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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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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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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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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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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DUMMY

-랑-



“얼추 마무리 안 됐나?”


산어르신님이 양손을 툭툭 털며 말했다.


나에게 확인해 보라는 뜻이겠지.


살펴보니 짐승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없는 것 같아요.”


“아, 조금만 쉬자.

왜 이리 힘드노?

짐승 얼마 되지도 않는데.”


“요즘 무리하셔서 그런 거 아니에요?”


실제로 요즘 들어 짐승의 소굴을 정리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나도 이제 늙었는갑다.

옛날엔 안이랬는데.”


“영감님, 몸 관리 잘하세요.”


어디선가 숨어있던 불개가 나와 말했다.


“니는 또 다른 데 있었나?

나이 먹은 내가 이리 고생하는데 니도 거들어야 안 되겠나?”


“쳇, 어쩔 수 없네.

다음부턴 저도 도울게요.”


불개가 툴툴댔지만 산어르신의 말대로 돕기로 했다.


“언니, 이제 어디로 가요?”


“작은폭포로 가야 해.”


“여서 작은폭포갈라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는데?

사흘 정도 걸릴라나?”


“언니, 작은폭포에 아는 인간 없어요?

그럼 순식간에 갈 수 있잖아요.”


“하하, 글쎄.”


“근데 랑, 니는 노예기사 안 봐도 되나?”


“그러게요.

언니 노예기사한테 가본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오래되긴 했는데···.


“한번 들이다 봐라.”


“언니, 그렇게 해요.”


나는, 나는 천을 볼 수 없어.


내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천은···.


그래도 숨어서 지켜보는 건···.


“알았어요.

하지만 작은폭포에 같이 도착해서 가볼게요.”


“아까 산어르신님이 사흘 후에 도착할 거라고 했어요.”


“괜찮아. 사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



사흘 후.


우리는 작은폭포에 도착해 족장의 연회를 즐기고 있다.


“그러면 자네 생각은 어떻나?”


족장이 옆에서 술잔을 든 채 내 의견을 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지, 내가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짐승 놈들한테 자비를 베푼다고?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 하고 있네!

그놈들한테 자비를 베풀라고 하는 것들은 전부 탈을 쓴 짐승이야! 암!”


족장님이 내 말에 자신감을 얻고 다시 무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족장을 잠깐 쳐다보고 시선을 돌려 산어르신님과 불개를 찾았다.


“저 가볼게요.”


“천한테 간다고 했제?

그래, 얼마나 걸리겠노?”


“글쎄요,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요.”


“언니, 천천히 와요.

산어르신님과 제가 해결할게요.

여기 족장과 말이 아주 잘 통하는 걸 보니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고마워.”


천에게 이동해 주위를 살펴보니 도깨비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왜 도깨비산에서···.


잠깐.


천의 왼팔이 있잖아?


그, 그리고 등도 굽지 않았어.


“잠가위 아니지?”


순간 잠가위에서 홀렸나 싶어 말해봤지만, 여전히 변함이 없다.


천이 길을 내는 인간들의 오두막에 들러 일을 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나는 천을 따라갈 생각을 하지 않고 몇 가지를 물어볼 생각으로 오두막으로 향했다.


“저기, 뭐 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아까 남자 사람 하나가 왔다 갔죠?”


“네, 얼마 안 됐어요.”


범이 친절하게 내 말에 답해주었다.


“왼팔이 없고 등이 굽지 않았던가요?”


“네? 글쎄요···.

등은 확실히 굽지 않았고 왼팔도···.

아, 왼팔도 있었어요.”


“저, 정말이에요?”


“확실해요.

왜 그러시죠?”


“아, 아닙니다.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혼란 속에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천에게 가서 물어봐야 하나?


아니야.


천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짐승!


짐승이 있었지.


밤까지 기다려 몰래 짐승을 만나 물어봤다.


“네? 주인님은 원래 양팔이 있었고 등도 굽지 않았어요.”


“뭐라고?”


“네?”


내, 내 기억이 잘못된 거야?


아닌데.


분명히 천은 불가사리와 싸우면서 왼팔을 잃어버렸어.


그, 그리고 천은 노예기사잖아.


노예기사는 등이 굽어 있는 게 당연한 거야.


“아, 그거요?

그래서 랑님도 이상하게 생각하셨잖아요.

분명히 노예기산데 등이 굽어 있지 않다고요.”


“내가 그런 말을 했어?”


“네, 뭐가 잘 못 됐어요?”


아니야.


분명 내 기억이 맞아.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뭔가 이상해.


한번 알아봐야겠어.


“아, 아니야.

너 도깨비산에서 얼마나 있었니?”


“사흘? 나흘? 잘 모르겠어요.”


“괴물은 만났고?”


“네, 혹부리영감을 만났는데 아무 탈 없었어요.

선님이 혹을 주었고 그걸로 끝이었거든요.”


혹을 줬다고?


아무튼.


“그럼 산에는 왜 간 거야?

굳이 그쪽으로 갈 필요가 있었어?”


“어··· 저희가 쫓기고 있었거든요.”


쫓기고 있었다고?


“왜, 왜 쫓긴 거야?”


“저도 그건 잘···.”


짐승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가 왜 쫓기고 있는지 모른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죄송해요.”


“나한테 숨기는 거야?”


“아,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짐승이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사실··· 기억이 없어요.

저도 그 마을에 있는 줄 몰랐는데 주인님과 선님이 이야기하는 중에 들어서 안 거예요.”


불개를 불러 이 짐승의 머릿속을 보고 싶어.


“저, 정말이에요.”


“알았어.”


일단 믿는 수밖에.


그렇다면 짐승이 왜 기억이 없는 거지?


누군가가 일부러?


속이 시원하게 천에게 물어보면 좋으련만···.


내가 알아봐야겠어.


“그 마을이 어딘지 말해줘.”


짐승이 내게 설명해주었고 천에게 내가 온 걸 알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비교적 작은 마을이다.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위치를 확인하고 산에서 내려가는데 한 무리와 마주쳤다.


복장을 보아하니 기사와 병사들인 모양이다.


“정지!”


기사도 날 본 모양인지 병력을 정지시키고 날 빤히 쳐다봤다.


“아이잖아?”


기사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췄다.


“여긴 족장님의 산인데 어떻게 왔니?”


사유지였어?


대충 둘러대야겠다.


“괜찮아.

아저씨는 석이라고 하는데 이 근처 마을에 파견 온 기사야.”


생각을 하느라 답을 못했는데 기사는 무서워서 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달래주었다.


“어··· 그러니까.”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부모님은 없고···.”


“그럼 혼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니?”


“떠돌아다니는 건 맞는데···.”


“안 되겠다.

아저씨랑 같이 마을로 내려가자.”


내가 말하려고 하면 계속 말을 잘라먹어 혼자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말 좀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아저씨랑 같이 갈래?”


목적지가 같으니까 가도 되겠지?


“네, 같이 가요.”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것 같지만, 나는 사도인데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래 아저씨가 가서 맛있는 거 사줄게.”


그렇게 산을 같이 내려가는데 석이라는 기사는 내가 불안해 할까 봐 계속해서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말해주었다.


“그 마을엔 짐승의 위협이 없어요?”


“응? 아, 너도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네, 이곳저곳을 가다 보니까···.”


“흠, 요즘 들어 짐승이 공격적이긴 해.

나를 비롯해 병력이 나서서 진압하고 있긴···.

내가 아이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도 짐승이 작당을 꾸미고 있구나.


원로들이 어디까지 뻗친 거지?


근처에 있다면 내가 나서서 없애버려야겠어.


···천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본 후에 말이야.


“다 왔다!”


석이 팔을 과장되게 벌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배고프지?”


“네, 뭐···.”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줄게.”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식당으로 향했다.


“족장님에게 보고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을래?

금방 오니까 어디 가면 안 된다?”


이 사람 왜 이렇게 친절하지?


나한테 다른 속셈이 있나?


기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주인과 무언가를 얘기한다.


주인이 이따금 날 쳐다보는데 아무래도 날 잠깐 부탁한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기사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가 잘 말해뒀으니까 눈치 보지 말고 안에 들어가 있어.”


“네, 고맙습니다.”


기사는 내 인사를 받고 병력과 함께 사라졌다.


기사가 사라지자 주인이 나와 날 이끌어 탁자 앞에 앉게 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아까 그분 오면 같이 주문할게요.

아, 물 한 잔만 주세요.”


“알았어,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


천이 어떻게 됐는지 반드시 알아야 해.


그다음엔 짐승을 진압하고.


근데 어떻게 알아내지?


내 기억은 분명히···


“여기 주문하신 물 나왔습니다.”


남자 사람 종업원이 내 앞에 물을 한잔 내어놓는다.


그리곤 반대편에 또 한잔 내려놓았다.


“어? 저는 한잔 시켰어요.”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종업원이 반대편 자리에 앉아 자신이 가져온 물을 마시며 말했다.


“무슨 고민 있으신가 봐요?

표정이 좋지 않아요.”


남자가 능청스럽게 행동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 고민이 좀 있긴 해요.”


“제가 들어드릴까요?

고민을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요.”


잔을 들어 목을 축이려고 했는데 남자가 날 만류한다.


“일단 말씀해보세요.

물은 나중에 마셔도 되잖아요.”


뭐지?


나는 떨떠름해 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제 기억과 다른 사람의 기억이 달라요.

아니, 다른 짐승이요.”


“짐승이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짐승은 쓸모없는 놈들이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짐승을 비롯해 다른 사람도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기억은 확실하거든요.”


“아하,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는 말씀이시죠?

그리고 서로가 자신의 기억이 바르다고 하는 거고.”


“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서로의 기억이 달랐거든요.

결국엔 말싸움하는 지경에 다다랐죠.”


“그래서요?”


“결국엔 제가 승복했습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기억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가진 기억은 저밖에 없었거든요.”


“아···.”


“제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 아닌가요?

랑님이 가지고 계신 기억은 혼자만 가지고 있지만, 짐승이 가지고 있는 기억은 셋이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네요.”


“그렇다면 랑님이 가지고 계신 기억은 틀린 기억이 아닐까요?

무언가로 인해서 기억이 왜곡된 거죠.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해 왜곡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목마르실 텐데 이제 쭉 한잔 들이키세요.”


남자의 허락 아닌 허락이 있자 잔을 들이켜 물을 마셨다.


···근데 저 사람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총 셋이 있는 건 어떻게 알···.



///



“꼬마 아가씨?”


누군가가 나를 조심히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석이라는 기사였다.


“아이고, 어린 몸으로 산을 오르내리니까 힘들지?”


“죄송해요. 제가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괜찮아. 나도 어릴 땐 산을 타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

어휴, 양성소 시절에서 제일 싫었던 게 산악행군이었어.”


종업원이 음식을 내어와 각각의 앞에 내려놓았다.


“네가 곤히 자고 있어서 내 마음대로 주문했는데 괜찮지?”


“괜찮아요.”


“그래, 어서 먹자.”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식사했다.


“왜 그 산이 있었는지 이제 말해줄 수 있겠니?”


말하려고 했는데 기사님이 자꾸 제 말을 잘라먹었잖아요···.


···근데 내가 여길 왜?


아, 짐승이 여기서 창궐한다고 하셨지?


“당신들을 돕기 위해서 왔습니다.”


“뭐, 뭐라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사도.

자귀추적자입니다.”


“뭐, 뭐라고···요?”


“하하, 아저씨 왜 이렇게 놀라요?”


“아, 아니지? 사도 아니지?”


“맞아요.”


석에게 손바닥을 내밀어 벼락을 보여주었다.


“어, 어···.”


“족장님에게 절 데려다 주실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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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0 23.01.15 31 0 12쪽
62 59 23.01.14 40 0 12쪽
61 58 23.01.09 37 0 12쪽
60 57 23.01.0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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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5 23.01.02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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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5(1) 22.11.2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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