낸 횟수만 따지자면, 16번 갈라버린 셈이었다.


더욱 잘게 쪼개지며 터져 나오는 피와 마력입자들이 나정의 이동방향으로 짙은 안개를 만들어냈다.


무명은 이들 일행과 마주한 이후로 당황하는 표정을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땅에 착지한 나정이 다리에 힘을 집중했다.


단순히 도약을 준비하는 것만으로 땅에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안개십문자.”


양손의 검을 강하게 쥐고, 나정이 무명의 팔다리를 향해 도약했다.


“128연!!”


촤촤촤촤촥!


나정은 전진하면서 각 팔다리에 32회씩 십자베기를 가했다.


총 256번 베어낸 무명의 팔다리는 이제 미세한 모래 정도의 크기로 분열되었다.


무명은 계율을 부여받은 이후로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필그림이 모시는 지배의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수신”의 계율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그로 인해 무명은 자유자재로 자신의 몸을 분리하고 이리저리 조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리되는 한계점이 어디인지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잘게 쪼개지는 상황 같은 건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명은 계율을 부여받은 이후 처음으로 죽음을 걱정해야했다.


256번 쪼개지면서 고농도의 붉은 안개가 피어났고, 무명의 팔다리를 완전히 작살내고 안개 속에서 튀어나오는 핏빛 눈동자.


서나정과 마주한 무명의 몸통은 순식간에 공포감으로 굳어버렸다.


“히······히이익! 젠장, 계율이 제한된 상태만 아니었어도!”


머리만 온전하다면 살 수 있었기에, 무명은 머리까지 256등분 나기 전에 재빠르게 몸통과 머리를 분리했고 프쉬케에게 날아갔다.


“안개십문자, 128연!”


무명의 판단은 정확했고, 그의 몸통은 팔다리와 마찬가지로 256등분 나게 되었다.


데구르르—


프쉬케의 앞으로 무명의 머리가 굴러 왔다.


“저건 좀 위험합니다, 프쉬케! 전 계율이 완전하지 못하고, 당신은 본체가 아니잖습니까! 아무래도 후퇴해야······.”


“그런가요. 뭐, 거짓 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우상후보자의 확보는 후퇴한 뒤에 다시 시도해도······.”


프쉬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나정의 얼굴을 마주했다.


“명경류 2형 · 연한 바다 물빛.”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은빛 실선을 그려냈다.


은빛 실선이 완전히 그려지고 나서야 세찬 파도소리와 함께 프쉬케의 몸이 두동강났다.


“크윽, 젠장!”


“후우우······.”


나정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분리되고 합쳐진다면 더이상 합쳐지지 못할 때까지 분리시킨다.’


“명경류 3형 · 안개십문자!”


다시금 바닥을 부수며 나정이 돌격했다.


“128연!”


무명의 몸체를 공중에서 64번, 바닥에 착지해서 64번.


엄청난 속도로 왔다갔다하며 256번의 참격을 가했다.


‘죽여도 부활한다면 더이상 부활하지 않을 때까지 죽인다.’


안개십문자로 만들어낸 짙은 피안개 속에서, 사냥감을 포착한 붉은 눈동자가 튀어나왔다.


“신살자, 후회하게 될겁—!!!!”


프쉬케가 차마 한 문장을 온전히 뱉어내기도 전에 몸이 두동강 났다.


나정에게 베이며 뒤쪽으로 튀어 나간 상체에서 하체가 순식간에 재생됐지만, 나정은 기어이 이를 추격하며 또다시 두동강냈다.


부활의 순간에서 프쉬케가 마법으로 송곳을 만들어 발사했지만 나정은 공중에서 자세를 제어하며 그마저도 양손 베기로 뭉개버리고, 또 한 번 프쉬케의 신체를 갈라버렸다.


그렇게 베이고 터져나가고 재생하고, 베이고 터져나가고 재생하고를 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나정은 바닥에 착지했다.


“헉······ 헉······ 신살자, 들어보세요! 주신께서 당신을!”


나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돌진해 또다시 프쉬케의 몸을 갈라버렸다.


“끄으윽······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한번 반으로 갈라버리면 뒤쪽으로 날아가는 상체에서 하체가 재생되고, 따라붙어서 또 반으로 갈라버리면 또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종종 자세를 바꿔 가로베기에서 세로베기로 전환하기도 했다.


여지없이 재생되는 프쉬케의 몸을, 나정은 쉴 새 없이 따라붙으며 반으로 갈라버렸다.


“끄윽······ 끄아아아악!”


100m 가량을 전진하면서 수없이 많은 참격을 날린 뒤, 프쉬케의 심장을 향해 왼손의 기검을 찔러넣자 드디어 프쉬케의 재생이 멈췄다.


“지배의······ 신이시여······.”


프쉬케는 유언과 함께 축 늘어져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도 없는 참격에 완전히 가루로 변해버린 무명의 신체도 제자리에서 진동하기만 할 뿐 더이상 합쳐지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끝이군. 지배의 신······ 이라고 했었나.”


동료들에게로 돌아온 나정이 잠깐 숨을 고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배의 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치유의 신이나 계약의 신, 심판의 신 말고도 현현하고 있는 신이 있었어?”


“프쉬케와 무명은 자신들이 지배의 신을 따르는 ‘필그림’이라고 했어.”


“필그림······ ‘순례자’들이라.”


예배당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사도들도 얼추 정리되었다.


교회 입구에서 에르아와 카밀라가 대다수를 정리했고, 두 사람을 뚫고 예배당으로 돌아오는 건 아인과 폴라리스가 처리했다.


교수의 말마따나, 사도들 각 개체의 전투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폴라리스조차 지팡이를 휘두르며 사도들의 머리통을 날리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우왁, 죄송해요! 에피오네님, 힐데가르님, 성스러운 셉터를 이런 식으로 사용해서 죄송해요! 근데 은근 재밌네요······.”


폴라리스는 퍽퍽 터져나가는 사도들에게서 나름의 재미를 찾았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거짓 신, 베니뿐이었다.


“베니······.”


신격화가 모두 끝났는지, 베니는 자아를 잃은 상태였다.


“베니, 정신차려!”


나정의 간절한 외침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신도들이 자신에게 비는 기원, 염원, 소원에 완전히 잠식당한 베니는 그저 그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도구에 불과할 뿐.


“소용없어, 나정아.”


“와아, 제일 성가셨던 둘을 깔끔하게 없애버렸네.”


다시 예배당 안쪽으로 에르아와 카밀라가 돌아왔다.


“애초에 신이 될 그릇이 없었던 자에게, 강제적으로 염원이 모이게 되면 결국 자아를 잃어버리고 단순히 기원을 실행해주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거야. 베니는 이미······.”


베니의 입이 열리고, 엄청난 괴성이 터져나왔다.


“끄윽!”


권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아인 일행은 거짓 신이 발생시킨 충격파에 모두 예배당 입구 쪽의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아인 일행의 눈앞에 상태창이 새로 하나 떠올랐다.



========================

【거짓 신 베니가 [권능 : 헤르반로시를 향한 증오의 마음]을 발동합니다.】


헤르반로시 학원 소속이면, 모든 능력이 크게 약화됩니다.

========================



상태창은 세계에 각인된 절대적인 법칙과도 같은 것.


일개 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능력을 사용할 때 상태창이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백 년 동안 내려베기를 수련했다 한들,



========================

【서나정이 [기술 : 내려베기]를 발동합니다.】


굉장히 강하게 내려벱니다.

========================



이런 창이 떠오를 리는 만무했다.


“권능을 사용하는 건 처음 보는데? 신의 능력은 상태창으로도 띄워 주는 거야?”


“치유의 신 힐데가르께서 사용하시는 건 몇 번 봤지만, 당하는 건 저도 처음이네요.”


“다행히 마르틴 교수님의 예측이 맞았네.”


“응, 자퇴하고 오길 잘했어.”


“재입학시켜주시겠죠······.”


폴라리스가 울상이 되었다.


“살아 돌아간다면 말이지.”


아인이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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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아카데미편 학과 대항전 - 8강(1) 24.03.11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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