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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신 님의 서재입니다.

불량학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박동신
작품등록일 :
2012.07.23 14:17
최근연재일 :
2012.07.23 14:17
연재수 :
4 회
조회수 :
965,246
추천수 :
3,556
글자수 :
10,303

작성
11.08.01 17:17
조회
26,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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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글자
8쪽

천족의 하체단련법

DUMMY

칠만은 영 마땅치 않은 걸음으로 한원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후우~ 어쩌다가 내가...”

칠만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사실 석가상단이 아무리 문산현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상단이라고 해도 하오문과 관련이 없다면 만물상을 부인에게 맡겨놓고 이렇게 먼 걸음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먼 줄 알았으면 차라리 말이라도 빌려 타고 올걸.”

탐탁지 않은 걸음을 하다 보니 피곤함이 더한 것 같았다.

칠만은 한원마을이 보이자 잠시간 앉아 쉬며 다리를 두드렸다. 거의 매일 만물상 안에 앉아만 있다 보니 반나절 걷는 것만으로도 두 다리가 뻐근했다.

“옛날에는 등짐지고 수십 리 길을 오가며 장사도 했는데... 그간 너무 안 움직였나보군.”

잠시 쉬었던 칠만은 휴식이 끝나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손님이 많은 오전 장사를 끝내놓고 오후에 출발했기에 빨리 경덕을 만나고 돌아가지 않으면 집에 도착했을 때 늦은 저녁이 될 수도 있었다.

한원마을로 들어서던 칠만은 개울가에서 낯익은 뒷모습을 보았다.

“어라, 혹시 경덕이 아니야?”

저녁에 구울 멧돼지와 함께 먹기 위해 야채와 나물을 씻고 있던 경덕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만물상아저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칠만은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개울가로 내려갔다.

“너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다.”

“저랑요?”

경덕은 내심 칠만이 뭣 때문에 문산현에서 이십 리길이나 떨어져있는 이곳 한원마을까지 왔는지 짐작이 되었지만 일부러 모른 체했다.

“어째 얼마 안본사이에 키가 훌쩍 큰 거 같다.”

“한참 클 때잖아요.”

“그런가? 그래도 너무 많이 큰 거 같은데?”

칠만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경덕도 요즘 부쩍 줄어버린 자신의 팔다리 옷소매를 바라봤다.

옷이 줄어들지는 않은 것 같고 아무래도 키가 그만큼 큰 것 같았다.

“저 키 큰 거 축하해주러 온 것은 아닐 테고... 할 이야기가 뭐예요?”

칠만은 한번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크흠, 어지간하면 너스레라도 떨어보겠지만 겪어보니 너도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원래 장사는 흥정이라고 했지만 내가 여기까지 온 걸 봤으니 너도 느꼈겠지. 권당 은 두 냥 주마. 운학사님을 설득해 춘추 다섯 권에 주석을 달아주라고 설득 좀 해다오.”

내심 여유를 부리던 경덕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줄 몰랐고 두 냥이라고 우기긴 했지만 적당히 한 냥 반 정도면 타협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직접 여기까지 와서 은 두 냥을 타협안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혹여 머리에 열 있는 건 아니죠?”

“머리가 뜨거울 정도로 열이 난다. 사실 내가 여기까지 널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해, 하지만 장사란 게 하기 싫어도 해야 될 때가 있는 거거든.”

경덕은 칠만의 말을 듣고는 그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불가피하게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라, 근데 엄청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내 느낌은 꽤나 배불러있는 돼지를 보는 것 같단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아저씨 절대 손해 보고 장사할 사람이 아니야... 한번 속내를 떠봐야겠어.’

자신에게 어떻게 이런 흥정의 감각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저도 아쉬운 소리 해가면서 할아버지 설득하기 싫어요. 돈이야 없으면 없는 대로 이렇게 산에 가서 야채와 나물만 뜯어와 먹고 살아도 되요.”

경덕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은 두 냥 준다니까?!”

칠만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두 냥이 아니라 이제 열 냥이라도 싫어요. 그만 가세요.”

경덕은 씻은 야채와 나물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다. 세 냥 주마. 세 냥이면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않고 단 한 푼의 이익도 남기지 않은 거다.”

경덕은 순간 큰 소리로 환하게 웃을 뻔했다. 하지만 그 환한 웃음은 속으로만 짓고 머리론 또 다른 계산을 해봤다.

‘아니, 가만 지금 내가 좋아할 때가 아니지! 그럼 지금까지 권당 두 냥씩의 이익을 남겼다는 소리잖아. 모두 합쳐 육십 권이니까... 헉! 배, 백 이십 냥!’

갑자기 좋은 기분은 싹 사라지고 머리꼭대기로 피가 확 솟구쳐 올랐다.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있었으면서도 그때는 고작 몇 문 더 주기 싫어서...’

경덕은 매몰차게 몸을 돌렸다.

“세 냥이든 열 냥이든 앞으로 아저씨와 거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이만 돌아가세요.”

좋아할 줄 알았던 경덕의 얼굴이 삽시간에 딱딱하게 변하는 걸 보고 칠만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제, 젠장!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너무 지쳐서 저놈이 어떤 놈이라는 걸 깜빡 잊은 거야!’

사실 경덕이 상인이 아닌 어린 소년이라는 것 때문에 경계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여하튼 이건 번복할 수 없는 큰 실수였다.

저벅 저벅 저벅......,

경덕이 걸어가기 시작하자 칠만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으니 별다른 미련 없이 이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앞으로 있을 하오문의 해코지가 걱정이 되었다.

“조, 좋다. 얼마를 원하느냐? 권당 열 냥이라도 줄까?”

경덕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열 냥이면 지금까지 받았던 돈의 열배로 실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권당 스무 냥 주세요. 그래도 그간 아저씨가 저에게 해먹은 게 있으니까 스무 냥은 남네요.”

경덕은 사실 여기서부터 흥정을 할 생각으로 뱉은 말이었다.

“뭐, 뭐라고?! 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제가 지금까지 아저씨에게 가져다준 주석집이 육십 권이 넘어요. 그 것들을 모두 두 냥씩 남겼으면 백이십 냥이잖아요. 저에게 백 냥 토해내도 이십 냥은 남잖아요.”

“지금 운훈장님의 주석집을 사는 사람이 은 세 냥을 낸다는 거지 그 전에 주석집을 샀던 사람은 은 두냥이었다. 그리고 너 크게 뭔가 착각하나본데 스무 냥을 주고 사느니 차라리 내가 그 주석집 다섯 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하세요. 전 어차피 이런 풀뿌리만 먹고도 살 수 있으니까요.”

경덕이 야채와 나물을 들어보이자 칠만의 콧구멍에서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내게 주석본을 팔 때마다 고깃집 가서 십 인분을 혼자 처먹던 놈이 그런 소릴 하느냐?”

“고기가 그간 질렸는지 이제는 야채가 더 맛있어요.”

경덕은 다시 몸을 돌리더니 걸어가기 시작했다.

칠만은 황당함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거래는 손실을 떠나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더 이상은 할 수 없었다.

“조, 좋다! 스무 냥씩 주마!”

하지만 아무리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더라도 하오문의 보복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자신도 예전엔 밑바닥을 기어봤고 그런 밑바닥 인생들이 모인 단체가 하오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오문의 보복은 상당히 집요하고 잔인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존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쩌억!

칠만의 내심을 모르는 경덕의 입은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작가의말

푸헤헤헬~~~~~~~~
항상 관심가져주시고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올리고 있는 글은 출판사에서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은 순수하게 작가인 제가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전에 써 놓은 글입니다.
물론 출판이 되면 여러분이 지적하시고 거슬려 하셨던 대부분의 것을 고칠겁니다.(저 혼자 생각이지만 출판될 글과 문피아에 올릴 글은 조금 달라야하지 않겠습니까? 푸헤헤헬~~~ 그래야 저도 먹고 살지요. 똑같으면 일권을 대부분 안봐버린다는...ㅠㅠ)
실제 출판될 책에서는 당연히 쥔공 할아버지의 키도 안큽니다. 많이 먹어 옆으로 불지요. ㅎㅎ. 순전히 옛날에 돌아가셨던 제 할아버지의 키가 작았던게 생각나 쥔공할아버지에 대입시켜 생일선물을 준 것이니 그러려니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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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족의 하체단련법 +42 11.08.15 15,076 99 8쪽
2 천족의 하체단련법 +53 11.08.08 18,613 113 7쪽
» 천족의 하체단련법 +52 11.08.01 26,200 12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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