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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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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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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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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0

DUMMY

-천-


선이 덜덜 떨며 내 팔을 꽉 잡는다.


“어, 어떻게 좀 해봐.

저, 저, 저 괴물 좀 어떻게 해봐.

이러다가 일리나도 죽겠어···.”


어디선가 경쾌한 소리가 들렸고 남자가 전에 툭툭 건드린 물체를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황상 저 물체에서 들린 소리인듯하다.


“아··· 큰일 날뻔했네.”


남자가 일리나를 일으켜 세워 자신을 마주 보게 한다.


일리나는 고개를 숙인 채 남자를 쳐다보지 않고 덜덜 떨기만 했다.


“괜찮아, 괜찮아.

너는 안 죽을 거야.

위에서 죽이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거든.

내가 물어볼 게 있는데 답해줄 수 있지?

간단한 거만 물어볼 거야.”


“네, 네···.”


남자의 목소리가 너무나 다정하여 소름이 끼쳤다.


일리나의 떨림이 더욱 심해진다.


“너, 여기 어떻게 왔어?”


“마, 마법을 연구하는 와중에···.”


“와중에?”


“죄, 죄송해요! 다시는···.”


“아니, 아니.

죄송하다고 할 게 아니라, 여기 어떻게 왔냐니깐?

자꾸 헛소리할래?”


아까의 다정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어졌다.


“그, 그러니까···.

혼자 마법을 연구하는 와중에 문뜩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래서 시행해봤구나?”


“네, 네···.”


“그런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네?

용사 일행이랑 같이 말이야.

용사는 어디 갔어?”


“요, 용사님은 같이 안 왔어요.”


“거기 있어?”


“네, 네···.”


“말했어?”


일리나가 대답하지 않았다.


“아, 씨발! 내가 말했냐고 물었잖아!?”


“네, 네! 말했어요!”


남자의 고함에 일리나가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용사 말고 누가 알아?

네가 그 마법을 쓴 거 누가 알고 있냐고?

빨리 말해! 나 오늘 바빠!”


“화, 황족과 궁정 마법사 전부···.”


“그게 다야?”


“고, 공작들도···.”


“내가 전부 말하라고 했지?”


“마, 마탑주도 전부···.”


“끝이야?”


“네, 네···.”


“이것들 봐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만?

하여간 씨발, 배가 부르면 딴생각하게 되어 있다니깐?

왜? 마왕이 사라졌으니까 너희들 세상이라도 된 것 같았어?”


일리나는 남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눈물만 뚝뚝흘렸다.


“딴 세상에 가서 뭐 하려고 했어?

식민지라도 만들려고 했어?”


일리나가 침묵을 유지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말 안 해!?”


“아, 아니에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남자가 일리나에게서 떨어져 무언가를 귀에 꽂았다.


“···네, 네. 예상대로입니다.”


그러더니 허공을 향해 혼잣말하기 시작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야! 너 말고 다른 놈이 그 마법 썼어!?”


“제, 제가 알기론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누구한테 전승한 적은?

기록은 남겼어!?”


“호, 혹시 몰라서···.”


“기록을 남겼다고 합니다.

···네, 네.”


남자가 연신 네라고 말하면서 허공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일리나에게 보이던 태도와 달리 굉장히 예를 갖춘 모습이다.


“···기억 소거 말씀입니까?

차라리··· 죄, 죄송합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남자가 다시 일리나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먹어.”


“네, 네?”


“빨리 처먹으라고!”


일리나가 황급히 집어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머, 먹었··· 히, 히, 히히히···.”


“명령하신대로 소거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남자가 말하자마자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일리나를 비추기 시작했다.


이내 일리나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추가 지시사항 있으십니까?

···전부 없애라는 말씀입니까?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남자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처, 천···.

저 없애라는 게 우리를 말하는 거 아니야?”


선의 말이 맞다.


우리도 죽여버린다는 뜻이겠지.


뭐라고 해야 하건만 도무지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추측이 맞다는걸 보여주듯 남자가 우리에게 걸어온다.


“그렇다면 이들은···.

···아! 알겠습니다!”


남자가 직사각형 물체를 다시 툭툭 건드려 유심히 보기 시작한다.


인상을 찌푸리며 보더니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본다.


정확히 짐승을 쳐다본다.


“저놈은 왜 저래?”


남자가 짐승의 앞에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야, 얘 탈을 얼마나 쓴 거야?”


남자는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여 물체를 쳐다본다.


“뒤틀린 거야?

이상하네, 변수가 뭐지?”


물체를 짐승 앞으로 내민다.


그러자 푸른빛이 나와 짐승을 훑기 시작한다.


“허··· 참. 받았어?”


남자가 또다시 혼잣말했다.


“···어떡해?

···그렇게 하래?

···알았어.”


혼잣말을 끝낸 남자가 우리에게 걸어온다.


“긴장 풀어.

너희들은 아무 잘못 없잖아?”


남자가 싱긋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어이쿠, 우리 노예기사님은 완전히 환골탈태했네?

무림 애들이 널 보면···.

큼, 아무튼···.

아까 그년이 해줬지?”


나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너도 스캔해보자.

걱정하지 마, 다시 꼽추로 안 만들어.”


남자가 실실 웃으며 직사각형 물체를 툭툭 건드려 이번엔 내게 내밀었다.


물체에서 푸른빛이 나와 나를 훑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볼까?

보나 마나 문제는···.”


남자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다시 툭툭 건드려 내게 내밀었고 푸른빛이 나와 날 훑었다.


물체를 쳐다보더니 침을 꿀꺽 한번 삼키고 날 쳐다본다.


“이, 이게···.”


이번엔 선을 향해 내밀어 빛을 비췄다.


“이상 없는데···?”


또다시 내게 비추었고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황급히 물체를 툭툭 건드려 혼잣말하기 시작한다.


“···결과서 받았어? 여기에 왜···?

···그러면 어떡해?

···빨리 알아봐!”


남자가 불안한 듯 손톱을 씹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와중에 날 흘끗 쳐다보는데 내 눈과 마주치자 바로 시선을 피해버린다.


“어 어, 듣고 있어.

···그대로 진행하라고? 확실해?

···직통으로 내려온 거라고?

···야! 그건 진작 말해야지!”


남자의 표정이 풀렸다.


“···알았어, 나한테 말 안 한 거 더 있어?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남자가 믿지 못할 말을 들은 듯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져 고함을 질렀다.


“···자, 잠깐만 그러면 나도 속한 거잖아!?

···몇 갠데!? 2개!? 말해봐!

···뭐라고!?

···씨발! 야! 너희 얘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


남자가 물체를 툭툭 건드려 우리에게 내밀었다.


“조사관님, 아시겠지만 평행우주에 속한 자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인지할 수 없습니다.”


남자가 내민 물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알고 있는걸 말해보라고!”


“조사관님, 생성된 평행우주는 $#($^&#!!@#%%&!, $(&!$*%# 입니다.”


“야, 너희들 이거 뭐라는지 들려!?”


선과 내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개씨발!”


남자가 욕설과 함께 물체를 패대기쳤다.


“조사관님, 생성된 평행우주가 당신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지금 남 일이라고 태평하게 말한다 이거지!?”


“조사관님,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남자가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곤 눈을 감고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남자가 패대기친 물체를 주워 다시 툭툭 건드린다.


“노예기사는 아무런 이상 없는 거지?

···나머지는?

···그게 다야?”


남자가 꽤 오랜 시간 묵묵히 고개만 끄덕인다.


“알았어.”


귀에 꽂은 걸 빼내어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노예기사, 천.

넌 그런 몸을 가져선 안 돼.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고 위에선 그걸 허가했다.”


“무슨···.”


“닥치고 듣기만 해.”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선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저 짐승, 저놈은 내가 제정신으로 돌려놓을 거야.

어디서 뒤틀린건지 원···.”


남자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내민다.


자세히 살펴보니 타원형 모양의 약이다.


“파란 거 짐승한테 먼저 먹여.”


“처, 천···.”


선이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만류했다.


“아까 걔가 먹은 거랑 다르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여.

나 시간 없으니까 빨리 좀 할래? 나 바빠!”


남자가 재촉했고 나는 한 알을 집어 짐승에게 먹였다.


짐승이 자리에 쓰러진다.


“너희들도 각각 한 알씩 먹어.”


한 알을 집었고 선도 한 알을 집었다.


“너희들은 알아선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많이 알았어.

그 기억을 지울 거야.

나를 만난 걸 포함해서 말이야.

적당한 기억이 덧씌워지고 없어질 거야.

참나,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먹어.”


“먼저 드시오.”


선이 떨리는 손으로 약을 입에 털어 넣었고 곧바로 자리에 쓰러진다.


먹지 않고 남자를 쳐다보자 턱짓을 하며 날 재촉한다.


약을 입에 넣고 꿀꺽 삼킨다.



///



자리에서 일어나니 여전히 선과 짐승이 자고 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상쾌한 기분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잠시 바닥에 누운 상태로 이 기분을 만끽했다.


잠시 후,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니 해가 중천이다.


늦잠을 잔 모양이다.


“일어나시오.

짐승, 너도 일어나.”


“어- 알았어.”


선을 흔들어 깨웠고 이내 기지개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가 산발이다.


짐승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분이 왜 이렇게 상쾌하지?”


“늦잠잤으니까.”


“그런가?

야, 너도 개운하지 않아?”


“네, 산뜻한 기분이 들어요.”


짐승이 선의 말에 긍정했다.


“짐승, 아침 먹고 바로 움직여야 하니 서둘러 밥을 준비해라.”


“아침이 아니라 점심 아니야?”


“딴지를 거는 걸 보니 기분이 좋긴 좋은 모양이군.”


“진짜 좋다니까 너는 안 그래?”


“···그렇긴 하지.”


“너도 그렇지?

왜 이렇게 몸이 가뿐하지?”


짐승이 밥을 짓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이내 들어오더니 쌀이 없다고 말했다.


“토끼 잡아 오면 되잖아?”


“몇 마리를 잡을까요?”


“3마리.”


“네!”


내가 3마리라고 말하자 짐승이 반색했다.


“밖에 나가서 햇살이나 받으며 기다릴까?”


“그러지.”


선의 의견에 동의하며 밖으로 나가 짐승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으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짐승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혹부리영감이었다.


선과 나는 깜짝 놀라 급히 무기를 꺼내 경계했다.


그러나 혹부리영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까이 오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자세히 보니 3개가 있어야 할 혹이 2개밖에 없었다.


“잊싸기더느륻모늑.”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더니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앋쎅아가로딯넞먀냐무졀롣르곻.”


“뭐, 뭐라는 거야···?”


“저놈 혹이 하나 없소.”


“혹이 없다고? 아!”


선이 무언가 생각난 듯 탄성을 했다.


“나한테 혹 있잖아?”


선에게 혹이 있었지.


도깨비에게 팔라고 했지만 느낌이 좋다며 계속 가지고 있었고.


“얼른 줘버리시오.”


“내 가방에 있는데 저 안에 있단말이야.

갑자기 움직이면 공격하지 않을까?”


“아오여자길라빠끼낳나격옥.”


혹부리영감이 다시 손을 내밀어 재촉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져오시오.

천천히, 조심히 움직이고.”


이내 혹을 들고 와 혹부리영감에게 보여준다.


혹부리영감이 선에게 다가가 혹을 집어 자신의 얼굴에 달았다.


그러더니 후욱후욱거리며 거친 숨을 내쉰다.


이따금 혹의 구멍을 손바닥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언가 잘못됐나 싶어 칼을 꺼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혹부리영감이 만족한건지 자신의 앞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선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사라져버렸다.


“끄, 끝난 거야?”


선이 고개만 옆으로 돌려 날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거 같소.”


“이, 이상하네?

혹을 줄 땐 절차가 있는데?”


“이게 절차겠지.”


“그, 그런가?”


선이 손바닥에 놓인 물건을 쳐다본다.


“이건 뭐지?”


“글쎄.”


나도 혹부리영감이 준 물건을 봤지만 도통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일단 범상치 않은 물건은 확실해.”


“잘 보관하시오.”


또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이번엔 짐승이다.


“토끼 잡아 왔어요!”


“에휴, 저놈은··· 야! 빨리 손질해!

먹고 나가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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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9 23.01.14 40 0 12쪽
61 58 23.01.09 37 0 12쪽
60 57 23.01.0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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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5 23.01.02 30 0 12쪽
57 54 23.01.01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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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49 22.12.05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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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3 22.11.20 28 0 13쪽
44 42 22.11.19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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