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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타자기 님의 서재입니다.

엘도라도:용의대륙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고타자기
작품등록일 :
2018.05.11 18:34
최근연재일 :
2018.05.28 00:1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6,508
추천수 :
674
글자수 :
156,348

작성
18.05.12 16:46
조회
435
추천
22
글자
9쪽

충돌

DUMMY

미치는 성격상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오래 버틸 위인이 아니었다.


“야 빈센트! 걱정 마. 내가 도와주마! 이 미치형님이 널 아버지께 인도해주지”


오니는 표정이 조금 풀렸다. 미치같은 친구가 동료가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치는 다시 일어나서 검을 들고 폼을 잡았다.


“드래곤이 나타나기만 하면! 나의 슬레이어소드로~”


미치의 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 오니의 팔에 닭살이 돋았다. 그리고 모든 신경이 우측으로 쏠리며 머리털이 쭈뼛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미치의 검 때문이 아니었다. 오니는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본인이 인식하고 알고 있는 감각 선에서는 말이다. 공포, 희열, 긴장, 투지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이 안 되는 기분이었다. 온몸의 털과 모공 하나하나 까지 느껴지는 듯 했다. 오니는 이 변화가 뭔지 알고 싶었다. 자신의 팔을 자세히 보니 모든 털들이 일어서 있었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몸이 뭔가를 잔뜩 경계하는 것 같았다. 그제 서야 자신의 몸이 반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뭔가 오고 있다...”


폼을 잡던 미치가 나지막한 오니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뭐라고?”


그때였다. “팡!” 하늘에서 붉은 신호탄이 터졌다. 그리고 신호탄 아래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망대의 초병이 선장에게 외치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몬스터 출현! 3시 방향! 드래곤이다!”


‘몬스터라고? 이 망망대해에?’ 오니는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이라니!’ 망원경으로 3시 방향을 살피던 커크선장이 소리쳤다.


“우현! 함포사격준비”

“우현! 함포사격준비”


일등항해사가 복명, 복창으로 크게 외치자 선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오니와 미치도 일어서서 우현 쪽을 살폈다. 바다 수면 위로 거대한 생물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그 크기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이다. 푸른 빛깔의 블루드래곤이 수면을 거의 스치듯 날아오고 있었다. 드래곤의 아래로 잔잔하던 바닷물도 좌우로 퍼지며 물살을 일으키고 있었다. 커크선장은 지체하지 않았다.


“우현 함포사격!”

“우현 함포사격!”


일등항해사의 외침에 우현의 함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쾅!쾅!쾅!“

포탄이 떨어지는 바다에서 수많은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그 사이를 유유히 날아오던 드래곤은 50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쯤에서 돌연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선원들과 포병들은 목표를 잃고 잠시 그로기 상태가 됐다. 망루의 초병이 손으로 신호를 보내자 선장이 다시 한 번 지시 한다.


“젠장! 밑으로 온다! 충격에 대비하라!”

“충격에 대비하라!”


일등항해사의 외침에 오니는 한손으로 빠르게 활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돛대의 밧줄을 잡았다. 미치는 허둥대다가 묶여있는 상자를 잡았다. 대포소리와 외침소리가 잠시 멈춘 그 몇 초간 정적이 다가왔다. 공포와 당황의 눈빛을 한 선원들과 원정대들은 아무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우현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었다. 오니의 신경과 팔은 극도로 예민하게 긴장돼 있었다. 그리곤 오니가 우현에서 좌현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반대...?”

“뭐라고?”


미치가 채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좌현 아래쪽에서 나무 쪼개지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 솟아올랐다. 드래곤의 머리가 좌현 난간 위로 솟아오르는 짧은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갔다. 그 찰나에 오니는 드래곤과 눈이 마주쳤다. 커다란 오렌지색의 눈에 검고 가늘게 갈라진 홍채는 섬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니의 소름이 드래곤 쪽으로 쏠리며 몸이 얼어붙었다. 긴 목이 보였고 드래곤의 몸이 범선의 좌현을 부수며 하늘로 치솟았다. 개척호의 좌현이 크게 파괴 되었다. 드래곤의 몸이 솟아오르고 나서 긴 꼬리가 이어서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길이가 굉장했다. 꼬리의 끝부분이 물에서 나와 좌우로 빠르게 흔들리며 몸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다가 꼬리 끝 부분의 날카로운 돌기로 망대를 쳐서 돛대의 상부는 부러져 버렸다. 부서진 망대가 갑판에 떨어지며 원정대와 선원들이 급히 몸을 날려 피했다. 배는 크게 출렁거렸고 갑판위의 사람들은 모두 우현 쪽으로 튕겨나가 상당수가 물에 빠지고 일부는 우현난간에 겨우 걸려서 쓰러졌다. 오니는 돛대 아래에서 밧줄을 잡고 버티고 있었다. 미치도 튕겨나갔지만 우현 난간에 걸려 운 좋게 떨어지지 않았다. 태양을 가르며 솟아오른 드래곤은 엄청난 크기였다. 태양을 등지고 떠 있는 드래곤의 실루엣이 크게 날개를 폈다. 그 거대한 그림자 때문에 커다란 범선이 어둠속에 있을 정도였다. 선원들과 원정대의 얼굴은 흙빛이 됐고 모두 굳어 있었다.


오니는 본능적으로 활을 잡았다. ‘다음 공격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 오니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몇 미터 앞에 떨어진 자신의 화살집이 눈에 들어왔다. 출렁이는 배에선 기동력이 떨어졌다. 오니는 힘껏 발을 굴러 엉덩이로 미끄러지듯 갑판 중앙에 떨어진 화살집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곤 출렁이는 배에서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서 중심을 잡았다. 활집에서 세 개의 활을 꺼내 손에 쥐고 그중 넓적한 촉을 활에 걸어 힘껏 시위를 당겼다. 드래곤은 배를 내려다 봤다. 다음순간 배의 중앙으로 달려들어 강한 날개로 자르듯이 배를 두동강 내려는 속셈을 오니는 간파했다. 오니의 팔은 근육이 터질 듯이 긴장하고 있었다.


“캬르하~”


드래곤은 귀가 찢어질듯 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하강하고 있었다. 엄청난 높이의 엄청난 크기... 배가 아무리 크다 해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면충돌이다. 오니가 활을 잡은 손에서 파란 빛이 세어 나왔다. 집중한 오니는 그 빛을 신경 쓰지 않았고 힘껏 당긴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돛대의 중간을 크게 파괴하며 날아갔다. 드래곤은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선원들은 뒷걸음질 치며 아수라장이 됐고 커크선장은 고함을 치고 있었다. 원정대의 대부분은 충격 때문에 물에 빠지거나 운 좋게 빠지지 않은 원정대는 흔들리는 배에서 중심을 잡는데 여념이 없었다. 오니에겐 그 모든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냥 두발로 버티며 드래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금만 더... 200미터...”


오니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두 번째 화살을 조준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활시위를 놓았다. 두 번째 화살이 다시 한 번 돛대의 부서진 부분을 관통하며 돛대의 중간부분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타격이었다.

세 번째 화살은 날카로운 화살촉으로 드래곤을 향해 조준했다. 불과 100미터 상공에서 50미터가 넘는 드래곤이 내리 꽂히고 있는 상황이다. ‘팅’ 반쯤 편 오른손은 활시위를 놓았고 활을 떠난 화살은 드래곤의 눈으로 날아갔다. 순간 드래곤이 본능적으로 화살을 피하느라 몸의 방향이 틀어져 버렸다. 드래곤은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고 쓰러지는 돛대의 뾰족한 끝이 창이 되어 드래곤이 하강하는 코스로 기울었다. 그리곤 드래곤의 날개비늘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돛대 하부가 육중한 힘에 부서졌지만 그보다 더 빠른 드래곤의 하강 때문에 더욱 강하게 날개를 찢고 있었다. 드래곤의 찢어지는 비명에 모두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고 드래곤은 몸을 움츠리고 그대로 배의 우현을 스치며 엄청난 물기둥과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범선이 충격을 받으며 선수와 선미가 크게 들썩였다. 오니는 활을 든 채로 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몇몇의 선원들도 그리고 함포와 커다란 나무 상자들이 함께 바다 속으로 던져졌다. 선원들의 외침과 비명이 뒤섞여 먹먹한 울림으로 들려왔다.


오니는 가라앉고 있었다. 주변은 금세 고요해졌다. 엄청난 포말과 물살에 오니는 어딘가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정신이 아득해 졌다. 하지만 손에 꼭 쥔 활은 놓지 않고 웅크린 채 로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물속으로 많은 것들이 함께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아득한 물속에서 오니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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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남쪽캠프 2 18.05.13 419 20 8쪽
9 남쪽캠프 1 18.05.13 414 20 9쪽
8 율리아 18.05.13 417 22 11쪽
7 표류 2 18.05.13 411 22 8쪽
6 표류 1 18.05.13 417 22 9쪽
5 10년전 그리고... 18.05.13 423 21 7쪽
» 충돌 18.05.12 436 22 9쪽
3 대항해 시대 2 18.05.12 457 23 9쪽
2 대항해 시대 1 18.05.11 493 25 8쪽
1 프롤로그 18.05.11 648 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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