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2ndCircle의 서재입니다.

아싸신 분투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dCircle
작품등록일 :
2023.04.11 20:07
최근연재일 :
2023.05.18 10:2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41
추천수 :
0
글자수 :
190,232

작성
23.05.18 10:09
조회
13
추천
0
글자
13쪽

제 19화:입구에서

DUMMY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대지를 뒤덮은 햇빛은 높은 암벽에 가려져

머리 위에만 빛을 내리쬘 뿐이고, 그것마저도 깊은 골짜기 안에선 어둡게 느껴졌다.


적막, 그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

그것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세이프 박사는 이동했다.


“흠, 설마 헤이즈 씨를 따라온 거긴 하지만, 크림슨 세이버의 본진에 이토록 대책없이

숨어들 것이라고, 며칠 전 황야를 떠돌던 저는 알지 못했을 것 같네요.”


그렇게 농담처럼 말하는 슈라우드의 말도 들리지 않는 듯, 루미엘은 숨은 쉬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운 채 천천히 세이프 박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흐르는 얼굴과 겁먹은 동물처럼 잔뜩 움츠러든 등.

아까까지 약간 풀어졌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그 얼굴은 다만 굳어져 있었다.


그것은 옆에 있는 로웬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덕분에 세이프 박스는 큰 소음 없이 이동하는 중이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순간, 짧은 감상을 떠올린 뒤, 헤이즈는 무언가를 적으며 운전석을 향해 걸어갔다.


“...무슨 일인가요, 헤이즈 씨.”


그가 바로 옆까지 다가온 것을 확인하고서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루미엘은 전방을 주시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헤이즈는 시선 앞에 양피지를 들이밀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루미엘은 깜짝 놀랐고, 바로 그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물으려는 순간, 그가 적은 글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적의 경계와 배제는 내가 맡는다. 당신은 조용히 이동하는 것만 신경써라.’


그렇게 말한 뒤 대답을 기다리듯 가만히 서 있는 헤이즈를 바라보던 루미엘은,

멍한 기색으로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없이 몸을 돌려 걸어가며 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슈라우드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슈라우드가 슬쩍 헤이즈를 바라보자,

그는 미동도 없이 양피지를 든 채, 다만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슈라우드는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따라온 처지로서 할 일은 하라 이 말이죠?”


그 말에 잠시 그를 바라보던 헤이즈는 이내 고개를 돌린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는 천장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슈라우드는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세상에, 시원시원하시네.”


그리고 헤이즈가 떠난 뒤, 잠시 멍해져 있던 루미엘의 옆에서 로웬이 말을 걸었다.


“누나.”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루미엘은 핸들을 잡았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기는 하나,

잔뜩 움츠러들었던 신체는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고

얼굴의 긴장도 적절하게 수습되어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슈라우드는 소리없이 생각했다.


‘헤이즈 씨, 지금 긴장을 풀어준 건가? 아니면,

그저 무의식에 의한 행동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천장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다, 이내 코트 안쪽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직사각형 모양의 은색 케이스를 꺼내며, 그는 중얼거렸다.


“어느 쪽이던 간에,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후의 진찰이 곤란해질 것 같으니,

이쯤에서는 착한 아이 흉내라도 내볼까.”


밝은 기색으로 말하면서도 그 눈은 웃지 않은 채,

슈라우드는 운전하는 두 사람의 뒤에서 좌석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온 헤이즈는, 저물어가는 저녁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붕대가 감겨있는 팔을 쥐었다 펴 본다.

신체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달리 약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상처밖에 입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까지 받은 덕분에, 몸 상태는 빠르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수준까지 되돌아왔다.


한숨을 내쉰다. 폐 안으로 과거와 다름없는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서늘해지는 저녁 무렵의 바람이 몸 안으로 들어와, 답답했던 마음을 식혀준다.


그래, 나는 지금 답답해하고 있다.

저 남매를 볼 때마다, 가슴 속에서 울렁이는 감정이 꿈틀대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다만, 그것은 절대로 저들에 대한 답답함은 아니다.

이것은...


‘-이것은, 분명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느끼는 혐오의 감정이겠지.’


익숙한 일이다. 자신에게 분노하는 일은.

스승이 죽은 뒤 지금까지, 나는 자신을 한번도 용서하지 않았다.


다만 저들은...저들은 본래 내 자신의 어리석음과는 관련이 없어야 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본인들의 목숨을 걸 정도로 선한 저 남매는,

평범한 삶 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행복을, 나는 지켜주지 못했다.’


내가 마신에게 졌기 때문에,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막지 못했다.

생명수가 파괴되고, 셉타그램 웨지라는 악이 나타나는 동안,

나는 이 골짜기 밑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스승이라면 이런 내가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스승에게서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겠다 맹세했다.


그 실패의 결과를 눈으로 보고, 땅으로 밟고,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이상.

나는 감정을 제어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슬픔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거세에 가까울 정도로 감정을 도려냈음에도,

저 둘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모든 일의 원흉일지 모르는 마신을 내가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차라리 모든 것을 밝히고, 이 세상 모두에게 매도당한다면 좋으련만.’


그것을 믿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과거의 나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면죄부를 바라는 스스로의 나약한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밀어넣으며,

나는 살짝 뒤로 물러선 뒤, 크게 위로 뛰었다.

‘우선은, 위에서 거슬리는 놈을 정리해야겠지.’


최대한 높이 올라온 지점에서 슈라우드에게 받은 칼을 절벽에 박아 고정한 뒤 위를 보자,

새와 같은 생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저것은 새가 아니다. 세 개의 날개를 가지고 날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붉은 검의 표식을 달고 있는 동물형의 생물체는 이미 한 번 봤던 적이 있었다.


‘..새 형 임퓨어, 아마 그때의 그 토커가 부리던 개체들 중 하나인가.

일정한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보니 용도는 감시용인 듯 하군,’


거기까지 추측한 뒤, 이후의 행동을 결정한다.

우선은 밑에서 이동중인 차량의 진로를 확인했다.


‘아직은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어떠한 방식으로 경보를 울릴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실패한다면 바로 저들에게 합류하여 방어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하지만 차량 안에 탑승중인 슈라우드에게 전언을 해 두었으니,

현재 시점에서 남매의 보호는 그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저 자의 실력은 미지수지만, 이것이 내 나쁜 버릇을 고치는 첫 걸음이 되겠지.’


‘남매의 보호를 부탁하고 싶다.’ 그때 슈라우드에게 보여주었던 양피지에 적었던 말은

과거 용사의 제자였던 누군가가 결코 사용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 잘못된 판단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나는 과거의 그가 봤었던 언더테이커의 정신이 현재에도 이어져 내려왔기를 믿을 뿐이다.


‘그럼, 이제 시간이 없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천천히 활공하는 임퓨어를 바라보며 짧은 순간 생각을 거듭한다.

스스로가 미끼가 되는 것은 골짜기의 구조상 어렵고, 다가가면 들킬 것이다.


‘..정했다.’


고민을 마친 뒤, 그는 망설임 없이 골짜기의 한쪽 암벽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위에서 날고 있는 임퓨어를 바라보며, 칼을 어깨 뒤에 걸쳤다.


그대로 아주 잠깐 기다린 뒤, 헤이즈는 상공을 비행하는 임퓨어를 향해 칼을 던졌다.

위에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칼날은 그가 노린 대로 적의 턱부터 머리를 꿰뚫었다.


그것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는 능선을 따라 질주했다.

앞을 바라보는 그 시야에는 눈치채지도 못한 새에 목숨을 잃은 임퓨어가

중력에 의해 낙하하고 있었다.


그러다 떨어지는 임퓨어의 몸뚱아리가 달리는 자신과 동일한 높이에 이르렀을 때,

그는 절벽의 허공을 향해 힘껏 도약했다.


엄청난 각력은 순식간에 헤이즈의 몸을 임퓨어의 시체가 있는 곳까지 옮겨주었으며,

나란히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그는 매끄러운 동작으로 머리에 꽂혀있는 검을 먼저 회수했다.


그 뒤로 반바퀴 몸을 돌려 임퓨어의 시체를 자신의 아래에 위치하도록 놓은 직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두운 협곡에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


그 광경을 바라보던 루미엘와 로웬은

큰 소리와 함께 떨어진 헤이즈의 생사를 걱정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먼지가 걷히고 서 있는 것은,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임퓨어의 사체와

그것을 밟고 서 있는 헤이즈의 모습이었다.


그 사실에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루미엘이 불평하듯 중얼거렸다.


“저러다, 크림슨 세이버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오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런데 그녀가 말한 순간, 바로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뇨, 아마 예상컨대, 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오는 건 한두명 뿐일 겁니다.”


그 소리에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기세로 놀란 루미엘이 뒤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슈라우드가 자신들과 같은 시선에서 헤이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전 씨,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나 큰 소리가 났는데, 저들도 침입을 눈치채지 않았을까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루미엘의 옆에서 로웬이 조심스럽게 묻자,

슈라우드는 다만 싱글벙글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안에 있는 자들은 숙련된 군인들이 아닙니다.

이 정도로 수상한 소리에 적의 침입을 확신하고 방어를 구축할 정도로 훈련되어 있지 않죠,

거기에 만약 숙련된 군인이라고 해도, 우선은 선발대를 먼저 몇 명만 보내는 법입니다.”


그렇게 말한 뒤, 슈라우드는 헤이즈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이어 말했다.


“아마 저 분도 저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기에,

저렇게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저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건, 짧은 동행에서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로웬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로웬은 어느샌가 헤이즈의 힘만이 아닌, 그라는 인물 또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갑작스레 표정이 굳어진 루미엘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것도 저 사람이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요?”


그 손가락을 따라 앞유리 밖을 바라본 슈라우드는, 외눈안경을 고쳐쓰며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저건 좀 곤란하지 않을지...”


그리고 바깥, 정찰용 임퓨어를 쓰러뜨린 헤이즈는,

저 앞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그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여러 마리의 개가 짖는 것과 같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여러 쌍의 눈동자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한 바퀴를 돈 헤이즈는, 어둠 속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금속이 긁히는 듯한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물러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로 달빛이 모습을 드러내자, 습격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어서면 사람보다 거대할 듯한 검은색 털의 늑대.

더운 숨을 내뱉으며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그것들은 헤이즈를 둘러싸듯 움직였다.


얼핏봐서는 그저 들짐승들의 습격처럼 보이는 상황.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평범한 늑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듯

하나같이 이마에 붉은 검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 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헤이즈는 전과는 다른 이질적인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 놈들도 그 토커가 복종시킨 것들인가,

하지만 저 모습은 처음 병사들의 전투에서는 보지 못한 녀석들이군.’


자신이 깨어났을 때 보았던 첫 번째 천투에서의 차이점을 생각하며,

그는 자세를 잡으며 결론을 내렸다.


‘..경비를 강화시켰나. 한 번 겨뤘던 나를 경계해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기에?’


잠깐의 의문, 하지만 그 뒤로 헤이즈는 천천히 심호흡을 반복하며

현재 상황에서 불필요한 생각을 차단했다.


‘..생각은 이 놈들을 해치운 다음 천천히 해도 된다.’


그런 헤이즈를 향해, 포위망이 서서히 좁혀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싸신 분투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제 30화: 광룡光龍 23.05.18 15 0 17쪽
29 제 29화: 이무기 23.05.18 21 0 15쪽
28 제 28화: 검劍 23.05.18 11 0 18쪽
27 제 27화: 자각, 각성 23.05.18 9 0 16쪽
26 제 26화: 불길한 발견 23.05.18 9 0 15쪽
25 제 25화: 위기, 다시 한 번 23.05.18 9 0 13쪽
24 제 24화: 원치 않았던 조우 23.05.18 9 0 13쪽
23 제 23화: 잠입 23.05.18 9 0 12쪽
22 제 22화:뜻밖의 위기 23.05.18 9 0 14쪽
21 제 21화:돌입 23.05.18 10 0 15쪽
20 제 20화: 입구에서(2) 23.05.18 9 0 12쪽
» 제 19화:입구에서 23.05.18 14 0 13쪽
18 제 18화: 도착, 그리고 진입 23.05.18 7 0 10쪽
17 제 17화: 옛날 이야기(2) 23.05.18 8 0 15쪽
16 제 16화: 옛날 이야기 23.05.18 8 0 12쪽
15 제 15화:여정(3) 23.04.25 14 0 16쪽
14 제 14화: 여정(2) 23.04.24 13 0 15쪽
13 제 13화:여정 23.04.23 16 0 13쪽
12 제 12화:출발(2) 23.04.22 18 0 11쪽
11 제 11화: 출발 23.04.21 19 0 13쪽
10 제 10화: 의뢰(3) 23.04.20 22 0 12쪽
9 제 9화:의뢰(2) 23.04.19 22 0 15쪽
8 제 8화: 의뢰 23.04.18 22 0 12쪽
7 제 7화:만남(3) 23.04.17 23 0 14쪽
6 제 6화: 만남(2) 23.04.16 25 0 13쪽
5 제 5화: 만남 23.04.15 24 0 15쪽
4 제 4화: 부활(4) 23.04.14 28 0 17쪽
3 제 3화 부활(3) 23.04.13 30 0 16쪽
2 제 2화 부활(2) 23.04.12 40 0 14쪽
1 제 1화: 부활(1) 23.04.11 6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