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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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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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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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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DUMMY

-짐승-



“당신, 그때 그 사람하고 아는사이오?”


방금 말했던 남자 사람을 말하는 건가?


그 남자도 짐승 하나를 빼냈다고 말했지.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렇군.

짐승을 빼내려는 인간들이 종종 있긴 한데 이틀 연속으로 온 적이 없어서 물어봤소.”


“이런 일이 제법 있나 봅니다.”


“좌천되어 여기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런 건 상상도 못 했지.

전임자가 용돈벌이는 적당히 하라고 했는데,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소. 하하.

아, 글쎄 내가 발령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찾아와서 짐승을 빼내려고 하지 뭐요?

그때 알았지.

용돈벌이라는 게 뭔지 말이야.

이게 제법 쏠쏠해.

부하 놈들에게 가는 몫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뒤탈 없으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줄줄 말한다.


기분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다.


“저 쓸모도 없는 것들을 빼내서 어디에 쓰려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나야 돈을 벌어서 좋긴 하다만.

아, 오해하지 마시오.

말해달라는 건 아니니.”


나는 말 없이 곰의 말을 듣기만 했다.


“대신할 놈을 찾는 게 귀찮긴 하오.

이놈들이 요샌 잘 나타나질 않으니 말이야.

하지만 짐승은 다 똑같이 생겼으니까 일단 잡기만 하면 되니 그건 편하긴 하지.”


짐승은 똑같이 안 생겼어 멍청아.


너희 인간들이 구분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나도 한 번씩 인간들을 보면 똑같이···.


내가 무슨 생각을···.


“아, 다 왔군.

이봐, 오늘 들어온 짐승 있지?”


“네, 있습니다.”


“그놈 꺼내와.

이분께서 찾으신다.”


“아하, 알겠습니다!”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보인다.


경비병이 횃불을 챙겨 안으로 들어간다.


문이 열리니 누군가가 소리친다.


“나는 도깨비라고!

왜 나를 이렇게 잡아두는 거야!?”


“저놈은 탈을 하도 써서 본인이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미친놈이오.”


“얼마나 썼길래···.”


이내 경비병이 짐승 하나를 데려온다.


“이놈이 맞소?”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소.

많이는 못 드리오.”


경비병과 대장이 나에게서 떨어져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저들이 떨어지는 걸 확인한 후 짐승에게 시선을 돌린다.


겁에 질린 듯 고개를 숙인 채 덜덜 떨고 있다.


“오늘 새벽. 옷가게에서 잡힌 짐승이 너인가?”


“네? 네. 맞아요···.”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울음을 터뜨릴 것을 암시한다.


“사, 살려주시면 안 돼요?

저, 저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짐승이 무릎을 꿇고 내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울음을 터트린다.


나는 그런 짐승을 달래 일으켜 세운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여기서 빼내 줄 테니.”


“저, 정말요?

왜, 왜요?”


짐승이 내 얼굴을 유심히 본다.


기분이 언짢아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지?


짐승이 날 빤히 쳐다보는데 왜 기분이 나쁘지 않지?


“호, 혹시 어제 나랑 만난 짐승이야?”


“나는 사람이다.”


“죄, 죄송해요.

제가 착각해서 그만···.”


“제가 찾은 짐승이 맞습니다!”


내가 큰소리로 외치자 대장과 경비병이 내게 돌아온다.


“흐흐. 그럼 밖으로 안내하겠소.”



///



감옥 앞.


인간들이 우릴 보고 한 번씩 흘끗거리며 지나간다.


짐승은 그 시선에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내 뒤로 숨어 자신을 숨긴다.


“너, 옷가게엔 왜 갔지?”


“오, 옷이 갖고 싶어서요.

인간이 입는 옷이요.”


짐승의 옷차림을 살펴보니 누더기라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로 닳아있다.


“돈은?”


짐승이 내 말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나에게 보여준다.


용케도 빼앗기지 않았군 그래.


나는 말 없이 그 돈을 집어 내 주머니에 넣었다.


“다, 다 드릴게요···.”


“따라와.”


“네, 네?”


짐승의 말에 대답 없이 옷가게로 향한다.


옷가게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 한번 둘러본다.


“아까 그 사람 아니야?

또 나한테 물어볼 게 있어요?”


주인이 나를 알아보곤 표독스럽게 말한다.


“이번엔 옷을 사러 왔습니다.”


“어머,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호호호.”


가식에 찬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어디 보자, 손님 같은 분은···.”


“내가 아니라···.”


뒤를 보니 짐승이 없다.


밖으로 나가니 짐승이 문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다.


“뭐해? 빨리 들어와.”


“뭐, 뭐야! 그 짐승은!?”


주인이 짐승을 보고 기겁하며 물러난다.


“이 짐승이 입을 옷을 사려고 왔소,

짐승, 네가 원하는 옷을 골라.”


짐승이 주인의 눈치를 본다.


나는 말 없이 주인을 쳐다봤다.


“그, 그래 한번 골라봐.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주인의 허락이 있자 짐승이 조심스럽게 안을 돌아다닌다.


이내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는지 자리에 멈춰서 날 쳐다본다.


“저걸로 주시오.”


내 말에 주인이 짐승이 고른 옷을 골라 포장하기 시작한다.


셈을 치르고 밖으로 나와 짐승에게 포장된 옷을 준다.


“가, 감사합니다!”


“하수도로 가지.”



///



하수도 앞.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짐승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는거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짐승이 포장된 옷을 가슴팍에 껴안은 채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표한다.


“더 원하는 건 없나?”


“아, 아니에요.

오늘 제 목숨도 살려주시고 옷도 사주시고···.”


“옷은 네 돈으로 산 거지.”


“그, 그래도 사람님 아니었으면 못 샀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또다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표한다.


“그만해라.”


“아, 네.”


짐승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가 왜 이놈한테 호의를 베푸는 거지?


사람인 내가 짐승인 저놈을 왜 구해주고 옷을 사준 거지?


짐승은 내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자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가라.”


“저, 저기··· 저희집에 오실래요?”


황당한 표정으로 짐승을 쳐다봤다.


“싫다.”


“그, 그러면 제가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알았다.

오래 기다리지 않을 테니 어서 다녀와.”


무시하고 가고 싶었지만, 짐승의 표정을 보니 간절해 보여 거절할 수 없었다.


“네! 금방 올 테니까 어디 가시면 안 돼요!”


짐승이 하수도 안쪽으로 재빨리 뛰어간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짐승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야!”


날 부르는 소린가?


저게 미쳤나 보군.


짐승이 내 앞에 나타나 씩씩거렸다.


자세히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짐승을 말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너, 너···.”


“왜 그러지?”


“아빠한테 다 들었어.

왜, 왜 그런 거야?”


“네 아버지라는 짐승에게 다 들었다니?”


“서, 설마 기억을 못하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군.”


“네가 우리 아빠에게 사람 탈을 받았잖아!

그리고 그 탈을 써서 날 구하러 온 거고!”


짐승이 소리를 빽 지르며 말했다.


나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네가 탈을 써서 날 구했잖아···.”


“미쳤나 보군.

나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다.”


“왜 그랬어? 도대체 왜 탈을 쓰면서까지 날 구한 거야···.”


짐승이 울음을 터뜨리며 내 가슴팍을 마구 때린다.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군.

짐승, 잘 봐라.

나는 사람이다.”


“너, 어제 내가 만났던 짐승이잖아!”


“무슨···.”


내가··· 짐승이라고?


얼굴을 한번 더듬어 본다.


하지만 짐승의 송곳니는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나는 짐승이 아니야.


“탈을 한번 벗어보지그래!?

그럼 알 수 있잖아!

네가 사람이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좋다. 똑똑히 보도록.”


손을 들어 얼굴 가죽을 뜯어내어···.


뜯어?


나는 황급히 손을 내려 행동을 멈췄다.


“그거 봐! 너 어제 그 짐승···.”


“입 닥쳐라 짐승새끼야.

난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다.”


헛소리를 해대는 짐승의 목을 움켜잡고 구석으로 몰아 손톱으로 위협했다.


짐승이 깜짝 놀라···.


잠깐.


손톱?


시선이 뽑아 든 손톱으로 향한다.


짐승도 내 시선을 따라온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서 내 팔에 달린 손톱을 쳐다본다.


“내, 내 말이···”


“입 닥쳐!

나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야!”


튀어나온 손톱을 움켜잡아 뽑아내려고 한다.


“이, 이건 내 손톱이 아니야!

내 손톱이 아니라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고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끔찍한 소리와 함께 손톱이 뽑혀 나온다.


왼손에 있는 손톱도 뽑아내려고 했지만,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이봐.

내 손톱 좀 뽑는 걸 도와줘!”


짐승이 내 말에 답이 없다.


“빨리 도와달라고!”


“나는, 나는···.”


짐승이 내 말을 따르지 않고 하수도로 도망쳐버린다.


“씨발, 하여간 짐승 새끼들은 도움이 안 돼.

다른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어.”


위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본다.


마침 지나가는 범이 있어 말을 걸어본다.


“이, 이보시오.

나는 사람인데 내 팔에 이상한 손톱이 생겨났지 뭐요? 하하.

이, 이 손톱 좀 뽑아내는 걸 도와주실 수 있겠소?”


“뭐, 뭐야.

으아악 범 살려!”


범이 날 보더니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버린다.


“이, 이상한 범이군.

다른 인간을 찾아봐야겠어.”


주변의 번화가로 나가 도움을 요청해본다.


“이보시오.

내 손톱을 뽑는 걸 좀 도와주시오.

보시다시피 내 오른손이 정상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인간들의 시선에 내게로 모여들었고 어째선지 다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탈을 쓴 미친 짐승이다.”


“살려줘!”


“경비병! 경비병 어디 갔어!?”


“나, 나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오.

왜 나를 보고 짐승이라고 하는지···.”


하지만 주변의 인간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모두 사라져버린다.


“다,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어.

나는 사람인데 왜 자꾸 날 보고 도망가는거야···.”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려본다.


경비병 세 명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다가가 도움을 요청해본다.


“이, 이보시오.

내 손톱을 뽑는 걸 도와주실 수 있겠소?

어째선지 다른 인간들은 날 보고는 도망치지 뭐요?”


“으악, 미친!

저 새끼 뭐야!?”


“주둥이 나불거리지 말고 빨리 잡아!”


“네, 네가 먼저 가!”


경비병도 역시 날 짐승이라고 오해하며 다가오길 주저한다.


“그, 그래도 짐승 하난데 괜찮지 않을까?”


“평범한 짐승이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근데 저 새끼 좀 봐!

딱 봐도 정상으로 안 보이잖아!?”


경비병 뒤로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집중해서 보니 나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남자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본다.


“미친 짐승이 손을 흔든다!”


“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보시오.”


“으헥!”


남자의 말에 경비병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저 짐승을 내가 해결해도 되겠소?”


나 짐승 아닌데.


사람인데.


왜 나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


“네, 네! 아무렴요!”


경비병들이 길을 비켜준다.


다행히도 남자가 내게 가까이온다.


하지만 옆에 있는 여자는 내 모습에 움찔하며 허리춤에 찬 칼에 손을 얹는다.


“천, 이놈···.”


“일단 데리고 나갑시다.”


“염치없지만 부, 부탁 하나만 더 합시다.

내 꼭 돈을 갚을 테니···.”


“일단 나랑 같이 성 밖에 나가서 얘기해보는 게 좋겠소.”


“나는 사람인데 내 팔에 이상한 손톱이 돋아났지 뭐요?

그, 그러니 당신이 손톱을 뽑아내는 걸 도와주시오.”


“알았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서 얘기합시다.”



///



다행히 남자는 내 요청을 들어준다고 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성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손톱만 뽑으면 난 다시 사람이 될 거야 헤헤···.


“어떡하는 게 좋겠소?”


“어떡하긴? 죽여야지.”


“음···.”


“야, 저번에 말했잖아.

이러면 답없다고.

불안정한 놈을 데리고 다닐수없어.

더군다나 인간도 아닌 짐승을 말이야.”


“알았소.”


남자가 내게로 다가온다.


드, 드디어 내 손톱을 뽑으려고 하나봐.


나는, 나는 이제 사람이 된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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