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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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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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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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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DUMMY

-자귀추적자-



“얼추 마무리 안 됐나?”


산어르신이 손아귀에 있던 짐승의 대가리를 내팽개치며 말했다.


기감을 확장해보니 짐승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네, 없어요.”


“아, 조금만 쉬자.

왜 이리 힘드노?

짐승 얼마 되지도 않는데.”


네가 늙어서 그렇겠지.


자살하고 파릇파릇한 다른 범에게 산어르신 자리를 넘겨주는 건 어때?


“좀 쉬시면 나아질 거예요.”


불개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말했다.


어디에 처박혀있다가 나오는 거야?


“야, 니도 이제 좀 거들어라.

니한테 피 묻어도 아무렇지 않잖아?”


“힘드세요?”


“어?”


“힘드시면 저도 도울게요.”


돌려서 까는 솜씨가 대단하네.


산어르신 열 좀 받겠는데?


“너···.”


“그래, 다음부턴 너도 도와.

언니 힘들다.”


마음 같아선 산어르신과 불개의 싸움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급한 일이 있어 제지했다.


“네, 네?”


“너도 도우라고.

구경만 하지 말고.

사도가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는 인간은 아니잖아?”


“아···네.

알았어요, 언니.”


“자, 그라모 이제 우리 어디로 가면 되노?”


자신의 편을 들어주자 산어르신이 웃음기를 감추지 못하고 나에게 말했다.


“작은폭포요···.”


불개가 자신의 감정을 간신히 추스르며 나를 대신하여 답했다.


“두 분이 먼저 가세요.”


“어? 니는?”


“저는 천을 보고 따라갈게요.”


불개의 눈에서 이채가 띤다.


“언니 노예기사 말이에요?”


“어.”


불개가 기분 나쁘게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


“아니에요.

잘 다녀오세요.

저는 산어르신님과 작은폭포로 가고 있을게요.”


“너···.”


“네?”


“아니야.”


천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


나는 불개를 노려본 채로 천에게 향했다.



///



천이 열댓 명의 무리에게 쫓기고 있다.


이따금 뒤로 돌아···.


나머지 한쪽 팔 어디 갔어?


내가 잘못 봤나 싶어 자세히 쳐다봐도 있어야 할 오른팔이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너무나 당혹스러워 쫓기고 있는 천을 구해주지도 못하고 쳐다만 봤다.


얼마나 다급한지 언니가 길을 내는 인간들의 일원에게 돈을 집어 던지다시피 줘버리고 도깨비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깨비산?


얼마나 다급하면 도깨비산으로 도망가는 거야···.


천을 쫓던 일행은 도깨비산으로는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더는 쫓지 않았다.


한참이나 출입구에서 서성이더니 이내 단념하고 돌아갈 채비를 한다.


너희들이 그런 거야?


너희들이 하나 남은 천의 팔을 잘라 버린 거야?


그렇다면 벌을 받아야지.


천이 느낀 고통을 너희들도 느껴야지.


돌아가는 일행의 뒤를 밟고 따라갔다.


날이 저물어 야영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천을 쫓던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다.


태연히 야영지로 걸어가니 이내 날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멈춰라!”


당장이라도 저 새끼를 죽이고 싶어 손이 떨린다.


손짓 한 번이면 조용하고 깔끔하게 죽여버릴 수 있는데.


“뭐야? 아이잖아?

얘야,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란다.”


병사 하나가 내가 성인이 아니란 걸 알자 약간의 경계를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완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걸 보니 훈련이 제법 잘 된 병사 같다.


“너희들이 팔을 잘랐어?”


“뭐라고?

어허, 이 녀석!

어른한테 반말하면 못써!”


“뭐야?”


약간의 소란이 있자 동료가 나와 관심을 보였다.


둘.


여전히 조용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어.


“저 아이가 이리 오려고 하길래 내가 제지했지.”


“아는 사람이야?”


“아니, 몰라.”


“뭡니까?”


“아, 기사님.”


셋.


조용히 처리하는 건 힘들겠어.


“아시는 분입니까?”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길래 제가 막은 겁니다.”


“그래요?”


인상 좋은 기사가 날 보며 미소짓는다.


“집을 나온 거니?”


“아니.”


“그렇구나. 배고프니?

마침 저녁 시간인데 같이 들자.”


기사는 내 반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는 얼굴을 고수한 채 나에게 식사를 제안했다.


“배 안 고파.”


“안 고프니? 그럼 우리한테 따로 원하는 게 있니?

아이고, 이런.

내 소개를 안 했네.

아저씨는 석이라고 한단다.”


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네가 쫓고 있던 사람 두 명과 짐승 하나.

무슨 관계지?”


“이 녀석!

기사님에게 반말···.”


주제도 모르는 병사 하나가 내 인내심을 뚝 끊어 놓았고 짜증이나 벼락을 떨어뜨렸다.


“뭐, 뭐야!?”


“비상! 모든 병사는 저 아이를 원 모양으로 포위하세요!”


갑자기 일어난 일임에도 기사는 나에게 재빨리 떨어져 칼을 뽑고 병사들을 다독였다.


혼란에 빠진 병사들은 기사의 지휘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명령대로 나를 포위했다.


“정체를 밝혀라!”


기사가 내게 칼을 겨눈 채 말했다.


“내가 벼락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기사는 대답 없이 날 노려보기만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평소와 같이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일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 벼락이 운 없이 저놈에게 떨어졌고.”


“개수작 부리지 마!

이 괴물아.”


괴물? 내가 괴물이야?


나는 괴물 따위가 아니라 자귀추적자야.


사람을 짐승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사도라고.


“나는···.”


“꺼지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기사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네가 쫓은 사람 둘과 짐승 하나.”


내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아챈 듯 눈빛이 살짝 변했다.


“무슨 관계지?”


“···범죄자를 쫓는 중이었다.”


범죄자?


천이 죄를 지었어?


“왜?”


“탈옥했··· 잠깐, 잠깐.

너 랑이랑 무슨 관계야!?”


“···네가 천의 팔을 잘랐어?”


기사 머뭇거리며 대답하길 주저했다.


네가 그랬구나.


죽어라, 고통···.


“천이라는 자의 팔은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잘린 상태였다.”


목숨에 위협을 받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불개를 데려와 저놈의 머릿속을 보고 싶다.


“누가 잘랐지?”


“나도 모른다.

내가 물어봤을 때 답을 해주지 않았어.”


“병사들 전부 무르게 해.”


“기사님! 안됩니다!

저희마저 없으면 저 괴물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너도나도 기사를 만류했다.


도떼기시장 같은 어수선함에 또다시 짜증이 치솟아 오른다.


“너희 쓸모없는 것들은 있으나 없으나 차이 없어.

손짓한 번이면 이 세상을 하직하게 만들 수 있지만 천과 접점이 있으니까 자비를 베푸는 거야.

네 병사 살리고 싶으면 내 말대로 해.”


“죽어도 저 혼자 죽겠습니다.

모두 물러나세요.”


나는 기사를 똑바로 쳐다본 채 말했고 기사는 침을 한번 삼키고 병사들을 돌려보냈다.


“하, 하지만···!”


“이건 명령입니다.”


기사가 명령이라는 말까지 하자 병사들은 마지못해 하며 물러선다.


하지만 병장기는 꺼내두고 날 노려본 채로 뒷걸음질 쳐서 돌아간다.


기사가 네 목숨을 살린 거야.


천이 네 목숨을 살린 거야.


“신망을 많이 받고 있나 봐.”


“용건만 간단하게 해 이 괴물 새끼야.”


“다시 한번 더 묻겠어.

네가 천의 팔을 잘랐어?”


“아니라고 했잖아.

네가 그 남자와 아는 사이라면 물어보면 될 거 아니야?”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


천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도 변함없이 반가워해 줄까?


“아까 언니를 친근하게 부르던데 무슨 관계지?”


“용건이 뭐야!?

왜 자꾸 이것저것 캐묻는 거지?”


“널 죽이는 것.

그게 내 용건이었어.

하지만 천과 언니와 접점이 있으니까 일단 살려두고 있는 거야.

까불지 마.

너 따위 하나 죽이는 건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워.

다음 기회는 없어.

내 기분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참지 않을 거야.

언니하고 무슨 관계지?”


“···양성소 동기다.”


언니도··· 기사였지.


“탈옥했다고 했는데 왜 들어간 거지?”


“천이라는 남자가 용병을 학살하고 있었다.

현행범으로 잡혔지.”


천이?


천이 용병들을 왜?


“이유는?”


“말을 해주지 않아.

심문해봐도 입을 열지 않으니 내가 알 수 없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겠어.


“마을이 어디에 있지?”


“저쪽으로 한나절 정도 쭉 따라가면 마을이 나온다.”


기사가 턱짓으로 순순히 자신이 왔던 마을을 알려주었다.


이제 볼일은 다 끝났는데.


이놈을 살려야 하나 죽여야 하나.


“천천히 오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그게 무슨···.”


나는 기사의 말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마을로 향했다.




///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족장의 집으로 향했다.


대문 앞의 경비병 둘이 나를 막는다.


“멈춰라!”


“여기가 족장의 집이야?”


경비병이 말없이 나에게 창을 뻗었다.


건방진 새끼가.


벼락이 창을 뻗은 경비병에게 떨어진다.


전격으로 인해 고기 타는 냄새를 풍기며 그 자세로 굳어버리더니 바닥에 쓰러져버린다.


“왜 공격해?”


“네, 네!?”


남은 경비병이 화들짝 놀라 답했다.


“물어만 봤는데 왜 공격했냐고?”


“도와줘! 으아악-!”


남은 경비병 꼬나쥔 창을 내팽개치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열려있는 문틈으로 들어가 족장이 만한 곳으로 가는데 이번엔 다섯의 경비병이 무기를 꺼내 들고 내게 급히 다가온다.


“멈춰라!”


그 중엔 나에게서 도망쳤던 경비병도 있었다.


“5명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죽어라!”


경비병들은 대답 없이 나에게 창을 내질렀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벼락을 떨어뜨려 목숨을 끊어 놓았다.


“히, 히익!

모, 목숨만은··· 제발···.”


나에게서 도망쳤던 경비병이 깜짝 놀라 창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야, 네 친구가 다짜고짜 창을 휘두르지만 않았어도 안 죽었고

네가 도망가서 친구들을 부르지만 않았어도 이 4명은 안 죽었어.”


“네, 네?”


“네가 네 친구를 저승길로 보낸 거야.

알아들었어?”


“네, 네 알겠습니다···.”


“족장에게 안내해.”


“조, 족장님에게 가시려고요?”


“그래, 어서 안내해.”


“아, 알겠습니다.”


“잠깐!”


순간 어디선가 십수 명의 경비병이 나와 나를 포위했다.


“대, 대장님!”


무릎 꿇고 있던 경비병이 대장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았다.

너는 대기하고 있어.”


경비대장이 나를 한번 쳐다보고 다가왔다.


그리곤 자신의 부하들에게 손짓해 뒤로 물러나라는 표시를 했다.


경비병들이 슬금슬금 움직여 경비대장의 뒤편에 섰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 마을의 경비대장 비라고 합니다.”


“그래, 네가 족장에게 안내할 거야?”


“일단 보고를 먼저 해야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오래 기다리지 않을 거야.

내가 대기할 곳을 안내해.”


막무가내로 지금 당장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건만, 저들 나름대로 절차가 있을 테니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누구라고 말씀드리면 될까요?”


사도···.


“네가 알아서 말하면 되잖아?

그것까지 알려줘야 해?”


“알겠습니다.”



///



“그래,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


“얼마 전에 여기서 등이 굽은 사람 하나가 잡혔어.

알고 있어?”


“내가 그런 하찮은 일을 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아, 이 새끼가.


양팔이 잘려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네 측근한테 물어봐.

그 감옥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글쎄···.”


짜증을 억누르고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하지만 족장은 그런 내 노력은 개나 줘버리라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인내심이 툭 끊겨 족장의 앞으로 이동해 목을 움켜잡는다.


“이 씨발놈아.

내가 좋게좋게 말하니까 좆으로 보여?”


“커, 커헉···.”


족장의 뺨을 두 대 올려붙이니 눈을 뒤집고 기절해버렸다.


족장을 의자에서 끌어 내리고 뒤로 돌아보니 병사들이 나를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야, 뒤지고 싶지 않으면 무기집어 넣어.

마지막 경고야.”


내 말에 병사들이 머뭇거리며 대장을 쳐다봤다.


“무기··· 집어넣어.”


“경비대장 이게 무슨 짓이오!

저년은 족장을 해한 년이오!

어서 빨리 저년을 목을···!”


주제도 모르는 관리 하나가 큰소리쳐 머리를 터트려버렸다.


“어디서 내 앞에서 큰소리야!

야! 더 나대고 싶은 사람 빨리 나와!”


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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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49 22.12.05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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