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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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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7.22 21:1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6,030
추천수 :
1
글자수 :
1,049,902

작성
23.03.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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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5

DUMMY

-짐승-



“죄, 죄송해요.

부탁인데 얌전히 포박당해 주시면 안 될까요?”


포기하자.


저 아이를 구하려다 내가 죽을 수 있어.


“두목! 자리 잡았습니다.”


뒤로 도망가려 하는데 또다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가는 건 글렀어.


멍청한 새끼.


도망친 놈을 못 잡았으면 빨리 일을 끝내든지 도망가든지 선택했어야지.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어.


언니가 내게 다가와 날 묶기 시작했다.


얼마나 단단하게 묶는지 피가 안 통할 지경이다.


“다, 다 묶었어요.”


“좋아, 확인해봐.”


내 뒤에 서 있던 짐승이 다가와 이리저리 살펴본다.


“두목, 확실하게 묶었습니다!”


“알았다.”


두목 어린 짐승에게서 손톱을 거둬들이고 내게 가까이 온다.


“네 동생 데리고 마을로 돌아가.

너에 대한 처분은 그때 하지.”


언니는 말없이 자신의 동생을 챙겨 자리를 벗어났다.


“그게 사실이야?

마을에 기사가 있다는 게 말이야.”


나는 아무 말 없이 두목을 노려봤다.


“어허! 이것 좀 보소!”


두목이 검지로 내 이마를 툭 밀었다.


“내가 물었잖아?

귀가 안 들려?”


나는 또다시 아무 말 없이 두목을 노려봤다.


“야, 누가 나와서 얘 입 좀 열어라.”


“형님! 제가 하겠습니다!”


어디서 말라깽이가 나와 호기롭게 외쳤고 두목은 이를 허락했다.


신이 난 말라깽이가 주먹질과 발길질로 날 마구잡이로 때렸다.


“헉, 헉··· 두목, 이놈 고집이 아주 쇠심줄인데요?”


“쯧, 쯧. 일단 마을로 데리고 가자!”



///



감옥 안.


감옥이 밖에 있어 나는 구경거리가 된 채로 방치당하고 있다.


이따금 지나가는 짐승이 날 쳐다보고는 사라지는데 긴장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 앞에 그림자가 졌는데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두목이란 놈이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들어?”


“뭘 말해?”


“네가 알고 있는 전부.”


다 들은 거 아니야?


“어차피 죽을 건데 왜 말해?

그냥 죽고 말지.”


“이놈인가?”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늙은 짐승이다.


눈치를 보니 촌장으로 보인다.


“초, 촌장님.”


두목이 촌장에게 고개를 조아려 인사했다.


“자네가 말한 것이 사실인가?”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저, 저놈이···!”


두목이 화들짝 놀라 호통쳤지만, 촌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날 무심히 쳐다봤다.


“자네가 답하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죽을걸세.”


죽이든가 말든가.


난 이제 신경 안 써.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누워서 촌장을 쳐다보자 촌장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 아이들이 죽을 거라고 말했네.”


“아, 죽여.”


“뭐, 뭐라고?”


“죽이라고.

내가 걔들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불쌍해서 도와준 거야.

멍청하게 화살받이로 가는 게 불쌍해서 가지 말라고 조언한 거라고.”


“그게 정말이냐?”


이 두목 놈이 우리 대화를 어디까지 들었는지 모르겠네.


아니다.


어차피 언니 짐승이 말했을 거야.


다 말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뭘 말하라는 건데?

그 마을에 기사가 둘 있다는 거?

내가 맞다고 하면 그래 맞구나 하고 믿을거야?

공격도 오늘 저녁이라며?”


“그, 그것까지···.”


“계획 다 끝났는데 그냥 들어가 봐.

또 알아?

기사 둘을 잡을지 말이야.”


“이놈을 회의로 데려가지.”



///



널따란 공터에서 나는 기둥에 묶인 채 회의에 강제로 참석해있다.


수십 마리가 되어 보이는데 공격대 모두가 참석한듯싶다.


하지만 세 자매는 보이지 않는다.


“이 짐승의 말로는 기사가 둘이나 있다고 했소.”


촌장의 말이 있자 좌중이 웅성거렸다.


“그깟 기사 둘쯤이야!

우리는 자그마치 오십이오!”


“그래!”


“그렇지!”


누군가가 호기롭게 말했고 적지 않은 호응을 끌어냈다.


“기사가 달랑 둘이면 큰 문제는 없지.

하지만 옆에 건장한 남성이라도 몇 있으면 달라지지 않겠소?”


“그, 그렇지.

그 마을에도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야.”


반대의 의견이 달렸고 이 또한 호응을 끌어냈다.


“그런데, 촌장님.

그 정보는 어디서 들었습니까?”


질문은 촌장에게 했지만, 시선은 내게 두며 말했다.


“험, 험.”


촌장이 헛기침하며 자신에게 시선을 모았다.


“오늘 아침 이놈에게 들었네.”


“저놈은 뭐 하는 놈입니까?”


촌장에게 모여든 시선이 모두 내게로 향했다.


“내 정보원이라고 해두지.”


미친 노인네.


“정보원인데 왜 묶어둔 겁니까?”


“자, 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우리가 오늘 습격하기로 한 마을에 기사가 둘 있다는 걸세.

그리고 한 시간 내에 습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거지.”


“공격합시다!”


“안돼! 기사가 있다고 하잖아!”


“이놈들! 조용히 좀 해!”


또다시 개판이 된 상태에서 두목이 큰소리쳐 모두를 조용히 만들었다.


“고맙네, 기사가 있다고 무작정 믿으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도 좋은 행동이 아니지.

습격을 하루 미루고 대신 정찰조를 보내는 게 어떨까 싶네.”


“과연 촌장님!”


“역시 촌장님이야!”


적지 않은 짐승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촌장을 치켜세웠다.


촌장도 다른 짐승의 행동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놈들은 마을을 습격한다면서 감시조도 편성하지 않았어?


습격하려는 마을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저런 상태라면 주인님과 선님이 없었어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컸겠어.


“그렇다면 누가 감시조로 가면 되겠습니까?”


내가 가야겠어.


“제가 갈게요.”


내 말에 촌장과 두목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그 표정은 마치 우리가 미쳤다고 널 보내겠니? 라는 듯 하다.


“여기서 기사를 구분할 수 있는 짐승 있어요?”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기사는 사람만 있는 건 알고 있죠?

겉모습으로 봐선 보통 사람과 똑같아요.”


“으흠, 계속해보게.”


“판금 갑옷 입은 사람이 있으면 그놈이 기사라고 할 모양인 거 같은데, 천만에요.

기사는 평소에 판금 갑옷 안 입어요.”


“그럼 뭘 입지?”


“뭘 입긴요?

보통 사람이 입는 옷을 입죠.”


“그, 그러면 어떻게 구분하지?”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짐승 중 하나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사가 평시엔 갑옷을 입지 않을지언정 칼은 차고 다니는 거 아닌가?”


“그렇죠.”


“그럼 칼을 차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그놈이 기사라는 말이지.”


내가 순순히 맞다고 대답하자 의의 양양해져 말했다.


말을 끝내고 촌장을 쳐다보는 모양을 보니 칭찬을 바라는 모양이다.


군사교육도 안 받았으니 내가 이해해야지.


“푸줏간 백정도 기사라고 하겠네요?

동네 꼬마도 목검을 가지고 다닌다고요.

하물며 성인이면 진검 하나 없겠어요?”


“그, 그렇군.”


아니 이 짐승들은 마을에 정찰 한번 안 가봤어?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칼을 차고 다닌다는 걸 알 텐데.


“저기요, 습격하려는 마을에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이런 간단한 건 한 번이라도 가봤으면 알 텐데요.”


내 말에 모두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어설퍼도 너무 어설프네.


보나 마나 이대로 가면 전멸이야.


“마을 규모는 알아요?”


“드, 듣기론 우리와 비슷하다던데···.”


누군가가 기어들어 가는 말투로 말했다.


듣기론?


“누구한테 들었는데요?”


“지나가다가 들어서···.”


“촌장이나 두목도 몰라요?”


둘 다 내 눈을 피한다.


이렇게 엉성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습격을 하자고 한 거야?


“내일 아침에라도 가봐요.

탈을 쓰고 가면 되잖아요.”


“타, 탈? 우리는 그런 거 없는데?”


짐승이 꿍쳐둔 탈이 없다고?


“당신들 짐승 맞아요?

짐승이 탈이 없다니?”


“정말 없어.

이봐, 여기 있는 짐승 중에 탈 있는 놈 있어?”


두목이 물었지만, 그 누구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촌락 짐승들은 알면 알수록 이상하네.


“가지고 있는 게 없다고 한 거 아니에요?

어휴, 제 가방에 탈 있으니까 그거 쓰고 가보세요.”


“타, 탈이 있어!?”


그러고 보니 저 두목, 내 가방을 압수하지도 않았네.


이 짐승들을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원···.


“네. 있으니까 여기서 몇 개 꺼내 가세요.”


내 옆구리에 있는 가방을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탈 만 꺼내 가세요.

다른 건 손대지 말고”


“아, 알았어.”


분명히 난 기둥에 묶여 있고 이들은 철저한 갑이지만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었다.


두목이 내 가방에서 탈 석 장을 꺼내 촌장에게 건네주었고 촌장은 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두목에게 돌려주었다.


“누가 갈 텐가?”


신나서 너도나도 손을 들 거라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건가?”


촌장이 다시 한번 물어봤지만, 시선을 피하며 가기 싫다는 걸 표현했다.


왜 안 가지?


“흠, 어쩔 수 없군.

자네가 가게.”


“저, 저 말씀입니까?”


두목도 가기가 싫은 듯 싫은 내색을 내비쳤다.


“그럼, 내가 갈까?”


“차, 차라리 이놈을 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두목이 날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요, 아까는 안된다면서요?

그런데 지금은 가라고요?”


“일리가 있군.”


네?


여보세요, 촌장님?


“자네가 탈을 쓰고 가서 동태를 살피고 오게.”


“저기요, 제가 탈을 쓰고 가면 돌아올 거라 생각하세요?

그리고요, 제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저기에 기사가 둘 있다고요.

내 말은 안 믿으면서 내가 보고 온건 믿는다고요?”


“정확하네.”


황당한 눈으로 촌장을 쳐다보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능에 문제가 있나···.


하긴, 아무렴 어때?


여길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야.


친히 도망갈 기회를 주는데 안가면 바보지.


“좋아요, 그럼 탈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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