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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쓸결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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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쓸결심
작품등록일 :
2023.12.06 12:11
최근연재일 :
2024.01.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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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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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6,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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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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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개방 거지들에게 K치킨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2)

DUMMY

강호인들에게 사천은 사천당가를 의미하는 단어이니

암기와 독을 다루는 가문을 사람들은 당문(唐門)이라고 부른다.


당문은 '은혜는 두 배로 갚고,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는 가풍 아래

온갖 음흉한 지략과 암술로 강호인들의 두려움을 한 몸에 샀으니.


그 악명이 천하에 자자하리라.


허나, 요리인들에게 사천은 '요리왕 비룡'의 고향으로 온갖 재료와 향신료의 온산지이며,

한국인에게는 마파두부,마라탕,칠리새우볶음으로 알려져있는 명소이기도 했다.


"저더러, 사천당가의 아가씨한테 요리를 대접하라고요?"


그렇기에 대뜸 사천당문에 오라는 흑상치 아저씨의 제안에 나는 눈을 동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흑상치 아저씨가 말했지만, 옆에 있는 흑룡이 눈치없이 프라이드 치킨을 푹풍흡입하는 것만 보였다.


"그러다가 맛없다고 혼나면 저는 뭐가 되나요? 아가씨 입맛도 모르는데."

"황녀님과 비슷합니다."


그 말에 나는 거절하기가 힘들어졌다.

황녀님 입맛이라면 중원의 어지간한 음식들이 입맛에 안 맞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더군다나 내 요리가 입맛에 맞을 거라는 흑상치 아저씨의 예상이 들어맞을 가능성도 크다.


'사천당가 아가씨도 MZ입장인 것인가?'


그렇다면 벌써 이 세계에 넘어오자마자 MZ입맛의 고객이 2이나 늘어난 셈이 된다.


"저희 아가씨께서는 어릴 적부터 온갖 산해진미를 먹어와, 입맛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사천당가의 아가씨.

사천은 예로부터 중국 4대 요리 지역으로 불러진 지역인만큼, 그녀는 어지간한 요리에는 손을 대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사천의 요리는 지긋지긋하다, 차라리 앞으로는 생식을 하고 말 것이야.


사천당가의 아가씨는 작년을 기점으로 하솔들에게 그리 선언했다.

그 이후로는 식사시간 때마다 생식을 하거나, 엄청 매운 음식만을 먹으니.


"괴식이네."

"스트레스성 폭식이 의심되는구나."


스트레스성 폭식에 대해서 설명해주자, 흑상치 아저씨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화(火) 때문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 다만 그 점은 아가씨 또한 문제삼지 않는 부분이었소."


-제가 홧병 안 생기게 생겼어요? 무림세가에서 들어오는 혼인신고 거절에, 미식 시대라고 세외무림에서 들어오는 정보들까지 온 세상에 신경써야 할 것들 판국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저한테 들어오는 음식은 음식답거나 그냥 재료 상태 그대로 내오세요.


언젠가 흑상치가 아가씨에게 상소를 올리자 돌아온 대답.

그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과로에 시달린다는 것이 첫째요.

음식다운 음식은 맵거나 짜야 할 것이겠지.


"아가씨가 하시는 업무가 뭐길래요?"

"예, 아가씨는 평소 사천당문 아래 있는 상단의 보고서를 관리하거나, 무림세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보고, 당문의 운영 방침을 결정하십니다."


요컨데 당문의 부 관리인으로 업무성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에 시달리기 좋은 위치라는 뜻이다.


"아쉽긴 한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아요."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표했다.

스트레스성 폭식이라, 이건 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달래줄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네, 말씀하시는 바가 뭔지는 잘 알겠습니다."


흑상룡 아저씨도 딱히 기대하는 바는 없는 듯했다.

수술로 치료하면 하(下)의(醫)

먹을 것으로 치료하면 중(中)의(醫)

마음으로 치료하면 상(上)의(醫)


동양 의료의 기본일지니, 의료 기기가 없는 시대인만큼, 이러한 사고관은 상식으로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허나 내가 주사이지, 중의는 아니지 않겠는가.


"허나, 아가씨께서는 잦은 업무에 피로, 화 때문에 나날이 여위어가고, 음식을 마다하시니. 식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정은 알겠지만 내가 어찌하라는 것인가.

헌데, 흑상룡 아저씨는 품속에서 대나무통을 꺼냈고 그 안에는 식어버린 불닭 치킨이 담겨 있었다.


"이건 혹시 시험 때 황녀님한테 내놨던 불닭 치킨인가요?"


시험이 끝나고 구경꾼들이 시험장에 내왔던 요리들을 시식하기는 했었다.

이 아저씨도 그때 구경꾼으로 왔다면 지금 눈앞의 불닭 치킨을 구하기는 쉬웠겠지.


"이걸 먹어보고, 이 음식이야말로 아가씨의 입맛을 되돌릴 음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진지하게 불닭볶음면 따위에 당가의 운명이 걸린 것인가?"


제갈모영 이모가 못마땅한 듯이 한 소리 했지만, 굳이 그게 중요할까?

어쨌든 무림인에게 K현대 한식의 매운맛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기회인데 굳이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저희는 추측했습니다, 당가의 아가씨의 입맛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사천과는 다른 방식의 매운 맛, 단 맛이 필요하다고."


지금껏 무림세가의 명문들조차도 먹어보지 못한 방식의 음식.

그러한 음식이 필요하다고 흑상룡 아저씨는 추측했다.


"세외무림의 진미한 음식이라면 아가씨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아가씨가 건강과 입맛을 되찾으신다면, 당연히 이 은혜에 두배 보답하겠습니다."


다른 흑의인조차 예의를 차리며 내게 포권을 올렸다.

그런데 사천당가의 아가씨가 서양물 요리, K-푸드를 먹는다고 과연 입맛을 되찾을까?

확신이 안 섰다.

그것은 저쪽도 마찬가지겠지.

다만 무리해서 그것까지는 요구하지 않는 듯했다.


"당문에는 특급주사가 없는건가?"


제갈모영 이모가 확인차 묻자 흑상룡은 고개를 저었다.


"1년 전부터 행방불명입니다."

"알았네."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 할 듯 싶었다.


"알겠어요, 마차를 가져와주세요."

"예, 대령하겠습니다."


사천, 하늘이 내려준 곳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곡창 지대다.

바다가 멀고 덥고 습하기 때문에 인도와 마찬가지로 온갖 향신료

수만가지 향초가 많은 지역인만큼 가는 데에 긴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오가는 사이에 준비할 게 많았다.


*****


"무공을 익히는 데에는 장차 10년의 수행 시간이 필요하지"


이 강호의 세계에서는 무공을 익히는 데 기본적으로 완성의 무공을 갖추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50년.

장풍이나 검기를 휘날릴려면, 어마어마한 세월을 쌓아야 한다.


"그런 건 필요 없어요."


특급주사 시험을 치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내가 현대 요리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도, 도구나 물건, 조리법 등에서 현대 과학의 도움이 없어 해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무공으로 채우려고요."


제갈모영 이모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쏘아봤다.

하지만 딱히 반대하지는 않는 심산인 듯했다.


"무공을 요리용으로 쓴다라."


제갈모영은 망고를 장법으로 갈아버린 것을 떠올리는 듯했다.


"내공은 쓰는 이의 마음가짐에 의해 그 형태가 좌우되지."


무의 형태로서 상대를 공격하는 초식이나 근육이나 기세 등, 물리적으로 보이는 힘을 외공

사람의 몸이나 자연 안에 내제된 기를 다루는 힘을 내공으로 분류한다.

내공은 다루는 이의 심상이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받는데, 요리 도구로써 활용하기 위해 무공을 익히다니.


"생각해보니, 무공이라고 꼭 전투에 써먹으라는 법은 없구나."


제갈모영 이모는 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자, 등 뒤로 손을 뻗었다.

크게 호흡을 내쉬자, 그 안에 들어오는 기가 느껴졌다.


"제가 느끼는 이 간질간질한 기운이 기인 게 맞죠?"

"사실 이 세계에서는 어지간하면 지나가던 행인들도 기를 갖고 있다."


다만, 그 기를 탑처럼 쌓을 수 있느냐.

탑처럼 쌓을 때, 어떻게 쌓아 높은 내공을 구사하느냐의 문제이지.

사람이라면 모두 내공이 어느정도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물론 너는 이미 늦었다. 기를 다룬다고 해봐야, 한미한 열을 내뿜거나, 불조절하는 정도가 다이겠지."


제갈모영 이모에게서 날아온 선언.

무림인에게는 죽음과도 다름 없는 선고였지만 내게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상관 없어요."


나는 방 밖으로 비치는 창문을 바라보며 침구 위에서 옥수수 알갱이를 꺼냈다.


"보니까, 이 세계의 화덕으로는 강불,약불 조절이 힘들어요."

"냉장고나 오븐 같은 것도 없지."

"믹서기도 없고, 고기 가는 기계도 없고."


결국 모든 것을 손으로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세계에서 과학 기술력의 최고라고 해봐야 증기선이나 증기가 한계이니까.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나는 두 손을 포개어 그 위에 옥수수 알갱이들을 놓고, 단전에 기를 모았다.

기를 모으고, 호흡을 내쉬니 제갈모영이 알아서 자세를 바로잡아주었다.


'몸 안에서 기를 모으고...'


특급주사 시험에 합격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저잣거리에서 음양삼진공이라는 3류 무공 비급서를 샀다.

제갈모영 이모는 별로 흥미로울 것도 없는 3류 기초 무공이라고 깠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요리사인 내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한 무공이었다.


"보니까,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을 충돌시켜서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나오네요."

"그 정도는 내공을 다루는 무림인이라면 지나가던 2류 무사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기를 다루는 것은 이 세계에서 제대로 된 무공을 익혔다면 정파든 사파든 할 수 있는 일.

강함의 고하를 논하는 무림에서, 음양삼진공은 한미한 기운만을 일으키는 산들바람 같은 무공인 것이다.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 생각해보니까 전자레인지랑 원리가 닮았더라고요."

"전자레인지?"


내 말에 제갈모영은 의아한 듯한 태도였다.

기의 존재가 확실한 세상이다.

과학의 대입이 의미가 있는가?

허나, 기와 마나 같은 것이 존재한다해서, 그 세계에 별개의 과학 법칙이 적용되리라는 법칙도 없었다.


"대부분의 음식물 안에는 물이 있거든요. 그 물 분자에 전지파를 쏘면, 물 분자는 회전하고 그 마찰로 인해 열이 발생해요."


전자레인지의 법칙.

문제는 전자기파를 어떻게 발생시키냐는 것인데.


"기가 음,양 아니면 열이나 분자의 흐름이라고 해석한다면, 이런 것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잣거리에서 사온 포르투칼제 자석으로 만든 판 2개를 꺼내 옥수수 알개이를 사이에 두고 포개었다.

하나는 양극(+), 다른 하나는 음(-)으로 내가 생각했던 조건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양의 판을 아래에, 음의 판을 위에.'


전자파는 +과 -이 교류해야 일어나며, 전자를 진동시켜야 일어난다.

전자를 진동시키는 양과 음의 교류를 내가심법으로 대신하며, 그조차 불안하다면, 자석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지지직


"후우, 후우"


내가 쉼호흡을 거칠게 내쉬자, 그 사이 자석 사이에서 마찰전기가 여러 차례 스쳤고,

그와 함께 자석 사이에 껴 있던 옥수수 알갱이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방 안에서 들린 큰 소리에 멀리 있던 흑상치 아저씨가 놀라서 후다닥 달려왔다.


"요리하다가 실패했어요. 그냥 나가보세요."

"이건 도대체가...벽린탄이라도 터뜨린 겁니까?"


흑상치 아저씨가 황급히 문을 열며 안에서 보게 된 것은 검게 그을린 자석과 정체모를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 옥수수알갱이.

그리고 이리저리 튄 노란 옥수수껍질이 가득한 방 안이었다.


"네가 알아서 해명하거라."


제갈모영은 -촥 쥘부채를 쥐며 어처구니 없는 심정을 대변할 뿐이었다.

"아, 요리 연구를 하다가 실패한 거에요."

"그렇소이까?"


흑상치 아저씨는 그 말에 흥미롭다는 듯이 침대 위에 튀어있는 옥수수알갱이를 주워먹었다.

까드득 하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와 함께 잠시 나를 바라보는 아재.


"이것도 아가씨께서 좋아할 것 같구려."

"팝콘이라고 하는 거에요."

"압혼, 압착된 혼이라는 뜻이구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프라이드 치킨, 샐러드, 팝콘 같은 음식은 앞으로 작명을 새로 지어줘야할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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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미파에게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을 먹여보았습니다. 24.01.05 39 0 12쪽
22 사천당가의 아가씨가 로제떡볶이 먹고 눈물 흘린 이유(2) 24.01.04 46 0 12쪽
21 사천당가의 아가씨가 로제 떡볶이 먹고 눈물 흘린 이유. 24.01.03 45 1 13쪽
» 개방 거지들에게 K치킨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2) 24.01.02 54 0 12쪽
19 개방 거지들에게 K치킨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1) 24.01.01 64 0 14쪽
18 K-치킨 맛보고 강호인들이 기겁하고 황실이 뒤집힘(2) 23.12.29 81 1 13쪽
17 K-치킨 맛보고 강호인들이 기겁하고 황실이 뒤집힘(1) 23.12.28 78 2 13쪽
16 요리대회에서 음식 냄새 맡고 사람들이 기절한 이유(2) 23.12.27 71 2 11쪽
15 요리대회에서 음식 냄새 맡고 사람들이 기절한 이유(1) 23.12.26 70 2 11쪽
14 한국 쉐프가 무림 요리 대회에 참가해보았습니다(2) 23.12.22 64 2 12쪽
13 한국 쉐프가 무림 요리 대회에 참가해보았습니다(1) 23.12.21 79 2 14쪽
12 K-페스트푸드에 무너지는 황후의 위엄과 품위 23.12.20 94 1 13쪽
11 거만한 황후가 MZ페스트 푸드 맛보고 기겁한 썰(2) 23.12.19 93 3 13쪽
10 거만한 황후가 MZ페스트 푸드 맛보고 기겁한 썰 +1 23.12.16 142 6 12쪽
9 한국 전통 요리에 감동받은 오랑캐 어르신 (3) 23.12.15 131 2 12쪽
8 한국 전통 요리에 감동받은 오랑캐 어르신 (2) 23.12.14 119 2 14쪽
7 한국 전통 요리에 감동받은 오랑캐 어르신 (1) +1 23.12.13 132 2 13쪽
6 중식 배운 한국인, 오히려 무림인이 놀람(2) 23.12.12 161 3 13쪽
5 중식 배운 한국인, 오히려 무림인이 놀람 23.12.11 165 3 12쪽
4 황가의 어른이 한국 청년의 예의와 기술에 놀람(2) +1 23.12.09 177 3 12쪽
3 황가의 어른이 한국 청년의 예의와 기술에 놀람(1) +1 23.12.08 236 2 14쪽
2 사파 검객이 한국 국수 먹고 은혜 갚은 사연 +1 23.12.07 258 4 12쪽
1 K 쉐프가 무협 환생 +1 23.12.06 31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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