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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쟁이 은서우입니다

휘린(輝潾) 3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은서우
작품등록일 :
2015.11.16 21:34
최근연재일 :
2017.12.13 10:39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1,277
추천수 :
535
글자수 :
133,561

작성
15.12.04 01:01
조회
1,366
추천
16
글자
17쪽

제1장. 황금빛 환상(02)

DUMMY

7월 15일, 이틀간 세차게 내렸던 소낙비가 잠시 멎어들었다. 하늘에는 우중충하던 잿빛의 장막이 걷어지고 새파란 능견이 드넓게 펼쳐진 아침, 청성당은 청량수처럼 시원스럽고 발랄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허면 오라버니, 저랑 내기해요!”



좀처럼 희망을 놓지 못하고 끊임없이 도전을 외치는 눈빛을 대면하는 서현의 표정에는 ‘난감’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역시 누이는 결코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성싶었다.



“내기라니? 설마 그 내기에서 네가 이기면 오늘, 세희와 단둘이서 황궁 밖으로 잠행에 나서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의미냐?”


“당연히 그래주셔야지요. 그게 바로 이, 내기의 조건인걸요.”



소영은 활짝 웃었다. 내기의 승자는 무조건 본인이라고 확언하듯이 의기양양했다. 서현은 어처구니가 없어하면서도 소영에게 물었다.



“그 내기가 무엇이냐?”


“먼저 약조부터 해주세요. 내기에서 오라버니께서 지시면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거예요.”


“그래. 그렇게 하마.”



서현은 대답하면서 곁눈으로 살짝 세희의 표정을 살폈다. 소영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세희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긴장한 기색을 띠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서 지아비와 시누이 사이의 실랑이를 지켜보는 것이리라.


서현은 금방 알아차렸다. 소영이 공연히 아침부터 청성궁을 찾아와서 세희와 함께 황궁 밖 나들이를 나서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세희는 지아비의 입장을 생각해서 차마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모처럼 바깥나들이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지난 며칠간에 지독한 여름감모에 시달리면서 좀처럼 운신하지 못했기에 더욱 그럴 터.


물론 서현은 세희가 청성궁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좀 더 몸조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내의 바람을 냉정하게 잘라내기도 어려웠다. 서현이 세희 때문이라도 결국 소영의 간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소영이 그 내기라는 것을 굳이 입 밖으로 내놓지 않더라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정이 내려졌다.



“내기는 아주 간단해요. 오늘 세희가 저를 보았을 때, 처음 했던 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맞추시면 된답니다.”


“뭐?”



헌데 소영의 그 내기도 제법 황당했다. 뜻하지 않게 내기의 열쇠를 지닌 사람이 된 세희는 조금 당혹스러워했다. 세희가 소영과 함께 황궁 밖으로 놀러나가는 것만을 우선시한다면, 서현의 입에서 어떠한 답변이 나오든 내기에서는 무조건 소영이 이길 수밖에 없었다. 설령 서현이 정답을 말한대도 소영이 그게 아니라고 우기고 세희가 소영의 주장을 지지한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소영이 당차게 청성당에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오라비를 졸랐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김현강은 아화궁 공주님의 고집은 역시 아무도 못 당하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각자의 상전들을 모시느라고 청성당의 집무실 안에 들어와 있는 항아 정예진과 황유리는 슬그미 미소를 지었다.


서현은 정말 어이가 없다고 대꾸하듯이 하! 하고 헛웃음을 쳤다. 그럼에도 하나뿐인 누이는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생글거렸다.



“허면 오라버니부터 말씀해주세요. 세희가 오늘 제게 처음 한 말이 무엇일까요?”


“아니다. 내가 졌다. 오늘은 네 원대로 하려무나.”



드디어 오라비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소영은 기뻐했다. 표정이 환해지는 것은 세희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그런데 오라비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건이요? 무엇인데요?”



소영은 눈을 깜빡이면서도 오라비의 말문을 억지로 닫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오라비가 자신과 세희의 바깥나들이를 확실히 허락해줬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므로.



“나와 현강이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와 세희, 단둘이만 황궁 밖으로 내보낼 수 없어. 일전에도 둘이서만 나갔다가 세희가 곤경에 처하지 않았었니?”



소영은 뜨끔했다. 거의 4개월 전의 일을 아직도 언급하는 오라비가 조금은 얄밉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아니라고 우길 수는 없었다. 매사에 정확한 오라비에게 고작 받아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단둘이라니요? 그때 분명히 류지혜 항아랑 김류화 항아도 함께했었다고요. 그리고 어쨌든 세희도 무사히 환궁했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요.”



라는 볼멘소리뿐이었다. 역시나 오라비는 소영이 슬쩍 내놓는 변명에까지 경청해주지 않았다.



“때마침 오후에 예정되었던 회의가 취소된 덕분에 나도 오늘은 제법 한가하다. 현강이야 잠행에 나선 영친왕을 호위한다는 명분 아래에 외근으로 빠지면 되고. 허면 어떠하냐? 이 오라비가 내세우는 조건을 받아들이겠니?”



서현은 소영에게 물었다. 소영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슬그미 세희를 보았다. ‘오라버니들이 함께 가도 괜찮지?’라고 시선으로 의견을 물었다. 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비밀스러운 목적을 가지고서 황궁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니, 이왕이면 다들 함께 가는 편이 더 좋겠다 싶었다. 그것은 소영도 마찬가지였다. 오라버니들이 함께해 준다면 자신과 세희가 더욱 안전해지니, 구태여 조건을 마뜩찮게 여길 게 없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물주’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좋아요! 서현 오라버니와 현강 오라버니도 함께 가요. 현강 오라버니, 우리랑 나가도 괜찮지요?”



소영이 예의상 건네는 물음이었지만 현강은 쾌히 답변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당연히 따라나서야 하지요.”



어떻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될 수 있느냐고 말로 꼬집을 사안이 아니었다. 영친왕과 영친왕비, 공주께서 호위 하나 없이 황궁 밖으로 잠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으니. 존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금위영의 중장으로서 무조건 따라나서야 한다.


현강의 동의까지 확실하게 받아낸 소영은 이제는 정예진과 황유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리 항아들은 황궁에서 편히 쉬고 있으세요. 오라버니들이 동행해주시니까 이번에는 우리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신 누가 청성궁에 와서 서현 오라버니를 찾는다면 적당히 둘러대 줘.”


“예, 이쪽은 걱정하지 마시고 공주마마께서는 영왕비마마와 함께 즐겁게 다녀오시옵소서.”



유리는 상냥하게 답변했다. 예진도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면 상황이 정리되었다고 판단한 소영은 가볍게 두 손을 마주쳤다.



“그러면 이젠 슬슬 출타할 준비를 할까요? 우선은 활동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어야겠지요?”



다만 명랑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온전히 흩어지기도 전이었다. 전혀 뜻밖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객이 집무실과 부관실을 구분 짓는 장지문을 건너왔다.



“다들 이곳에 모여 있었네.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재미나게 나누기에 사람이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당상관을 의미하는 붉은색의 관복 차림새에 한손에는 끈으로 매듭지어진 두루마리문서를 들고 온 그 사람은, 이서현의 또 한 명의 친우인 정진우였다. 그는 호부상서로서 상서령인 영친왕에게 공무상 잠시 의논할 일이 있어서 청성궁으로 걸음을 놓을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호위를 맡는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황궁 밖으로 따라나서야 하는 김현강이 아주 적절한 시점에 나타난 정진우의 사정까지 세심히 봐줄 리가 없었다. 현강은 진우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손가락으로 똑똑히 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좋아! 정진우, 너도 무조건 함께 간다!”


“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닌 밤에 홍두깨나 다름없는 지명이 진우는 황당했다. 더군다나 연이어 소영이까지 서현을 보면서,



“오라버니, 그럼 진우 오라버니도 함께 나가는 건가요? 저와 세희는 진우 오라버니까지 동행해도 상관없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우는 반사적으로 헛웃음을 쳤다. 문지방을 넘기 전에 앞서 들었던 말들을 되짚어 보면, 금방 전까지 집무실에서 어떠한 말들이 오고갔는지를 어렵지 않게 추정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도 황궁 밖의 잠행에 무조건 따라나서야 한다고 결정되었음도 깨달았다.



“잠깐만, 김현강. 자네는 지금 내 손에 들린 이게 무엇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진우는 관문서를 살짝살짝 흔들어보였다. 그러나 현강은 전혀 굴하지 않았다. 마치 금위영에서 죄인을 취조하듯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서 진우에게 따져 물었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너, 솔직하게 말해라. 그거 화급을 요할 만큼 아주아주 긴급하고 중요한 공무냐?”


“아, 그렇게까지 다급한 사안은 아니네. 그냥 상서령의 의견을 들어보았으면 해서 가져와본 것이랄까······?”


“그러면 모양 빠지게 내뺄 거 없겠네. 너도 무조건 동행이다! 그 똑똑한 머리로 생각해봐라. 영친왕 전하와 영왕비마마, 공주마마의 안전보다도 더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냐?”



현강은 판사처럼 다시금 정진우의 일정을 결정지었다. 친구 녀석이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려버리니, 진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어깨만 한번 으쓱이고 말았다.



“······뭐, 금위중장께서 이, 한 몸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신다면 함께 가야지. 별수 있겠나?”



진우는 순순히 응수하고는 서현에게로 눈을 옮겼다.



“허면 나도 영친왕과 영친왕비, 소영 공주마마의 수행인으로 함께 황궁 밖의 외출에 나서는 것인가?”


“흔쾌히 동행을 허락해줘서 고맙네.”


“자네야말로 싱거운 소리를 하는군.”



진우도 잔웃음으로 서현에게 답변했다.


만일 김현강과 정진우가 공적인 관계에만 머무르는 사이였더라면, 절대로 성사되지 않았을 ‘요구와 수락’이었다. 현재 한의 관직체계상 금위영의 무관인 금위중장은 정4품이고, 호부의 수장인 호부상서는 정2품이었다. 다시 말해 정진우가 김현강보다 한참 상관이었던 것이다.








모처럼 성사된 황궁 밖 나들이는 소영의 주도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장진가. 그곳에서 연희장(演戲場)에서 요새 장안의 화재라는 가무희(歌舞戱, 극적 줄거리를 노래와 춤으로 나타내는 공연 양식)를 관람하고, 황경의 사람들 사이에서 소위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가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다. 그다음에는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 새처럼 다양한 애완동물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서 동물들을 구경했다. 빛깔이 곱고 아담한 몸체에 우는 소리가 맑고 아름다워서 귀족가의 영애들이 관상용으로 많이 찾는다는 금사조(金絲鳥)를 보자, 소영은 당연히 제 오라비를 찾았다. 금사조가 지저귀는 소리에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린 소영은 오라비로부터 기어이 선물을 받아냈다.


행인들을 대상으로 파는 길거리음식을 주전부리로 입을 즐겁게 하고는 또다시 장소를 이동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앞장서서 길을 잡은 사람은 소영이었다. 소영은 사실 이곳에 오기 위해서 황궁 밖을 나섰다고 신나게 떠들면서 장진가의 어느 화방(畫房)으로 향했다. 간판에는 굵은 글씨체로 ‘木蘭 畫房(목란 화방)’이라고 쓰여 있었다.


목란 화방은 넓은 규모에 신식으로 단장한 화방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규모에 웬만한 화구는 다 취급하는 점포였다. 주인장이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양반—들리는 말로는 본디 화가가 되기를 소망하였으나 재능이 모자라서 화사(畫師)의 길을 포기했다고도 한다—인지라, 특히 양질의 종이와 붓, 물감들을 두루 갖춰놓았다. 진귀하거나 특이해서 다른 화방에서는 쉬이 구하기가 어려운 그 어떠한 색채의 물감들도 목란 화방에서는 하루나 이틀 정도면 금방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서 소영이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물감은,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진홍과 드넓고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감청이었다. 주인장은 채료(彩料,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모든 물감)가 담긴 옥합(玉盒, 옥으로 만든, 뚜껑이 있는 작은 그릇)들을 하나씩 열어서 보여주면서 찬찬히 설명했다. 까다롭게 선별한 좋은 재료로 만들었기에 어느 종이에 사용하든 채료의 색감이 처음처럼 아주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설명에 소영의 눈은 더욱 보석처럼 빛났다.



“정말 변색되지 않고 십 년은 가뿐히 넘긴다고요?”



부황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공주로서 화구들도 최고급만 사용하지마는, 미처 사용해보지 못한 제품이라면 그저 무조건 욕심부터 나나 보다. 소영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오라비를 불렀다. 그것도 아주 들뜬 목소리로.



“서현 오라버니, 어서 이리 좀 와보세요! 발색이 정말 훌륭해요!”



세희와 단란히 화필(畫筆,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붓)을 차례대로 살펴보던 서현은 어쩔 수 없이 누이의 부름에 응해야 했다. 반사적으로 나직이 한숨을 흘리는 서현을 보면서 세희는 빙그레 웃었다.



“어서 가보세요. 아가씨께서 이번에 장진가로 나오면 꼭 사고 싶었던 것이라고 하잖아요.”


“알겠소. 당신도 마음에 드는 화필을 하나 골라보시오. 당신이 사용하기에 편한 것으로요.”



서현은 다정한 미소와 함께 말을 남겨두고는 먼저 누이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희도 다시 붓걸이로 눈길을 옮겼다. 그녀는 붓을 하나 집어서 손끝으로 만져서 호의 감촉을 확인하고 촉의 상태를 살폈다. 붓대도 손에 잘 잡히는 것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세희는 이것으로 사야겠다고 결정하고는, 고개를 들어 현강과 진우는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했다.


화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현강은 아예 점포 안의 한곳에 자리를 잡고서는 손님들 가운데 수상스러운 자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반면에 진우는 한쪽 벽에 전시용이자 판매용으로 걸려 있는 화폭들 앞에 서 있었다. 그 한자리에서 어떤 그림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세희는 호기심이 일었다. 진우 님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과연 무엇일까. 세희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옆자리로 마지막 걸음을 놓기 직전, 세희는 족자의 그림을 보고서는 바로 알아차렸다.


매화도(梅花圖)—높이는 나지막하지만 제법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의 가지들마다 고상하게 피어 있는 붉은 매화들. 무론 이름난 화공의 작품답게 필치나 색감이 훌륭하기는 했지만, 그 그림 자체가 정진우의 관심을 오롯이 붙잡은 것이 아니었다. 그림들 가운데 특히나 매화도를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정진우로 하여금 그 앞에 서게 만들었다.


이만하면 적당하다고 말하듯이 매화도를 보면서 고개를 까닥이는 진우의 옆으로 세희가 섰다. 세희는 생긋이 웃음빛을 띠며 슬며시 말을 건넸다.



“역시 그분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진우는 살짝 고개를 움직여 세희를 보더니, 잔잔히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층 목소리를 낮춰 차분히 답하였다.



“저야말로 마마의 눈을 속이지 못하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마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그 사람이 매화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그린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상당히 즐기지 않습니까? 하여 이것을 선물한다면 그 사람이 참 좋아하겠다고 생각하였지요.”


“네, 그러네요. 그분이 좋아할 만한 작품입니다.”



세희는 동의를 표했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곳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린다는 매화. 고귀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 꽃은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렸다.



“마마께서도 어떤 화필을 사실지 결정하셨습니까?”



진우가 묻는 말에 세희도 금방 대답했다. 그녀는 작은 대바구니에 담아놓은 화필을 보여주었다.



“예. 모처럼 마음에 드는 화필을 찾았습니다.”


“잘하셨습니다. 허면 저는 이것으로 해야겠습니다.”



진우는 고개를 돌려 가까이에 점인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때마침 화지들을 가격별로 정리하고 있는 점인이 눈에 들어왔고, 말문을 열어서 그자를 부르려고 했다. 헌데 그 전에 먼저, 서현이 진우를 부르면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보게, 자네. 잠깐만 기다려주게.”



오라비 덕분에 원하는 재료를 수중에 넣은 소영은 계산대 앞을 떠나지 않고 주인장과 계속 대화하고 있었다. 한결 더 밝아진 표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진우와 세희에게로 바투 다가서는 서현의 표정은 어쩐지 심각한 빛을 띠었다. ‘아예 작정한 누이로 인해 오늘 제법 많은 돈을 써서 표정이 그리도 심각한 것인가?’라는 농담 하나 던지기가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진우는 군말은 생략하고 바로 그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


작가의말

지금 시간 새벽 1시.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글을 올립니다. 그래도 주말이 올리기 전에 한편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이번 편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오빠 이서현은 여동생 이소영의 지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7 넬리샤
    작성일
    15.12.10 00:49
    No. 1

    오오...!! ...서현이 왜그럴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은서우
    작성일
    15.12.13 23:09
    No. 2

    그 뒷이야기는 바로 다음편에? 사실 빨리 올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올렸네요. ;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아예하
    작성일
    15.12.10 17:33
    No. 3

    언제나 발랄명랑한 소영의 등장에 빙그레 웃으며 읽다가 '물주'라는 단어에 뿜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 오라버니들을 물주로 삼는다고 당당히 생각하는 소영이 참 귀엽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은서우
    작성일
    15.12.13 23:19
    No. 4

    귀엽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머릿속에서 소영은 "귀여움"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되었더라고요. 물론 소영이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가지 키워드가 나오지만요. 일단은 귀여움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아예하
    작성일
    15.12.10 17:35
    No. 5

    (뒤엣말이 짤려서 이어 올립니다. ㅠㅠ)
    언제나 이렇게 화목했으면 좋겠지만,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아서 불안했는데...역시나일까요? ㅠㅠㅎㅎ 지갑이라니..마지막 서우님의 말에 웃고갑니다ㅋㅋ^.^* 다음편 기다릴게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은서우
    작성일
    15.12.13 23:19
    No. 6

    저도 이런 알콩달콩함이 좋아요. 하지만 다른 인물들이 그것을 용납치 않네요. 조만간 또 한바탕 싸움판이 벌어지겠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ovastar
    작성일
    15.12.21 14:02
    No. 7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은서우
    작성일
    15.12.21 21:10
    No. 8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아라비아별
    작성일
    16.10.12 06:06
    No. 9

    영공공인지가 소영공주? 사주전을 서현측에 알려주려고 잠행을 주도한 듯?
    휘린3부를 우연히 발견하고 놀랍고도 기쁩니다! 감사히 읽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은서우
    작성일
    16.10.12 15:21
    No. 10

    저도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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