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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Circle의 서재입니다.

아싸신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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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Circle
작품등록일 :
2023.04.11 20:07
최근연재일 :
2023.05.18 10:2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39
추천수 :
0
글자수 :
190,232

작성
23.04.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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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2화:출발(2)

DUMMY

‘지금, 말을.’


루미엘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녀의 생각을 포함해

모두의 의식을 한순간 새하얗게 뒤덮을 굉음이

세이프 박스를 뒤집었다.


동시에 누군가 지면을 강하게 내려친 듯한 진동에

그 여파로 루미엘과 로웬은 앉은 채로 비틀거렸고,

선 채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슈라우드는

활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며 외쳤다.


“설마, 이런 짓이 가능할 줄이야...!!”


그 말에 루미엘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분명, 비상시에 지붕 위로 탈출할 때 사용하는

세이프 박스의 해치가 달려있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에 보이는 것은,

밤하늘이 엿보이는 원형의 구멍밖에 없었다.


“.................”


그의 신체능력에 관해서는 살아남은 병사들에게 들어,

루미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이프 박스의 해치를

아무런 도구도 없이...뜯고 나갔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 사실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짓게 된 것은,

상황을 지켜보던 블루 블러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귀청이 찢어지지 않았는지 의심될 정도의 엄청난 소리에

그들은 방패를 앞세우며 주변을 경계했다.


특히 포드는 굉음과 함께 해치의 뚜껑이

안쪽에서부터 구겨진 모양으로 튀어오르자,

그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세이프 박스는 임퓨어에게 습격당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특히 튼튼하게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폭탄에도

저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변해 날아가지는 않을텐데..?’


그런 생각과 함께 포드는 블루 블러드를 대동한 채

세이프 박스의 근처를 향해 다가갔지만,

땅에 떨어져 구르는 해치가 내는 소리 이외에

다른 소리라고는 들려오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가는 포드를 포함하여

주변에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고 정적만 이어져,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그 불안감의 원인 중 하나로는,

큰 소리와 함께 세이프 박스의 불이 꺼진 탓에

안쪽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게 된 것도 있을 것이다.


‘..설마, 크림슨 세이버의 일당이 루미엘과 로웬을 협박해서

세이프 박스를 탈취하려 하는건가?’


그런 생각까지 하던 포드는 문득,

세이프 박스의 위에 한 남자가 서있는 것을 눈치챘다.


“..............”


금방이라도 폭발할듯한 긴장감에도 불구하고,

포드는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입에서, 한 마디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허수아비?”


그런 말이 나온 이유는, 그 청년이 두 가지 의미에서 허수아비처럼

세이프 박스의 갑판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형에 맞지 않는 옷과 바지를

바람에 펄럭이며 갑판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포드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 또 하나는, 마치 새들을 쫓아내는 허수아비처럼

그에게서 주변의 접근을 거절하는 듯한

위압감이 풍겨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커다란 달을 뒤로 한 채,

남자의 회색 머리카락이 소리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달빛에 비쳐,

소리없는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 더해, 평범한 사람과 달리

눈에 흰 부분과 검은 부분이 뒤바뀐 역안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그곳에 있는 모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바짝 긴장했다.


‘저 남자는, 대체...?!’


그렇게 생각하던 포드는

남자의 손 부분에 들린 길쭉한 물건을 보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어두웠던 탓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한 포드는

굉음과 남자가 들고 있는 물건을 연관 지었다.


‘저 자가 폭탄이라도 터뜨린 것인가?’


그렇다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기폭 스위치일지도 모른다 의심하며,

그는 얼이 빠진 기색으로

갑판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루드, 잭, 차크! 저 청년을 붙-”


거기까지 말했을 때, 포드는

청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에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헛것을 보았나 생각했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이들 또한 그 남자를 놓친 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보았던 것이

환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포드는,

다음으로 모두가 보는 가운데

남자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에 속으로 경악했다.


‘말도 안돼, 이 정도의 수가 보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어디로 모습을 감췄단 말인가?!’


-그때, 주변에 산개하고 있던

병사들 중 일부가 갑작스레 뒤로 넘어졌다.


그들은 세이프 박스를 잡고 있는

갈고리를 발사한 장치를 들고 있는 이들로,

장애물도 없는 곳에서 넘어진 그들의 모습에

퍼뜩 불안감을 느낀 포드는 그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그렇게 말하던 중, 그는 그들이

단순히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병사들이 고정시킨 갈고리에 연결되어 있던 밧줄,

강철의 실을 다발로 꼬아

차량을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그것이

단면을 보인 채 잘려 있었던 것이다.


‘저걸 끊으려면, 절단장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한 포드를 비웃듯,

주변에서 갈고리의 발사장치를

들고 있는 병사들이 차례대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센 바람에 쓰러지는 어린아이처럼

장정들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동그라지는 광경은

멀리서 본다면 기묘하기 그지 없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걸로 남은 것은 세 개.’


-남은 갈고리의 숫자를 헤아리며,

나는 주변의 시야를 피해 집의 벽면을 달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한쪽 발이 계속 걸리적거려,

나로서는 속으로 스스로를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 강철덩어리를 뚫고 나오는 것만으로 발의 뼈가 어긋나다니,

내 몸은 언제나 상정했던 범위 이하의 성능을 보여주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허공으로 뛰었다.


그대로 잘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나이프를 휘둘러 강철의 밧줄을 끊은 뒤,

넘어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는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렸다.


‘쯧, 생각보다 골절로 인한 부상이

걸리적거리는군, 기동력이 확연히 떨어졌어.’


나이프에는 그 뚜껑을 부술 정도의 위력이 없었고,

주변에 다른 도구도 없는 상황에서는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가 이성적으로 돌아온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위쪽이라도 해도 저 차체의

일부를 망가뜨린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고,

그냥 루미엘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되는 일이었다.


‘뭐하는 거지, 나는? 힘이라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인가?’


그런 자신에게 황당해하며,

나는 이어서 두 개 남은 갈고리의 밧줄을 잘라버렸다.


‘이제 마지막 한 개, 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상정은 가능했지만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던 상황을 마주했다.


루미엘에게 있어 소중한 듯한 사람, 루미엘을 소중히 여기는 듯한 사람.

이름은 포드라고 했던 남성이

마지막 남은 갈고리가 사출된 장치를 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를 찾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이대로 귀영으로 접근하여

마지막 남은 밧줄을 끊으면 내 할 일은 끝난다.


아니, 이미 하나 남은 갈고리에는

세이프 박스를 구속할 정도의 힘이 없으니,

이미 할 일은 마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내 발걸음을 가로막고 있었다.

방패를 쥔 채 필사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눈빛.


그 얼굴에는 혼자서 세이프 박스에 끌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막고 말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었다.


‘..스승이라면 저 정도의 강한 마음을 무시하라고 하지 않겠지.’


스승 가라사대, 선한 이들의 진심에는 나름의 진심으로 응답해라.

그 마음을 피하거나 무시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알라.


“...............”


과거에는 내게 진심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두려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무지했던 시절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그 말을 생각하며,

나는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내 행동에 그 자 또한 놀랐는지,

그가 눈을 크게 뜨는 것이 밤하늘 아래서도 잘 보였다.


‘..그러고보면. 내가 아는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별만은 바뀌지 않았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쩐지 유쾌한 기분에,

나는 슬쩍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런 내 앞에서, 그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혼자인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그의 앞에서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런 내 의도가 전해졌는지, 그 또한 더욱 얼굴을 굳히며 방패를 굳게 잡았다.


..그리고.


“크윽....!!”


찰나의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돌아간 헤이즈는

포드의 급소를 가격하여 단번에 쓰러뜨렸다.


압도적인 실력차, 방패에 작은 흠조차 남기지 않은 채 갈린 승부에,

헤이즈는 쓰러진 포드를 바라보며 잠깐 생각했다.


‘혹시 이 자가 일어난 뒤, 자신을 놀렸다 화를 내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선 세이프 박스에 돌아가면서도, 일말의 자책을 품으며 떠났다.


하지만 그 뒤로 시간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린 포드는 주변을 둘러본 뒤,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하나는 그가 자신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외상을 입히지 않은 채

떠났다는 사실에 기막힘을 느낀 것이었고,


또 한 가지는 자신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쓰러뜨린 그 남자의 실력이라면

자신들의 대장, 블루 블러드의 지휘관을

구해내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마음에서였다.


혹시나 그가 크림슨 세이버의 잔당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천진난만하게 웃을 상황만은 아닐지 몰랐다.


하지만 포드는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경험한 뒤로,

근래 피프 내에서 들려오던 한 소문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리드라는 블루 블러드의 병사의 입에서 퍼진 말로,

임퓨어를 단신으로 쓰러뜨릴 정도로 굉장한 실력자가

며칠 전 구출 작전 중 위험에 처한

블루 블러드의 일당을 구해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설마, 그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포드로서는 진위여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완벽하게 모습을 감출 수 있었음에도

굳이 자신을 상대했던 사실과 더불어,


루미엘과 로웬이 아무런 반발 없이 그에게 협조하며

세이프 박스를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 의문의 남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포드는 대장이 납치된 뒤로

줄곧 무겁기만 했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 했다.


그리고 유쾌한 마음으로 웃던 그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어둠이라도 낀 듯 막막할 무렵에는

바라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머리 위.


그래서였을까, 오랜만에 바라본 그곳에는

쏟아질 듯 시야에 가득한 별들이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며, 포드는 슬쩍 중얼거렸다.


“이거야 원, 정말이지 특이한 남자를 만났구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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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화: 잠입 23.05.18 9 0 12쪽
22 제 22화:뜻밖의 위기 23.05.18 9 0 14쪽
21 제 21화:돌입 23.05.18 10 0 15쪽
20 제 20화: 입구에서(2) 23.05.18 9 0 12쪽
19 제 19화:입구에서 23.05.18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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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16화: 옛날 이야기 23.05.18 8 0 12쪽
15 제 15화:여정(3) 23.04.25 14 0 16쪽
14 제 14화: 여정(2) 23.04.24 13 0 15쪽
13 제 13화:여정 23.04.23 16 0 13쪽
» 제 12화:출발(2) 23.04.22 18 0 11쪽
11 제 11화: 출발 23.04.21 19 0 13쪽
10 제 10화: 의뢰(3) 23.04.20 22 0 12쪽
9 제 9화:의뢰(2) 23.04.19 22 0 15쪽
8 제 8화: 의뢰 23.04.18 22 0 12쪽
7 제 7화:만남(3) 23.04.17 23 0 14쪽
6 제 6화: 만남(2) 23.04.16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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